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요. 머릿 속에, 마음 속에 문자화되지 못한 온갖 생각과 마음들이 떠다니는데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제대로 옮길 수 있을까? 글로 옮기면 이 감정들이 실제보다 빛이 바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가장 오롯이 이 감정들을 품고 있는 지금에야말로 형태가 있는 것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해서 적어봅니다
이번 4th 라이브는 그간의 Aqours의 라이브들을 집대성한 느낌이 강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Aqours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1st 라이브의 향취가 특히나 강했습니다
발매된지 오래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공식에서 4th 라이브 이전에 전례없이 1st 라이브를 풀버전으로 유튜브 중계해준 것도 이런 이유였겠죠
1st 라이브, 그 중에서도 오모히토의 무대를 보지 못한 사람은 이 라이브의 진정한 가치의 절반조차 느끼지 못했으리라 보이는만큼 공식이 준 나름의 배려였으리라 보입니다
그리고 저 1st 라이브는 저에게도 정말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준 라이브였습니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마음을 품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반드시 간다라고 결심하고 못 갈 수도 있었던 걸 퇴사까지 감수하면서 밀어붙였고
(다행히도 이런 무능한 사원한테 회사쪽에서 양보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원하는 만큼'의 휴가를 얻을 수 있었고 퇴사하지 않고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던 화려한 발판을 딛고 날아오른 줄만 알았던 아쿠아에게도 각자의 Zero의 순간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최악의 위기를 동료들과 관객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복잡한 마음을 한 방에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여하튼 이번 4th 라이브, 도쿄돔이 발표되면서 1st 이후 2nd, 3rd 전부 이플러스가 표를 준비해주지 못하는 바람에 직관 갈증이었던 저는
무려 도쿄돔이기까지 하니 무조건 가야겠다고 작정하고 움직였고 어찌어찌 운 좋게(양일에 쏟은 선행권의 수를 생각하면 어쩌면 운 없게) 1일차 표에 당첨됐고
2일차에 당첨된 분과 페어를 짜서 도쿄돔 라이브에 양일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연이 다가올수록 넘쳐흐르는 두근거림에 주체하지를 못하다가 정작 도쿄돔을 눈 앞에서 보게 되니 도리어 차분해지더군요
여하튼 드디어 시간이 되고 듀ㅡ므에 들어섰습니다. 오고 싶었지만 오지 못했던 장소, 그렇기에 더더욱 오고 싶었던 장소에 들어서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됩니다
사실 할 얘기가 정말 많은데(드디어 해금된 마이마이 의상, 소녀이상에서의 깨알 같았던 장면들, 마떼아이의 아이냐의 어머나 세상에 장면이라던지 등등)
그런 것까지 언급하면 (이미 길지만) 지나치게 길어지고 그러면 이 놈이 또 무슨 오글거리는 헛소리를 하나 하는 마음에 꾹 참고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도 고역일테니
아쿠아가 지금까지 이어온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곡들만 언급해보겠습니다
1. 너의 마음은 빛나고 있니?
우선은 첫 곡인 키미코코. 예전 누마즈에서 열렸던 1st 싱글 발매 기념 이벤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곡이기도 합니다
그 때는 저 한 곡을 불렀을 뿐인데도 헉헉대며 지쳐하는 모습이었는데 모든 라이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다 보니
안무의 핵심인 뜀틀을 포함해서 가장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곡이 되었습니다
아쿠아의 성장을 보고 싶다면 누마즈 리리이벤부터 4th까지의 키미코코를 순서대로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간의 아쿠아를 집대성하는 이번 라이브의 오프닝으로 키미코코, 그 이외의 곡이 있을 수 없다는 건 아무도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2. 마음이여, 하나가 되어라
학년곡의 등장과 함께 1학년 의상이 2nd 때랑 다른데 저 의상은 설마...? 그렇습니다. 오모히토. 나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나와버린 그 곡
아마 아쿠아의 활동 내내 두고두고 회자될 바로 그 곡이 드디어 오랜 봉인을 풀고 재등장했습니다
다시 피아노를 치는 일은 없겠지 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 피아노가 등장했을 때는 사실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좋은 모습으로 잘 극복했다고는 치더라도 트라우마가 되었을 수도 있을만한 일인데 다시 피아노를 친다고?
