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향에서는 [스펠카드 룰]이란 것이 있었다.
인간과 요괴 사이에 존재하는 밸런스 문제로 인해 요괴가 인간을 습격할 수 없었기에, 인간을 습격함으로써 존재가치를 얻는 요괴들의 존재를 존속하기 위한 룰이 말이다. 물리적인 공격 대신 자신이 각자 가진 힘을 끌어올려 탄막을 이용해 사람을 습격하라 공포되었었던 이 룰은 일시적으로는 환상향에 거대한 인기를 끌었었지만, 문제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바로 요력이나 영력을 다루지 못하는 인간은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문제였다.
요괴가 습격하는 것은 보통 아무런 능력도, 힘도 없는 환상향의 주민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력, 요력, 신력, 법력 중 아무것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그 문제 때문에 거의 성사되어가던 스펠카드 룰은 허산이 되었고, 야쿠모 유카리와 하쿠레이 레이무는 요력이 없어도 참여할 수는 있으며 ‘요괴가 인간을 습격한다’는 본질을 살리기 위한 게임을 다시금 찾아내야하는 문제에 봉착하였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카리가 찾아낸 답은 환상향 바깥 세계에 존재하던 게임 중 하나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인간과 왕의 미래를 예언하고 운명을 결정하는 마술적 의식이였으며, ‘어둠의 게임’이라 불리던 게임이 계승된 것.
바로 유희왕, 듀얼 몬스터즈였다.
솔리드 비전을 출력시키는 듀얼디스크와 덱을 조성하는 40장에서 60장 사이의 카드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었고, ‘요괴가 인간을 습격한다’라는 본질을 만족할 수 있었기에 듀얼 몬스터즈는 금방 스펠카드 룰을 대체하며 환상향 전역에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다만, 이 게임에서도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스펠카드의 문제처럼 환상향의 근간 자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그만큼 중대한 문제가.
“나는 [싸이크론]을 발동. 이것으로 네가 발동한 [죽은 자의 소생]을 무효로 하겠어.”
“아니, 안되는데...”
모두가 자기 멋대로 카드의 효과를 적용시켜버리는, 속칭 MY룰에 빠져버렸다는 문제가... 부탁이니 제발, 카드의 파괴와 무효를 구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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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무슨 소리야. [싸이크론]을 사용 못한다는거야?”
뒷머리에 맨 거대한 붉은색 리본과 겨드랑이를 드러낸 홍백의 무녀복이 인상적인 소녀. 하쿠레이 레이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평소에는 기본적으로 누그러진듯한 상태를 고수하던 레이무였지만, 듀얼에 들어서니 약간은 감정적인 상태로 변해있었다.
“아니, 아니. 상대 턴에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효과는 무효화할 수 없어. [싸이크론]은 결국에 텍스트에 명시된 것처럼 ‘파괴’만 할 뿐이니까.”
검은 바탕에 옅은 갈색의 브릿지 섞인 머리인 남자가 레이무의 의문에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 그의 이름은 오키테가미 쿄우카 掟上 敎化. 최근 하쿠레이 신사에 새롭게 묵게 된 투숙객이였다. 룰의 정립을 위해 야쿠모 유카리가 데려온 인물이기도 했다.
“......뭔 차이야?”
레이무는 잠시 침묵하다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쿄우카는 그 말에 떨떠름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레이무가 해왔을 법한 듀얼들을 상상했다. 마법/함정에 싸이크론을 발동하고, 그 싸이크론에 또 다른 싸이크론을 발동하는, 그런 진풍경들을... 그에게 있어서는 끔찍한 참상이였다.
“......총알을 쏜 후에 총을 파괴해도 의미가 없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총이 뭔데?”
의미를 이해 못하겠다는 듯, 달갑지 않아 보이는 표정으로 레이무가 다시 물었다. 쿄우카는 제 턱 부근을 긁적이며 고민했다. 설마 이 비유가 통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
“음, 활로.”
“화살은 발사됐는데, 활을 파괴하는거랑 비슷한거야.”
