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저도 다른 여러분들처럼 엔딩 이후 뭔가 연계될 줄 알았는데, 그게 없어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이런거 보면 닌텐도, 나아가 일본이란 나라는 참 고집불통에 소통없단 게 맞는 것이...요즘 대세가 엔딩 이후에도 서비스 차원에서 플레이 연계를 해주지 않습니까?
하지만, 닌텐도는 젤다와 엔딩 이후의 삶(?)에 대해 굳이 유저 손으로 더럽히기(?) 싫었던 것인지, 아니면 신비주의 정책으로 가고 싶었던 것인지....엔딩 이후 젤다를 다시 볼줄 알고, 긴 엔딩 끝에 이어하기 버튼을 눌렀으나, 다시 하이랄 성...-_-;
.......
참 말도 많고 평도 좋았던 야숨, 드디어 저도 끝까지 해봤네요.
참고로 야숨 첫 플레이 당시 저는 위쳐를 어느 정도 마스터한 상태였습니다. 위쳐의 매력에 듬뿍 빠졌었던 상태였죠...그래서 비교 대상 일부가 위쳐인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야숨의 첫 그래픽 느낌은....어라, 평판에 비해 뭔가 휑한 느낌? ...속았나 싶은? ㅎ
잔디가 바람에 흩날리는 표현은 좋았습니다만....뭔가 민둥산에 털 심은 느낌이었고, 배경도 딱히 디테일한 부분을 찾긴 힘들었습니다.(어디까지나 위쳐에 비해서요...ㅎ)
멀리 보이는 산맥들도 모션블러처럼 뭉게져서 하드웨어 성능이 역시나 PS4에 비해선 많이 떨어지는구나 ...느꼈었고....
단지, 링크 달리기 모션만큼은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는거....그리고, 의외로 스위치 조작감이 좋았다는거...이게 저의 첫 플레이 느낌이었고요...
플레이 초반 이후 맵은 분명 광활하게 느껴졌습니다만....그것은 닌텐도의 술책일뿐, 이동 수단을 딱히 마련하지 않고 오로지 뛰어다니기로만 해결했으니...당연히 좁은 맵도 넓게 느껴질 수 밖에 없도록 유저들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성능 한계 상 빠른 이동 수단 구현은 힘들었지 싶습니다. 이동이 빨라지면, 그만큼 맵도 커져야 하고, 디테일도 배가 될테니깐요. (말은 그닥 효과가 없었음)
암튼 오로지 도보로만 해결하다보니, 딴 오픈월드에선 좁았을 영역이 야숨에선 더없이 넓게 느껴지는 착각과도 같죠.
어쨌든 상대적으로 딴 오픈월드에 비해 좁은 영역속에 오밀조밀 잘 밀어넣은 건 확실하구요, 특히나 숨겨진 사당 같은 건 제작자들이 수차례 맵 연구한 흔적이 느껴질 정도...
분명 이 각도에서는 잘 보이는데, 다른 각도에서는 보이지 않는....그래서 플레이 흐름 상 특정 시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당들이 꽤 있었죠.
이건 아마 제작자들이 수차례 연구하고, 시행착오해가며 짠 맵일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파스텔감의 자연스런 애니와 같은 그래픽은 일본 겜 특유의 맛이랄까...엔딩 시점까지 눈을 즐겁게 해준 건 분명하구요.
전반적인 퍼즐 난이도는...크게 어렵진 않았습니다만, 지루하지 않을 만큼 적당했구요.
특히 초반 사당 플레이때는 숨겨진 상자를 또 어디다 꼼상히 숨겨놨을까 온 사당을 뒤졌습니다만...어느 순간부터 숨겨진 상자는 이정도...라는 감이 생기더군요. 그 이후론 더이상 마지막 사당 주인장 뒷자리까지 뒤지는 행동은 안했지요 ㅎ 다른 퍼즐도 마찬가지로 적정 레벨 수준에서 생각하면 답이 나오더라구요. 막힐 때 지나치게 복잡한 선에서 생각하면 답이 없고, 오히려 단순한 수준에서 생각하려 노력하면 대부분 답이 나오는....하지만, 정 막히는 몇개는 인터넷 뒤지긴 했습니다. ㅋ 역시나 답은 심플했던...ㅋ
야숨에서 또 하나 인상깊었던 부분은 암벽등반....이건 진짜 신의 한수가 아닐까 싶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여, 높은 곳이 생기면 자연스레 올라가고 싶게 만들고,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다보게 만들며, 거기서 유저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드는.....
