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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ed Ones - 17
Invasio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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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흥은 여기까지."
고철 올빼미가 피 대신 쇳물을 토해냈다. 활활 타오르는 몸뚱이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천장을 뜯어버리는 새까만 연기. 그 속에서 올빼미의 피처럼 검은 구정물이 철철 흘러내리더니, 마침내는 그것과 정반대되는 색의 물체가 내려왔다. 딱딱한 철판으로 뒤덮인 새하얀 몸뚱아리. 날개 대신에 달린 위협적인 포구의 집합. 무시무시한 살육병기는 백로의 모습을 하고 필드에 나타났다.
"엑시즈 소환. [RR-새털라이트 캐논 팔콘]( Rank 8 / ATK 3000 )"
"랭크8짜리 몬스터라니. 단숨에 랭크가 4나 올라갔잖아!?"
"제대로 안 들었나? 더블 랭크 업이라고 했을텐데."
"랭크를 두배로 뻥튀기했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렇담 네 눈앞에 있는 건 뭐지?"
"큭."
랭크4 공격력 100에 불과하던 고철 올빼미가 지금은 랭크8 공격력 3000인 대형 몬스터가 되어 돌아왔다. 포스 스트릭스의 공격력이 0이 된 상태에서 공격력이 2500이나 되는 패스트 드래곤에게 무작정 공격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새털라이트 캐논 팔콘의 효과 발동. 네 마법 / 함정 카드를 모조리 파괴한다."
"!!!"
새털라이트는 몸체 하부에 달린 캐논에서 렌타로를 향해 빔을 쏘아버리는 것으로 선전포고했다. 무서운 기세로 불타오르는 광선이 그의 함정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없애버렸다. 파괴된 것은 [신풍의 베리어 -에어 포스-]. 렌타로를 지켜줄 마지막 카드였다.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카드가 있었는데 발동하지 않았다. 포스 스트릭스로 공격했을 때 아껴둔 것이 화근이 되었군."
"크으윽. 젠장!"
사실 렌타로는 제시아의 행동을 막을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다. 첫번째는 패스트 드래곤, 두번째는 지금 파괴된 에어 포스다. 만약 포스 스트릭스에게 패스트 드래곤의 효과를 발동하지 않았다면 새털라이트 캐논의 공격력을 0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에어 포스를 포스 스트릭스의 공격에 사용했더라면 새털라이트 캐논은 나타나지도 못 했을 것이다.
"고작 첫발에 불과한 포스 스트릭스의 효과에 쫄아서 패스트 드래곤을 허비하고, 정작 그 스트릭스의 공격에는 방심해서 에어 포스를 사용하지 않았다. 가관이군."
"닥쳐!"
"뭐. 이해하지 못 할 것도 없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니까."
듀얼에 있어서 완벽한 정답이란 없다. 존재하는 것은 그 때, 그 상황에서 이상적인 판단뿐. 다만 그것은 판단을 내린 그 순간에만 이상적인 것이고, 한 발자국만 내딛어도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쉽상이다. 정답은 없다. 존재하는 것은 무수한 가능성. 렌타로는 이상적인 판단, 그중에서 한 가지를 골랐고 지금에 와서 보니 이상적이지 않았던 판단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실수는 죽음으로 화답한다."
제시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백로가 기계음을 냈다. 명백한 공격 명령. 백로는 주인의 의지에 따라 초록색 용을 불태우려 한다.
"이 순간, 오버레이 유닛을 하나 제거하고 새털라이트 캐논 팔콘의 효과를 발동한다."
"뭣……. 그렇담 방금 그건……."
"그 효과는 등장을 알리는 인사같은 것. 진짜 효과는 이쪽이다."
"앗. 패스트 드래곤의 공격력이!"
듀얼 웨펀. 듀얼 상황을 알려주는 자그마한 스크린에서 패스트 드래곤의 공격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클리어윙 패스트 드래곤]( LV 7 / ATK 2500 → 100 )의 공격력은 내 묘지의 "RR" 몬스터 한 장마다 800이 감소한다."
