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닥거리던 아야와 레이무는 이내 화를 식혔다. 아니, 투닥거리기보단 한쪽이 일방적인 공세를 멈췄다고 보는게 맞았을 테지만.
어쨌든 화를 식혔다. 날씨가 날씨이다보니 금방 기진맥진하게 되는 탓이었다.
흐으, 방을 비척이며 레이무가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던 차에 아야는 말을 꺼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 말에 레이무는 아야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야는 그 부담스런 시선에 눈을 몇 번 깜빡이다 물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니, 잘 가라고.”
레이무는 손을 흐느적거리며 인사했다. 아야는 씽긋 웃더니 발을 툭툭 굴리고는 착륙했던 장소에서 도약했다.
쌩,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돌풍이 일었다. 먼지는 덤이었다. 레이무는 잠시 콜록거리더니 다시 평온히 숨을 쉬었다.
“마을에 가자.”
“벌써?”
“아까 전에도 말했잖아. 샵이 붐비기 전에 가야한다고.”
레이무가 머리를 몇 번 긁적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쿄우카도 따라갈 생각이었다.
레이무와 신묘마루는 별 말 없이 마당에 서더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기?! 잠시만?! 나 못 나는데?”
“……들고 가야 되나.”
레이무가 쿄우카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꽉 붙들은 손에 의해 둘이 둥실 떠올랐다.
“으음…”
레이무는 무엇 때문인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거북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땅으로 안착했다.
그리고는 손을 잡는 방법을 수차례 바꾸기 시작했다. 남을 들고 가는 것이 익숙치 않은 탓이었다.
“아 됐다.”
손목도 잡아보고, 허리춤도 잡아보고, 수어번의 시도 끝에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어깨에 들쳐 메는 것.
들려가면서 듣자니 쌀 포대를 메는 기분과 비슷해서 그나마 가장 편하다 레이무가 말했다.
쿄우카는 난생 처음 해보는 비행의 기분을 쌀 포대의 입장에서 느끼게 될 줄은 몰라 아무 말 없이 어물쩍한 표정을 지었다.
“우윽…”
남을 들쳐 메는 것은 레이무도 처음인지라 불편한지 드는 방법을 미묘하게 바꿔대었다.
그 탓인지 어깨에 배도 부딪히고 하여, 속이 울렁거려왔다.
“기분 어때?”
“너… 일부러 물어보는거지.”
“움직이지 마. 들기 힘들어.”
신묘마루가 피식 웃으며 다가왔다. 반문에는 전혀 아니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쿄우카는 신묘마루를 잠시 노려보려다 속의 울렁거림을 겨우내 견디려 그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부터는 그냥 하나의 짐짝이 되기로 했다.
“도착했어. 내려.”
“응? 금방 도착했네.”
“뭐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레이무가 쿄우카를 내려놓고선 팔을 빙빙 돌려대었다.
“케이네한테 갈거지?”
“응. 이치린 씨가 말했던 곳으로 가보려고. 협력을 구해보게.”
“뭐, 케이네도 거부하지는 않을거야. 일단은.”
“난 따로 가볼게.”
레이무가 눈을 감더니 덤덤히 말했다. 그대로 걷기 시작하더니 따라오라며 쿄우카를 바라보곤 손짓했다.
신묘마루는 용무가 있는지 레이무와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로가 등을 돌려 각자가 향할 곳으로 향했다.
“레이무, 너는 샵에 간다 하지 않았어?”
“나도 케이네랑 할 얘기가 있으니까. 먼저 얘기 좀 할게.”
샵은 그 이후의 일이야. 라며 레이무가 덧붙였다. 그 말 후 재촉어린 발걸음을 계속했다.
쿄우카는 빠른 걸음으로 레이무와 발을 맞춰가며 걸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일었던 궁금증을 한 차례 떠올렸다.
그 궁금증은 이전에 유카리가 말했던 환상향에서의 실태에 대한 것.
분명 유카리는 환상향에는 아직 규칙의 개념이 희박하다고, 그렇기에 자신을 데려왔다 설명했었다.
그 말대로이기는 했다.
타에 모범이 되어야 할 레이무조차 파괴와 무효를 구분짓지 못하고, 체인의 개념조차 제대로 알지 못 했으니.
다만 규칙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또 아니었다. 이치린과 누에가 그 예시였다.
그녀들은 체인은 물론이고, 새크리파이스 이스케이프까지 능히 다룰 수 있는 이들이었다.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라는 선생의 덕에.
쿄우카는 자신 이외에도 규칙을 정립하려는 자를 만나보고 싶었다.
유카리가 자신을 환상향으로, 하쿠레이 신사로 데려온 이유는 결국엔 환상향 전체에 올바른 규칙을 퍼트리게 하기 위함이었으니까.
하지만 규칙을 퍼트리는 것은 혼자서는 능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단언할 수 있었다.
개인의 힘으로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명확하니까. 그렇기에 알게 된 선생의 존재는 쿄우카에게 있어 여러모로 희소식이었다.
선생이라는 직종 자체가 남들에게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직종인지라, 영향력은 훨씬 클 터이니.
“케이네? 있어?”
“들어오게.”
레이무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서당 안에는 당연히도 케이네가 있었다.
쿄우카는 아직 들어오지 말란 소리에 문만 살짝 흘겨 내부를 바라보았다.
널찍한 방 안에 홀로 앉아있는 푸른 끼 섞인 백색 머리의 여성을 보고, 케이네라 어림짐작했다.
“먼저 얘기 하고 있을게.”
문이 삐걱거리며 굳게 닫혔다. 레이무는 틈새 한 곳에 부적을 붙이더니 주문을 외웠다.
소리를 차단하고 나서야 레이무는 뒤를 돌더니 케이네와 마주보았다.