이게 가능하려면 일단 가장 큰 걸림돌이 버그일텐데....하나의 버그도 없이 이를 해결했단 건, 제작자들이 얼마나 맵연구에 노가다를 했을런지 짐작케 할 정도로....아무튼 대단합니다.
가령 맵 최 말단 영역에선 일부러 비오게 해서 더는 못올라가게끔 만든다던지...제한한 부분은 있지만서도, 대부분 유저 맘대로 자유롭게 맵 돌아다닐 수 있었으며, 특히나 플레이 레벨에 맞게, 즉 체력 수준에 맞게 지역에 따라 높낮이 차를 두는 등....맵 디자인만큼은 굉장히 신경 쓴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색도 좀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일반적인 RPG라면 대부분 중세 이미지를 차용하는 상태니, 굳이 일본의 중세풍을 안쓸 이유는 없긴 한데, 그래도 불과 십수년 전엔 왜색문화에 민감했던 우리인 터라, 현시대에 와서 굳이 왜색 들먹이기는 시대 성격상 좀 그렇고, 단지 왜색이 많이 쓰이더라 정도로만 마무리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요근래 일본 메이져 게임사들은 이제 대놓고 왜색을 쓰는 듯....우리도 거기에 익숙해져가고 있구요.
무기 시스템도 참신했습니다. 쓰고 버리고, 깨지면 다시 구하고....인벤의 한계치가 다소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어쨌듯 한계치는 제공을 한셈이고...
전체적인 게임 난이도 조율도 참 잘된 것이, 쉽고 직관적이면서도 질리지가 않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요리의 조합이라던지, 무기 조합, 복장 조합, 몬스터 제거 방법 등....굉장히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연구한 흔적이 보였구요.
재미란 측면에서는 확실히 단연 최고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습니다. 다만, 감흥이란 측면에서는 좀.....아쉽긴 하구요.
예전에 시간의 오카리나 엔딩을 보며, 시간의 틀에 갇혀 무한반복되는 링크의 삶을 생각했고, 스카이워드를 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부분이 감명깊었는데, 이번 작은 딱히 심도있는 스토리라인은 없는 것 같구요.
그러고 보면 젤다시리즈는 항상 시간을 주제삼았던 것 같은데...이번 작은 그닥...
신수, 사당, 영걸.....이는 모두 일본 전통 사상에 비롯된 이미지들인 것으로 보이고, 반복되는 가논 재앙을 보더라도 문득 끊임없이 발생하는 일본의 자연재해가 떠오르는건 저의 지나친 심기인걸까요? ㅎ
아무튼 이쯤하면 세계인에 뿌리내린 젤다시리즈이니 지금쯤 딱 일본 사상, 문화를 전파하기 좋을때다란 판단에서일까요....암튼 저는 요즘 지나친 일본겜들의 왜색화가 좀 거슬리는 건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이번 야숨작을 평하자면.....무지 재밌었다, 하지만 감흥은 별로였다....로 축약할 수 있겠습니다.
가논 무찌른 다음, 젤다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고 싶었는데, 그거도 못하고...ㅡㅜ
그나저나 링크야 냉동됐으니 100년전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왜 젤다도 그대로인건지.....뜬금없이 가논 눈알에서 튀어나오더니....예전모습 그대로....
확실히 서양애들의 디테일한 RPG에 비하면 좀 떨어지고, 단지 기분좋게 클리어하기엔 안성맞춤인 일본식 RPG.
아, 그리고 일본애들은 '바람'이란 소재를 항상 중요시 하는 것 같애요. 이번 야숨작도 보면 바람의 표현, 느낌, 소리가 상당히 세밀했고, 좋았던 듯....
PS. 또하나 빠진게 있네요. 젤다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점프가 없는 걸로 유명하죠? 근데 이번 야숨은 점프 버튼이 있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굉장한 차이였는데, 반면에 아쉬운 건 물속 환경이 전혀 구현되지 않았다는 것. 이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투명한 물을 그저 바라만봐야하는 그 고통이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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