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키 군. 오전에 부탁했던 것 말인데."
"여기 있습니다."
"어-이! 유사쿠우. 어제 부탁했던 것 말이야."
"예. 여기 가져가세요."
"후지키! 내일까지 이것 좀 부탁해."
"네."
"후지키 씨. 이것 좀 빨리 부탁해요."
"네. 바로 처리하죠."
346 프로덕션의 연습생을 포함한 아이돌은 약 200명이고, 그들을 담당하는 프로듀서는 그의 1/10 정도가 된다.
당연하지만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수를 비례해서 1 : 10 이라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346 프로덕션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게 된 이유는【신데렐라 프로젝트】가 원인이었ㄷ
전국에 숨겨진 원석들을 모아서 아이돌로 데뷔, 단순히 노래와 춤 뿐 아니라 연기, 뮤지컬 등 폭 넓은 분야에서 활약하는【신데렐라】로 만든다는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프로젝트가 진행된 나머지, 아이돌들의 데뷔는 빠르게 처리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게 된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사무 보조 겸 프로듀서 보조】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유사쿠는 프로듀서들에게 한 줄기 오아시스나 다름 없었다.
현재 346 프로덕션의 아이돌 부분의 사무원은 센카와 치히로뿐이었기에 당연히 프로듀서들의 업무를 맡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부탁이 없었어도 그녀는 주말 출근은 물론이고, 주에 5회 이상 야근을 해야 했으니까.
그나마 그녀가 아이돌들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업무를 견딜 수 있었지만, 이 이상은 무리다.
그런 때에 아르바이트라는 명목으로 유사쿠가 나타난 것이다.
처음 프로듀서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긴 했지만, 철인과도 같은 서류 처리 능력에 감탄하며 그에게 업무를 떠넘기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업무 전체를 넘기는 게 아니라, 과다하게 많은 업무 중 일부를 부탁한 것이었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단, 하루도 유사쿠의 책상에서 서류를 사라지지 않았다.
그 날, 밤에 전부 처리하고 나면, 그 날 아침에 다시 쌓이는 기이한 형태를 이룩하게 된 것이었다.
분명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고,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 유사쿠에게 치히로가 다가섰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피로 회복제를 건네며 작게 웃어보였다.
"잠깐 쉬면서 해요. 후지키 군."
"… 예. 이건?"
"피로 회복제에요."
"감사합니다."
바로 드링크의 뚜껑을 따 바로 마신다.
그만큼 피로가 쌓인 걸까? 아니면 단순히 호의에 답한 것일까?
치히로는 의문스러워하면서도 미소를 유지한 채, 힐끗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의 시침은 어느 새,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미성년자 아이돌들은 퇴근할 시간이다.
덜컥, 치히로가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아이돌 부분 사무소의 문이 열리며 퇴근 준비를 하는 아이돌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다냐! 치히로 씨냐!"
"냣호-이! 다녀왔어용☆ 치히로 씨!"
"으에, 안즈, 더는 무리 …."
"성가신 태양도 짙은 어둠에 의해 물러나는군!"
"아, 수고하셨어요. 모두들."
치히로는 사무소 안으로 들어온 아이돌들을 바라보다, 다시 서류 처리에 들어간 유사쿠를 바라보았다.
346 프로덕션은 기본적으로 매니저라는 게 없다.
아이돌과의 신뢰 구축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매니저의 역활도 프로듀서가 다 하고 있었고, 그런 신조 때문인지 아이돌들끼리도 친분이 좋았다.
퇴근할 시간이 되어도 수다를 떨며 사무소에서 다른 아이돌들을 반기거나 하는 일도 잦았다.
"흐흥, 귀여운 저를 기다리신 분들이 있는 것 같군요."
"으 …, 조금 지쳤을까 …. 호러 …, 영화를 보면서 …, 쉴까."
"우우 …. 이제 아이돌 같은 건 무리이 …! 은퇴하고 싶은 것인데요 …."
"으그극, 허리야. 지쳤을지도 …."
