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lected Ones - 31
Birds Not Singing
……
새까맣던 여인의 머리가 갈색으로 변한다. 그녀가 입고있던 옷이 불쑥 튀어나오는 뭉글뭉글한 갈색 깃털들에 밀려 찢어졌다.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꽁꽁 싸매고 있던 옷이 찢어지며 맨다리가 드러났지만 여성스러운 느낌은 전혀나지 않았다. 오히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굵은 날개를 갖게 되어 위압감이 풍겨져 나온다.
"[RR-트리뷰트 레이니어스]( LV 4 / ATK 1800 ) 소환."
초아와 제시아. 두 사람의 듀얼이 시작되었음을 알린 것은 새파란 새 한 마리의 등장이었다. 새파란 새는 날개 깃털 대신 커다란 제트 엔진이 부착되어 있다.
'새보다는 전투기에 가까운 녀석이야.'
제시아가 시청을 급습했을 때, 어떤 카드들을 사용하여 어떤 듀얼을 보였는가. 초아는 그 기록을 여러 번 되새겼다.
"트리뷰트의 효과 발동. 덱에서 [RR-미미크리 레이니어스]를 매장."
제시아가 덱에서 주황색 카드를 뽑아 묘지에 찔러넣었다. 그리고 묘지에 넣은 카드는 얼마 안 되어 스프링 튕기듯 다시 튕겨 나왔다. 묘지에서 스스로를 제외하고 효과를 발동한다. 그것이 미미크리의 효과 발동 조건이다.
"미미크리의 효과 발동. 덱에서 [RR-네스트]를 서치."
"몬스터가 아니군."
"몬스터라면 이미 있으니까."
그녀는 패에 미리 잡고있던 카드 한 장을 뒤집어 보여준다.
"[RR-파지 레이니어스]의 효과 발동. 패에서 특수 소환한다."
"그렇다면 체인이다. 패에서 [증식의 G]를 묘지로 보내고 효과 발동."
"칫."
파지 레이니어스는 효과를 발동한 뒤, 효과를 처리할 때 특수 소환된다. 그 사이에 상대가 체인해서 끼어들면, 제시아는 파지 레이니어스의 소환을 물리지도 못 하고 초아의 속셈대로 따라야 한다.
"[RR-파지 레이니어스]( LV 4 / DEF 1500 ) 특수 소환."
"그렇담 한 장 드로하지."
보라색 기계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올랐다. 까치를 닮았지만, 트리뷰트 레이니어스처럼 전투기 느낌이 물씬 풍겨나온다.
"지속 마법 [RR-네스트] 발동. 효과를 사용한다."
자신 필드에 "RR" 몬스터가 2장 이상 존재할 때, 덱이나 묘지에서 "RR" 몬스터를 하나 패에 가져온다. 그 효과를 수행하러 제시아는 다시 덱에 손가락을 찔러넣고 주황색 카드 한 장을 가져왔다.
"[RR-라스트 스트릭스] 서치."
작은 부엉이 한 마리, 몸체가 기계로 구성된 새 한마리가 그려진 카드. 그녀가 여태까지 소환한 몬스터들과는 달리 레벨이 1인 몬스터였다.
"카드를 하나 세트. 턴 엔드."
"엑시즈 소환은 하지 않는건가?"
"[증식의 G]가 없었더라면 했겠지."
"어지간히 소환할 녀석이 없었나 보군."
그녀의 필드에는 레벨이 같은 몬스터가 2장 존재한다. 엑시즈 소환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걸 방해하는 요소가 둘 존재한다. 하나는 초아가 발동한 [증식의 G]. 그리고 다른 하나는 파지 레이니어스다.
'내 패가 늘어나는 걸 경계하기도 했지만, 파지를 특수 소환한 대가로 이번 턴에는 "RR" 몬스터만 소환할 수 있지.'
즉, 엑시즈 소환할 수 있는 몬스터도 "RR" 몬스터 뿐.
'기록에 의하면 지금 소환할만한 엑시즈는 [RR-포스 스트릭스]. 하지만 그녀석은 내게 패 한 장을 더 쥐어주면서까지 소환할 가치가 없던거지. 그리고 그렇다는 건…….'
