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과 매너를 지키며 즐거운 듀얼을 하자!=
=본 팬픽은 OCG/오피셜 카드 게임 룰을 준수합니다=
태양도 잠든 새벽 3시.
A구역 유일의 길드 존이자 인형들의 조용한 성이었던 토처블 킹덤은
넓은 자리가 필요하답시고 처들어온 무뢰한들이 끌고온 수 많은 전자기기에 그 침묵을 유린당한 것도 모자라
깔끔했던 중앙 홀은 수 많은 블랭크 카드 더미의 무덤이 되어 있었고,
거기에 더해 하우스용 냉장고를 2개씩 붙여놓은 듯한 크기의 전자 기기들과 그 부품들.
덤으로 3일 밤낮 꼬박 잠들지 않고 일하느라 쌓인 캔커피의 산에게 그 자리를 점령당하고 말았다.
"으..으으음.. 선배애애.. 더는.. 못해요."
"얘는 징그럽게 잠꼬대도 날 들먹이냐.."
"좀 봐줘 미래양을 도와주느라 같이 철야한 신세잖아, 자.. 여기 커피."
"봐주긴 무슨! 프로페서 일당에게 속아서 내 목숨이나 노렸는데.. 커피 땡큐."
3일 철야의 결과인 수마의 다이렉트 어택을 견뎌내지 못한 도담한 가슴의 여성, '페레스'는
자신이 걸친 흰 가운을 이불삼아 바닥에 엎어진채로 잠꼬대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그 광경을 다크서클 잔뜩 낀 눈으로 게슴츠레 하게 바라보며 기분나빠하는 빨강 미역머리 전직니트 강미래에게
간만에 '외팔이' 신세로 돌아온 헐렁해보이는 남자, '초룡'이 페레스에게 좀 너그럽게 대해달라고 부탁하며,
동시에 남은 왼 손으로 직접 탄 블랙 커피를 전달했다.
그리고 커피를 받아든 미래는 뜨거운 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블랙커피를 여유롭게, 마치 냉수 마시듯 단숨에 들이켜 잔을 비워버린 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설탕이 좀 더 들어갔음 좋겠다는 짤막한 감상을 돌려주며 다시 소형 십자 드라이버를 돌려가며 기계부품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 차력쇼 저리가라 할 법한.. 뜨거운 커피를 식히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원샷한 초인적인 내구성을 보여준 미래에게 경악하는 건 나중으로 하고,
초룡은 기계부품들과 씨름하고 있는 미래에게 줄곧 묻고 싶었던 화제를 속에서 끄집어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미래양, 단 둘만 남게되서 묻는건데."
"뭔데."
"회의 당시, 왜 끝까지 반대하지 않았던가야?"
"아, 그거.."
초룡이 꺼내든 질문,
그 발단이 된 마이스터즈 회의 때의 일을 상기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적거리며 필사적으로 그 당시의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던가.. 에 대해 생각해보는 미래.
하지만, 철야로 인해 쌓인 피로 덕에 제대로 두뇌회전이 되지 않던 탓인지, 대답하는 게 굼떠졌고.
그런 미래의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초룡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당시, 고심하던 마스터, 아니 소찬은 결국 타깃이 두 군대로 나뉜 만큼 우리도 둘로 나뉘어야 한다고 했었지."
"맞아."
"하지만 나랑 카를은 거기에서 의견이 갈렸고."
"그랬지."
"그런데.. 거기서 조용히.. 아니, 광적으로 안티 크래쉬먼트 제조 작업을 하고 있던 미래양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마스터에게 항의하기 시작했지."
"........"
초룡이 말했던 대로, 여러 의견으로 나뉘어졌던 마이스터즈 길드 회의 당시.
라 시스크마 공략전에 참가하자는 찬성 의견이 1,
라 시스크마 공략전은 관두고 I'3사를 점거한 녀석들을 물리쳐 I'2사에 빚을 만들자는 반대 의견이 1,
그리고 안티 크래쉬먼트를 만드느라 손을 땔 수 없어서 기권 의견이 1이 나온 이 시점에서.
길드 마스터이자 최종 결정권을 가지게 된 소찬은 새로운 카드인 '두 팀으로 나뉘자'를 꺼내들었다.
이에 처음부터 반대쪽이던 초룡은 당연히 그 뜻에 반대했고.
소찬 바라기인 카를은 소찬과 한 팀이 된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며 소찬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 미래가 더는 못 들어주겠다며 소찬에게 일갈하기 시작했다.
"너 지금 제정신이야? 안티 크래쉬먼트가 있다고 처도, 적은 빼곡하고 가득한데, 또 분단해서 싸우자고?"
처음엔 초룡 이상으로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반대했고.
.........
"집어치워! 넌 왜 항상 그렇게 무모하게 싸우려는 거야!? 아무리 우리가 힘없고 능력없고 비실비실하기 까지 하다만!"
"이의있소! 전 힘없다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카를 넌 빠져있어! 아무튼, 그런 사지로 홀로 뛰어드는 행동, 난 죽어도 못 봐."
동시에 소찬을 걱정하기에, 그녀가 또 상처입지 않았음 하는 마음에서 고집을 밀고 가다가.
.........
"그래 좋아, 뜻대로 해주겠어! 그 대신! 약속해, 작전결행 일시는 꼭, 안티 크래쉬먼트 카드가 완성되고 난 직후로 할 것, 그리고! 절대로.. 다치거나 해선 안돼! 또 네가 어디서 구르다 다치면, 내가 초야 할머니한테 맞아죽을테니까!"
소찬과 뜨거운 설전 후, 하는 수 없이,
왠지모르게 빠르게 승복하는 느낌으로 그녀의 손을 들어주는 형태로 회의가 마무리 되었다.
물론, 그 일련의 반응 전부는 여태껏 미래를 곁에서 봐온 초룡으로선 당연히, 미래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볼 수도 있었으나,
회의 도중, 설전이 확대되어 가는 시점에서, 미래가 너무 순순히 꼬리를 내린 것이 그는 영 마음에 걸렸다.
마치, 처음부터 두 팀으로 나누자는 이야기가 소찬의 입에서 나오길 기다린 다음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진심을 듣고
거기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미래양은 절대로 소찬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선택만큼은 안할거라 생각했거든, 병원에서도 그렇게 걱정했었으면서 그런데 왜.."
"나는.. 그 아이의 짐이 되려고 콜로니에 올라온 게 아니니까."
그런 거였군.
초룡의 추궁에 무심하듯 내뱉은 미래의 말로, 초룡은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미래가 왜 그런 선택을 내린 것인지.
"난 애초부터 그 아이랑 같은 길드원도 아니었고, 혈연도 아니고, 만나게 된 것도 그저 그 아이가 지나가는 통과점에서 만났을 뿐인, 그런 관계야."
"..."
"그런데도, 어쩌다보니 사건 사고에 휘말려 함께 다니게 된 뒤로, 그 아이의 이런저런 치부도 보고, 괴로워 하는 것도 보고, 열심히 하는 것도 봤지."
"....."
"그걸 보고 난 뒤, 난 그 아이의 동료가 되기로 결정했고, 그와 동시에 힘이 되고자 같이 노력해서 콜로니로 돌아왔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전부 그 아이의 도움이 되고 싶어서야, 다른 이유는 없어."
"......"
"물론, 헐렁남 네가 말한대로 소찬을 다치게 하는 선택만큼은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아까 말한대로, 난 그 아이의 짐이 되고 싶진 않았어, 최소한 길드라고 하는 같은 터울에 있는 한, 내가 그 아이의 동료인 한, 절대로! 그 아이가 내가 다치는 걸 걱정해서 선택지를 좁히고, 그 결과를 통해 후회하는 것 만큼은 보고싶지 않아, 난 도움이 되기 위해 함께온 거지, 걱정거리가 되기 위해 여기 있는게 아니니까."