그나마 처음 인사할 때, 그리고 멀찌감치서 라이트업된 안쨩과 슈카슈와 눈빛을 교환하는 리캬코의 표정이
1st 때의 부담감을 잔뜩 짊어진 채 극복하고자 하는 그 힘든 표정이 아니라 밝아보여서
다소 마음은 놓였지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오모히토 무대에는 1일차와 2일차에 작다면 작지만 굉장히 큰 차이점이 있었는데
1일차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하려다가 1st 2일차 때 틀렸던 그 부분에서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피아노가 끊기고
리캬코가 1st 때 보여주었던 그 울먹이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동료들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연주가 계속되어 흘러나오는 가운데 9인의 오모히토가 시작됩니다
2일차에서는 피아노를 치다가 자연스레 일어서고 1st 때의 그랬던, 그리고 도쿄돔 1일차에서 보여준 그 울먹이고 괴로워하는 표정 없이
한없이 밝은 모습으로 스스로 당당하게 동료들에게 합류하여 9인의 오모히토 무대가 시작됩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으면서도 리캬코 본인에게도, 그리고 지켜보던 러브라이버들에게도
리캬코가 짊어져야 했던 중압감과 괴로움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픔이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던 1st 2일차의 오모히토의 무대가
도쿄돔 2일차의 리캬코의 한없이 밝은 미소로 덮어씌워지고 이 이야기는 비로소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형태로 완성되었습니다
3. 미라이티켓&WBNW, 그리고 이어지는 기적, 빛나다
무대 주변에 세워진 네 개의 등대와 중앙부의 갑문과 같은 디자인으로 항구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무대였습니다만
그리고 라이브의 부제가 Sailing to the Sunshine이었습니다만, 이렇게 공식에서 힌트를 잔뜩 줬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갑문의 개방과 함께 도쿄듀ㅡ므의 무대 위에 등장한 거대한 위용의 아쿠아 쉽
게다가 하나미치를 따라 서서히 움직이기까지 합니다. 당신의 굿즈비, 개쩌는 아쿠아 쉽으로 대체되었다! 이 작은 지갑들아!!
이 아쿠아 쉽을 타고 펼쳐진 각일 두 곡의 공연은 러브라이브 특유의 굉장히 직설적인 상징으로 가득찬 무대였습니다
마침내 손에 넣은 미래 티켓을 치켜들고 출항한 아쿠아 쉽이 도착한 곳에서는 기적이 빛나고 있습니다
푸른 물빛의 새로운 세계를 아쿠아 쉽을 타고 가로질러 나아간 곳에서는 기적이 빛나고 있습니다
러브라이브 선샤인이, 아쿠아가, 넓게는 러브라이브라는 프로젝트 전체가 지금껏 걸어온 길을
단 두 곡의 무대와 아쿠아 쉽을 타고 무대를 가로지르는 연출을 통해서 아주 담백하게 직설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런 돌려말하지 않는, 항상 정면으로 전하고자 부딪쳐오는 직설적인 면이 제가 이 프로젝트를 사랑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4. Awaken the power
이번 라이브에서 선보인 곡들 중에서 가장 좌중이 뜨겁게 불타올랐던 곡입니다. 물리적으로 뜨거웠던 마이마이는 제외해야 할지도...
아사밍과 히나히나가 둘 다 자신이 주역으로 맡고 있는 작품의 이벤트가 이 양일 공연 당일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케쥴을 비우고 있어서 예상되었습니다만
아사밍의 '그 녀석' 때문에, 과연 무대에 설 수 있는 상황인지 알 수 없었기에 계속 의구심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셜 게스트!라는 언급 이후 무대 위에 서 있는 두 명의 실루엣, 그리고 들려오는 어윀파의 인트로
단숨에 회장은 광란에 휩싸였고 다시 한 번 Saint Aqours Snow의 11인이 무대 위에 등장했습니다
이 무대가 실현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정말 고마운 것은 아사밍과 히나히나가 둘 다 자신이 주역을 맡고 있는 작품의 이벤트 대신 참가해 주었다는 점,
(이 무대가 11인이 아니면 성립될 수 없는 무대이기 때문이라는 점이 선택의 이유가 되었겠지만 여하튼 정말 고맙고 한편으로는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아사밍의 '그 녀석'이 그래도 한 곡 정도는 무대 위에서 격한 댄스를 선보일 수 있을 정도의 상태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리라고 할 수도 있을 법한 무대 위에 마지막까지 조정해서 서줬다는 점, 생각해보면 정말 온통 고마운 일들 뿐인 무대입니다
최고의 무대에 선 아쿠아에게, 그리고 그런 아쿠아를 만나러 와준 관객들에게 축하를 보내는 아사밍의 멘트나 히나히나가 2일차에서 보여준 눈물까지
나마쿠아가 이 사람들이라 정말 다행이듯, 나마 성설 역시 이 사람들이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따름이었습니다
5. No.10, 그리고 앙코르
아쿠아가 지금껏 무한한 사랑을 보내준 열 번째 멤버인 너, 나, 우리에게 헌정하는 곡입니다
중간에 지나가는 폼핑거가 살짝 가라앉혔던 분위기는 이치!부터 큐!까지, 그리고 모두가 외치는 쥬!로 단숨에 회장을 감동의 도가니로 만듭니다
저는 그냥 굿즈 사고 방송 보고 라이브 뛰는 오타쿠일 뿐인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거에요?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유메유메/유우키미와 함께 퇴장하는 아쿠아
항상 그렇듯 앙코르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기에 애니 2기의 영향으로 3rd 라이브부터 좋은 전통으로 자리 잡은, 앙코르 대신 아쿠아 콜이 이어집니다
사실 첫날 째는 주변에서 아쿠아 콜을 외치는 사람도 전혀 없이 조용히들 계셔서 뻘쭘해서 조용히 있었는데 이게 좀 후회가 많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틀 째, 역시 주변에서 아쿠아 콜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물 들이키고 삼도류로 A 만들고 준비 다 끝낸 뒤
뻘쭘함과 쑥쓰러움을 무릎 쓰고 목청껏 아쿠아를 연호했습니다. 아쿠아가 무대에 돌아올 때까지 한 타임도 쉬지 않고 계속
뒤에 있을 그 상황과 연계되어서 지금은 눈치 보지 않고 질렀던 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 캐스트들의 소감
앙코르로 등장한 미라보쿠와 원더풀 스토리 이후 이어진 캐스트들의 소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1일차 아이컁의 소감.
