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한 100시간 좀 안 달려서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얻어냈습니다.
드퀘 시리즈는 입문작이고, 보통 트로피 작업들도 반복 플레이가 귀찮아서 잘 안 하는 편인데 드퀘 11은 어쩌다보니 이만큼이나 플레이해버렸습니다.
RPG들을 하면 제법 꼼꼼하게 하는 편이라서 트로피 크게 의식 안 하면서 하다보니까 3부 엔딩 즈음에 와서 따놓은 트로피들이 아까워서 부랴부랴 여기 게시판 들락날락 거리면서 트로피 작업들 하고 진엔딩을 봤습니다.
트로피들은 어지간한 것들은 스토리나 퀘스트 진행, 레벨 업 노가다하면서 했는데 보우건 퀘스트나 코스튬 수집 퀘스트 등을 해놓은 것이 없어서 하는데 (이 게임에서 유일/유이하다할 정도로) 좀 고역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정말 재밌게 플레이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그래픽만 최신이지 본질적인 게임 메카닉스들은 어렸을 때부터 기억하던 JRPG 거의 그대로라 주로 실시간으로 조작하고 오픈 맵을 돌아다니거나 영화같은 연출로 밀어붙이는 요즘 게임들과는 다른 느긋함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일부 노가다 구간들이나 고난이도 전투 부분(특히 후반부에 슈퍼링을 맞추기 전까지 터지는 그놈의 상태이상들)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게임으로 힐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드퀘 시리즈 명성대로 왕도인데, 요즘에는 왕도가 식상하다고 꼬아놓거나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만드는 게임들이 많이서 오히려 식상하다고 느낄 수 있는 왕도가 더 신선하단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비교적 뚜렷한 선악 구도와 그것을 이끌어가는 전개) 그리고 이게 또 왕도를 유지하면서도 이미 20여 년 전에 <크로노 트리거>에서 썼던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세계선이 나뉘고 세계선이 반복하고 거기서 시간을 거슬러간 주인공이 다른 선택지를 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메인 스토리를 향하는 여정에 등장하는 각각의 이야기들이나 과정들이 괜찮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초반부 인어 이야기와 중후반부 카뮈 남매 이야기, 후반부 용사 일행의 진실)
마지막에 엔딩과 스탭롤 부분은 드퀘 시리즈 팬이 아님에도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드퀘 30년 역사가 이 게임 엔딩에 모두 응축된 거 같은 기분)
거기다가 <슈퍼 마리오> 시리즈들처럼 대사로나 연출로 웃음 짓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아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댄스와 포복 절도 상태 이상)
그리고 퀘스트들이 배달, 특정 조건(또는 기술)로 특정 몬스터 퇴치 등으로 반복적인 플레이가 많긴 했지만 이후 합성할 때 요긴하게 쓰이는 소재 아이템들을 대거 보상으로 푼 점이나 <위처 3>의 내러티브만큼은 아니지만 메인 스토리에 번외적인 이야기들(주요 인물들의 과거나 그 주변인들과 관련된 이야기 등)이 적당히 있어서 할 만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퀘스트가 생길 때마다 그때 그때 한 편이라 한번에 많은 양을 모아놓고 했으면 플레이 자체는 반복적인 것들이 많이서 퀘스트는 재미없게 플레이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캐릭터들도 조산명 선생이 디자인 개성있는 외향들과 더불어서 내적인 것들이나 말투, 대화, 배경들이 각각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실비아가 그냥 외형상 봤을 때 흔한 오카마 캐릭터 중에 하나인 줄 알았는데 그 이상으로 입체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고 무드 메이커라 재미있는 캐릭터였습니다. 베로니카랑 세냐 자매는 언니인 베로니카쪽을 어리게 만들어놔서 재밌었고, 예언자라는 캐릭터는 마치 <드래곤볼>에 나오는 신-피콜로 같은 관계로 반전 요소로 사용한 것도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막판에 포스의 영같이 등장하시는 넬슨 선생도 대사들이 하나같이 주옥같아서 재밌더군요.
전투는 2부까지는 스토리 진행하고 퀘스트 하면서 따라가면 적당히 장비, 스킬 맞춰도 따라갈 만했는데 3부 들어서 급격히 난이도를 높여서(특히 다시 말하면 그놈의 상태이상) 일부러 오래, 반복 플레이하도록 유도한 거로 보여도 노가다를 해야되서 따라가는게 좀 지치기는 했습니다. 작년에 했던 <페르소나 5>의 전투랑 비교하면 페르소나쪽은 약점 공격 > 총공격 > 반복 루트를 반복하게 되서 단조로워지는 편이라 보다 전통적인 턴제였던 드퀘 11쪽이 스킬이나 동료들을 다양하게 쓸 수 있었던 거 같아서(물론 드퀘쪽도 후반부로 갈수록 쓰는 스킬만 쓰게 되기는 하더군요.) 좀 더 전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간만에 진득하게 드래곤볼 보는 기분으로 즐겁게 플레이했습니다. 한국어 자막으로 드퀘 최신작을 플레이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몇 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 할 일)
올해 해 본 게임들 중에서 손에 꼽을 만 하고 역대 해본 RPG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 하네요. 왜 일본인들이 드퀘에 열광하며 국민 게임이라고들 하는지 어느 정도 납득이 갔습니다.
p.s. - 다른 어떤 게임들보다도 게시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각종 공략과 질문/대답을 작성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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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소소한 것들이 많아서 느긋하게 음미하면서 플레이하는 맛이 있더군요. 막상 트로피까지 다 만들어놨는데도 이 게임을 모두 다 즐기지 못 한 것 같긴 합니다. | 18.10.17 09: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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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누적된 게임임에도 이번작으로 입문해도 말씀하신 것처럼 재미있는게 과연 드퀘구나 싶었습니다. | 18.10.17 10: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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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저도 처음에 시작 할 때 드퀘가 이렇게 잼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 18.10.17 10: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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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한국어 지원 타이틀이었습니다. | 18.10.17 12: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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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글 감사합니다. | 22.02.18 01: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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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축하드립니다. | 22.02.18 01: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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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 플레 검색 후에 축하 댓글을 적었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 22.03.18 00:5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