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임에도 북적거린다. 아침인데도 인요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곳은 카드샵. 인요들의 유희거리인 듀얼을 즐기는 장소.
이곳에서는 그 하쿠레이 레이무조차 단 하나의 손님에 지나지 않는다.
레이무는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듀얼링 부근을 지났다. 향하는 곳은 가게 주인이 떡하니 서있는 프런트였다.
주인의 앞에는 판매용 카드들이 수납되어있는 유리 상자가 있었다.
다가선 레이무는 유리 상자의 내용물을 보고는 눈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나이트 샷]하고 [마궁의 뇌물]이 왜 이렇게 비싸졌어? 몇 배는 올랐잖아.”
“그게 말이죠. 요즘 희한하게 싸이크론보다 나이트 샷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졌단 말이죠. 속공 마법도 아니라 사용도 좀 힘들텐데, 왜 그런걸까요.”
몇 배 이상 껑충 뛰어버린 카드의 수요에는 가게 주인도 의문을 품은 듯 했다.
원래는 선호되던 제품이 아니라 재고가 그리 없어 이렇게까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여 말했다.
레이무는 잠시 아쉬운지 혀를 쯧 찼다. 이유가 대충 짐작가기 때문이었다.
‘싸이크론으로 마법, 함정을 무효로 할 수가 없게 됐으니, 선호도가 줄었네.’
레이무가 생각하는 이유였다. 딱 들어맞기도 했다.
파괴할 카드를 발동시킬 수 있는 싸이크론과 달리, 나이트 샷은 지정한 카드를 파괴할 수 없다는 효과를,
마궁의 뇌물은 발동된 카드를 무효로 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럴거면 미리 매수를 해둘걸 그랬나, 레이무는 속으로 아쉽다는 평을 남기며 품에서 카드뭉치를 꺼내들었다.
결계를 수리할 겸 무연총으로 향해 얻었던 카드들이었다. 카드뭉치를 건네자 주인은 그 목록을 상세히 보더니 말했다.
“이번에는 되게 많네요?”
“오래 찾기도 했었고, 최근에 무연총으로 흘러들어오는 카드의 양이 늘었으니까. 여기 카드 목록. 살게 있으면 말해.”
카드뭉치 옆에 영수증같이 긴 종이를 놓으며 레이무가 말했다.
언뜻 보면 가게 주인에게 카드를 파는 광경은 희한하게 보일 수 있었으나, 지나치는 그 누구도 이 상황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는 원래부터 이래왔기에.
“으음… [태풍], [이중 소환], [봉황신의 깃털], [크리보온], [강제 탈출 장치]……”
쓱싹. 주인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구입할 카드들을 구분했다. 레이무는 구분된 카드들을 흘깃 보고는 가격을 대충 어림짐작했다.
구분된 카드뭉치는 원래 높이의 1/4까지 줄어들었다. 레이무는 또 다른 카드뭉치를 꺼내들며 말했다.
“이건 레어도 조금 낮은 카드인데, 추가요금을 조금만 더 주면 덤으로 줄게.”
“그러면야 고맙지요. 이 정도면 어떻나요?”
주인이 손가락 하나를 올리며 말했다. 레이무는 찌릿 째려보고는 눈치를 주었다. 그리고선 손가락 4개를 폈다.
“……4배요?”
“응.”
“4배나 올리는건 좀…. 2배 어때요?”
“4배.”
“사정을 좀 봐주시면 안 되나요? 3배까지는 그나마…”
“안 돼. 4배.”
“네…”
너무나도 당당해서 합당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레이무는 몰아붙였다.
결국에 주인은 백기를 들었다. 원래의 판매 계획에 있던 카드와 저 레어도 카드들을 팔은 돈을 들고 레이무는 그대로 카드샵을 나섰다.
만족스러운지 얼굴에는 화창하고 깨끗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배틀. [성령수기 아페라이오]로 세트 몬스터를 공격합니다.”
“파괴된 [크리터]의 효과로 공격력 1500 이하의 몬스터를 패로 추가하겠습니다.”
“덱에서 카드를 패로 넣는 효과. 그러니 체인으로 [하루 우라라]의 효과를 발동하죠.”
“아뇨, 불가능해요.”
“맞습니다. 배틀로 인해 파괴된 크리터의 효과에는 하루 우라라의 효과를 발동하지 못하죠.”
“그러니 [D.D 크로우]를 패로 추가하겠습니다.”
쿄우카의 지적에 케이네가 긍정을 표하며 우라라를 다시 회수하였다.
지금의 듀얼은 승패에 연연하는 평소의 듀얼과는 달리, 서로가 고의적으로 실수하여 상대가 그 실수를 지적하도록 유도하는 듀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케이네는 알고 있으면서도 하루 우라라의 효과를 발동하였고, 쿄우카도 그 의도를 짐짓 눈치채어 그 의도대로 행동하였다.
“드로, 스탠, 메인. [죽은 자의 소생]을 발동할게요. 신의 심판에 의해 소환이 무효로 되었던 [카오스 솔저 –개벽-]을 소생하겠습니다.”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소환에 성공했던 두 번째 개벽을 특수 소환하겠습니다.”
