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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Ones - 38
Shape of My He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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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양은 패배했다. 폭시 크리스타, 눈처럼 새하얀 꼬리가 아홉이나 달린 요물에게 패배했다.
그의 신체는 절반이나 무너져 내려, 그를 그렇게 만들었던 폭시는 물론이요 양 자신조차도 죽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 날이 되자 그의 손끝이 전기가 통하듯 저렸다. 따끔한 통증이 흐르는 손가락 탓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신음 소리를 뱉으며 눈을 떳다. 왼쪽 눈 그리고 얼굴 반절을 잘리며 사라졌던 오른쪽 눈이 회복되었다.
"나는……살아있는 건가."
그의 몸이 온전히 회복되기까지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눈발이 점점 더 거세지며, 그의 몸이 완전히 눈에 파묻혀 새하얗게 될 즈음이 되서야 그는 두 다리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상처가 나은 다음 그는 정처없이 떠돌아 다녔다. 그를 그 꼴로 만들어놓은 폭시에게 복수를 하려고 해도,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렇게 무의미한 방황을 몇 달이나 거듭했을까, 그는 결국 도착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 동생을 잃고, 부모를 잃고, 끔찍한 참상을 몇 해에 걸쳐서 겪은 장소. 지금은 무너져내린 거대한 탑의 잔해 속으로 그는 되돌아 왔다.
"초월체는 무의식적으로 여기에 돌아오는 건가……. 웃긴 일이다."
괴물이 되어버린 그의 부모가 있던 곳으로, 그는 무의식적으로 되돌아 왔다. 듣는 이 없는 말을 내뱉자, 바람 소리만이 대답해 도리어 더 휑해지는 듯 했다.
"적은 적어도 둘 이상."
폭시와 이자벨. 그리고 그 밖에도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폭시. 그년은 위험하다."
폭시는 손짓만으로 인간이였던 양을 초월체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실력은 무척이나 뛰어나, 양을 농락할 정도에 이르렀다. 초월체를 양산할 수 있는데다가 두려울 정도의 실력까지 합쳐진 괴물이 바로 그녀다.
"그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해선 힘을 길러야한다."
그는 먼지가 뽀얗게 앉은 벽화에 손을 대어 스윽 닦았다.
"하나는 사람의 영혼을 흡수하는 것."
그렇게 말하는 양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감히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혐오감으로 가득 찼다. 그것은 양이 경멸하던 행위. 힘을 기른다는 목적이라 하더라도, 결코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링커."
링커란 본래 초월체가 사람의 영혼을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존재. 하지만 양은 그 용도를 거부했다.
"녀석에게 먹이는 것은 나 혼자의 영혼으로 충분하다."
굳게 결의를 다진 그는 커다란 칼 한 자루를 꺼냈다. 묵직한 고기도 단숨에 썰어버릴 수 있는 뭉뚝한 식칼. 그는 그것으로 자기 팔 한 쪽을 잘라냈다. 피가 솟구쳤다. 피비린내가 새하얀 설원에 진동할 즈음 되자, 거친 숨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먹잇감을 찾은 짐승 떼처럼, 수많은 용들이 무리지어 그에게 나타났다.
"내 부름에 응해라."
용들은 날개를 감고 자세를 낮추었다. 그들은 모두 양의 피냄새에 이끌려 나타난 존재들. 양은 상처를 회복하며 그들을 둘러 보았다. 튼튼하고 거대한 용에서부터 시작해, 젊고 단단한 비늘을 가진 용까지. 수많은 종류의 강대한 용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는 잘라놓은 팔과 피를 커다란 그릇에 담아놓은 채 크게 외쳤다.
"난 너희에게 다른 인간의 영혼을 먹일 생각 없다."
그 말을 듣고 용들이 주춤한다. 개중에는 고개를 휙 돌리고 날아가버리는 녀석도 있었다. 하나 둘 자리를 뜨자, 결국 한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너만 남았나."
눈을 다쳤는지 안대로 눈을 가린 용이었다. 병들고 늙은 그의 몸은 먼저 보았던 다른 이들에 비해 무척이나 초라했다. 입을 벌려 보아도 약해진 이빨들만 있을 뿐.