제시아의 묘지에는 [RR-버니싱 레이니어스], [RR-미미크리 레이니어스] 그리고 지금 새털라이트 캐논 팔콘의 효과를 발동하기 위해 제거한 [RR-포스 스트릭스]가 존재한다. 패스트 드래곤의 공격력이 포스 스트릭스의 그것과 똑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패스트 드래곤은 자신을 향해 적의를 드러낸 백로에게 반격하기로 한다. 등 뒤에 굴리던 바퀴는 사라져 없으니, 주먹을 내지르거나 불길을 내뿜어야 한다. 패스트 드래곤은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다. 백로가 포구를 열어 포격을 가하기 직전, 초록색 용은 먼저 입으로 화염을 뿜어냈다. 뜨거운 불덩이가 백로를 덮쳤다.
- 키르르르.
하지만 그 공격은 허공에서 휘어졌다. 백로에게 향하는 불길은 불규칙한 곡선으로 꺾였다. 구겨진 은박지 위에서 난반사된 빛처럼 아무렇게나 흔들리는 불길이 사방에 번졌고, 백로는 용이 숨을 들이쉬는 순간을 기다렸다. 용이 숨을 쉬는 그 순간, 불길이 끊겼고, 그것은 곧 백로가 공격할 기회가 되었다. 모든 포구를 열어 용을 겨냥하고 일제히 사격했다. 수십, 수백의 탄환과 포탄이 용의 몸을 직격해 살덩이를 찢어 불태웠다.
"크으으으윽! ( LP : 4000 → 1100 ) "
직접 공격에 가까운 데미지를 입은 렌타로가 2미터 넘게 튕겨져나갔다. 바닥에 철푸덕 쓰러지자, 어마어마한 격통이 그에게 닥쳤다.
"이 순간……패스트 드래곤의 효과 발동!"
"음?"
"패스트 드래곤은 펜듈럼 카드가 되어……펜듈럼 존에 세팅된다!"
"펜듈럼과 싱크로의 혼합인가. 특이한 카드."
새털라이트 캐논 팔콘에게 불타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패스트 드래곤은 상반신만 반쯤 불탄 상태로 남아있었다. 용의 비늘이 새하얗게 빛나더니, 그의 상처 부위가 느릿느릿하게 치유되며 펜듈럼 스케일 4가 그의 위에 떠올랐다.
"메인 페이즈2. 묘지에서 [RR-미미크리 레이니어스]를 제외하고 효과 발동."
제시아는 덱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았다.
"[RR-레디네스]를 서치."
"포스 스트릭스에 이어서 이번에는 그녀석인가!"
"나는 카드를 하나 세트. 턴 엔드."
제시아의 턴이 끝났다. 듀얼 내용으로 보면 약간의 공방이 오고갔던 한 턴이지만, 렌타로에게 있어서 이 한 턴은 영겁의 시간과도 같았다. 아직도 몸은 통증으로 욱씬거리고, 필드에는 그들의 몬스터들이 싸운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 히데키 렌타로 ( LP : 1100 ) ---
몬스터 :
펜듈럼 존 : □[클리어윙 패스트 드래곤]
마법 / 함정 :
패 ■ + ■
--- --- ---
--- 제시아 호라이즌 ( LP : 1500 ) ---
몬스터 : □[RR-새털라이트 캐논 팔콘]
마법 / 함정 : ■
패 ■ + ■ + ■
--- --- ---
"내 턴이다. 드로!"
이번 턴에 끝장을 내야한다. 렌타로는 그렇게 확신했다.
"[SR 더블요요]( LV 4 / ATK 1400 ) 소환!"
카드를 곧장 듀얼 웨펀 위에 강타한다. 강렬한 전류가 빛으로 하여금 팍 튀겼다. 찌지직 거리는 손을 내며 그의 손에 휘감귀는 두 개의 줄. 렌타로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붕붕 휘두르고 앞으로 쭉 던졌다. 그러자 초록색으로 둥그런 기계가 그의 요요를 받아 새로운 줄을 뿜어내 그것들을 잡아낸다. 요요는 양팔을 자유자재로 빙빙 돌리며 찌직거리는 소리를 연신 뱉어낸다.
"더블요요의 효과 발동. 묘지에서 [SR 빨간 눈의 다이스]( LV 1 / ATK 100 )를 특수 소환한다!"