이건 미래의 결의였다.
소찬은 또 다시 위험책을 택했다.
그건 소찬이 다시는 다치지 말아줬음 하는 미래로선 결코 허락할 수 없는 행위이긴 했으나,
거기에 극구 반대하며 척을 지는 것 또한, 올바른 일이 아니란 것도 미래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래는 입술을 깨무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뜻을 굽히며 동시에 소찬의 말에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콜로니로 올라온거지, 짐덩어리가 되려고 올라온 게 아니기에
자신이나 다른 동료들을 지킨다는 것을 방패삼아, 소찬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그 선택지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믿고, 등을 맡기며, 이 험난한 듀얼 라그나로크, 그리고 프로페서 일행들과의 싸움에서도 뜻을 함께하며
함께 싸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굳은 마음을, 미래의 본심을 듣게된 초룡 역시, 수긍할 수 밖에 없구만 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다른 목적과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마이스터즈란 길드에 속해있으며, 같은 뜻을 가지고 모인 동료인 이상
서로가 서로를 도울 지언정,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기에
미래의 굳은 의지를 재확인한 초룡은 속 시원해졌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됐네요 이 사람아.. 자, 받아."
"벌써 다 된거야?"
본심을 털어놓은게 꽤 쑥쓰러웠던 건지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여태껏 만지작 거리던 기계부품, 아니 초룡의 '오른팔'역할을 해주고 있는 듀얼 디스크가 일체화 되어 있는 '기계식 의수'를
조정 끝났다며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는 미래였다.
"고마워 미래양, 원래는 병원에 맡겨서 점검해야 할 물건인데 미래양한테 봐달라고 해서."
"됐고, 빨리 껴보기나 해."
"알았어."
-철컥-
"후우.."
-기잉, 기잉-
"상태 좋은데?"
요근래 쉴 틈 없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했던지라, 상태가 영 좋지 못했던 파트너가 새것이 된 것 마냥 시원하게 작동하는 걸 보며
영 허전했던 오른팔이 다시 제 자리를 되찾았다는 것에 기뻐하곤 의수를 움직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초룡.
이걸로 앞으로 있을 싸움에도 걱정없겠어, 라며 안심하던 찰나..
"어때?"
"의수 말이야? 잘 움직이는데?"
"그거 말고, 다른 쪽."
"다른 쪽이라니? 왼쪽은 의수가 아니라고 미래양."
"아 진짜 답답하긴!"
"우왁!?"
난대없이, 뜬구름 잡는 소리로 초룡의 반응을 살피던 미래는 뭐가 답답했던 건지.
의야해하는 초룡을 덮쳐 입고 있던 차이나 수트를 벗기는 돌발행동을 벌이는 게 아닌가!?
"자..자자자자!! 잠깐! 미래양! 이게 무슨!?"
"가만히 좀 있어! 쓸때없이 덩치도 크면서! 왜 이렇게 소녀같이 굴어!"
"아니, 그게! 마음에 준비는 둘째치고 전연령적으로 안됄법한! 일이 닥쳐서 곤란해 죽을 지경인데!!"
"뭔 소리를 하는거야! 얌전히 좀 있어!"
갑작스럽게 위에서부터 덮친 터라,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던 초룡은 그저 미래의 손길에 옷섬이 풀어 해쳐질 수 밖에 없었고.
반대로 당황해하는 초룡을 테이크 다운 시킨 뒤, 기어코 목적인 차이나 수트의 가슴팍을 열어 초룡의 맨 속살을 확인해보는 데 성공한 미래는.
"됐다..! 조금, 줄어들었어."
가슴팍에 있을 '검은 흉터'들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어라? 미래양.. 이건?"
"후우.. 임시방편이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네."
"설마.. 미래양이?"
그제서야 초룡은 미래가 자신의 가슴팍, 그 속에 있을, 옷으로 감춰져 있는 피부를 확인하려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이 '검은 흉터', 아니.. 흉터라고 부르기에도 끔찍한, 살아있는 상처, 크래쉬먼트 카드의 '독기'로 인해 생긴,
초룡의 몸에 달린 '시한폭탄'이 제대로 억제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말이다.
"그래, 댁의 의수, 듀얼 디스크 일체형이잖아, 거기에 안티 크래쉬먼트에 탑재할 '강화형 안티 프로그램'을 설치, 항시 활성화시키도록 조정했어, 신체 내부에도 안티 프로그램을 통한 전기 신호가 들어가게 알고리즘을 짜는 게 좀 힘들긴 했지만, 이걸 보니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네."
"내가 미래양이 만들어내는 거에 여러번 놀라긴 했지만, 오늘은 그 중 역대급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네."
"칭찬할 거 없어..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니까.."
미래는 초룡에게서 떨어지며 그 상처의 진행이 멈춘 이유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댁 몸에 생긴 상처가 무슨 원리로 생긴거고,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지.. 잘 몰라.. 내 전공은 의학이 아니니까, 하지만.. 어찌됐건 크래쉬먼트에 의해 생겨난 거니까, 안티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을지 몰라서 조치해둔 거에 지나지 않아, 운좋게 상처가 더 벌어지는 건 늦췄지만.."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내 몸을 고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 겠지."
초룡도 이미 알고 있을,
'종언의 카운트 다운'의 임박 시간을 조금 더 늘렸을 뿐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
미래도, 초룡도 알고 있었다.
미래가 해둔 조치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자 응급처치.
구멍이 잔뜩 뚫린, 언제 터질지 모를 댐에 난 구멍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워 덧씌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초룡의 몸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고.
그건 히늘 위에 거대 도시를 띄울 정도로 발전한 현대 의학으로도 결코 고칠 수 없다고 판정 받은 상태다.
미래가 안티 프로그램을 신체에도 흐르게 하여 독기를 중화, 상처가 악화되는 것 만큼은 어떻게 늦추긴 했으나,
이게 초룡의 목숨을 완벽하게 구해줄 순 없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만, 그 결론이 입 바깥으로 나오자, 두 사람 사이에 씁쓸함이 만든.. 작은 침묵이 생겨났다.
"이거 이상으론.. 할 수 없었어.. 미안해."
"미래양이 사과할 게 아니잖아, 되려 날 이렇게 쌩쌩하게 해준데에 감사의 인사를 해도 모자를 정도라고."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댁은 진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인데! 그런데.. 그런데 난!"
까마득한 현실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슬픔이 복받쳐온 것인지.
미래는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한 짓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게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싸우려는 남자의 명줄을 조금 더 늘려놓은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가 고통받을 시간을 더 늘려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프로페서보다 더더욱 잔인한 짓을 한 거라며 자책할 법한 일이기도 했다.
"미래양이 하려는 말이 뭔지, 잘 알아.. 그러니까 자신을 탓하지마."
"난 당신을.. 억지로 전쟁터로 내모는 행위를 하고 있는 거라고! 소찬에겐 다치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 한 주제에! 이게 뭐야! 당신한텐.. 그런데..!"
"그게 내가 원하던 거야."
홀 크라운 파티 당시에도 말했었지만.
초룡은 여기서 포기하고, 도망치고, 나자빠질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그에겐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고, 시한부 인생 선고 따위는 앞으로 해야할 일에 걸림돌이 될, 작은 방해물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이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결의는 지금도 변치 않았고.
그렇기에 미래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반론하였다.
"난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어, 소찬에게 진 빚을 갚지 못했고, 마르네스 녀석과 한 약속도 지키지 못했어, 그런데 이런 몰골로 죽는다고? 절대로 못 죽지."
"죽고 사는게..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아?"
"적어도, 내 목숨과 내게 주어진 시간 정도는 내 마음대로 쓰고싶어, 그리고 미래양은 그럴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준거야, 그러니.. 고맙다는 말 밖엔 할 수 없어, 고마워, 미래양."