'이제 다 늙은 몸이라 사냥조차 하지 못 할 테니, 이것이라도 받아 먹겠다는 건가.'
생각해보면 자신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한숨을 푹 내쉬며 양은 그 초라한 용에게 피와 살을 담은 그릇을 건내주었다.
"너의 이름은 뭐지?"
- 이름…….
가릉거리며 낸 대답은 무척이나 힘없는 목소리였다.
- 루어시( 弱視 )
……
"쿠헉."
양은 피를 한 모금 뱉어냈다. 금빛 사자가 집어던진 커다란 창에 가슴을 뚫리고, 상처 속으로 금이 스며들어 부글부글 끓는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와중에, 그는 제 몸을 잘라내어 창과 떨어트리고 상처를 회복하기로 한다.
"커헉. 허어."
"듣기 좋아요. 그 목소리."
고통스러워 신음을 내뱉는 양의 모습을 듀나는 천천히 음미하듯 관찰한다.
"무미건조하고 무감정. 당신의 평상시 말투는 전혀 재미가 없거든요."
듀나는 삐진듯 볼을 부풀린다.
"마치 저번에 다리를 망가트려 놓았던 그 아이처럼."
"하아. 하."
"숨소리를 들어보니, 그정도면 거의 다 나앗겠네요."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양. 아직도 상처가 쓰라리지만, 그걸 완치할 여유같은 것은 없다. 한시라도 빨리 듀나와의 승부를 마무리 짓기 위해 그는 고통을 견디며 이를 악문다.
"듀얼을 계속하도록 하죠."
패에서 카드 두 장을 뽑아든다.
"카드를 둘 세트. 턴 엔드랍니다."
--- 듀나 ( LP : 2500 ) ---
몬스터 : □[CNo.88 기믹 퍼핏-디저스터 레오] + □(#)[파라노말 씨어터]
마법 / 함정 : ■■
패 ■
--- --- ---
--- 양 ( LP : 500 ) ---
몬스터 :
마법 / 함정 :
패 ■
--- --- ---
절망적인 상황. 5000이나 있던 라이프는 이제 500밖에 남지 않았다. 벽 몬스터를 소환한다고 하더라도 디저스터 레오의 효과로 데미지를 받는 순간 양의 패배가 결정된다. 패배하지 않으려면 디저스터 레오를 파괴해야만 한다.
'하지만 저녀석의 공격력은 3500.'
정상적인 방법으로 디저스터 레오를 극복할 카드가 없다.
'만약 그녀석이었다면 별 걱정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버렸겠지.'
듀나와 비슷하게, 갈색 머리가 길었던 청년을 떠올리는 양.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내 턴이다."
디저스터 레오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나치게 피를 흘린 탓일까 눈 앞이 흐릿해진다. 상처를 회복할 수는 있다고 하나, 그 정도는 미약하다. 숨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드로."
하지만 쓰러질 수는 없다. 싸움을 계속해야만 한다. 이겨야만 한다. 눈 앞의 적을 쓰러트려야만 한다.
'내게 대답해다오.'
그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이 카드 한 장. 살아생전에 마지막으로 뽑은 카드가 될 지도 모를 것에 그는 천천히 눈을 옮겼다. 거친 숨을 진정시키며 신경을 가다듬고 뽑은 카드를 확인했다. 초록빛 카드였다.
"그래. 가자."
여전히 상처는 쓰라리지만, 그 통증을 억제하기에 충분한 투지가 그를 감쌌다.
"마법 발동. [죽은 자의 소생]"
"이 타이밍에 그 카드를!"
"되살아나라. [원룡성-보우텐코우]( LV 5 / DEF 2800 )"
상처입은 주인의 곁에 용 한 마리가 나타났다. 양을 찌른 것과 같은 금색의 비늘을 가진 용. 용이 구슬픈 울음 소리를 내자, 주인의 몸에 묻은 금은 빗방울처럼 둥글게 변해 지면으로 투둑투둑 떨어져내렸다.
"보우텐코우의 효과 발동. [수룡성-비시키]( LV 2 / ATK 0 )를 서치. 그리고 소환한다."
방울방울 피어나는 비누거품. 인자한 표정의 늙은 거북룡 한 마리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덱에서 [비룡성-세피라시우고]를 묘지로 보내고, [원룡성-보우텐코우]( LV 5 → 6 )의 효과 발동. 레벨은 6이 된다."