수 많은 아이돌들이 사무소에 들어왔다가 프로듀서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몇몇 아이돌들은 남아 자신들의 동업자이자 친구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남은 시간 동안에 그 어린 소녀들의 장난기와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대상은 치히로가 걱정하고 있는 유사쿠였다.
유사쿠는 치히로와 함께 단 둘이 사무소에서 업무적인 이야기만 할 정도로 무뚝뚝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아이돌들과의 이야기도 적었고 그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후지키 군의 표정을 망가뜨리는지 내기 하지 않을래?"
누가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신데렐라들은 눈을 반짝였다.
이런 좋은 놀이를 피할 이유는 없다!
유사쿠는 대놓고 오우! 하고 함성 소리를 내는 신데렐라들이 목을 까딱였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자신감 과잉이자, 그 공주병이 개성으로 작용하는 코시미즈 사치코였다.
귀여운 보라빛 픽시 컷에 고양이 같은 눈동자.
치마자락을 살짝 들어올리며 유사쿠의 책상 근처를 슬쩍 슬쩍 지나갔다.
"흐흥 ~♪"
"………."
"후후후 ♬"
"………."
"후지키 씨. 어떤 가요? 귀여운 저를 보니 가슴이 두근 거리지 않나요?"
"코시미즈 씨."
"네? 어서 말씀해보세요. 귀여운 제가 무엇이든지 들어드릴 테니까요."
사치코는 공주병이라 불릴 만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소녀였기에 확신했다.
무뚝뚝한 후지키 유사쿠라는 남자도, 자신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 웃을 수밖에 없으리라고.
이윽고 사치코의 시선을 받은 유사쿠는 ….
"체력이 남으시면 내일 오전 스케줄에 트레이너 분들에게 연락해서 마스터 코스를 준비해둘까요?"
"네, 넷!? 그게 무슨 …."
"코시미즈 씨에게 트레이닝 코스가 필요한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체력에 여유가 있으니 장난칠 여유가 있는 것이겠죠. 저와 센카와 씨가 처리해야 할 서류는 산더미지만."
"아, 그, 그게 그러니까 …!!"
"둘째, 다른 분들이랑 장난치는 건 상관 없지만, 저희 업무가 끝나지 않았는데 그러는 건 명백히 방해입니다."
"그, 그럴 의도는 …."
"셋째, 의도와 관계 없이 지금 행동에 문제가 있습니다."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답한 유사쿠는 다시 서류 처리 작업에 집중했다.
그의 말버릇인 세가지를 통해 팩트로 폭력 당한 사치코는 "귀, 귀여운 저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 하면서 비틀거리며 아이돌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냉정한 모습에 아이돌들은 사뭇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공주병이 있긴 하지만 아이돌인만큼 사치코는 정말로 귀여운 편이다.
그런 아이가 관심을 표하면 남자가 아니라도 시선이 가기 마련.
그런데도 저런 냉정한 발언이라니!
"긴장하는 게 좋겠는데."
"제법이야."
그 다음으로 움직인 아이돌은 카타기리 사나에.
전직 경찰이자 28세라는 늦은 나이로 아이돌이 된 특이 케이스지만 오히려 그걸 개성으로 삼은 역전의 신데렐라였다.
귀여움을 어필하는 듯한 양갈래 머리칼과 상반되게 섹시함을 어필하는 타이트한 원피스.
사나에는 유사쿠에게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바스트를 어필했다.
사춘기 소년이라면 육체적인 어필에는 약할 거라는 계산!
"자, 어때? 후지키 군. 누나의 대담한 포즈를 보니 불끈했어?"
이번엔 이겼다!
사나에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찰칵?"
- 자, 어때? 후지키 군. 누나의 대담한 포즈를 보니 불끈했어?
"에 …."
"전직 동료분들과 미성년 성추행죄로 만나신다면 말리지 않죠. 센카와 씨. 잠시 전화 좀 써도 될까요?"
"우와아아아앗! 누, 누나가 잘못 했어! 그건 그만둬! 현행범으로 잡히면 끝장이란 말이야!"