만약 그녀의 패가 좋지 않았다면, 포스 스트릭스를 소환하고 효과를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급하게 서치해야 하는 몬스터가 없다는 뜻. 바꿔 말하면 필요한 몬스터가 이미 패에 다 잡혀있다는 뜻이다.
'생각하는 건 여기까지. 이제 움직일 때다.'
--- 제시아 호라이즌 ---
몬스터 : □[RR-파지 레이니어스] + □[RR-트리뷰트 레이니어스]
마법 / 함정 : □[RR-네스트] + ■
패 □[RR-라스트 스트릭스] + ■ ■ ■
--- --- ---
"드로."
차례는 드디어 초아에게 넘어왔다. 제시아와 초아의 듀얼을 곁에서 지켜보던 코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초아가 제시아의 전력을 분석했듯, 코트도 마찬가지로 그의 듀얼을 지켜보는 것이다.
'볼테면 얼마든지 봐 보시지.'
"튜너 몬스터 [정크 싱크론]( LV 3 / ATK 1300 ) 소환."
카드를 듀얼 웨펀 위에 강타하자, 세찬 증기가 뿜어져나왔다. 증기의 중심부에 나타난 것은 주황색 땅딸막한 고철 로봇이었다.
"효과 발동. 묘지에서 [증식의 G]( LV 2 / DEF 200 )를 특수 소환!"
"그걸 다시 써먹는건가."
"쓸 수 있는 건 뭐든지 써먹어야지. 그리고 이 순간, 이 카드의 소환 조건이 충족됬다."
초아가 [정크 싱크론]을 소환하며 같이 오른손에 쥐고있던 카드 하나를 판자 위에 강타했다.
"[도플 워리어]( LV 2 / DEF 800 ) 특수 소환."
초아의 묘지에서 무수히 많은 벌레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새까만 군복을 입은 사내도 나타났다.
"견제를 위해 던져놓고, 이번에는 싱크로 소재로 사용한다. 예전이랑 다름 없는 듀얼이네."
몬스터 셋을 단숨에 꺼내든 초아를 보며 코트가 말했다. 일찍이 그와 듀얼하던 때가 그의 눈 앞에 아른거리는 듯 하다.
"그렇담 그 결과물까지 같은지 한 번 확인해봐라."
초아는 카드 두 장을 듀얼 웨펀에서 들어올렸다.
"레벨2 도플 워리어에게 레벨3 정크 싱크론을 튜닝."
주황색 고철 로봇이 배 아래에 달린 레버를 잡아당겼다. 그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새하얀 증기가 거침없이 뿜어져 나왔고, 새하얀 장막 속에서 요란스러운 빛이 반짝였다.
"싱크로 소환. [액셀 싱크론]( LV 5 / DEF 2100 )"
강렬하게 비치는 빛은 안개를 걷어냈다. 새하얀 후광을 두르고 나타난 것은 새빨간 오토바이를 몸체 삼은 로봇이였다.
"[도플 워리어]는 싱크로 소재가 되면, [도플 토큰]( LV 1 / ATK 400 )을 두 장 특수 소환하지."
"공격 표시로 튜너 전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건가."
"덱에서 [제트 싱크론]을 묘지로 보내고 효과 발동. [액셀 싱크론]( LV 5 → 4 )의 레벨을 하나 낮추겠다."
초아는 다시금 카드를 들었다.
"레벨1 도플 토큰에게 레벨4 액셀 싱크론을 튜닝."
액셀 싱크론이 팔과 다리를 접었다. 남은 것은 원래 몸체였던 새빨간 오토바이 뿐. 그는 굉음을 내며 앞으로 곧장 달려갔다. 새빨갛게 타오르며 달리는 오토바이 위로 새까만 군복을 입은 사내가 올라탔다. 그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높히고, 뜨거운 열풍을 토해내며 별들이 반짝였다.
"싱크로 소환! [TG 하이퍼 라이브러리언](LV 5 / ATK 2400 )"
열풍이 필드를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하얀색과 검정색이 교차된 체크무늬 로브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안경을 고쳐 쓰는 이지적인 모습의 남자였다.
