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모니터 화면.
수많은 데이터들이 신호를 따라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며 바다처럼 일렁이고 있었고, 유사쿠는 블루 엔젤에게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사용하기 직전이었던 다크 엔젤의 카드는 바이러스 그 자체였다.
데이터의 신호를 어긋나게 해 혼란을 일으켜 폭주를 일으키는 지독한 바이러스.
그 카드를 덱에 넣고 있던 블루 엔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사용자가 눈치 채지 못 하게 퍼져나가는 악질적인 데이터가 바로 바이러스인데, 그와 똑같이 데이터로 이루어진 링크 브레인즈에서 벌어진 일이니 대응하지 못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하노이의 기사들이 하는 행동을 살펴보자면 링크 브레인즈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유사쿠나 쿠사나기처럼 뛰어난 해커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유사쿠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데이터 신호가 깜빡거리던 창을 껐다.
그들을 수법을 알아챈 것은 좋았지만, 다크 엔젤의 카드만으로는 그들에 대한 정보에는 도달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데이터의 이동에 따라 곳곳에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그 어느 곳에서도 흔적을 발견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쿠사나기는 그런 유사쿠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더니, 하얀 김을 피우고 있는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건넸다.
“아, 고마워. 쿠사나기 형.”
“너무 그렇게 조급해 하지 마. 계속 할 일이잖아? 여유를 갖자고.”
“하지만 ….”
“평생 동안 쫒을 일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의자에 앉는 쿠사나기의 눈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유사쿠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모금 커피를 입에 담았다.
두 사람의 인생은 하노이의 기사들에게 복수하지 않는 이상, 되돌아올 수 없다.
그러니까 삶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복수를 끝마칠 때까지 이 세상 어딘가에 숨은 그들을 쫒는 추격극은 긴 레이스인 것이었다.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올려봤자 후반에 뒤처지면 말짱 도루묵이다.
유사쿠는 커피를 마시며 감정을 다스렸고, 문득 푸드 트럭 안의 시계를 살폈다.
어느 새 시계 바늘은 방과 후를 가리키고 있었다.
드르륵, 소리를 내며 유사쿠가 일어섰다.
“쿠사나기 형, 나 ….”
“알고 있어. 다녀와.”
- 얼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유사쿠는 말한 적 없을 텐데?
이그니스가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쿠사나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나지막히 말했다.
인간 사회에서는 인맥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단다.
작게 미소 지으며 말하는 쿠사나기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란 감정이 걸려 있었다.
- 그런 건가? 확실히 인간 사회는 데이터로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는걸. 좋은 정보를 학습했다고! 아저씨!
“그럼 다녀올게.”
“아, 그렇지. 유사쿠. 그 전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무엇을?”
“어째서 다시 할 마음이 생긴 건지 말이야.
”“그건 ….”
대답을 망설이는 유사쿠의 앞에 편안하게 말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쿠사나기는 커피를 홀짝이는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유사쿠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빈 오른 손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천천히 허전한 손을 쥐며 입을 열었다.
“분명히 나와 쿠사나기 형의 미래는 하노이의 기사들에게서 잃어버린 과거를 캐내고, 복수를 끝마치지 않는 이상은 만들어질 수 없어. 하지만 ….”
어린 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트라우마가 유사쿠의 눈동자를 스쳐지나갔다.
“그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믿고 싶어졌어.”
“무슨 …, 의미야?”
“그 당시의 나는 나약했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었지만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었지.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길 바랬어. 만약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모든 걸 포기했을 지도 몰라.”
“유사쿠 ….”
“이번 일도 마찬가지야. 나는 언제부터인가 도망치고 있었어. 나에겐 불가능하다면서.”
꾸욱, 쥐어진 손을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떠올리며 미래를 생각한다.
미래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
그렇다면 하노이의 기사들과의 싸움에서 피어나는 증오 이외에도, 한 발을 내딛고 트라이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도전해야 한다.