"'약 2년 반 전' 이 곳 도쿄돔에서, 커다란 반짝임을 보고 아쿠아의 꿈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무엇을 두고 말한 건지는 그 자리에서, 그리고 뷰잉으로 지켜본 모두가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2일차 리캬코는 아예 직접적으로 언급을 합니다
이곳 도쿄돔에서 있었던 뮤즈의 공연을 보고서 그 규모와 퍼포먼스에 압도되어 아아, 우리에게는 절대 무리다라고 생각했다고
동경하는 빛을 바라보고 꿈을 시작한 아쿠아가 마침내 같은 자리에 올라가 반짝임과 꿈을 붙잡게 된 것이
너무나도 러브라이브 선샤인 그 자체라서 피식 웃음이 나오고 눈물이 나옵니다
다음으로 꼭 이 도쿄돔에 다시 돌아올 거라고 선언하는 멤버들. 그럼요, 돌아와야죠. 저도 그 때 꼭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듀ㅡ므라고 강조하는 아이냐와 마이크를 벗고 육성으로 감사의 마음을 외치는 후리링까지...
그보다 컁이나 킹쨩은 벌써 선거운동 하는데 이거 불법 사전 선거운동 아닌가요... 벌로 오타쿠들한테 사랑 받는 형벌을 내려야...
7. Thank you, FRIENDS!
앙코르의 마지막 곡으로 등장한 땡큐 프렌즈. 고결해 보이면서도 아름다운 복장과 어우러져, 창의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여신같은 분위기의 9명, 정말 좋아하는 노래의 멜로디, 정말 좋아하는 가사와 어우러지니 파괴력이 굉장합니다
그리고 아쿠아와 나마쿠아가 서로 마주보는 연출은 정말이지...
그리고 땡큐 프렌즈 안무의 손가락으로 고리를 거는 동작
수화에서 말하는 '이어지다, 계속'의 뜻이라고 합니다
땡큐 프렌즈는 슬픈 곡이 아닙니다. 함께 해준 '친구들'에 대한 감사와 이어지는 그 다음을 말하는 곡입니다
8. W앙코르
2일차, 아쿠아가 인사를 남기고 퇴장. 여운에 젖은 채 이 쪽도 퇴장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는데 주변에서 왠지 모르게 아쿠아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질수없뜸의 각오로 바로 짐 정리하다 말고 바로 삼도류로 A를 만들고 다시 아쿠아를 연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목청껏 최대한
이 때는 정말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고 열심히 연호하다가 불 켜지고 퇴장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 계속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모두의 아쿠아 콜에 보답해주기 위해 무대에 다시 등장한 나마쿠아 9인
평소에는 울보인 멤버들도 이번 라이브에서는 대체로 꾹꾹 눈물을 잘 참아넘겼나 싶더니 다들 눈물을 펑펑 흘리는 채로...
전력으로 외치기를 잘 했어...
"인생에는 때때로 깜짝 놀랄 선물이 있는 것 같아"
아쿠아는 관객들에게서 모두가 퇴장한 뒤에도 아쿠아를 연호해주는 깜짝 선물을 받고, 관객들은 그에 보답해서 나온 아쿠아라는 깜짝 선물을 받고...
서로가 서로가 준 깜짝 선물에 눈물 흘리는 가운데 9인 전원의 마이크를 뗸, 생목으로 감사의 외침. 그것도 두 번이나
아,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정말로 인생을 바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아니, 그냥 이 자체가 인생이라고
제가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이렇게나 격한, 그리고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정말 처음입니다
WBNW와 땡큐 프렌즈에서 흩날린 파란색과 흰색의 깃털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종이로 만든 잡동사니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허공에서 흩날리는 이 깃털을 손으로 붙잡았을 때의 감정이 잊혀지지를 않습니다
나 같이 뭣도 아닌 오타쿠가 단순히 만엔 좀 넘는 표 주고 라이브에 왔다고 이런 긍정적인 감정의 보따리를 받아가도 되나 싶습니다
멤버들이 약속한 '다음'에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이 공연을 통해 얻은 활력으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정말 러브라이브를 만나서, 좋아하게 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아, 근데 이렇게 돌아온다고 해놓고 이플러스가 표를 준비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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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치던 오모히토를 끝내고 "이 곡 즐겁네"라며 미소로 마무리... 하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 18.11.19 08: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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