"패를 하나 묘지로 보내고 묘지에서 [제트 싱크론]( LV 1 / DEF 0 )을 특수 소환."
"읏."
한 번 시작하면 몇 번이고 반복된다. 초아의 필드 위에 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수많은 몬스터들. 이번 턴에만 벌써 두 손으로 세기에도 벅찬 수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다.
"레벨1 도플 토큰에게 레벨1 제트 싱크론을 튜닝."
그리고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싱크로 소환! [포뮬러 싱크론]( LV 2 / DEF 1500 )"
두 몬스터를 삼키고, 레이싱카 한 대가 뛰쳐나왔다. 그것은 초아의 앞으로 툭 튀어나오고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스키드 마크를 그렸다.
"벌써 세 번째 싱크로 소환……."
"저녀석은 원래 저런 놈이었지."
연속 싱크로 소환을 선보이는 초아에게 제시아가 감탄한다.
"이 순간, 두 몬스터의 효과가 발동된다."
하이퍼 라이브러리언과 포뮬러 싱크론. 두 몬스터가, 카드가 웅웅대며 소리를 냈다.
"두 몬스터의 효과로, 카드를 한 장씩 드로한다."
싱크로 소환을 하기 위해서 초아가 이번 턴에 사용한 패는 3장. 그중에서 2장이 지금 드로우로 회복됬다. 제시아는 자꾸만 늘어나는 그의 필드와 패를 보며, 더이상 봐줄 수 없다고 판단해 빠르게 카드 한 장을 내질렀다.
"그렇담 나는 [드롤 & 로크 버드]를 묘지로 보내고 효과 발동. 이번 턴은 이제 더이상 덱에서 카드를 가져올 수 없다."
"칫. 그 카드를 쓸 줄이야."
"이름을 보니, 그 [포뮬러 싱크론]이란 것도 튜너 몬스터겠지. 그걸 써서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드로하는 꼴을 볼 수 없거든."
"그래. 제대로 봤다."
제시아가 발동한 [드롤 & 로크 버드]는 상대가 드로우 페이즈 이외에, 덱에서 카드를 패에 넣었을 경우에 발동할 수 있는 카드. 발동 타이밍이 카드를 패에 넣은 다음이기 때문에 드로하려는 효과를 직접적으로 막지는 못 한다. 그 증거로 제시아는 초아가 2장이나 카드를 드로하는 것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 2장 드로한 것보다, 앞으로 몇 장이나 더 드로할 게 더 위험해.'
그렇게 판단한 제시아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효과를 발동시켜, 이 턴동안 드로와 서치를 봉인시켰다.
"이름이 제시아였나."
"아직 말해준 적 없는데, 잘 알고 있군. 부하들이 가르쳐줬나?"
"부하라고 해야할까. 아는 녀석들이 알려줬지. 죽어가기 전까지 나에게 네 정보를 알려주면서 말야."
"그렇담 무의미한 짓이로군. 너도 곧 그들을 따라갈 거다."
"승리를 확신하는 건지. 호승심이 높은건지."
초아는 고개를 저었다.
"코트. 네놈도 눈 크게 뜨고 잘 봐라. 내가 그때와 똑같은지."
"무례한 녀석."
자신의 보스를 욕보이는 초아에게 제시아는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도끼눈을 떴다. 하지만 정작 그런 말을 들은 코트는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에 즐거운 듯 코웃음을 치기까지 했다.
"패를 하나 버리고 [트윈트위스터] 발동."
"체인. [RR-레디네스] 발동."
순식간에 두 카드가 오고갔다. 초아가 발동시킨 카드는 제시아가 설치해둔 함정과 기계새의 둥지를 파괴했다. 제시아는 그러기 전에 억지로 쓰듯, 세트해둔 함정을 발동해 효과를 적용시켰다.
"이번 턴, "RR" 몬스터는 전투로 파괴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데미지는 들어가겠지."
레디네스를 제외하고 데미지를 0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묘지에 "RR" 몬스터가 존재할 때의 이야기. 묘지에 있는 것이라고는 마법과 함정 뿐인 지금으로선, 초아의 말대로 레디네스의 묘지 효과를 사용하지 못 한 채로 얌전히 당해야 한다.