찌르르 우는 요요 아래에 주사위가 달랑 하나 나타났다. 주사위는 요요에 퍽 충돌하더니 핑그르르 굴러갔다.
"또 레벨을 조정하는 몬스터인가."
"[SR 더블요요]( LV 4 → 6 )의 레벨을 6으로 변경한다!"
"다시 패스트 드래곤을 소환할 속셈인가?"
"나한테 패스트 드래곤은 하나 뿐이다."
"그래? 안타깝게 됬군."
"안타깝긴 뭘. 엑스트라 덱에 하나 뿐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만 소환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렌타로는 두 몬스터를 들어올렸다.
"패스트 드래곤의 펜듈럼 효과 발동! 더블요요와 다이스를 묘지로 보내고 펜듈럼 존에서 특수 소환한다!"
"펜듈럼 존에서 부활한다고?"
기상천외한 효과. 분명 반쯤 파괴된 상태로 빌빌거리던 녹빛 용은 어느덧 상처를 모두 회복하고 전선에 돌아온 것이다.
"되살아나라! [클리어윙 패스트 드래곤]( LV 7 / ATK 2500 )"
상처가 회복된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포스 스트릭스를 쏘아 맞추었던 시끄러운 바퀴가 그의 등뒤에 다시 나타났다.
"패스트 드래곤의 효과 발동. [RR-새털라이트 캐논 팔콘]( Rank 8 / ATK 3000 → 0 )의 공격력을 0으로 한다!"
"오호. 그렇다면 [RR-레디네스] 발동. "RR" 몬스터는 전투로 파괴되지 않는다."
"파괴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네 라이프는 어차피 0이 될 테니까!"
패스트 드래곤의 바퀴가 쏘아보내졌다. 뜨겁게 달궈진 바퀴가 백로의 가슴 덮개를 갈아버리고 불태웠다. 몸에 불이 붙은 기계새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 했다.
"배틀이다! 끝장을 내버려 패스트 드래곤!"
초록색 용이 성대한 불길을 내뿜었다. 백로를 완전히 태워버릴 작정으로, 완전히 녹여버릴 속셈으로 불꽃을 쏘아보냈다.
그 순간, 제시아가 민첩하게 카드 한 장을 빼어들었다.
"그리고 묘지로 간 [RR-레디네스]를 제외하고 2번째 효과 발동."
"뭐야?"
"이번 턴 내가 입는 데미지는 0이 된다."
"그럴수가!"
불길이 걷혔다. 백로는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다. 바퀴가 땅으로 떨어졌다. 패스트 드래곤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했듯이 새털라이트 캐논 팔콘 또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수복했다.
"메인 페이즈2!"
이번 턴에 끝내려는 작전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다음 턴에 살아남을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묘지에 있는 [SR 뱀부 호스]를 제외하고 효과 발동. 덱에서 [SR 전전 대공]을 묘지로 보낸다!"
"이제와서 덤핑이라.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봐라! 묘지에서 [SR 전전 대공]을 제외하고 묘지에 있는 [SR 빨간 눈의 다이스]( LV 1 / ATK 100 )를 다시금 소생!"
"다시 싱크로 할 속셈이였군."
"레벨7 패스트 드래곤에게 레벨1 다이스를 튜닝!"
렌타로는 전전 대공으로 주사위를 다시금 뽑아들었다. 주사위의 하단부에서 구멍이 송송 뚫리더니 추진 장치가 나타났다. 요란하게 불꽃을 뿜어내며 날아가는 주사위. 초록빛 용은 그 뒤를 따랐다. 허공을 헤엄치는 용의 몸에 새하얀 별빛 비단이 내려졌다.
별빛이 지나간 자리에 별가루가 맺혔다. 검은 연기가 사라지고, 빛이란 빛은 얼음 조각이 되어 모두 대기에 맺힌다. 제시아와 렌타로가 대치하는 필드를 별이 총총히 빛나는 무대로 만들며 용이 마침내 내려왔다.
"영롱히 빛나는 수정 날개. 얼어붙어라! 싱크로 소환!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 LV 8 / ATK 3000 )"
용의 비늘은 모두 새하얗게 얼어붙어 수정이 되었다. 몸 전체가 영롱하게 빛을 내는 보석이 되었고, 그의 날개며 머리까지 모두 얼음으로 조각한 아름다운 조각상을 보는 듯 했다.