"레벨 합계는 8!"
"레벨2 비시키에게 레벨6 보우텐코우를 튜닝."
완전 연소되어, 꺼져버렸던 불꽃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비시키가 등껍질 속으로 머리와 발을 숨겼다. 커다란 비눗방울이 그의 배를 받쳐 떠올린다. 하늘 높게 둥실둥실 떠다니는 푸른색에 보우텐코우가 달려갔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로 거칠고 차가운 바람이 쇄도한다. 하늘을 달리는 그의 발과 머리 그리고 꼬리는 새하얀 빛이 되어 푸른색을 감쌌다. 반짝이는 2개의 별과 6개의 찬란한 빛의 꼬리. 바람을 풀어해치며 따뜻한 온기가 내려온다.
"싱크로 소환. [휘룡성-쇼후쿠]( LV 8 / ATK 2300 )"
아득한 섬광이 용의 몸을 감싸는 천옷이 된다. 용의 황금빛 비늘과 발톱이 지상을 긁자, 금색의 비가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한다.
"쇼후쿠의 효과 발동. 그리고 보우텐코우의 효과 또한 마찬가지다."
"디저스터 레오를 엑스트라 덱으로 되돌려 보내고 싶겠지만, 디저스터 레오는 효과 대상이 되지 않아."
"그렇다면 세트 카드 두 장을 대상으로 효과를 발동한다."
체인의 순서는 보우텐코우가 먼저, 그리고 쇼후쿠가 나중. 쇼후쿠가 크게 숨을 들이켜 쉬고 내뿜자, 강한 돌풍이 듀나를 강타한다. 각각 [트윈트위스터]와 [모래 먼지의 베리어 -더스트 포스-]. 어느 쪽이 되던간에 양에게 있어서 커다란 위협이 되는 카드였다.
"보우텐코우의 효과로 덱에서 [광룡성-리훈]( LV 1 / DEF 0 )을 특수 소환."
"두 몬스터로 쵸호우를 소환할 거에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 몬스터에게는 닿지 않는답니다."
"누가 쵸호우를 소환한다는 거냐."
"네?"
"쇼후쿠의 효과 발동."
"!?"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묘지에서 [비룡성-세피라시우고]( LV 6 / DEF 2600 )를 소생한다."
금빛이 찬란한 용이 새까만 천정을 뚫고 하늘로 승천한다. 하늘이 번뜩이며 굵은 천둥이 내리친다. 귀를 찌르는 굉음과 함께 양과 듀나를 구속한 새까만 공간은 파괴된다.
"레벨7? [블랙 로즈 드래곤]이라도 소환할 생각인가요?"
리훈을 파괴하고 다른 "룡성"을 소환해서 전개로 이어가는 것도 가능할텐데 양은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 간단한 해답이 듀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레벨6 시우고에게 레벨1 리훈을 튜닝."
듀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양은 행동했다. 하늘에서 벼락과 함께 떨어진 두 마리 용이 얼굴을 내밀고 날개를 퍼득인다. 허공을 평지처럼 달리는 두 마리 용. 그들의 발 아래로 불똥이 떨어지며 별빛이 찬란하다.
'그 때부터 2년이 흘렀나. 이제야 널 부르게 되었다.'
입 밖으로 핏줄기가 내려왔다. 양은 그것을 스윽 닦아내고 피를 뱉어냈다. 이것은 의식. 자신이 선택한 병들고 늙은 용을 불러내기 위한 첫 단계.
"괴물아. 늙고 병든 괴물아."
두 용이 지나간 자리에, 뜨거운 불꽃이 피어났다. 불꽃을 휘감은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뜨거운 열풍이 일었다.
"약속하거라. 오직 나의 피만을 마실 것을. 오직 나의 살을 뜯어먹기를."
양을 집어 삼키려고, 용이 이빨을 드러낸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빠져나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민다.