개벽을 소환하였더라도 쿄우카는 그리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이번 듀얼은 상대와 자신의 지식을 시험하는 장이지, 실력을 시험하는 장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턴을 무의미하게 넘겼다. 서로의 덱도 거의 바닥을 보여가는 상태였다.
“드로우, 스탠바이 페이즈. [전선복귀]를 발동. 묘지의 [정령수 아페라이오]를 수비표시로 소생합니다.”
“체인으로 [D.D 크로우]의 효과를 발동합니다. 아페라이오를 제외.”
“메인 페이즈, [성령수기 아페라이오]의 효과 발동. [령수사의 장로]와 방금 제외되었던 [정령수 아페라이오]를 수비표시로 특수 소환합니다.”
“아니요. 불가능합니다. 정령수 아페라이오는 1턴에 1번만 특수 소환이 가능한 몬스터에요.
방금은 소환에 실패한 것이지 소환 자체가 무효로 돌아간 것이 아니기에 이번 턴은 더 이상 특수 소환하지 못합니다.”
“……너희들이 하고 있는거 나랑 같은 게임 맞아?”
“당연하지.”
“난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어.”
금방 돌아온 레이무가 듀얼의 판을 훑어보더니 허탈이 웃었다. 뭐가 잘못된 것인지, 눈으로 보든 귀로 듣든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것은 똑같았다.
어째 앞으로 배워야 할 내용은 가시밭길 투성이일 것만 같은 직감이 들었다.
“덱이 더 이상 없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쿄우카는 듀얼이 끝나자 진땀이 빠진 듯 눈을 감고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실수 한 번이라도 용납하지 않으려 신경쓰다보니 정신적인 피로가 심했다.
설렁설렁 지적만 해도 충분했던 지금까지와의 상대와는 확연히 달랐으니까.
“알려드리죠. 잠시 기다리고 계시길.”
케이네가 방을 나섰다. 원래 목적인 정보의 출처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서적인가, 쿄우카는 어림짐작했다. 기왕이면 얻은 장소도 물어볼 생각이었다.
“어때?”
“힘들어.”
“그런 막연한 감상을 물은게 아닌데…. 네가 보기엔 케이네 실력은 어때 보여?”
“실전은 모르겠지만, 룰 부문에선 나 이상으로 잘 알고 계신듯한데.”
“그 정도야?”
“아마도.”
쿄우카는 진땀을 흘리며 답했다. 그런데도 얼굴에는 옅은 웃음기가 남아있었다. 반가운 탓이었다.
환상향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서로가 통한 이야기였으니.
룰을 가르치는 것에 나쁜 감정을 가진 것은 아니었으나, 서로의 말이 통하는 대화가 일방적인 가르침보다는 썩 마음에 들었으니까.
“유카리가 굳이 날 데려온 이유를 모를 정도인데….”
“케이네는 마을의 선생이니까. 나와 친분이 있다고 해도 전부 알려줄 만큼 시간이 녹록치 못해서 그렇지.
애초에 가르치기 시작한 시기도 너보다 늦고. 그리고 자학하지 마. 너도 충분히 잘 가르쳐.”
“그런걸까.”
쿄우카가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그 찰나에 케이네가 돌아왔다. 책자 몇 권을 쿄우카의 앞으로 놓았다.
사람들의 손길이 수없이 닿아 닳고 닳아있는 중고품들로 보였다.
“이 자료들을 얻은 곳은 스즈나안이라는 대본소입니다.”
“잠시 봐도 될까요?”
“네.”
책자를 펼치자 처음으로 보인 내용은 카드들의 개별 재정에 대한 것이었다.
Q&A 형식으로, 상황에 맞게 질문되어있는 재정들에 대한 답변들이 늘여져있었다.
페이지를 날래게 넘기고, 다른 책자들까지 살펴보기 시작한 쿄우카는 쓴웃음을 지으며 당황을 표했다.
“……저기, 스즈나안에서 발견된 자료는 이게 전부인가요?”
“지금으로썬 그렇습니다.”
“하하….”
한숨의 이유는 간단했다. 룰의 기본 개념은 서술되어있지 않고, 모두가 질의응답일 뿐이었으니까.
케이네의 능통함 덕에 기대가 높아진 상태였는데, 오히려 맥이 빠져버린 상태가 되었다.
하긴, 기본 개념이 적혀있는 책이 있었다면 환상향의 룰 개념이 이렇게까지 마구잡이일리는 없겠지. 쿄우카는 그리 생각하며 책자를 덮었다.
“죄송하지만 하나 더 묻고 싶습니다. 설마 이 카드들의 재정만 보시고 용어의 개념을 정리하신건…?”
케이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개념 몇 개로 한정짓는다면 몰라도, 질의응답만으로 룰의 개념 전체를 알아내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그 굉장함을 알기에 쿄우카는 잠시 얼이 빠진 듯 책만 검지로 툭툭 건드려대었다.
그러던 와중, 케이네가 진중한 태도로 물었다.
“하나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네?”
“제가 편찬할 안내서의 검수를 맡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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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룰 투성이 환상향을 바꿔줄 또 다른 협력자는 케이네입니다
혼자서 바꾸기는 힘들테니 사람, 아니 요괴 여럿 좀 붙여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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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어야 해결을 하는 법이죠! | 17.11.12 00: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