1. 철권2,3 (1997~1998) - 오락실의 강자가 되고싶었다!
철권이란 게임은 1997년에 2로 처음 입문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수업 끝나고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PS1으로 대전하곤 했습니다. 기존에 새턴 유저였던 저는 스파ZERO나 뱀파이어 세이버 같은 2D대전액션을 주로 플레이했었고 버파에는 이상하리만치 끌리지가 않았습니다. FF7을 즐기기 위해 PS1으로 기기를 교체했는데, 이 과정에서 철권에도 흥미를 붙였던 거죠. 당시 주 캐릭은 준 카자마. 백로유무에서 이어지는 무한 연속기 루트가 있었는데 친구들은 이걸 가드하지 못했거든요 ㅋㅋㅋ
철권3가 나오면서는 학교 앞 오락실에서 낯선 사람들과 대전하는데 재미를 붙였어요. 타격감 향상과 더불어 주캐릭은 폴이 되었습니다. 붕권 히트시킨 후에 66rk로 찍는 재미가 쏠쏠했죠 ㅎㅎ 고등학생 형들과 붙어서 가까스로 이길 때면 전율이 일곤 했습니다. 10연승 이상 하게되면 갤러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어린 마음에 사람들의 반응에 우쭐해졌던 기억도 납니다. (이러다 끌려가서 맞는건 아닐까 생각도 자주 했네요..)
철권 올드 유저라면 PS1으로 발매된 철권3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의 감동을 기억하실 겁니다. 제 경우에도 정말 각별했습니다. 발매 당일에 CD를 구하기 위해 시내 게임샵을 이 잡듯 돌아다닌 기억도 나네요. 당시로선 최고의 화질이었던 CG무비는 너무 멋있었어요.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서 캐릭터별 엔딩을 함께 감상하곤 했습니다. (죽이지? 어서 죽인다고 말해~!) 기기 성능 때문에 완벽 이식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며 플레이하고 연습하기엔 충분했던 것 같아요. 이식 발표에서 발매에 이르는 기간 동안 게임 잡지를 통해 찔끔찔끔 공개되는 정보들을 받아보는 재미도 있었죠.
철권2 주캐릭터였던 카자마 준 누님
2. 철권TT (1999~2001) - 본격 탐구 플레이에 돌입하다!
중학교 3학년. 오락실에 철권 TT가 나왔습니다, 철권3가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꽤 빠른 릴리즈였죠. 캐릭터를 교체해가며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주 캐릭터를 2명 다뤄야 한다는 부담도 생겼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친한 친구들 셋이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연구하면서 플레이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속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던 시기였는데, 다른 친구들이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있는 동안 저는 열심히 철권을 플레이했습니다. 함께 게임하던 친구가 외국 웹에서 구해온 기술표에서 lp, rp, ap 등의 표기를 처음 접했습니다. 깨알같이 작은 폰트로 마치 암호문처럼 인쇄한 콤보, 기술표를 학교에 들고와 수업시간에 당당히 펴놓고 외우곤 했습니다. 선생님한테 걸리면 영어공부 한다고 뻥을 치며ㅋㅋ
셋은 당시 실력이 엇비슷했어요. 친구들의 주 캐릭터는 니나, 줄리아 창 이었는데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어오면 이걸 공유하고, 서로에게 써먹고 ... 상대의 패턴을 파훼하고 그걸 다시 역파훼하는 등 ... 가히 제 철권 인생의 황금기였죠. 이 때만큼 즐겁게 게임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나름 실력에 자신감이 붙었다 싶으면, 어김없이 오락실엔 새로운 고수들이 나타나곤 했죠. 그들과 밤 늦게까지 강함을 겨루는 즐거움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이 무렵 기억에 남는 대전이 있습니다. 친구의 소개로였나, 지역 백두산 플레이어와 만나 자웅을 겨룬 적이 있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전 TT 백두산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속으로 ‘이런 허접캐를 고르다니ㅋㅋ’하며 무시했었죠. 결과는 ... 원투플캔 – 잡기와 원투플캔 – 알바트로스 – 낙캣 스네이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초고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습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통감한 대전이었죠 ㅋㅋㅋ
백두산이 이렇게 강할줄 몰랐어요 ...
