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가 비록 본편 엔딩 중간에 들어가는 내용이긴 하지만, 본편 엔딩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가 있으므로 본편은 끝내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 한마디로 본편의 템포로 해결되는 게 있죠. 그런데 이 사이에 제로를 넣는다면 본편의 템포로 진행되던 내용이 기승전에서 끊어지고 또 기승전결로 이어지게 돼서 페이스가 엉망이 됩니다.
게다가 제로의 결말은 본편의 결말로 이어진다는 느낌보다는 '본편의 결말을 아는 사람이 공감하기 좋은' 느낌인지라, 무조건 시간순으로 이어서 보면 제로만의 여운도 곱씹기 어렵죠.
애초에 프리퀄로 규정할 수 있는 시리즈나, 제로처럼 끼어드는 내용의 시리즈일 경우 처음부터 제작자가 염두에 둔 스토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염두에 두었지만 텀을 두고 만들든지, 다른 장르로 만들든지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 제작자의 제작 당시의 의도, 즉 작가의 사상에 공감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려면 웬만하면 발매 순서대로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 456 다음에 123이 나왔다 하더라도, 123을 먼저 보면 아나킨이 다크사이드로 빠지게 되는 걸 보며 '아나킨이라는 사람이 다크사이드로 빠지는구나' 정도의 감상을 갖게 되지 '다스베이더가 원래는 저런 사람이었구나' 하면서 기존 작품을 다시 보게 되는 감상은 못 느끼게 되겠죠. 본래 프리퀄은 그런 겁니다. 말씀드렸지만 프리퀄뿐만 아니라 중간에 삽입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요.
따라서 본편을 아직 안 하셨지만 제로도 하고 싶으신 분들은 본편 자체의 완결성을 먼저 느끼신 다음 제로를 해서 '중간에 이렇게 내용을 넣을 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취향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작품은 나온 순서대로 봤을 때 그 의도 파악이 제일 용이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