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발명되어 1993년에 대중에게 공개된 가상 현실 솔리드 비전은 온 산업과 문화계에 새로운 발전을 낳았다. 어떠한 증강현실용 시각 필터도 필요로 하지 않는 이 가상 현실 기술은 철학계에마저 논쟁을 일으키게 할 정도였다. 이 기술은 아타리 쇼크가 휩쓸고 지나간 게임계 구석구석에 너나 할 것 없이 적용되었으나,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TCG의 인식을 뒤바꾼 듀얼 몬스터즈라는 카드게임이었다. 일본의 어느 만화가가 만든 이 카드 게임은, 의도하지 않았던 호황을 맞아 만화의 장르와 만화가의 인생마저 뒤바꾸게 되었다. 결국 그 만화는 지금까지도 방영되고 있으며, 카드와 그 카드를 솔리드 비전으로 실체화시키는 듀얼 디스크는 온 세상에 팔려나갔다. 지금도 수많은 듀얼리스트들이 어린이용 카드 게임에 희비를 가르며 듀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세상 속 대한민국에 위치한 듀얼리스트들이 넘치는 어느 도시, 여남시와.....
어떤 다른 세상, 그리고 또 다른 세상'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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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 되었지만 여남시 원동구의 구석진 동네, 금옥동에서는 사람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았다.
무너지기 직전의 폐가와 낡고 허름한 집들만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을 풍길 뿐이었다. 원래부터 낡은 동네였다지만, 아마도 얼마 전부터 시작된 재개발 공사 때문에 사람들이 다른 동네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 때문이리라. 그 순간, 동네의 정적을 깨는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빠-암~ 빠- 바밤~ 빠- 바밤~ 빠바- 바- 바- 바~ 빠-암~ 빠- 바밤~ 빠- 바밤~ 바아아아아암~ The rusted chai-"
"차현준! 그 기분나쁜 노래 알람으로 쓰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내 취향 가지고 누나가 왜 그래? 이 노래 반주가 들릴 때마다 빨리 꺼버려야 한다는 기분이 든단 말이야. 잠 깨기에는 얼마나 좋다고."
"나는 아니거든?! 오늘 저녁에 꼭 니 핸드폰 비번 풀어버릴 거야!"
아침을 먹고 씻자마자 현준은 옥탑방으로 부리나케 올라가 듀얼 디스크와 덱을 들고는 작동 테스트를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듀얼 디스크는 2-3년은 족히 쓸 수 있는 물건이다. 그리고 현준이 펜듈럼 소환의 출현 이후로도 여전히 좋아했던 철제 듀얼 디스크는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9기와 10기에 연이은 듀얼 몬스터즈의 대격변이 현준을 배신했다. 펜듈럼 존의 신설, 펜듈럼 존의 삭제와 엑스트라 몬스터 존의 신설. 그 때문에 현준은 얼마 전에 또 새 듀얼 디스크를 사고야 말았다. "집안 사정은 생각하고 징징대 좀! 그게 얼마나 비싼 건지는 알아?!"라고 누나 차예은에게 어지간히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 듀얼 디스크가 가장 싼 물건이었던 건 둘째치더라도 시스템이 두 번이나 바뀔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까. 현준에게 정말이지 듀얼 몬스터즈는 비싼 취미였다.
그러다 현준의 눈에 달력이 들어왔다. 곧 여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 녀석'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세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는 것과, 그 녀석이 사라지면서 예고한 날짜도 몇 달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평화로운 일상을 전부 부숴버릴, 끔찍하기 그지없는 그 날이 현준을 위협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 녀석은 그 날에 사람들이 총칼 따위도 아니고 이 딱지로 싸운다고 말한 것일까. 그리고 그 녀석은 왜...
"야 임마, 곧 지각이거든? 빨리 학교 갈 준비나 해!"
이 [좀비 마스터]의 정령 '벨릭'을 잘 간직해두라고 한 것일까. 그 녀석을, 그 녀석이 했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이제 현준 자신밖에 없는데.
"알았으니까 조용히 해." 현준은 혼잣말마냥 말을 하며 카드를 주섬주섬 치웠다.
'더 이상 꿀꿀한 생각은 하지 말자. 학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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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화면에는 평소와 같이, '신세계'의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세계가 온갖 나라로 쪼개져 있다니, 먼 옛날 역사책에서나 언급되던 이야기었다. 황제는 화면에 펼쳐진 '신세계'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며, 자신이 '신세계'에 대한 첫 보고를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이 세계는 신세계가 아니지 않나?"라며 씁쓸해하던 그 순간을.
아쉽게도 신세계는 자신들과 같은 인간으로 들어차 있었다. 그 버러지같은 인간들에게 세균 무기나 핵무기라도 가져다 들이붓고 싶었지만, 그 곳은 황제의 백성들이 새로 살아야 할 터전이 되야 하므로 완전히 폐허로 만들기도 곤란했다. 황제는 신세계를 나포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따위는 하지 않았다. 세계는 그대로 남기고 온전히 사람만 박멸할 수 있는, 그런 무기는 이미 자신 바로 옆에도 있었으니까.
황제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 오른편에 놓인 덱을 바라보았다. 영광스러운 그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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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Spirits of Glory
Rebe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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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이렇게 리부트해버리고 말았습니다아 듀얼 로그 언제 쓰냐아악 | 17.10.18 20: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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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언데드 덱 유저입니다 | 17.10.18 22:4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