"공격력은 새털라이트 캐논 팔콘과 호각이다. 애를 썻군."
"카드를 하나 세트. 턴 엔드다!"
새틀라이트 캐논 팔콘은 오버레이 유닛조차 없다. 하지만 공격력은 3000. 크리스탈윙에게 달려들어 자폭하고, 하급 몬스터로 렌타로에게 직접 공격하면 듀얼은 끝난다.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함정을 설치해야만 한다. 세트한 카드는 두번째 [신풍의 베리어 -에어 포스-]. 이번에야 말로 발동하겠다. 그런 일념으로 렌타로는 눈을 부릅 떴다.
--- 히데키 렌타로 ( LP : 1100 ) ---
몬스터 :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
마법 / 함정 : ■
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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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아 호라이즌 ( LP : 1500 ) ---
몬스터 : □[RR-새털라이트 캐논 팔콘]
마법 / 함정 :
패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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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
나지막한 희망.
"[RUM-스킵 포스] 발동."
"!!!"
그것은 의외로 간단하게 무너져내렸다.
"새털라이트 캐논 팔콘을 2랭크 위의 존재로 격상시킨다."
"그렇다면 랭크는……10!!!"
"랭크 업 엑시즈 체인지."
백로의 새하얀 몸 위로 불길하고 검은 구름이 꼈다. 검정 사이로 반짝거리는 번개가 눈이 부시게 빛난다. 어둠속에서 몸을 부풀리며 거대해지는 백로. 그가 한 층 거대해질수록 비명소리도 한 층 격해진다. 살을 찢고 근육이 터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백로는 제 몸을 쪼아가며 새로운 철갑으로 바꿔갔다.
"황금색 신에게 머리를 조아려라."
그리고 마침내 그 소리가 멎었다.
"엑시즈 소환. [RR-얼티미트 팔콘]( Rank 10 / ATK 3500 )"
세쌍이나 되는 거대한 황금 날개. 그리고 등 뒤로 이어지는 꼬리와 거대한 원반. 포구와 탄창, 캐논 모든 것이 황금색으로 반짝였다. 우중충한 검정을 모두 빨아들인 것은 기계새의 몸뚱아리. 오로지 무기에만 모든 빛을 보내고 제 몸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처럼 초라하게 해두었다.
"그래도 공격력 차이는 고작 500이야!"
"오버레이 유닛을 하나 제거하고 효과 발동. 상대 몬스터의 공격력을 1000 낮춘다."
"공격력을 낮춘다고?"
청천벽력같은 소리. 그 효과가 통한다면 공격력 차이는 1500으로 벌어지고, 다른 몬스터가 나올 것도 없이 렌타로는 패배한다.
"그렇게 내버려둘 것 같냐! 크리스탈윙의 효과 발동. 네 몬스터 효과를 무효로 하고 파괴한다!"
자신을 겨냥하는 황금빛 새를 보며 용이 포효한다. 그는 수정 날개를 펄럭이며 새에게 날아들었다. 그의 날카롭고 아름다운 발톱이 매의 심장을 찢으려 했다.
"소용없어."
하지만 무력하게도 그 발톱은 부러졌다.
"얼티미트 팔콘은 신. 일개 카드에 불과한 것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 한다."
"그럴리가……."
완전한 효과 내성. 외부 세계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모든 것을 차단한다. 그것이 얼티미트 팔콘의 효과. 크리스탈윙의 공격이 무색하게도, 매는 감정의 기복이 전혀 없는 눈동자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배틀. 공격해라. 얼티미트 팔콘."
여인의 손짓에 용의 몸 반절이 사라졌다.
……
제시아의 초월체 버젼은 이렇게 됩니다.
원래는 깜장 머리지만 부엉이의 프렌즈가 되면 부엉이색으로 머리색으로 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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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요오옷! 기분 최고닼!"
(IP보기클릭)59.15.***.***
"안녕하세오" | 17.07.17 22:53 | |
(IP보기클릭)2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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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크리윙 죽이겠다맨 등장--- | 17.07.18 22: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