"나의 어금니. (#)[루어시]( LV 7 / ATK 2500 )"
불꽃에서 빠져나온 용의 몸은 급격하게 식어갔다. 새하얀 증기가 끊임없이 터져나오며 비늘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용은 자신의 눈을 가린 낡고 더러운 안대를 벗어던지고 눈을 떳다. 용의 몸집은 양과 처음 만났던 그 날보다 훨씬 줄어들어 사람과 같아졌다. 반은 새하얗고, 반은 새까만 양갈래 머리. 양이 목에 두르고 있는 것과 똑같은 털로 짜놓은 목도리. 가냘픈 몸매는 옆을 완전히 열어놓은 채, 앞뒤를 기다란 천으로 가리고 있을 뿐이다.
- 후우.
앞을 볼 수 있다고는 하나 만물이 흐릿하다. 귀에는 바람 소리와 타닥거리는 불 소리가 찌그러져 들려온다. 옛날과 비교하면 시력도 청력도 약하다. 어린 소녀의 몸이 되어버린 그녀는 무기라고는 작은 칼 한자루만 남았다.
- 드디어 저를 부르셨군요.
소녀가 된 용은 뒤를 돌아보았다. 약시인 그녀에겐 가까이에 있는 양의 얼굴도 흐릿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안대를 쓰고 그의 얼굴을 흐릿하게조차 보지 못 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지, 다시 방향을 틀어 적이 있는 곳을 보았다.
- 그 사이에 계속 잠들어 있었기 때문일까요. 몸을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네요. 당신에게 힘이 되고 싶었건만…….
"뭘 사과하는 거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 그런가요. 그렇다면 무엇이든 명령만 내려주세요.
"그래."
"후후. 후하하!"
다소곳하고 연약한 소녀를 보며 듀나는 폭소를 터트렸다.
"그 작고 여린 아이가 링커였나요? 그래서 여지껏 소환하지 않았던 거군요."
확실히 듀나의 몬스터와 비교하면 한없이 작고 초라한 존재. 거적더미를 둘러 쓴 것과 같은 모습의 루어시는 황금빛이 찬란한 사자의 모습에 비해 너무나도 비루하다. 루어시는 스스로 그것을 깨닫고 축 늘어졌다.
- 저는 병들고 약한 용.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신경쓸 것 없다. 네 가치는 너 스스로 결정해라."
- 당신답지 않은 말이네요.
"배틀이다."
- 예.
차갑고 감정없는 말만 반복하던 양이 자신을 격려하는 듯한 말을 하자, 루어시는 의외라는 듯이 대답한다. 양은 자기가 쓸데없는 말을 했거니 생각하고 바로 사무적인 말투로 되돌아 갔다.
"배틀이라. 이상한 일이네요. 당신의 링커로는 제 몬스터를 건드릴 수 없을텐데."
"루어시의 효과. 필드의 모든 몬스터는 공격 표시가 된다."
"네?"
디저스터 레오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뒤에, 수비 표시로 웅크리고 있던 그녀의 링커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파라노말 씨어터]( Rank 4 / DEF 3000 → ATK 0 )는 공격 표시가 된다."
"윽.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씨어터 이외에 다른 몬스터가 존재하는 한, 씨어터는 공격 대상이 되지 않으니까요!"
"과연 그럴까."
"!?"
"루어시. 디저스터 레오를 공격."
양은 자그마한 소녀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그 대상은 휘황찬란한 금빛이 흐르는 거대한 사자. 황금빛 사자는 양의 목소리와 루어시가 한 발 자국 내딛는 소리를 듣고서 창 한 자루를 뽑았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죽으려는 심산인가요?"
"죽는 건 내가 아냐."
"그렇다면 대체 무얼 노리시고."
"바로 이 순간을."
소녀가 다시 한 발 자국 내딛는다. 키가 작은 소녀가 한 걸음 걸어봤자, 얼마 안되는 보폭이기에 사자와 소녀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사자의 신경을 건드리기엔 충분했다. 거대한 사자는 지상을 향해 거대한 창을 휘둘렀다. 부글부글 끓는 금덩이가 소녀의 머리 위에서 번쩍였다.
- 소용없는 일이에요.
소녀는 차분하게 걸어간다.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지던 금색의 비는 제자리에 멈춰 그 이상 나아가지 못 한다. 정지된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걷는 것이 허용된 것은 이 자그마한 소녀 뿐.
"공격 선언시, 패를 하나 버리고 공격 대상이 된 몬스터를 장착한다."
"!!!"