그리고, 이 줄어든 시간을 늘려주어 조금 더 제멋대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 미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뜻도 전하면서 말이다.
"알았어.. 이제 더 말리거나, 실랑이 하는 것도 관둘게."
"미래양.."
"대신, 약속해.. 절대로, 이 일이 끝나기 전 까진.. 죽지마."
자신이 내뱉은 말이,
이뤄질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미래는 기어코, 그걸 입 밖으로 내뱉었다.
하지만..
"............"
초룡은 그 약속에 확실한 대답을 돌려주지 않았고.
대신, 침묵을 유지한채로, 그저 씁쓸한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듀얼 콜로니, H구역 세몬, I'3사 본사 건물 신디아 페가서스 타워>
하늘 위의 결투도시, 그곳에서 열리는 결투신을 가리기 위한 신의 재전.
'듀얼 라그나로크'도 어느덧 중반부.
기업 지구인 H구역과 한참 동떨어진 환경 구역에서 그 듀얼 라그나로크를 한창 달궈줄 역대급 이벤트인
'라-시스크마 공략전'이 한창인 와중.
그런 공략전 따윈 알 바 아니라는 듯, 듀얼 몬스터즈를 제조,관리하고 있는 회사인 'I'3사'의 본사 건물,
신디아 페가서스 타워에 여느때완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비빗, @유닛, 적성 존재 비확인, 패트롤 재개합니다.-
지상은 물론이고, 높디 높은 페가서스 타워의 상공에도 보일 만큼 빼곡히 배치된 무인 경비 드론들이
말 그대로 '삼엄한'분위기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유인 즉슨, 불과 몇일 전 까지만 해도 I'3사의 실권을 쥐고 있던 회장, '소니아 J 크로커슘'이 실각시킴과 동시에
그녀의 자리를 제멋대로 강탈한, 자신을 후대 회장이라 자칭한 '아르젠트 J 크로커슘'이 보다 이 지휘를 확고히 하기 위해.
그리고 완전히 I'3사를 자신의 수중에 넣기 위한 마련한 주주총회를 열리기 때문이었다.
물론, 듀얼 몬스터즈의 현장이나 다름 없는 장소에서 이런 빅뉴스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시선은 모두 '듀얼 라그나로크', 그리고 그 속의 이벤트인 '라-시스크마 공략전'에 쏠려있기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고, 이런 중요하고도 신중해야 할 시기에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지 않고,
회장직의 교체란 터무니없는 대변수가 신속하게 처리되려 하고 있는 것이 어딘가 더 뒤숭숭하기 까지 했지만 말이다.
허나,
그런 용의주도함에 의해 생긴 고요함은 역으로, 이 주주총회, 정확히 말해서 아르젠트 신(新)회장의 횡포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에겐
방해하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찬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파아아앗!-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누비는 검은색의 기체.
만든 사람이 말하길, 지상의 왕자인 사자와 하늘의 지배자인 독수리의 장점만이 모인 환상의 동물, '그리폰'처럼
하늘을 누비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수제 D-셔틀이자 소찬의 애마인 그리폰이 환경 구역에 자리잡은 사막으로 소찬과 카를을 배달해주고 난 뒤,
무인 조작으로 기업 구역까지 날아와 지금은 같은 마이스터즈의 동료, '초룡'을 태운 채로 또 다시 하늘을 누비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었다.
'후.. D-셔틀은 마르네스 걸 타본 뒤로 처음이긴 하지만, 꽤 잘 움직여주는데? 아니지, 기체가 좋은 탓인가? 어쨌든.. 이대로 타워쪽으로 천천히.."
-비빗, @유닛, 경비 구역에 침입을 감지, 배제, 퇴각 행동으로 옮기겠습니다.-
'옳커니, 미끼를 물었구나, 어서 이쪽으로 오라고!'
신디아 페가서스 타워에 잔뜩 주둔해 있는 경비 드론을 일부러 자극하는 괴상한 행동을 보이는 초룡.
아무튼 그 덕에 얌전히 감시에만 집중하고 있던 드론들은 일제히 초룡을 적성 존재로 판단해 추격하기 시작했고.
마치 낚시대에 걸어둔 미끼를 발견하고 모여드는 물고기 때를 만난 강태공처럼,
초룡은 드론 무리들을 꼬리에 물고 주변 공역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좋아.. 조금 더, 조금 더 모이라고..'
초룡이 이런 폭주족들이나 할 법한 드론 몰이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신디아 페가서스 타워에 펼쳐진 삼엄한 드론 경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
"무인 드론이 쫙 깔렸네, 거기에 건물 내부에도 시큐리티 병력들이 보이는 것 같고.."
"대처 빠르구만, 완전 철통경비야."
"아마도, 제가 소니아 회장님을 되찾으러 올 거란 걸 예상했기 때문이겠죠.
지금으로부터 약 1시간 전, 신 바로 신 회장이라 자처하는 불헌당에게 붙잡힌 I'3사의 전 회장, '소니아 J 크로커슘'을 구출해
이 말도 안돼는 촌극을 끝내려하는 회장 비서 '시므렛 시몬스'와
그녀의 구원 요청을 수락한 E랭크 길드 마이스터즈의 일원, '강미래'와 '초룡', 이렇게 셋으로 이뤄진 전 회장 구출대는
"그런데 당신, 회장 비서잖아, 그 정도 직급이 있으면 어떻게 항의하거나 할 수 있지 않아?"
"물론 항의했습니다만, 돌아온 건 제 직책과 권한의 박탈이었습니다, 여러분을 도와드릴 때 까진 어떻게 손쓸 정도의 여력은 남아있었지만.."
"빠르게 대처당했다 이거구만."
"그렇습니다.."
"하여간에, 우릴 도와주겠다고 자격 시험까지 했었으면서 이게 뭔 꼬라지냐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본사 건물을 관찰하며 어딘가에 구금되어 있을 소니아 회장을 되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만.
소니아 회장의 위기에 당연히도 충성심 높은 비서인 시므렛이 구출하러 올 거라 예상해 둔 건지,
주주총회를 방패삼아 회사 건물의 경비를 한층 더 강화시켜 둔 상태였던 탓에
권한도 강탈당한 시므렛과 애초에 아무런 권한도 없던 마이스터즈 두 사람이 섣불리 내부로 들어간다는 건 자폭행위에 불과해
시작부터 난해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지나간 일 갖고 투정대는 건 접어두고 들어갈 방법이나 생각해보자고, 시므렛양, 뭔가 비밀 통로 같은 건 없어?"
"비밀 통로..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만, MCNS와 본사 건물로 이어진 기밀 엘리베이터를 보수하는데 쓰이는 간이 통로가 있습니다."
"그거, 쓸 수 있는 거야?"
"네, 애초에 MCNS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는 저와 소니아 회장님 정도만 알고 있는 기밀 사항이기도 하고, 그 통로는 MCNS를 수리하는 데 사용할 무인 드론이 이동하는 데 사용되는 간이 통로니까요."
그러던 와중,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던 초룡이 번뜩이며 내민 아이디어를 수락한 소니아는 자신의 전자단말에 담긴 기밀 파일,
그곳에 담겨져 있던 신디아 페가서스 타워의 내부 도면을 솔리드 비전으로 출력했고.
3차원 입체도로 출력된 신디아 페가서스 타워의 전경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방금 설명한 간이 통로로 이어지는 장소를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 통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일차적으로 도착할 장소는 신디아 페가서스 타워의 중앙 플로어, 즉 '50층' 정도가 될겁니다."
"참고로 회장님이 감금된 장소는 어디야?"
".... 저도 확신할 순 없지만.. 회장님을 숨길만한 장소는.."
"최상층의 회장님 방 밖에 없다, 이건가."