"그러면 집에 돌아가세요."
"… 우웃, 녹음기라니. 평범한 고등학생이 가지고 있을만한 게 아니잖아!"
녹음기를 이용한 과감한 반격.
이걸로 사나에도 완패다.
두 명이나 패배하자 아이돌 측의 위기감과 투지가 더욱 불타올랐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놀이가 아니라 자존심 싸움이다!
아이돌로서,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가 한낯 평범한 고교생에게 무시당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꺄핫! 이런 건 저에게 맡겨주세요! 우사밍 성에서 온 비법으로 후지키 군의 시선을 사로잡을 테니까!"
"아베 씨."
"네? 무슨 일이에요? 후지키 군! 17살 누나가 뭐든 들어줄게요!"
"프로필 업데이트하게 진짜 나이를 말씀해주세요. 주소도요."
"… 엣."
"말씀해주지 않으시면 제가 찾아서 입력하죠."
"우와아아아아아아-! 자, 잠깐! 잠깐! 자, 잘못했으니까 그것만은 …."
"그럼 얌전히 집에 돌아가세요."
"네에 …."
토끼처럼 긴 리본을 추욱, 늘여뜨리며 한 발 물러섰다.
우사밍 성에서 찾아온 영원한 17살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가진 그녀다.
유사쿠가 지적한 사실을 들키는 순간, 그대로 아이돌 수명은 끝장!
"우, 우와. 위험하다냐."
"위대한 전사의 힘은 경이로울 지경이다 …."
이번에는 시도조차 하지 못 하고 실패했다.
이걸로 신데렐라들은 깨달았다.
강적이다.
후지키 유사쿠라는 소년은 지금까지 만나왔던 강적들과 동등한, 아니, 그 이상의 강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도전하지 못할 때, 한 소녀가 손을 들었다.
"안즈가 해볼게."
"엣, 안즈가?"
"대신에 안즈가 웃기는데 성공하면 내일 스케쥴은 모두 취소하는 거야!"
토끼 인형을 끌고 안은 채로, 음침한 미소를 짓는 신데렐라는 니트 컨셉이라는 전대미문의 개성을 가진 신데렐라였다.
왜인지 장난에서 시작된 일이 자존심 싸움이 된 것을 노린 고도의 전략.
반드시 쉬겠다는 굳은 의지!
그러나 유사쿠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거부의 의사를 표현했다.
"제게 그런 재량은 없습니다."
"알아, 알아. 그러니까 후지키 군에게 패배한 사람들이 내일 내 스케쥴을 대신 해주는 거지. 어때? 이건 괜찮지?"
"타케우치 씨에게 상담하시죠."
"그래그래! 그건 안즈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자!"
안즈는 실실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섰다.
그리곤 유사쿠의 책상 위로 커다란 롤리팝 막대 사탕을 올려놓곤 손을 뻗었다.
"자, 잡숴봐."
"괜찮습니다."
"한번만 먹어보라니까? 그러면 천국을 경험할 거라고."
"단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칫."
이번에도 실패다.
이전처럼 치욕적인 굴욕을 당하진 않았지만 실패는 실패.
내일의 스케쥴을 비우는 상상을 했던 안즈는 혀를 차며 다시 쇼파에 드러누웠고, 신데렐라들은 서로의 눈치만을 보았다.
바로 그 순간,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사무소의 문이 열렸다.
"다녀왔습니다!"
"후우, 꽤 지쳤네."
"어라? 다들 모여서 뭐해?"
"아, 뉴 제네분들 어서 오세요."
사무소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뉴 제네레이션의 세 멤버.
우즈키, 린, 미오였다.
신데렐라들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고, 뉴 제네의 멤버들은 왠지 모를 오한에 움찔거렸다.
이건 대체 무슨 일이야?
"꽃피는 소녀여! 푸른 소녀여! 세 개의 별의 소녀여! 부디 별들의 복수를!"
"복수라니, 그게 무슨 소린지…."
손을 뻗으며 소리치는 소녀는 중2병을 컨셉으로 잡은 칸자키 란코다.