"이걸로 네놈의 링커를 지킬 몬스터는 사라졌다."
"그게 대체 무슨……!"
입이 멈췄다. 자그마한 소녀의 칼 끝에서 뿜어져나오는 소름끼치는 위압감에 오한이 느껴졌다. 소녀는 천천히 다가가, 거대한 무대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한 마디 중얼거릴뿐.
- 일섬.
거대한 무대는 금빛의 사자와 함께, 소녀의 손짓 한 번에 무너져내렸다.
……
듀나의 라이프가 0을 가리켰고, 양단된 그녀의 무대와 배우처럼 그녀도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하아. 하아."
듀나가 쓰러진 직후, 양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무릎을 꿇은 상태로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땀을 닦지도 않은 채 거칠게 숨을 쉬었다.
'처음으로 사용했지만, 부담이 너무 크다.'
루어시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듀나의 시체에서 빠져나오는 사악한 망령들을 노려보았다. 그것들은 모두 듀나가 축적해놓은 영혼. 그녀가 다른 이들에게서 빼앗은 것이다.
- 일섬.
소녀가 칼을 한 번 휘두르자, 망령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것들을 모두 쫓아낸 다음에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주인에게로 되돌아갔다. 그리고는 말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
"뭘 하는 거지?"
- …….
"허기가 졌으니 내 영혼을 빨아들이겠다는 건가."
- 아니요.
"그렇담 뭐지?"
- 2년동안 당신을 보지 못 했으니. 그만큼 보상받는 거에요.
"못 알아 듣겠다."
- 제가 껴안고 싶어서 껴안는 거에요.
"쓸데 없는 말로 나를 골리려 드는구나."
예상치 못 한 소녀의 대답에 양은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휙 돌렸다.
- 당신은 당신이 저를 선택했다 생각하겠죠.
"그렇다."
-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당신이 저를 선택했듯 저도 당신을 선택했으니까.
"……."
- 숱한 이들의 원망을 받아 새까맣게 변색된 영혼은 모든 용들의 별미. 하지만 다른 이의 영혼을 탐하지 못 하게 한다면 질색하게 되죠.
"너는 어째서 나를 선택했지?"
- 가여웠어요. 그 때 당신의 모습이.
"가여웠다고?"
- 버림받은 어린 동물처럼. 기댈 곳 없이 푹 젖어있던 당신이.
양의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 한 줄기를 보고서 소녀는 그것을 핥았다. 비릿한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 더럽혀진 당신의 영혼을 갈구하던 수많은 용 사이에서 오직 저만이 당신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지요.
소녀는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는 양의 뺨에 손을 대어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 제가 당신이 기댈 곳이 되어 드리겠어요.
……
파라노말 씨어터
Rank 4 / 어둠 속성 / 기계족 / 엑시즈 / 효과 / ATK 0 / DEF 3000
어둠 속성 LV 4 몬스터 X 2
이 카드명의 ① 효과는 1턴에 1번만 사용할 수 있다.
① : 이 카드의 엑시즈 소재를 1개 제거하고, 자신 묘지의 레벨 8 어둠속성 몬스터를 2장 선택하고 발동할 수 있다. 선택한 몬스터를 효과를 무효로 한 채 특수 소환한다.
② : 자신 필드 위에 이 카드 이외의 몬스터 카드가 존재하는 한, 상대는 이 카드를 공격 대상으로 선택 할 수 없다
루어시 ( ※ 약시 )
LV 7 / 바람 속성 / 환룡족 / 싱크로 / 효과 / ATK 2500 / DEF 2000
튜너 1장 + 튜너 이외의 몬스터 1장 이상
① : 이 카드가 몬스터 존에 공격 표시로 존재하는 한, 필드의 앞면 표시 몬스터는 공격 표시가 된다.
② : 1턴에 1번, 이 카드가 전투를 실행하는 공격 선언시에, 패를 한 장 묘지로 보내고 발동할 수 있다. 상대 필드의 앞면 표시 몬스터 1장을 골라 장착 카드로 취급하여 이 카드에 장착한다.
드디어 양의 링커도 나왔네요
가온 취향탓에 쪼끄매진 소울이터랑은 달리, 이쪽은 정말 힘이 딸려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덕에 아군측 링커는 꼬맹이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