쿄우카가 다시 말을 꺼내려던 찰나,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무와 쿄우카는 반사적으로 목소리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서는 유카리가 부채로 입을 가린 채 눈웃음을 지으며 가벼운 손 인사를 하고 있었다. 잠시 유카리를 바라보던 쿄우카는 금세 고개를 돌려 레이무에게 향했다.
“뭐, 방금 유카리가 말한 것처럼 활은 [카드]고 화살은 [카드의 효과]야. 이미 화살이 발사됐는데 활을 파괴해봤자 소용이 없는 것과 같은거지.”
“으음... 그래.”
레이무는 턱을 괴는가 싶더니 그 말을 금세 받아들였다. 언뜻 이해해주는 모습에 쿄우카는 잠시 안도했다. 그로서는 설명을 하던 도중 왜 이렇냐며 꼬치꼬치 따지는 이들이 적잖게 있어서 골머리를 앓았었으니.
“음, 약간은 복잡할 수도 있는데, 무효화...라고 해야하나. 뭐, 무효로 할 수 있는 종류의 카드도 있기는 있어.”
“......”
쿄우카는 추가적인 설명을 해야하나,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레이무는 앞뒤가 다른 말에 가늘게 뜬 눈으로 언짢음을 보였다. 잠시 눈을 굴려 그 레이무의 표정을 흘겨본 쿄우카는 뻘쭘함에 크흠, 헛기침을 내뱉었다.
“알려줄테니까, 화내지마. 무서워.”
듀얼은 중지되고, 쿄우카는 방을 향해 손짓을 했다. 설명을 할테니 방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레이무도 짐짓 눈치채고는 유카리를 데리고 문을 열어젖혀 방으로 들어갔다. 와작, 전병 씹어먹는 소리가 들리자 시선이 이미 식탁을 점거해둔 인물로 향했다.
“부스러기...”
으스러져있는 전병들의 부스러기를 보며 레이무는 한숨을 금치 못했다. 그 말에 식탁을 점거하고있던 소인(小人) 스쿠나 신묘마루가 흠칫하며 움직임을 멈추더니 곧 뒤를 돌아봤다.
“하하하...”
“치워.”
“응!”
신묘마루는 그 조그맣디 조그만 몸으로 식탁을 쓸어나가기 시작했다. 원체 몸이 작아서인지 부스러기를 줍는 것만 해도 깨나 힘을 쓰는 듯 했다. 이삭 줍는 여인들을 보는 느낌이야. 뜬금없이 쿄우카는 그리 생각했다.
레이무는 신묘마루가 한아름 들고있는 부스러기들을 받아들고는 버렸다. 쿄우카는 품에서 수첩과 펜, 몇 종류의 카드들을 꺼내들었다. 총 10장 정도였다.
“지금부터 알려줄건 [싸이크론]으로 효과를 막아낼 수 있는 마법/함정의 종류야.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마법/함정의 종류를 알아볼 필요가 있어. 자, 일단 마법카드의 종류부터. 마법카드는 일반 마법, 속공 마법, 의식 마법, 지속 마법, 장착 마법, 필드 마법, 펜듈럼 몬스터로 나뉘어.”
일반 마법 [죽은 자의 소생]
속공 마법 [싸이크론]
의식 마법 [카오스의 의식]
지속 마법 [강자의 고통]
장착 마법 [검은 펜던트]
필드 마법 [전설의 도시 아틀란티스]
펜듈럼 몬스터 [클리포트 툴]
푸른 빛깔 바탕의 카드들 가운데, 단 한 장의 카드는 몬스터에만 사용되는 갈색 빛깔이 반절 섞여있어 위화감을 자아냈다. 그것은 펜듈럼 몬스터인 [클리포트 툴]이였다. 쿄우카는 잠시 멈칫하더니 그 카드를 꺼내들며 말했다.
“펜듈럼 몬스터는 알고있어?”
“대충은. 몬스터 카드지만 마법카드 취급 비슷하게 펜듈럼 존이라는 곳에 발동할 수 있다는건 들었었어.”
“다행이네. 그 정도 알고 있으면 충분해. 설명하기는 쉽겠다.”
