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투리스모 스포트가 오랜 기다림 끝에 출시되었습니다.
빈약한 볼륨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방식에 논란이 있습니다만,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 네임밸류만큼 폭발적인 초기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란투리스모(이하 GT)를 처음 접했던 것은 2002년 PS2로 출시된 GT 도쿄-서울을 통해서였는데요.
레이싱 게임이라곤 릿지레이서와 데이토나USA나 세가랠리챔피언십 류만 접해본 저에게는 일종의 신세계였습니다.
지금도 시리즈 정점의 완성도였다고 생각하는 GT4는 온전히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차를 어떻게든 빠르게 몰기 위해 노력하는 재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 좁은 대학 자취방 한켠에 드라이빙포스프로를 들여놓고 뿌듯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HD시대를 맞이한 GT5 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컸던 작품이었습니다. GT5보다는 PSP로 출시된 GT포터블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깜짝 등장한 GT6는 5의 아쉬웠던 부분을 잘 보완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해, PS4가 나온 이후에도 꽤 오래 즐겼던 것 같습니다.
PS4가 출시 되고도 한참이 지나 이번 스포트가 출시 됐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코리아그랑프리를 계기로 F1을 위주로 모터스포츠에 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GT에서 수 없이 달려본 스즈카와 코트다쥐르에서 열리는 일본과 모나코 그랑프리가 그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PS4가 출시되고 한동안 드라이브 클럽 말고는 할만한 레이싱게임이 없었는데요, 그럴수록 그란투리스모의 부재는 매우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그 아쉬움을 달래줄 훌륭한 레이싱 게임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카스, 최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F1 시리즈, 더트 랠리, 아세토 코르사, 프로젝트 카스2...(엑스박스 진영까지 포함하면 포르자모터스포츠 시리즈까지)
그리고 그란투리스모 신작은 그 훌륭한 대안들이 넘쳐나는, 그래서 저조차 GT 신작에 대한 기대를 현저히 낮춘 2017년에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큰 기대 없이 접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GT스포트의 클로즈드 베타테스트에서 기대 이상의 큰 즐거움을 만났습니다.
싱글플레이 챌린지나 그간 온라인 레이싱과는 다른 데일리레이스 이벤트에 참여해 도전하고, SR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드라이빙은 또 다른 도전욕에 불을 지피더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 모터스포츠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접촉은 곧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유발할만한 접촉 없이 빨리 달리는 것,
그리고 경쟁자가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만큼의 공간을 내주면서 달리는 것, 현저히 빠른 차에게는 안전하게 자리를 내주는 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게임에선 그렇지 않죠.
여기 이 게시판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게임에서 브레이킹을 늦게 해서 바깥 쪽에서 정상으로 선회하는 차량을 들이 받고 그 반동으로 코너를 돌아 추월해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사실 지금 이시간에 GT스포트 온라인에 들어가봐도 많...)
처음 GT를 접했을 때, '레이싱게임에서 브레이크를 이렇게까지 밟아야 된다고?' 하며 어색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마 스포트모드의 플레이 경험이 늘 수록, 더 많은 유저들이 사고를 유발하지 않고 다른 차에 공간을 내주며 공정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 GT 스포트의 추돌 시 반응이 PS2 시절과 다르지 않은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절대 부서지지 않을 쇳덩어리 두개가 퉁- 하고 부딪쳐 밀리기만 하는 것이요.
차량 수도 극도로 적고, 서킷도 몇 되지 않습니다. 특히 코트다쥐르와 실버스톤, 스파프랑코샹 같은 유명한 곳이 빠진 것은 많이 아쉽습니다.
콕핏 시점에서의 노면진동은 극도로 자제되어 있고, 유저의 시선은 스태빌라이저를 단 카메라처럼 평온하여 콕핏시점의 긴장감을 반감시킵니다.
이건 국내 한정이지만 일부 영상에 한글 자막이 없는 등 마감(?)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T스포트는 여전히 그란투리스모다운 타이틀입니다.
차를 몰아 경쟁하는 즐거움을 가르쳐 주는 느낌이랄까요.
스케이프모드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내 차가가 여기 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챌린지모드에서는 올골드를 목표로 재시도를 반복하게 만듭니다.
가끔은 아케이드모드에서 원하는 곳을 원하는 조건에 놓고 달려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포트모드는 그 모든 아쉬움을 접어두고 도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과거 그란투리스모로 인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서킷에서 차를 빠르게 모는 법' 을 배운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으로 인해 '여러대가 서킷에서 경쟁할 때 드라이빙하는 법' 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를 모는 즐거움, 경쟁하는 즐거움, 그런 모터스포츠의 매력.
적어도 제 눈엔 그걸 알려주는 GT신작은 그 모든, 아주 명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매우 훌륭한 타이틀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모두에게 추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 안해보셨다면, 특히 레이싱과 모터스포츠를 좋아하신다면 꼭 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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