따로 시므렛이 조사한 결과, 소니아 회장이 불헌당에게 습격, 구금된 뒤에 딱히 회사 바깥으로 뭔가 옮기는 움직임은 없었고.
아무리 소니아 회장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할 지언정, 그녀의 존재는 현 I'3에서 없어선 안됄 존재이기 때문에 제거하기도 곤란했을테니,
사람을 숨기기에 가장 안성맞춤이고, 왠만한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I'3사의 회장만이 들어올 수 있는 최상층, 회장의 방에 그녀가 구금되어 있을 거라는 추측을 내놓는 시므렛이었다.
"적도 바보는 아닐테니, 드론 말고도 내부에 경비 병력을 배치해놨을 겁니다, 거기에 비밀 통로의 존재도 완벽히 모른다곤 할 수 없겠죠."
"뭐야 그게.."
"애초에, 저렇게 드론들이 사방에 깔려 있어서야, 비밀 통로로 가는 입구에조차 들어서기 힘들어보이지만 말이죠."
"그럼 이렇게 하자고, 병법 삼십육계중 하나, 성동격서를 쓰자."
"헐렁남, 너 은근히 책사 기믹 밀고 있는 것 같은데, 별로 신통치 않으니까 그만둬주지 않을래?"
"성동격서.. 그렇군요, 미끼를 던져 적을 유인하고, 그 사이 내부로 침입하자는 거군요."
초룡이 꺼낸 작전에 영 시큰둥해 하는 미래는 제쳐두고,
그 방안을 수락한 시므렛에 의해, 결국엔 제안을 꺼냈던 초룡이 소찬에게서 빌리기로 한 그리폰을 타고 타워 주변을 맴돌며 드론을 유인.
남은 두 사람이 비밀 통로를 향해 잠입, 회장을 구출하는 작전이 실행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이 정도면 시간벌이는 충분할 터, 나머진 이 드론들을 떨궈내고 미래양에게 합류만 하면..'
"거기 서라아아아!"
미끼 역할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자신도 얼추 몸을 숨긴 다음에 미래와 합류할 생각을 하던 초룡이었으나,
그의 배후로부터 손쌀같이 날아오는 흰색과 검은색의 마블 컬러링을 가진 D-셔틀이 쫒아오기 시작했다.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어딘가 심상찮아 보이는 시큐리티를 태우고서 말이다.
"서라 서라 서라!! 무단 침입! 공무집행 방해! 체포한다아아아!"
-비빗, @유닛으로부터 시큐리티에게 권고, 떨어져 주십시오, 이동에 방해가..-
"시끄럽다 기계 따위가! 내 실적을 가로채게 놔둘쏘냐! 나 고몽태님의 길을 막지마라!"
"뭐야 저거..? 드론을 패대기 치고 있잖아?"
어딘가 맛이 간.. 것 처럼 보이는 시큐리티, '고몽태'라고 자신의 이름을 외친 중년의 남성은
자신의 공무집행에 방해가 된다며 곁에서 날고 있던 드론들을 패대기치는 기행을 선보였고.
아군이나 마찬가지인 드론을 제 스스로 격추하는 상식밖의 행동에 도망자인 초룡은 되려 벙찌고 말았다.
"이걸로 방해꾼은 사라졌다! 거기 무뢰배! 얌전히 자수하지 말라고! 듀얼로 체포해줄테니까!"
"뭐? 아니, 보통은 반대잖아!"
"시끄럽다아아아! 듀얼 모드 ON!"
보통, 용의자를 체포하기 전에 시큐리티는 항상 용의자에게 얌전히 투항할 것을 권고하는 게 상식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고몽태란 시큐리티는 그런 원칙도 무시한채 막무가내로 시큐리티에게 배급되는 전용의 D-셔틀
'D-체이스'에 부속된 강제 듀얼 프로그램을 발동, 추적 대상인 초룡과 그가 타고 있는 D-셔틀인 그리폰의 가속을 늦춰
일방적으로 듀얼에 끌어들였다.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네.. 암만봐도 제정신은 아니야.. 하지만, 이 상황은 내게 있어 호재, 상대가 무력이 아닌 듀얼로 실력행사를 하겠다면 받아줄 뿐!'
비상식적인 언행을 보이는 고몽태에게 수상함을 느끼긴 했으나,
시큐리티가 무력을 앞세워 자신을 체포하려 달려드는 것 보단, 듀얼을 앞세우는 쪽이 형편이 좋다며
듀얼을 수락, 초룡에게 있어선 첫 체험인, D-셔틀을 타고 벌어지는 고공의 듀얼이 시작되었다.
-듀얼!-
초룡 LP:4000
고몽태 LP:4000
"내가 먼저 시작하겠어, 패에서 레벨 4의 일반 몬스터, 이그나이트 드래그노브를 소환, 그리고 카드 3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상태가 요상하긴 하다만 상대는 시큐리티, 것도 이 신디아 페가서스 타워를 지키기 위해 투입된 걸로 생각되는 듀얼리스트야, 여기선 신중하게, 상황을 살펴보자고.'
"벌써부터 겁먹고 소극적으로 나오는거냐! 무뢰배 녀석, 순식간에 정리해서 내 실적으로 삼아주마, 드로우!"
난대없이 듀얼을 걸어온 시큐리티의 상태가 영 신경쓰이긴 했으나,
지금은 듀얼중, 상대는 이 듀얼 콜로니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시큐리티의 일원인 만큼.
제대로 준비해두지 않으면 순식간에 당할 거라 예상하며, 몬스터 1장, 리버스 3장이란 평범하면서도 초룡 입장에선
신중히 탐색하기 위한 포진을 남겨두며 턴을 넘겼고.
이에 턴을 넘겨받은 고몽태는 그런 허접한 필드론 쉽게 당할 뿐이라며 자신만만하게 카드를 뽑아 패를 관찰했다.
"좋아, 이 패라면 광속처리다!"
"?"
"각오해라! 난 패에서 홀리 라이트닝 윙스를 소환! 그리고 윙스의 효과로 패에서 홀리 라이트닝 스케일을 특수 소환!"
'빛속성, 천사족에 특수 소환 전개를 특징으로 하는 홀리 라이트닝 시리즈잖아? 잠깐.. 저걸 다루고 있다는 건..'
"계속해서 스케일의 효과! 특수 소환에 성공했으므로 패에서 또 다른 홀리 라이트닝을 부르겠다, 나와라 샙터! 샙터의 효과로 덱에서 스로네를 서치!"
빛속성, 레벨 4로 이뤄진 천사족 카드 시리즈,
'홀리 라이트닝'의 이름을 가진 단숨에 날개를 가진 천사 윙스, 천칭을 연상케하는 천사 스케일, 그리고 왕홀의 모습을 한 천사 셉터로
이어지는 3단 소환 콤보로 인해 시큐리티의 필드 위엔 벌써 3체의 몬스터가 집결하는 장관이 벌어졌다.
'벌써 몬스터가 3장씩이나..? 이 빠르고도 날카로운 전개방식, 역시나, 이름을 들었을 때 부터 설마 했는데.. 시큐리티 소속의 A랭크 길드, '헤븐 시큐리티'의 고몽태로군!'
"나온 3장으로 오버레이!"
이름을 떠벌렸을 때 부터 짐작했으나, 천사족 몬스터를 삽시간에 3체씩이나 쾌속 전개해내는 날카로운 솜씨에
상대가 A랭크 길드의 듀얼리스트, 그것도 유명한 '헤븐 시큐리티'의 소속원이란 사실을 눈치챈 초룡이었다만.
그런 초룡을 내버려두고, 고몽태는 삽시간에 모인 3장을 바로 겹쳐, 같은 레벨의 몬스터를 병행시켜 실행하는 '엑시즈 소환'을 시도하였다.
"영광스런 공무집행을 위해 현장으로 출동하라, 빛의 파수꾼이여!"