쿄우카는 이내 세 종류의 카드들을 집어들었다. 일반 마법, 속공 마법, 의식 마법 카드였다.
“우선 일반 마법, 속공 마법, 의식 마법에 대해서 설명할게. 이 녀석들은 카드를 발동함으로써 효과를 발동하는 종류의 마법이야.
아까 전에 말했었던 비유처럼 이 카드들은 ‘활’이고 효과는 ‘화살’이지. 카드를 발동한 순간 효과라는 화살이 발사된거야. 그러니 싸이크론으로 카드(활)를 파괴하더라도 효과가 무효화 되지는 않아.”
정갈히 놓여져있던 카드 세 장이 식탁 구석을 향했다. 쿄우카는 수첩에 ‘무효 불가능’이라 쓰더니 그 장을 부욱 찢고는 카드 위에 얹어놓았다. 레이무는 분류했던 싸이크론을 집어들더니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뚫어져라 쳐다봤다. 싸이크론의 텍스트를 다시 읽어보는 듯 했다.
“하지만, 지속 마법, 장착 마법, 필드 마법, 펜듈럼 존의 펜듈럼 몬스터는 달라. 이 녀석들은 ‘필드에 존재함으로써 효과가 적용’되는 녀석들이거든. 지속마법인 [강자의 고통]을 예로 들어 설명해줄게.”
[강자의 고통] 지속마법
상대 필드의 몬스터의 공격력은, 그 몬스터의 레벨 × 100 내린다.
“보통 지속마법은 말 그대로 지속적인 효과를 가진 마법카드야. 필드에 있으면 효과가 적용돼. [강자의 고통]이 그렇지. ‘필드 위에 존재함으로써’ 상대 필드 위 몬스터의 공격력을 내려. 그렇기에 [싸이크론]으로 파괴시키면 효과는 적용이 되지 않지. 이건 지속 마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필드 마법이나 장비 마법같은 부류에도 적용 돼.”
지속 마법, 필드 마법, 장비 마법 뿐 만이 아니다. 펜듈럼 몬스터도 여타 지속 마법과는 취급이 같아서 싸이크론으로 파괴한다면 효과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쿄우카는 그 말을 덧붙이더니 전처럼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내리고는 찢어 붙였다. 이번에는 ‘무효 가능’이라는 문자였다.
“들었으니 함정 카드 중에서 무효가 되는 종류와 되지 않는 종류를 골라봐.”
분류해두었던 마법 카드를 정리하고, 쿄우카는 함정 카드를 빼어들었다. 그 중에서 카운터 함정은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아직 가르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레이무는 눈을 껌뻑거리며 바라보는가 싶더니 금세 분류를 마쳤다. 일반 함정은 무효 불가로, 지속 함정은 무효 가능으로. 쿄우카는 “잘 했어”라는 말과 함께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정확히 분류하면 무효화는 아니였지만, 정의에 혼동을 낳을까 더 이상 얘기하지는 않았다.
‘뭐, 지금은 헷갈릴 수도 있으니 얘기해줄 필요는 없겠지.’
사실은 효과의 적용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지만. 쿄우카는 목으로 튀어나올 뻔한 그 말을 삼키며 식탁에 있던 컵의 물을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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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을 공부해볼 겸 쓰던 소설입니다
이웃동네 게시판인 동방프로젝트와 크로스오버된 팬픽이에용
룰을 공부하기 위해 쓰는 소설치고는 옛날에 쓰던거라 마스터룰 3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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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필 기원합니다. 룰과 매너를 지키며 즐겁게 듀얼하라고 이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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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필 기원합니다. 룰과 매너를 지키며 즐겁게 듀얼하라고 이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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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감사합니다! | 17.08.19 01: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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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랑은 조금 글이 다를거에요 급히 쓰느라 난잡했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올리는거라서... | 17.08.18 23: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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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트랩마저 무효로 돌리는 빅-빌런이였죠 응원 감사합니당 | 17.08.19 01:42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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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아무래도 룰 관련 팬픽이다보니 오리카는 절대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라... | 17.08.20 21: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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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스토리 때문에 애니 버전인 카드는 나오지만요.. | 17.08.20 2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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