높이가 낮은 교탁 앞에 털썩 앉고는 레이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 뭐 들은거 있어?”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아이들에게 들었네. 분명 유카리가 데려온 인물이라 했었지. 분명 이름이…”
“오키테가미 쿄우카. 밖에 있는 녀석이 걔야. 설명을 좀 복잡하게 하는게 흠인 하지만, 뭐… 괜찮게 가르치더라.”
“꽤나 의외로군. 꾸준히 가르침을 받을 생각을 하다니.”
“…날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거야?”
“꽤나 참을성 없는 성격이라 생각하네.”
“우와ㅡ 가차없네. 나도 이미지 관리 좀 해야 하려나.”
케이네가 옅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레이무는 듣자마자 허탈한 표정을 짓고는 헛웃음을 하며 웃어넘겼다.
“대외적인 이미지는 이미 쇄신하긴 그른 것 같다만.”
“아니, 그건 솔직히 신문에 내 험담만 써놓는 텐구들 때문 아냐?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걔네들한테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고. 아야 빼고는 거의 원수 취급당한단 말이야.”
그 사실이 못마땅한지 레이무는 팔짱을 끼고는 치, 소리를 내었다.
농담은 여기까지였고, 레이무는 곧 본론을 위해 케이네를 똑바로 마주했다.
“아무튼, 너도 듀얼의 규칙에 대해서 신경 써주고 있었구나. 처음 부탁했을 때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금방 해냈네.”
“아직 시험단계이지만, 확실한 부분은 알려주려 애쓰고 있네.”
“그건 이치린한테도 들었어. 그것 때문에 듀얼 중에 한 방 먹기도 했었고. …계속 말이 새네. 본론에 들어갈게. 한 가지, 쿄우카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게 있어.”
“그건?”
“휘침성 이변과 관련된 사건 사고에 대해 얘기하지 말아줬으면 해. 특히 듀얼 몬스터즈의 실체화와 관련된 것들은 더더욱.”
“금방 들킬거라고 생각하네만.”
“들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 하지만 지금은 침묵해줬으면 하는거지.”
“그렇게까지 숨겨야 할 이유가 있는가?”
“쿄우카가 신사에 있는 이유는 단순히 듀얼의 규칙을 알려주기 위함일 뿐이야. 그것 이외엔 나와 관련된 일에 개입할 이유도, 명분도 없지.”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겐가?”
“뭐, 부정은 않을게.”
숨을 수십 번 고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벽에 등을 기대 시간을 죽이고 있던 쿄우카는 문이 삐걱이는 소리에 주의를 돌렸다.
레이무가 문 밖으로 나오더니 스트레칭마냥 허리를 잠시 피고는 말했다.
“대충 네 소개하고 이야기는 끝났어. 안으로 들어가 봐.”
“고마워.”
“난 샵으로 가볼게. 나중에 데리러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쿄우카는 마지막 레이무의 말을 듣고는 서당 내부로 들어섰다.
당연히도 케이네가 있었다. 꽤나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는지라, 쿄우카는 잔뜩 긴장한 채로 무릎 꿇어 앉았다.
“안녕하세요.”
“이야기는 레이무에게 자세히 들었습니다.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다 고.”
“네. 듀얼의 룰에 대한 정보의 출저를 알고 싶습니다. 저도 일단은 레이무를 가르치고 있는 입장이기에, 제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해서요.”
“알려드릴 수는 있습니다. 다만,”
“다만...?”
“레이무를 가르치고 있다는 당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가늠해보고 싶군요.”
케이네는 그리 말하며 교탁 위로 손을 올렸다. 교탁에 미세하게 나있던 이음새 부분이 열리며 숨겨져있던 문양이 드러났다.
당연히도 둘은 익히 봐온 문양이었다. 매치에 사용되는 듀얼의 필드였으니.
“거절은 않겠습니다.”
쿄우카는 거절하지 않았다. 케이네가 듀얼을 거는 이유를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서로가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판단해보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듀얼은 넘길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듀얼.””
선공은 케이네의 것으로 넘어갔다. 케이네는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잠시 탐색을 해보려는 듯 페이즈의 선언만을 한 뒤 몬스터를 1장, 리버스 카드를 2장 세트해두고 턴을 종료했을 뿐이었다.
극도로 방어적으로 나가려는가. 쿄우카는 지레짐작하고 카드를 뽑아들었다.
“[트리온의 충혹마]를 소환합니다. 그 효과로 덱에서 [나락의 함정 속으로]를…”
“리플레이에 들어가죠.”
“……그렇다면.”
“트리온의 충혹마를 소환하기 전, 페이즈의 선언을 하지 않은 스탠바이 페이즈로 되돌아가 [마인드 크러시]를 발동합니다. [트리온의 충혹마]를 버리시죠.”
케이네는 냉담히 선언했다.
의외의 행위에 쿄우카는 잠시 발동된 마인드 크러시를 향해 눈을 돌리더니 피식 힘없는 웃음을 소리내기 시작했다.
“하, 하하... 그렇지요. 우선권.”
“당신은 페이즈의 진행을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체인의 여부도 묻지 않았지요.”
“알고 있습니다.”
쿄우카는 선언된 트리온의 충혹마를 묘지로 보냈다.
의외의 복병을 맞은 기분에 눈을 감고는 짙은 숨을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내쉬었다.
아까 전의 웃음도 너무나도 뜻밖의 일인지라 튀어나온 감정의 표현이었다.
“그러면, 이제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메인 페이즈 1.”
그야 지금껏 이렇게까지 규칙에 통달해 있는 자는 환상향에서 만나보지 못했으니까.
이제부터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 마음속으로 쿄우카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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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네와의 듀얼은 스킵을 할 예정입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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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듀얼을 못 따라가요! | 17.11.10 14: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