-파앗!-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엑시즈 소환! 와라 랭크 4, No.103 홀리 라이트닝 글로리어스 헤일로!"
오버레이 유닛이 만들어낸 소우주를 통해 하늘 위에 반짝이는 별자리, '사수자리'처럼, 거대한 빛의 활과 화살을 들고 나타난 광휘의 천사.
영광의 이름을 가진 글로리어스 헤일로가 고몽태의 필드 위로 날아올랐다.
"빨리도 주력 몬스터가 나오셨군!"
"글로리어스 헤일로의 소재로 사용된 샙터의 부여 효과 발동! 글로리어스 헤일로 이외의 카드를 파괴해 1장의 카드를 드로우 하겠다! 내가 노릴 건 당연히 무뢰배! 네가 세트한 좌측의 리버스 카드다!"
글로리어스 헤일로의 소재가 된 몬스터, 홀리 라이트닝 셉터의 특징인 이 카드를 소재로 한,
소재 3개를 요구하는 엑시즈 소환의 소재가 되었을 때. 그 몬스터에게 부여하는 부가 효과에 의해 글로리어스 헤일로에겐 내장되어 있지 않은
파괴 효과가 발동, 초룡이 덮어둔 3장의 세트 카드 중, 좌측에 덮어둔 세트 카드를 타깃으로 삼아, 글로리어스 헤일로의 화살이 쏘아졌다.
"손놓고 당할 수야 없지, 리버스 카드 오픈! 속공마법 이그나이트 유나이트! 자신 필드 위의 이그나이트 카드를 파괴하고, 덱에서 이그나이트를 특수 소환한다! 난 효과 대상이 된 드래그노브를 파괴해 덱에서 이그나이트 스팅거를 수비표시로 특수 소환!"
"파괴되기 전에 효과를 쓰다니 잔재주를 부리긴! 하지만 파괴는 성공했으므로 1장을 뽑는다!"
'드로우를 준 건 좀 아쉽지만 이걸로 됐어, 이전까지의 마스터룰 이었다면 패에 남은 카드들로 추가 전개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신 마스터룰인 지금,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글로리어스 헤일로가 있으니, 추가 엑시즈 소환으론 이어올 순 없을 거야.'
비록 몬스터의 부가 효과로 인해 카드 1장을 잃고, 패 1장도 추가로 주긴 했지만.
초룡은 지금 상황이 그렇게 나쁘게 흘러가고만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라-시스크마 공략전을 비롯한 현 시기에 맞춰 바뀐 '신 마스터 룰'의 특징인
'엑스트라 몬스터 존'의 유무로 인한, 엑스트라 몬스터의 연속 소환 불가 룰이 바로 판단의 근거였다.
지금 홀리 라이트닝 글로리어스 헤일로가 고몽태의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자리잡고 있는 한.
남은 패에서 추가로 홀리 라이트닝 몬스터들을 불러봤자 엑시즈 소환으론 이어올 수 없기 때문에,
이대로 얌전히, 수비표시 상태인 스팅거를 전투로 잃더라도, 라이프를 온존시킬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있었다.
하지만..
"어이 무뢰배! 네 속샘 따윈 진작에 눈치챘다!"
"?"
"이미 엑스트라 몬스터존에 내 에이스 몬스터인 글로리어스 헤일로가 있으니, 내가 추가로 엑시즈 소환을 할 순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
"정곡이군! 하지만 그건 너 같은 삼류 범죄자나 할 발상! 상부로부터 새 카드를 지급받은 내게 있어 신 마스터룰 따윈 족쇄가 될 수 없다! 내 엑스트라 몬스터 존의 글로리어스 헤일로를 릴리스해 마법 카드, 몬스터 게이트 발동!"
"기껏 소환한 엑시즈 몬스터를 스스로 치운다고?"
초룡의 계산엔 크나큰 오류가 있었다.
바로 고몽태가 이 신 마스터룰로 인한 제약을 극복해냈다는 전개는 생각치 못했던 것으로.
엑스트라 몬스터 존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리어스 헤일로를 스스로 마법 카드의 코스트로 삼아 치워버린 고몽태의 기행에 놀라면서도
이러면 또 몬스터 존이 비어 새로운 엑시즈 소환으로 이어올 수 있다는 맹점에 당했다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초룡이었다.
"이 카드의 효과로 덱에서 일반 소환이 가능한 몬스터가 나올 때 까지 카드를 넘긴다! 좋았으.. 바로 걸렸군, 나와라 트랜스 패밀리어!"
"레벨 4가 중심인 홀리 라이트닝과는 전혀 다른 레벨 1의 몬스터라고? 무슨 효과를 갖고 있는거지?"
"아직 멀었다, 장착 마법 '리빙 파슬'발동! 묘지에 존재하는 레벨 4 이하의 몬스터, '홀리 라이트닝 샙터'를 효과를 무효로 한 채, 공격력과 수비력 수치를 1000 저하시켜 소생시키겠다, 부활하라 샙터!"
몬스터 게이트로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소름끼치는 면모가 보이는 고양이형 사역마 '트랜스 패밀리어'를 불러냄과 동시에
장착 마법겸 소생 마법인 리빙 파슬로 묘지의 셉터를 부활시켜 다시 전개를 이어가는 고몽태.
"리빙 파슬로 부활했으므로 효과는 무효, 따라서 서치 효과는 못 쓰지만! 패에서 홀리 라이트닝 스로네의 효과를 발동! 자신이 '홀리 라이트닝' 몬스터를 소환,특수 소환 했을 때, 패에서 이 카드를 특수 소환하고 1장의 카드를 드로우 할 수 있지!"
"소환에 연계해서 몬스터가 튀어나온다고?"
"스로네를 특수 소환! 그리고 1장을 드로... 옷! 운이 좋군, 뽑힌 카드는 바로 2장째의 홀리 라이트닝 스케일! 스로네는 부가 드로우 효과로 뽑은 카드가 홀리 라이트닝이면 곧장 패에서 특수 소환하게 해주지! 스케일을 특수 소환!"
"완전 치트 효과들로만 무장 했네, 정도가 심하다고!"
"무뢰배 따위가 외야에서 떠들어봐야 신경도 안 쓰인다! 난 새롭게 모인 3장의 홀리 라이트닝으로 오버레이!"
그리고 서치해둔 스로네의 효과를 사용.
운 좋게도 추가 드로우한 카드 역시 홀리 라이트닝 이었기에 부가 효과로 특수 소환, 다시금 3종의 몬스터를 나열시키는 데 성공한 뒤.
비어있는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새로운 엑시즈 몬스터를 불러내려 하였다.
"질서를 위해 그 어떤 수단도 마다치 않는다! 그것이 정의를 위한 집행!"
-파앗!-
"엑스트라 몬스터존에 엑시즈 소환! 랭크 4 바이론 디시그마!"
불길한 어둠을 내포하고 있는 황금색의 기계천사.
질서를 성립시키기 위해선 파괴마저 마다치 않는 악의의 머신, 바이론 디시그마를 불러낸 고몽태의 모습에
초룡은 식은땀을 흘리며 한층 더 긴장의 끈을 다잡았다.
"2번째 소재 3개짜리 4랭크라니..!"
"디시그마의 소재가 된 샙터의 부여 효과 발동! 이번엔 오른쪽의 세트 카드를 파괴한다!"
소생 장착 마법 리빙 파슬의 효과로 되살아나 효과는 무효화 되긴 했었으나,
'엑시즈 소재'가 된 지금, 장착마법의 영향 권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무사히 부가 효과가 작동되어
초룡이 덮어둔 2장째 세트 카드를 저격하는 고몽태.