서툴고, 어색하고, 어려운 일들 뿐이지만 사람에게 밝은 희망을 전하는 그녀들을 프로듀싱할 수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미래를 잡을 힘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확인하고 싶어. 어릴 때의 나와는 다르다는 걸.”
“… 그래. 알았어. 그렇다면 당분간은 조금 바빠지겠네 ~.”
“쿠사나기 형.”
“신경 쓰지 마. 어쨌든 우린 운명 공동체니까.”
“아아. 그건 확실해.”
조용히 쿠사나기가 주먹을 내밀자, 유사쿠도 말 없이 주먹을 맞댔다.
그리고는 힘차게 닫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며 “왠지 나 잊혀 지지 않았어?!” 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이그니스의 목소리를 스쳐지나갔다.
쿠사나기는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간 유사쿠를 바라보다가 혼잡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좋아, 그럼 다시 일을 시작해볼까.”
적막한 카페 ‘나기’의 푸드 트럭 안, 쿠사나기의 키보드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
철컥.
“다녀왔습니다.”
집 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가정부 로봇뿐일 테지만 아오이는 이미 습관이 된 말을 내뱉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에 들어온 것은 아키라의 구두.
오늘 아침에도 평범하게 출근했던 그였기 때문에 아오이의 눈동자에는 당혹함이 어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자 굳은 얼굴의 아키라가 보였다.
“오라버니 ….”
“아오이. 나와 약속하지 않았니? 아이돌 놀이는 그만하겠다고.”
“그런 게 아니라!”
“변명을 하고 싶은 거라면 그만둬.”
“오라버니! 저는 …!”
아오이는 플레이메이커와의 듀얼로 아키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자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단호하기 그지 없는 아키라의 목소리에는 항변할 여지조차 없었다.
어떻게 해야 그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녀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키라는 냉정하게 선언했다.
“아오이. 당분간 외출 금지다. 학교도 갈 필요 없어.”
“네? 그럴수가.”
“그럼 다시 회사에 가봐야 하니까 집안에 얌전히 있어라.”
“오라버니! 잠깐만요!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저는 ….”
아오이를 지나쳐 집을 나서려던 아키라의 발걸음이 멈춰섰다.
그는 항변하는 그녀에게로 몸을 돌리곤 연약한 어깨를 붙잡았다.
놀란 얼굴의 아오이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오라버니 …?”
“아오이. 너는 생각한 적 있니? 너를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했던 내 심정을.”
“그건 ….”
“너는 내 여동생이야. 오빠인 내가 널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 하지만 ….”
아오이의 어깨를 짓누르던 손은 점점 힘이 사라져 그저 손을 얹은 정도로 바뀌었다.
아키라는 흔들리는 아오이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말했다.
“널 지키기 위한 내 노력도 생각해주렴. 부탁이란다. 아오이.”
그 순간, 아오이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키라에게 있어서 자신은 서로를 인정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언제까지나 보호자와 피보호자.
영원히 바뀌지 않을 집착적이고 뒤틀린 관계라는 사실을.
아오이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알고 있다.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바꾸고 싶어서 지금까지 싸워왔던 것이 아닌가.
주먹을 쥐고, 입술을 깨물고, 아오이는 목소리를 쥐어짰다.
“오라버니. 저는 플레이메이커와 ….”
“알고 있다. 네가 그에게 집착하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집착하는 것은!”
“걱정 마라. 플레이메이커라면 내가 상대할 테니까. Sol 테크놀러지의 보안부장으로서.”
그리고 너의 오빠로서.
그 말을 끝으로 아키라는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나섰다.
집 안에 갇히게 된 아오이는 허망한 눈으로 현관을 바라보다, 주저 앉고 말았다.
***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사무소는 소란스러웠다.
아니, 평소에도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지만 유사쿠가 돌아온다는 사실로 더욱 소란스러워져 있었다.