평소에도 자기만의 언어로 말하기 때문에 사정을 설명하는데 다른 신데렐라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사정을 들은 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그런 일로 여기 모여 있는 거야?"
"하지만 …!"
"알았어. 내가 끝내지."
그렇게 말하곤, 린은 당당하게 유사쿠를 향해 다가섰다.
유사쿠는 서류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진 않았지만, 그 당당한 발걸음 소리로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고, 잠깐 동안의 침묵이 펼쳐져 사무소 안에 내려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이채가 맴돌았다.
"후지키."
"… 이런 장난에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야."
"그래서?"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면 응해주는 게 도리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건 아이돌의 역활이지, 내 역활이 아니야."
"흐응. 그래?"
"그런데?"
고고고고고고고고고 -
둘 다 차분히 말하고 있었지만, 그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전쟁의 뜨거운 열기나 다름 없었다.
특히나 유사쿠나, 린이나 서로 반말을 사용했기 때문인지 분위기는 더욱 험상궂게 변해갔고, 신데렐라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렸다.
이러다 진짜 싸움 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의문이 떠올랐을 때, 미오가 나섰다.
"후지쿠, 어때?"
"… 그건?"
"후지키 유사쿠니까, 후지쿠. 괜찮지 않아?"
"마음대로 해."
그녀만의 사람과 친해지는 방식인, 별명을 지어주는 방식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그나마 나아졌다.
유사쿠의 표정을 망가뜨린다는 목적을 달성한 것도, 그와 그녀의 관계를 바꾸는 것도 성공한 게 아니었지만 확실한 수확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시마무라 우즈키뿐.
우즈키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의 앞에 다가섰다.
"후지키 군. 후지키 군."
"왜."
"피-스!"
유사쿠가 시선을 던진 순간, 우즈키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양 손을 브이 자로 펼쳐서 뺨 근처에 가져다 됐다.
타케우치 프로듀서가 그녀를 스카웃한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미소】, 그 자체였다.
순간적으로 유사쿠의 눈동자는 흔들렸지만, 곧 꾹- 감고서 미소를 회피했다.
과연,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미소였다.
그 다음 눈을 떴을 때, 유사쿠의 눈동자는 다시 차분한 그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으아, 아까웠어! 시마무!"
"방금 움찔하지 않았어?"
"에헤헤, 웃음은 전염된다는 걸 어디서 들어서 해봤는데 …."
이걸로 신데렐라들의 공격은 실패.
두 세기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치히로는 안도랄지, 아쉬움이랄지, 모를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렇게 해서 사무소에서 아이돌들과 섞이지 않았던 그가 조금은 섞였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싸움이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니까.
그리하여 아주 잠깐의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다시 사무소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것은 유사쿠가 아주 익숙한 두 사람이었다.
"쿠사나기 형. 타케우치 씨?"
"오우! 유사쿠. 일은 잘 하고 있냐?"
"다녀왔습니다."
포장한 핫도그를 가득 넣은 종이 봉투를 안고 있는 쿠사나기와 마찬가지로 여러 서류가 담긴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타케우치였다.
그리고 우연히 유사쿠의 얼굴을 바라본 우즈키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웃었다 …!"
***
사무소에는 이미 카페 '나기'의 핫도그를 먹는 소리로 가득했다.
아무리 아이돌이라고는 해도, 한창 때의 소녀들이다.
관리는 하더라도 눈 앞에서 먹는 모습을 보게 되면 먹고 싶기 마련.
처음 신데렐라 한 명이 핫도그를 처음 씹은 것을 발단으로, 모든 아이돌들이 핫도그를 집어들었다.
쿠사나기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후하하하, 그런 거야? 아무리 내가 좋다고 해도 곤란하다고. 유사쿠."
"그런 게 아니란 거 알잖아."
"알았어. 알았어. 농담이야."
"그런데 이건? 안 그래도 적자 아니야?"
"아, 걱정하지 마. 타케우치가 산 거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 무슨 일로 왔어?"