"파괴된 함정 카드 '이그나이트 버스트'의 효과 발동! 이 카드가 묘지로 보내졌으므로, 엑스트라 덱에 앞면 표시로 더해져 있는 이그나이트 1장을 패에 넣겠어, 난 유나이트로 추가했던 드래그노브를 회수."
"하지만 역시 파괴는 성공했으니 1장을 뽑는다."
'2장째는 과연 놀랐지만 이제 엑스트라 몬스터 존도 채워졌으니, 더 이상의 엑시즈 소환은..'
"트랜스 패밀리어의 효과 발동! 1턴에 1번, 자신 필드 위의 몬스터를 선택해, 대상 몬스터를 다른 몬스터 존으로 이동시킨다!"
"뭣!? 다른 몬스터 존으로 옮긴다고? 잠깐.. 그렇다는 건.."
"그래! 내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존재하는 바이론 디시그마를 메인 몬스터 존으로 옮기겠다! 이걸로 난 또 다시 엑시즈 소환을 할 수 있다!"
"돌겠네 진짜..!"
잠시 잊고 있었던 트랜스 패밀리어의 존재가 듀얼에서 크게 작용하자 얼굴을 구기고 마는 초룡.
이걸로 고몽태가 사용하던 엑스트라 몬스터 존은 또 비워져 다시금 몬스터를 불러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샘이었다.
"그리고 마법 카드 죽은 자의 소생 발동! 묘지에서 소생하라 글로리어스 헤일로!"
'여기서 글로리어스를 소생시킨다고?'
"굳이 엑시즈 소재로 쓸 수 없는 카드를 왜 부활시켰나 의문인 모양이군 무뢰배! 바로 이러기 위해서다! 글로리어스 헤일로도 엄연한 '홀리 라이트닝' 몬스터! 따라서 난 샙터의 부가 효과로 드로우 했던 2장째의 스로네를 특수 소환할 수 있다!"
"그걸 또 뽑아냈다고?"
"그리고 스로네의 효과 발동! 특수 소환에 성공했으므로 1장을 드로우, 그리고 드로우 한 카드는 무려 2장째 셉터다! 이 녀석을 다시 특수 소환!"
"메인 몬스터 존이 가득 차다니, 웃음으로 넘길 상황이 아니잖아 이거."
거기에 최초로 엑시즈 소환했던 글로리어스 헤일로도 부활, 그 소생에 맞춰 다시금 몬스터를 나열시키는 데 성공해
신 마스터 룰임에도 고몽태의 전개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상황이니 초룡으로선 기가막힐 지경이었다.
"특수 소환된 셉터의 효과로 덱에서 '홀리 라이트닝 스워드'를 가져오고, 바이론 디시그마의 소재로 사용된 '스케일'의 부가 효과로 패에서 몬스터를 특수 소환했으니 1장을 뽑지, 그리고 이걸로 완성이다! 레벨 마이스터 발동! 패의 스워드를 버리고 트랜스 패밀리어의 레벨을 4로 만들겠다!"
"두번 있던 일은 세번 있다고 하더니만.."
"스로네, 셉터, 패밀리어 세 장으로 오버레이!"
화룡정점, 트랜스 패밀리어로 확보한 메인 몬스터 존을 마저 채우겠다며 레벨 마이스터로 조건을 만족시킨 뒤,
다시금 소재 3장을 요구하는 엑시즈 소환을 시도하는 고몽태.
"그 어떤 현장이라도 철갑을 두르고 달려간다!"
-파앗!-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엑시즈 소환! 와라 No.10 일루미 나이트!"
그가 불러낸 오버레이의 소우주 속에서 백은의 갑옷을 두른 마상기사 일루미 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초룡에게 백은의 검을 들이밀었고.
"이번에도 역시 일루미 나이트의 소재가 된 셉터의 효과 발동! 네 몬스터를 분쇄한다!"
"스팅거!?"
이후 들이민 검을 치켜올려 초룡의 필드를 지켜주고 있던 유일한 몬스터, '이그나이트 스팅거'를 부여 효과를 사용해 분쇄하였다.
"그리고 1장을 드로우! 자, 이걸로 몬스터는 전멸! 3체의 엑시즈 몬스터로 총공격 하면 넌 끝장이다!"
"큭.."
"얌전히 내 실적이 되거라!!!"
3체의 합계 공격력은 무려 7400, 유일한 수비 몬스터인 스팅거도 잃은 초룡으로선
이 공격이 들어갔다간 뼈도 추릴 수 없을 게 분명했으나,
"이대로 고꾸라질 순 없지, 리버스 카드 '트루스 리인포스' 발동! 덱에서 레벨 2 이하의 전사족 몬스터를 불러내겠어, 수비표시로 와라 리틀 트루퍼!"
"그딴 잔챙이로 내 공격을 막을 순 없다! 가라 디시그마!"
아슬아슬하게 남은 마지막 리버스 카드, 덱에서 레벨 2의 하급 전사족을 불러내는 트루스 리인포스를 발동.
용병이라 치기엔 아득히 모자랄 법한 작은 기병, '리틀 트루퍼'를 불러내 몬스터의 총공격을 막아내려 애썼다.
물론, 수비력도 고작해야 500점 밖에 안돼는 리틀 트루퍼로선 맨 처음 공격에 나선 디시그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큭.. 리틀 트루퍼의 효과! 전투로 파괴되었을 때, 덱에서 레벨 2 이하의 전사족 몬스터인 '정크 앵커'를 뒷면 수비표시로 특수 소환하겠어."
'리틀 트루퍼는 어디까지나 비상용 리쿠르터 용도로 넣어둔 거라 2장 이상 들어있지 않아, 더 이상 리크루터를 부를 순 없어!'
"거 끈질기게 벽을 내세우긴! 실적 주제에 달아나지 말라고! 일루미 나이트로 공격!"
디시그마에 의해 전투 파괴된 리틀 트루퍼의 부가 효과로 간신히 또 다른 벽을 내세우는 데 성공한 초룡.
허나 트루스 리인포스 및 리틀 트루퍼는 어디까지나 싱크로 소재인 레벨 2 이하의 튜너 및 하급 전사족 몬스터를 끌어오는 용도로만 넣어뒀기 때문에
더 이상 공격을 막아줄 리크루터를 부를 순 없어졌고.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정크 앵커마저 일루미 나이트의 검에 양단되는 것을 끝으로
초룡의 필드엔 더 이상 카드가 남지 않게 되었다.
"정크 앵커마저.."
"이젠 더 방해받을 것도 없지, 가라 글로리어스 헤일로, 다이렉트 어택!"
텅 빈 필드를 향해 들고 있는 빛의 화살을 쏘아내는 글로리어스 헤일로.
눈으로 쫒기도 힘들 정도의 속도로 쏘아진 화살은 이내 초룡과 그가 타고 있는 D-셔틀을 꿰뚫으며 큰 데미지를 안겨다주었고.
초룡 LP:1500
"우왓!?"
동시에 D-셔틀에 올라타 벌이는 듀얼에 익숙치 않은 초룡의 자세를 무너뜨려 하마터면 공중에서 떨어뜨릴 뻔 했으나,
다행히도 핸들을 꽉 붙잡으며 자세를 바로잡은 탓에 고공낙하 만은 어떻게 무마한 초룡이었다.
"으..극! 떨어질 뻔.. 했네.."
"목숨은 건졌구나 무뢰배! 하지만 안심해라, 다음 턴에 확실하게 내 실적으로 만들어줄테니! 카드 2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녀석이 내 엑시즈 몬스터를 노려 효과를 발동하면 이 '엑시즈 리플렉트'로 무마시키고, 공격해오면 이 '엽염의 배리어-파이어 포스'로 확실하게 날려주마.'
초룡의 필드 및 라이프를 무더기로 덜어내며 끝을 못 낸건 아쉽지만,
이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인 만큼, 다음 턴에 확실히 끝장을 내겠다며 리버스 카드 2장을 포석으로 남겨두며
미소 진 채로 턴을 넘기는 고몽태.