언제나 사람이 나타나고, 떠나는 장소인 만큼 누군가가 돌아온다는 것이 시끌벅적할만한 화제인 것이었다.
특히나 유사쿠로 인해 한결 업무 처리에 편안함(그렇다곤 해도 하드한 건 마찬가지지만)을 느꼈었던 프로듀서들은 블랙 커피로 축배(?)를 들 정도였다.
연습을 끝마치고 잠시 휴게실에서 목을 축이던 미오가 말했다.
“뻔뻔하게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다니! 그러고도 듀얼리스트냐!?”
“… 그건 뭐에요? 미오 쨩.”
“아니. 후지쿠가 돌아온다니까 이렇게 놀려볼까 해서. 헤헤.”
“아하하, 듀얼리스트라는 건 관계없지 않아요?”
뉴 제네레이션의 분위기 메이커답게 미오가 농담을 터뜨리자 세 사람 사이에서 웃음이 피어났다.
린은 소매로 입술로 닦곤 장난스런 어조로 말했다.
“그렇지만 미오도 아이돌 관둔다고 한 적 있잖아?”
“아아 ~! 옛날 이야기를 꺼내는 건 그만둬! 시부린!!”
“후지키 씨의 일도 따지고 보면 옛날이지만요 ….”
“그것도 그렇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그 이야긴 그만둬!”
“그 이야기를 계속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미오 쨩.”
아이돌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그 노력이 반드시 보답 받는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뉴 제네레이션도 힘든 시기를 겪었었던 적이 있었다.
그 시기의 주인공(?)이었던 미오는 얼굴을 붉히며 흑역사를 감추려는 양, 손을 버둥거렸고 우즈키와 린은 자그맣게 웃음을 터뜨렸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미오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후지쿠가 복귀하는 건 좋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대?”
“아, 치히로 씨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더라고요.”
“치히로 씨와? 아, 그러고 보니까 사나에 씨에게 괴롭힘 받는 느낌이었지.”
“뭐야뭐야, 후지쿠가 치히로 씨를 꼬시기라도 한 거야?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카사노바였잖아 ~!”
- 이야, 언제 카사노바가 된 거야? 유사쿠.
움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목소리가 들리자 장난스럽게 몸짓하던 미오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녀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우즈키와 린을 살펴보니 그녀들의 움직임도 멎은 상태였다.
아이 콘택트만을 사용해서 미오가 물었다.
지금 어디에 있어?
아이 콘택트를 사용해 우즈키가 답했다.
미오 쨩, 바로 뒤에요.
마치 공포 영화를 본 것처럼 미오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퀭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유사쿠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꺄아아아아앗 -!! 후, 후지쿠 …. 언제부터 들었어?”
“…… 센카와 씨를 꼬시기라도부터.”
“미, 미안! 농담인 거 알지? 그냥 해본 말이니까 …!”
“신경 안 써.”
그렇게 말하고서 유사쿠는 휴게실의 자판기로 향했다.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런 관점으로의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당장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조차 최소한으로 하는데 꼬시긴 누굴 꼬신단 말인가.
유사쿠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동전을 찾았고, 이그니스가 낄낄 거렸다.
- 이야이야. 굉장하잖아. 유사쿠. 센카와랑 에, 또 …, 9살 차이인데도 말이지.
“닥쳐. 아이.”
- 너무 그러지 말라고. 유사쿠 쨩. 나는 네 미래를 생각 ….
삑.
이번에도 듀얼 디스크의 음성 기능을 꺼버린 유사쿠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렸다.
주머니를 뒤졌지만 찾았던 동전은 안 보였다.
“내가 돌아와서 불만인가?”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대환영이야! 대환영이고 말고! 그렇지? 우즈키? 린?”
한껏 당황한 목소리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하자 우즈키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린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나지막히 답했다.
“노력한다면 상관 없어.”
“…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이번엔 제대로 할 거니까.”