"레벨2 증식의 G에게 레벨2 포뮬러 싱크론을 튜닝."
견제를 끝마치자, 초아는 바로 전개를 시작했다.
"싱크로 소환. [파동룡 포논 드래곤]( LV 4 / ATK 1900 )"
그의 필드에 마지막으로 남은 약한 몬스터들이 모두 사라지고, 새까만 용 한 마리가 나타났다. 용은 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팔과 등, 꼬리를 가리는 갑옷 각각에는 서로 색이 다른 찬란한 보석들을 박아놓은 장식을 차고 있었다.
"드롤의 효과로 드로는 불가능."
"알고 있다."
"그리고 몬스터를 둘로 늘려봐야 몬스터를 파괴할 수는 없어."
"파괴할 생각같은 건 없어. 포논 드래곤의 효과 발동. [파동룡 포논 드래곤]( LV 4 → 3 )의 레벨을 낮춘다."
"일부러 레벨 다운……?"
"레벨5 라이브러리언에게 레벨3 포논 드래곤을 튜닝."
"그 몬스터도 튜너였나!"
포논 드래곤의 보석 중에서 3개만이 빛을 남겼다. 용이 뛰어오르자, 흑백으로 반전되는 옷을 입은 사서 또한 허공에 무엇인가를 그리며 마법진을 펼쳤다. 마법진에서 새하얀 불빛이 터져나오며 새까만 용을 휘감았다. 용은 뾰족한 창의 형태가 되어, 뾰족한 촉과 몸에 별빛을 맺었다. 지상으로 창이 떨어지자 별빛이 아름답게 출렁인다.
"바람을 찢고 날개를 뻗어내는 새하얀 생명. 찬란히 빛나는 보석! 비상하라!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LV 8 / ATK 3000 )"
별빛이 얼어붙고, 차가운 한기가 몰려들었다. 그 정체는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수정 하나, 온 몸이 수정으로 구성된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제시아는 이미 한 번 본적이 있는 몬스터다. 하지만 그 때 보았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위압감을 방출하고 있따. 초아가 불러낸 용은 그때와는 천지차이였다.
'전에 봤던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
초아는 초월체가 아니다. 크리스탈윙이 링커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제시아가 보았던 용과 이 용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 사이에 그 듀얼디스크의 힘이 강해진거야.'
어쩌면 초월체인 제시아 그녀도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배틀이다. 트리뷰트를 공격!"
새하얀 수정룡이 날개를 펼치고 비상했다. 등 뒤로는 신목의 푸른빛이 반짝이며 수정에 푸른빛을 품게 한다. 너무나도 차가운 바람결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하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고, 하늘에선 새하얗고 날카로운 창 하나가 떨어졌다. 그것의 정체는 용의 날카로운 턱. 용이 새파란 기계 새를 반파시키고,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땅을 뒤흔들어서야 제시아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크윽. ( LP : 4000 → 2800 ) "
"카드를 하나 세트. 차례를 마친다."
--- 제시아 호라이즌 ( LP : 2800 ) ---
몬스터 : □[RR-파지 레이니어스] + □[RR-트리뷰트 레이니어스]
마법 / 함정 :
패 □[RR-라스트 스트릭스] + ■ ■ ■
--- --- ---
--- 초아 ---
몬스터 : □[크리스탈윙 싱크로 드래곤]
마법 / 함정 : ■
패 ■ ■
--- --- ---
제시아의 뺨을 타고 붉은 물줄기가 흘렀다. 이마에서 주르륵 핏방울이 흘러내린 것이다. 그녀는 두 손가락을 올려 자신의 이마를 스윽 닦았다.
"확실히 저번과는 비교도 안 되는 화력."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는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 정도. 하지만 크리스탈윙의 일격에 그녀의 몸 전체가 뒤흔들리며 몸 내부가 헝클어졌다. 당장이라도 피를 토해낼 것 같지만, 제시아는 조용히 상처를 회복시켰다.
"하지만 이것 또한."
코트는 제시아를 대신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미 보스께서 내다보셨다."
"이미 보스께서 내다보셨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 울렸다.
……
뭣이 레디네스 묘지 효과는 그런 껄끄러운 조건을 달고 있는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