'상대 필드 위엔 엑시즈 몬스터 3장, 그리고 리버스가 2장, 그에 비해 내 필드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내 패는 버스트로 회수한 드래그노브랑 저번 턴에 쓰지 않은 데린저뿐,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지만..'
그리고 초룡 역시, 고몽태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단 걸 인지하고 있던 만큼.
남아있는 패 2장, 그리고 다음 턴에 들어올 패 1장, 도합 3장으로 이 상황을 극복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잔뜩 표정을 구기며 한탄하고 싶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난 이긴다.. 아니, 이길 수 있어,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흐름'은 내게온다!'
그는 믿고 있었다.
자신이 위기에 몰리면 몰릴 수록.
벼랑 끝에 서면 설 수록.
자신을 지켜봐주는 새디스틱한 승리의 여신은 자신에게 미소지어 줄 것이라고.
"내 턴!"
'이그나이트 리로드! 이거라면!'
"속공 마법 이그나이트 리로드 발동! 패의 펜듈럼 몬스터 이그나이트 드래그노브, 데린저를 덱으로 되돌리고, 되돌린 매수 +1장을 드로우 한다, 총 3장을 드로우!"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믿는 '흐름'이란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이 패가 뽑혔다는 건.."
"?"
"한바탕 저질러보라는 거 겠지 미래양! 난 패에서 초량천사 알팡을 소환!"
이그나이트 리로드로 새롭게 교환한 3장의 패.
그 속에 들어있던 레벨 1의 천사족 몬스터.
마치 어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법한 '마스코트 캐릭터' 처럼 생긴,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듬직한 천사, '초량천사 알팡'이 필드 위에 나옴과 동시에 손을 흔들었다.
"레벨 1의 천사족 몬스터라고?"
"알팡의 효과를 곧장 발동! 자신을 릴리스해 덱에서 '초량' 몬스터 3종류를 선택, 그 중의 1장을 랜덤으로 특수 소환하고, 나머진 묘지로 보낸다, 트리플라이즈 시그널!"
곧바로 소환한 알팡의 효과를 선언,
자신을 릴리스 함과 동시에 쏘아진 삼색의 구체.
빨강, 파랑, 그리고 녹색의 구체들이 번갈아가며 번쩍이기 시작했고.
마치 레이스의 출발을 알리는 스타트 시그널 처럼, 이내 한 곳..
즉 '파란색'의 구체에만 빛이 감돌았다.
"색이 멈춘 자리는 바로 파랑! 따라서 난 '초량사 블루레이어'를 특수 소환!"
반짝이던 파란 구체가 이내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더니,
알팡과 마찬가지로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법한, '원색의 슈트'를 입은 사이킥족 몬스터.
'초량사 블루레이어'가 필드 위로 내려왔다.
"뭐냐 그 파란색 놈은?"
"조금만 기다리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니, 특수 소환에 성공한 블루 레이어의 효과로 난 덱에서 초량 카드 1장을 서치, 그리고 알팡의 효과로 묘지로 보내진 초량사 레드 레이어의 효과로 묘지에서 그린 레이어를 소생."
"이번엔 초록색?"
"여기에 덤으로 죽은 자의 소생 발동! 묘지에서 레드 레이어를 부활!"
알팡의 효과로 튀어나온 블루레이어를 시작으로.
묘지로 덤핑된 레드 레이어의 효과로 그린레이어가.
초룡이 갖고 있는 2장의 카드 중, 소생계의 정점인 죽은자의 소생으로 레드레이어가 차례대로 튀어나와
이내 초룡의 필드 위엔 원색의 슈트를 두른 3색의 전사가 집결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레드, 블루, 그린, 3장의 초량사 여기에 집결!"
"이건.. 설마?"
"그래, 정의를 지키는 특수팀, 초량삼총사란 거지."
"정의의이이이이? 웃기지 마라! 불법침입에 공무집행방해죄의 무뢰배 범죄자가 정의를 나불댈 자격이나 있다고 보는거냐! 가소롭기 그지없다!"
"그 말에 반박할 생각은 없지만, 가소롭다는 평가는 수정하셔야 할 걸? 난 패에서 마법 카드, 초량필살 알팡볼을 발동!"
삼색의 전사가 모인 다음엔,
그들의 합동 필살기가 약속이라는 듯이,
초룡은 블루레이어로 서치했던 마법 카드, '초량필살 알팡볼'을 발동했고.
필살기를 시전케하는 마법 카드가 필드 위로 나오자, 세 초량사는 서로 아이 컨택을 보인 뒤,
각자가 에너지를 모아 만들어낸 구체를 공중으로 모은 뒤.
"초량필살 알팡볼은 내 필드 위에 3종류의 초량사가 존재할 때만 발동할 수 있지, 그리고 이 마법 카드의 힘을 받은 초량사 3장은 각각의 힘을 집중시킨 필살기로 상대 필드의 카드 전부를 덱으로 되돌리지!"
"뭐라..고오오오오!?"
그것을 마치 배구에서 선보이는 토스-리시브-스파이크의 형태로 나눠 받으며 힘을 가중.
이내 레드레이어가 힘껏, 힘이 응축된 에너지 볼을 강렬하게 때려 고몽태의 필드로 날려보냈고.
"간다! 초량필살!"
-포메이션, 알팡볼!-
초룡이 해설한대로, 그들의 필살기에 의해 3체의 엑시즈 몬스터가 모여있던 장렬한 필드는 이내 초토화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마.. 말도안돼!? 대상지정 효과도 아니고.. 공격 효과도 아니고.. 광역 바운스라고!?"
"그래, 이걸로 댁이 힘겹게 소환한 3장의 엑시즈 몬스터와 리버스 카드 전부 덱으로 귀환했다고."
"으그으으윽!"
"하지만, 삼총사의 필살기 이후엔 거대전이 약속된 것 처럼, 알팡볼에겐 리스크가 존재하지, 바로 이 효과의 적용 후 상대는 덱/엑스트라 덱에서 몬스터 1장을 소환조건을 무시하고 특수 소환할 수 있어."
"뭐라? 무슨 그런 괴상망측한 효과가?"
"어쩌겠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 라는 거지, 자.. 어서 몬스터 1장을 소환해주실까?"
"그래 좋다, 네 자충수로 만들어주지, 난 엑스트라 덱에서 몬스터를 소환하겠다 나와라!"
강력한 광역 바운스 효과가 발휘 된 만큼, 그에 따른 리스크도 분명했던 건지,
사용자 본인도 인정하는 괴상망측한 디메리트에 따라, 고몽태는 엑스트라 덱에 잠들어 있던, 자신의 최강 몬스터를
소환 조건을 무시하고 필드 위로 불러내려 하였다.
"어둠을 둘러서라도 범죄를 추적하는 불굴의 정신! 뇌리쳐라!"
-파앗!-
"와라 랭크 5 CNo.102 다크 라이트닝 노블 데몬!"
검은 번개와 함께 주변에 음산한 기운을 뿌리며 나타난 검은 천사.
영광의 이름을 버리고, 승리와 질서만을 추구하기로 결정한 자의 말로인
다크 라이트닝 노블 데몬의 위엄찬 모습을 바라보며 고몽태는 입을 크게 벌리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크하하하! 이게 바로 내 발할라 레어! 상층부에서 새롭게 지급받은 내 공권력! 이것만 있으면 실적은 다 내 차지야!"
'역시, 낌새가 이상하더라니, 저 폭주는 전부 다 크래쉬먼트의 독기에 당한 결과물이었군.. 내가 겪었던 그 때.. 처럼.'