“그랬으면 좋겠네.”
그리고 이어진 싸늘한 분위기.
아무래도 지난 번에 헤어졌을 때의 냉랭한 태도도 그렇고, 연습으로 인해 지친 린이나 밤샘에 블루 엔젤과의 듀얼, 하노이의 기사들을 추적하면서 거의 20시간 가까이 잠을 못 잔 유사쿠.
둘 다 온화하게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냉랭해진 것은 당연했다.
누군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사람이 필요하다.
말 없이 눈치를 보던 우즈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 그 …, 후지키 씨. 조금 피곤해 보이시는데 어디 아픈 건 ….”
“아니. 그냥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 해서 피곤할 뿐이야. 그래서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동전이 없어서.”
“아! 그럼 제가 빌려드릴게요!”
“딱히 그렇게 하면서까지 마시고 싶은 건 아니니까 괜찮아.”
“그, 그런 가요 ….”
‘돈을 빌린다’는 행동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에게 있어 스크래치를 낼 수 있는 행동이다.
당연히 자존심이 강한 쪽에 속한 유사쿠가 거절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거절을 당한 우즈키는 어떻게 할까, 고민에 빠졌고 문득 자신의 손에 쥔 커피캔이 눈에 들어왔다.
달콤한 캬라멜 마끼야또.
그가 좋아하는 종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예 마시지 않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결론을 내린 우즈키는 손을 내밀어 캔을 그에게 권했다.
“그러면 제가 마시던 거라도 마실래요? 아직 반 정도 남았으니까.”
철저하게 선의와 호의로 제안한 것이지만 유사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녀의 모습으로 그 행동은 이해는 갔지만 선뜻 받기는 아직 어색한 것이었다.
유사쿠는 잠시 고민하다가 커피캔을 쥐었다.
“그럼 한 모금만.”
“네!”
우즈키에게서 커피캔을 받아든 유사쿠는 조심스레 한모금 머물곤 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이번에는 거절당하지 않았다.
그 사실에 우즈키는 베시시 웃으며 캔을 받아 홀짝였다.
“그럼 나중에 보자. 시마무라, 시부야, 혼다.”
“아, 네!”
“그래. 다른 사람한테도 인사해둬.”
“나중에 봐! 후지쿠!”
뉴 제네의 세 사람과 있는 상황이 어색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은 것인지 유사쿠가 사무실로 향하자 세 사람은 손을 들어 그에게 인사했다.
어쨌든 이번 만남으로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녀들이 해야 할 일을 할뿐.
몸을 일으켜 연습실로 향하려던 린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아, 우즈키.”
“네? 무슨 일인가요. 린 쨩.”
“아니,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데 말이야. 그 ….”
린은 뺨을 긁적이며 잠시 고민하다가 뒤를 슬쩍 보곤, 우즈키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방금 그거, 간접 키스 …, 같은 게 아닐까?”
“네? 간접 키스요?”
“아! 정말이다! 그러네! 시마무가 마시고, 후지쿠가 마시고, 또 시마무가 마셨잖아?”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
“…… 아! 아아아아아!!! 아니에요! 절대!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니까요!”
당황하는 우즈키를 바라보며 린은 역시나, 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
순진해서 조심성이 없을 정도로 선량한 게 바로 시마무라 우즈키니까 어쩔 수 없다.
***
사무소 안으로 들어선 유사쿠는 그레이 컬러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새하얀 셔츠 위에 회색빛 재킷, 그리고 군청색 넥타이로 마무리하고 구두는 따뜻한 느낌의 브라운 색으로 잡혀 있었다.
‘정장은 남자의 무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평소의 교복을 입는 때하고는 다른 확실히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었다.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이상할 테지만 어쩐 일인지 사이즈까지 딱 맞아서 초년생의 사회인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
유사쿠는 어색한 표정으로 치히로를 바라보았다.
“센카와 씨. 이건 …?”