유사쿠의 질문에 쿠사나기는 이상한 걸 묻는다는 듯이 눈썹을 움직였다.
"당연히 널 데리러 온 거지. 이제 집에 가자."
"하지만 …, 아직 일이."
"그건 제가 맡도록 하죠."
대화에 끼어든 타케우치 프로듀서를 보며 유사쿠가 눈을 깜빡였다.
물론, 이상한 일은 아니긴 하지만 어째서?
그런 의문을 알아챈 듯, 타케우치 프로듀서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일부터 후지키 씨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해야할 일?"
"네. 내일부터 뉴 제네 분들과 함께 다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견습 프로듀서 자격으로."
그 말에 유사쿠는 물론, 뉴 제네의 삼인방마저도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먹고 있던 핫도그를 삼키며 미오가 물었다.
"저기, 프로듀서. 후지쿠는 면허도 없는데?"
"후지쿠? 아, 괜찮습니다. 운전은 제가 할 것이기 때문에."
"엥? 그러면 따라가는 이유가 없지 않아?"
"저희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들은 보통 운전도 하지만, 원래는 매니저의 역활입니다."
아, 그랬지. 저도 모르게 수긍하고 만다.
미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린이 물었다.
"데려가서 어쩌려고?"
"현장을 살펴보면 다른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흐응, 그렇다면 교육을 위해서 데려간다는 거야?"
"그런 셈이죠."
린은 힐끗, 유사쿠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은 채, 타케우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다시 한번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분위기의 다운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지 우즈키가 손을 들며 물었다.
그녀의 밝은 목소리가 퍼졌다.
"그러면 이동 같은 건 어떻게 하나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뉴 제네 분들과 같이 차에 타서 이동하겠지요."
"헤헤,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타케우치 프로듀서는 유사쿠를 바라보았다.
굵고 낮지만 배려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네. 딱히 상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현장을 돌아보면서 후지키 씨가 여러가지를 배우면 좋겠습니다."
유사쿠는 조용히 끄덕이고 남은 핫도그 포장지를 꾸기곤 쓰레기 통에 넣었다.
과연 그곳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 지, 무얼 알려줄 것인지 작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접어두었다.
쿠사나기가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돌아갈까?"
"응. 그러면 내일 뵙죠."
유사쿠와 쿠사나기가 자리를 뜨자, 타케우치는 두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할 일은 매우 많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라는 것도 있는 법이다.
***
- 요! 유사쿠 찡. 돌아왔어? 아이돌들이랑 부비부비는 한 거야?
"시끄러워. 아이."
- 너무해! 나라도 그런 말은 상처 받는다고!
"AI가 상처 받는 게 어디 있어?"
돌아오자마자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이그니스를 무시하며 유사쿠는 자리에 앉았다.
아이돌 사무소에서의 일이 끝났지만, 자신의 일은 남아 있다.
쿠사나기는 그런 유사쿠를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었고, 타온 커피를 건넸다.
"조금 쉬는 게 낫지 않아? 내일부터 힘들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타다다닥, 빠르게 자판을 치는 유사쿠의 눈동자에, 일그러진 열의가 일렁거렸다.
─────────────────────────────────────────────────
천천히, 슬로 슬로하게 진행해나갑니다.
신데마스 쪽은 애니와 게임 설정을 제멋대로 섞었습니다.
덧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글이 많으면 연재 속도가 빨라질지도 몰라요!?
(IP보기클릭)223.39.***.***
(IP보기클릭)59.17.***.***
유세이에게 많은 걸 배운 유사쿠찡이라! | 17.12.17 16:49 | |
(IP보기클릭)211.109.***.***
(IP보기클릭)59.17.***.***
태초에 우사, 아니 카드가 있었다.. | 17.12.17 17:10 | |
(IP보기클릭)125.183.***.***
(IP보기클릭)59.17.***.***
보통 고등학생이 해킹을 하거나, 몰래 남의 집에 침입하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 17.12.17 17:13 | |
(IP보기클릭)59.0.***.***
(IP보기클릭)59.17.***.***
감사합니다! | 17.12.18 09: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