초룡이 익히 들어 알고있는 A랭크 길드 헤븐 시큐리티는
전원 개성넘치는 인물이긴 했으나, 시큐리티 소속인 만큼 누구보다 질서와 정의를 추구하며
동시에 사건 해결의 프로페셔널인지라 저리 크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는 평판이었다.
하지만, 초룡이 마주한 고몽태는 그 소문과는 180'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적을 위해서라면 비록 드론이긴 하나 아군도 공격하고.
듀얼리스트로서의 존중을 내다버리며 상대를 범법자 취급하는 등의
증폭된 부의 감정에 휘둘리고 있는 상태였다.
마치.. 자신이 '마왕룡 베에르제'를 손에 넣어,
마르네스와 듀얼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원인이 확실해진 이상 망설임은 사라졌어, 미래양이 넘겨준 비밀병기, 거리낌 없이 사용해주겠다고!'
"묘지에서 초량필살 알팡볼의 두번째 효과를 발동! 이 카드와 묘지에 존재하는 알팡을 게임에서 제외하고, 덱에서 '초량기함 매그너캐리어'를 필드 마법 존에 발동 시키겠다! 발진하라 초량기함!"
그 당시의 고통을,
그리고 이후의 괴로움을 알고 있기에, 초룡은 확실한 다짐과 함께 카드를 내밀었고.
그에 응답해준 카드에 의해, 덱에서 초량사들의 기함, 매그너 캐리어가 날아왔다.
"몬스터의 공격력/수비력 수치도 안 올려주는 쓰레기 필드 마법 따윌 발동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서두르지 말라고 시큐리티 양반, 곧 편하게 해줄테니 말이야! 초량기함 매그너캐리어의 효과 발동! 내 패 1장을 버리고, 내 필드 위 초량사 몬스터 1장을 선택해, 그 몬스터 카드와 같은 속성의 초량기수 엑시즈 몬스터를 엑시즈 소환 취급으로 특수 소환한다!"
"패 1장을 소모해, 엑시즈 소환한다고!?"
고몽태가 무시하던 매그너 캐리어의 진짜 능력.
그것은 보통 같은 레벨의 몬스터 2장 이상을 겹쳐야만 실행 가능한 '엑시즈 소환'을 필드 마법에 내장.
패 코스트 1장을 대가로 초량사를 직접 엑시즈 소환의 소재로 삼는 간이 소환 기능이 발휘됨과 동시에
초량기함에 내장되어 있던 붉은색의 사자, 초량사 레드레이어의 탑승물이 발진했다.
"레드 레이어를 대상으로 엑스트라 몬스터 존에 오버라이트 서먼, 초량기수 출격!"
-안티 크래쉬먼트 시스템 작동개시, 디스크의 안티 프로그램과 연동해 재밍 에리어를 확산합니다!-
"지상을 질주하라 랭크 5, 초량기수 매그너라이거!"
힘차게 울부짖는 기계의 사자.
초량사와 하나됨으로서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는 특수팀의 히든 카드, '초량기수'.
그 3체 중 하나이자 미래가 준비해준 '안티 크래쉬먼트 카드'인 매그너라이거가 필드 위로 내려왔다.
"매그너라이거의 효과 발동! 1턴에 1번, 내 패 또는 필드의 초량 몬스터 1장을 이 카드의 오버레이 유닛으로 삼을 수 있지, 난 초량사 블루레이어를 선택해 매그너라이거에 탑승시킨다!"
"자체적으로 오버레이 유닛을 늘린건가?"
"그리고 매그너라이거의 효과 발동! 오버레이 유닛을 1개 제거해, 필드 위 몬스터 1장을 파괴한다! 내가 선택할 건, 다크 라이트닝 노블 데몬!"
완전한 끝을 내기 위해,
매그너라이거의 효과를 연타석으로 사용해 늘린 오버레이 유닛으로 곧장, 크래쉬먼트 카드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티 크래쉬먼트'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매그너라이거.
"크래쉬먼트를 물리쳐라.. 안티 크래쉬먼트!"
주인의 외침과 함께 검은 천사에게 달려든 기계의 사자는 이윽고 붉은 발톱에 열을 집중시켜
모든 것을 절단하는 강력한 검 처럼 적을 양단했고.
-파앗!-
"그..그윽!? 나..나의 노블 데몬..이.. 어? 뭐지.. 내 노블.. 데몬이라고? 내가 언제,, 저런 카드를.."
뒤이어 안티 크래쉬먼트의 힘이 곧장 발현, 힘으로 크래쉬먼트를 찍어누르는 데 성공한 덕택에
노블 데몬이 일으키던 독기를 모두 걷어내, 고몽태를 지배하고 있던 부의 감정을 걷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걸로 크래쉬먼트는 소멸, 하지만 듀얼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 매그너라이거의 공격력은 2600, 그리고 소생한 그린레이어의 공격력은 1600, 두 몬스터의 공격력 합계는 4200, 끝내겠어."
"?"
"배틀이다! 초량기수 매그너라이거와 그린레이어로 합동 공격!"
크래쉬먼트도 해체했겠다, 안성맞춤으로 듀얼을 끝낼 조건이 만족된 지금,
그걸 미룰 이유는 없다며 초룡은 2체의 몬스터에게 공격 선언을 내리며 이 듀얼에 막을 내렸다.
"뭐.. 뭐야 이거!?"
고몽태 LP:0
== 초룡 WIN! ==
"난.. 대체 왜.. 그..어어억.."
"엇차! 위험하게 이런 곳에서 쓰러지지 말라고 시큐리티 양반."
'크래쉬먼트의 독기가 빠져서 정신을 잃은 것 뿐인가? 그보다..'
듀얼이 끝난 직후, 크래쉬먼트의 독기가 빠져 정신을 잃고 D-셔틀를 제어하지 못한 채로 지상으로 추락하려 했던 고몽태였으나,
이를 방관하고만 있을 초룡이 아니었기에,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맞춰 고몽태를 낚아채는 데 성공.
그를 신디아 페가서스 빌딩 주변의 비즈니스 빌딩 옥상에 내려주고는 큰 시름 하나 덜었다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대성공이야, 미래양."
두번 다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해주는,
미래가 준 새로운 '검(카드)'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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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셨습니다~ 5월 끝자락에 보내드리는 길마즈 87화
대망의 타워편 1탄이군요,
당연히 던전으로 카를과 소찬이 갔으니, 소거법으로 미래와 초룡이 타워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초룡의 강화 플랜으로 당근빠따 초량 당첨이죠~!
초룡=중국계
초량=중국에선 엑시즈를 초량이라 부른다며?
이건 운명이다! 랍시고 이렇게 됐습니다, 네 반성합니다.
아무튼 이 헐렁남과 전직 니트가 알아서 잘 해줄지 불안불안 하군요.
그럼 다음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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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덱이 바뀐 건 아니고 기존의 이그나이트 잡덱에 초량이 들어가 한층 더 잡덱이 탄생했... | 18.05.24 2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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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시만 진짜 그렇네요 아니 저 구성 대체 어떻게 때워먹으려고 저러냐 초룡 차라리 초량 좀 스깐 메탈포제면 모르겠는데 자기네만 부술 수 있는 이그나이트라니... | 18.05.24 22: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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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찬:개노답 야수+령수+사피라 섞인 혼종 오브 혼종 미래:1축덱이랍시고 무조건 1레벨이면 들어가있는 모케모케 덱 카를:60장 하이랜더인데 태반이 스타터 출신 이거에 비하면 차라리 초룡이 낫... | 18.05.24 23: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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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래는 포지션 체인지 쓰려고 했었는데 재정상 EX몬스터 존의 몬스터는 포지션 체인지로 못 옮긴다더라고요.. 그래서 그만 이걸;;; | 18.05.24 23: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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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룡:어떻게 해도 죽는거잖수!!! | 18.05.25 0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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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이기에 가능한 초잡덱인 것이죠! | 18.05.25 12: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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