이후 절치부심하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더 열심히 찾았어요. 버그성 기술들을 활용한 플레이 포인트들을 새롭게 발견하면서, 게임에 대한 흥미도 더욱 깊어졌습니다. 당시 진의 국콤이었던 초풍 – 나살문1 – 통발 콤보를 처음 맞췄을 땐 정말 놀라웠어요. 아니 이게 콤보로 들어가다니! (그 전까진 띄우고 원 – 나살문1이나 나살문2 – 통발이 고작이었음.) 당시 주로 정보를 얻었던 곳은 텍켄 자이바츠라는 외국 웹사이트였습니다. 이 즈음 철권을 즐겼던 분들 중엔 이 사이트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2000년 당시 국내 정발 이전이던 PS2를 조기 구매했던 이유도 철권이었습니다. 오락실보다 100만배쯤 향상된 그래픽을 보고 입이 그야말로 떡 벌어졌었죠. 거금을 들여 호리 파이팅 스틱을 구매하고 풍신류를 본격적으로 연습했던 것도 이 시기였네요. 초풍, 웨초, 대초, 풍캔기어 ... 2p 한정이지만 웨이브도 제법 구사할 수 있게 되었죠.
생애 첫 스틱(위)과 두번째 스틱. 두번째 스틱으로 풍신류를 맹연습 했습니다.
이 캐릭 저 캐릭 연습하면서 TT1의 캐릭터들은 얼추 다룰 줄 알게 되었지만 최종적으로 정착한 주 캐릭터는 요시미츠-레이우롱 이었네요. 아직 한글로 정리된 캐릭터별 매뉴얼이 보급되기 전이라서 플레이 스타일은 스스로 개발해야 했습니다. 요시미츠의 주 패턴은 상대 태그나 근접압박에 맞춘 독무/요블 – 지뢰인 콤보, 화엄/이슬 치우기 콤보 이후 선풍검 낙캣, 횡rp와 횡rk 카운터 후 지뢰인 콤보 등이었는데, 나중엔 제 나름 독창적으로 개발했다고 생각한 패턴들이 일반적인 TT1 요시미츠의 플레이였단 걸 알게 되었죠 ㅎㅎ
당시 저는 경북 안동 시내 오락실에서 제법 얼굴이 알려진 비풍 플레이어였습니다. 다니던 오락실엔 풍신류 초고수 형님이 있었는데, 서로 말 한마디 제대로 섞어보지 않았지만 만날 때 마다 정말 줄기차게 대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혼자 라이벌 의식을 불태웠지만, 그 형님은 저를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을 겁니다ㅋㅋ) 말끔한 외모 만큼이나 백대쉬, 횡신 칼초와 웨이브 이지선다를 아주 깔끔하게 구사하던 분이었는데 ... 주로 데빌/브루스 조합이나 진/데빌 조합을 사용했었죠. 그 형님도 어쩌면 아직도 철권을 플레이하고 계실지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혹시 우연히라도 이 글을 보시고 이거 내 얘긴 것 같다 싶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3. 철권4 (2002) - 반감된 재미, 고3의 압박 ... 잠시 철권을 떠나다
고3 진학과 함께 철권4가 발매됐지만 비싼 기판 값 때문이었는지, 여전히 오락실의 대세는 TT1이었습니다. 오락실에 기기보급이 지지부진하니 자연스레 신작인 철권4보다 TT를 플레이하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가정용으로 발매된 뒤에 타이틀을 구매하긴 했지만 열심히 플레이하지는 않게 되더군요. 고저차와 벽콤보 등 새로운 시스템이 많이 도입됐지만 허접한 타격감과 매니악한 콤보들 때문에 도무지 재미를 붙일 수가 없었죠. 함께 게임을 즐기던 친구들도 수험생활이 시작되며 전처럼 게임할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고3 시절이 지나고, 저는 지방 소도시를 떠나 대학 진학에 맞춰 서울로 이사하게 됩니다. 넓은 서울 땅에서 새로운 고수들을 만날 생각에 두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쓰다 보니 길어져서 뒷 이야기는 나중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TO BE CONTINUED ...
PS. 철권7 시즌 2 들어서 드디어 빨강단을 달성했는데, 오늘 의자단이 되었습니다. 감개무량 하네요~! 전국의 잭7 유저님들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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