“네. 후지키 군이 복귀한다고 해서 타케우치 프로듀서와 함께 맞춰봤어요.”
“고작 아르바이트인데 정장까지는 조금.”
“무슨 말인가요? 후지키 군. 후지키 군은 앞으로 프로듀서 분들과 함께 저희 아이돌들을 백업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니까 겉모습도 중요하다구요.”
“그렇습니까 ….”
설득력이 있는 말이긴 하지만, 어색한 복장이다 보니 유사쿠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치히로는 유사쿠의 흐트러진 넥타이를 교정해주며 웃어보였다.
“정말 잘 어울리니까 긴장하지 않아도 좋아요. 후지키 군.”
“네. 감사합니다. 센카와 씨. 돈은 ….”
“갚지 않아도 좋아요. 저랑 타케우치 프로듀서의 선물이니까. 앞으로 열심히 일 해주셔야 해요?”
“… 네.”
작게 수긍하는 유사쿠와 다정하게 웃는 치히로.
소년과 어른 사이답게 다정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옆에서 프로듀서들과 다음 공연 컨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어른조에서 찰칵, 하는 수갑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자 치히로는 움찔하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아, 아아! 그러고 보니 타케우치 프로듀서가 불렀는데 만나보셨나요?”
“아뇨. 아직 ….”
“그러면 제가 바로 연락해볼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아, 바쁘다. 바빠.”
뭔가 굉장히 당황한 것 같은데?
유사쿠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벽에 기댔다.
다시 돌아오긴 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작은 기대감과 두려움이 가슴 한켠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아, 후지키 군. 타케우치 프로듀서 님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네요.”
“아, 네.”
그 대화가 끝나자마자 사무소의 문이 열리며 타케우치가 작은 소녀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평소의 험악한 얼굴로 유사쿠에게 다가갔고, 유사쿠는 벽에서 등을 때 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타케우치가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돌아와서 기쁩니다. 후지키 씨.”
“아뇨.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예. 그러면 후지키 씨가 할 일 말입니다만 …. 한 분을 맡아주셔야겠습니다.”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뜻을 알 수 있었던 유사쿠는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한 사람을 맡아야 한다는 것은, 아이돌을 프로듀싱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번처럼 서류나 밀린 업무 처리를 생각했던 유사쿠로서는 예상치 못한 일일 수밖에 없다.
당황스러움에 유사쿠는 잠시 답하지 못 하다가 타케우치의 성격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매사에 진지하기 그지 없으며, 불가능한 일을 시키는 몰상식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을 맡기는 것일 거다.
유사쿠는 확신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타케우치는 자신의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소녀를 시켜주었다.
“이치하라 니나 씨입니다.”
그렇게 그의 뒤에서 나온 소녀는 토끼 점퍼를 입고 있는 귀여운 아이였다.
이제 슬슬 초등학생이 되었을 법한 나이의 소녀.
이 정도라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
유사쿠가 생각한 순간, 니나가 입을 열었다.
“니놈이 지방으로 토낀 프로듀서 대신 니나랑 처일하는 건가요?”
… 아니, 안 괜찮을지도.
소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험악한 목소리에 유사쿠는 생각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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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는 이런 캐릭터입니다.
원작이랑 설정이 다른 부분이 있는 만큼 아키라도 원작에 비해 조금 뒤틀려 있습니다.
구상은 다 해놨는데 의욕이 없어서 후다닥 안 써지네요.
3일동안 써서 팔천자라니. 어느 새, 나약한 듀얼리스트가 되어버렸네요.
(IP보기클릭)2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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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입니다! | 18.01.30 12:27 | |
(IP보기클릭)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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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마스 캐릭터들은 최대한 원작과 비슷하게....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 18.01.30 12:27 | |
(IP보기클릭)125.183.***.***
(IP보기클릭)221.154.***.***
헉. 그도 그렇군요. 위험해라! | 18.01.30 12: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