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사정으로 긴 공백을 거쳐 정말 오래간만에 SS 올리게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Aqours가 지구예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이야기인 '마음의 형태'를 올립니다
본편은 각자의 시점에서 1인칭으로 전개되지만, '요우, 거리' 에서의 시간에 따른 내용을 큰 틀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본편 중에서 '요우, 거리'는 작년 5월 쯤에 올린 SS로 따로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오늘 올리는 것은 프롤로그라 많이 짧기 때문에, 그 쪽을 같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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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형태
- 프롤로그 : 네 가지 색 프리즘(전편)
- 요우, 거리
- 치카, 형태
- 요시코, 방향(전편, 후편)
- 리코, 연결(전편, 후편)
- 에필로그 : 네 가지 색 프리즘(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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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이브 지구예선을 한 달 앞둔 어느 방과 후.
학생회의 일로 바쁜 3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Aqours 멤버들이 연습을 했던 날의 일이다.
태양이 쨍쨍하게 내리쬐던 여름날. 멤버들은 러브라이브 본선에 가고야말겠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오랜 러닝으로 운동장을 돌고,
학교옥상으로 올라와서는 스트레칭도 2배 더 길게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댄스 연습을 하기 전, 너무나 강력한 햇살을 피해 그늘을 찾아 잠깐 휴식.
때마침 가지고 온 물이 부족해 하나마루와 루비가 물을 찾으러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학교 외벽에 기대 하늘을 응시하던 치카가 입을 열었다.
「빛은 어디에 있을까?」
열기 높은 침묵을 깨는 치카의 말에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요시코가 돌아보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
「빛? 갑자기 무슨 이야기야?」
「손에 넣을 수는 없는 걸까?」
치카가 하늘로 손을 뻗쳐올린다.
이마의 땀을 닦느라 운동 시에 항상 쓰던 모자를 잠깐 벗은 요우는, 치카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더니, 「열은 없는데」하고 중얼거렸다.
「과학에 관한 이야기?」
「으음...어쨌든 그냥 빛.」
「..물리적으로 손에 잡히는 걸 묻는 거라면 불가능하지 않아?」
마찬가지로 외벽에 기대 서 있던 리코가 진지하게 말을 받는다.
과학적인 사실을 고하는 리코. 그런 리코를 보던 요시코는 반박하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손에 잡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업시간에 쓰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빛은 보여.」
요시코가 두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며 설명했다. 그녀가 만든 삼각형 너머에는 치카의 얼굴이 들어와 있었다.
「파장의 길이에 따라 무지개로 나뉘는 걸 말하는 거네. 길면 빨간색이고, 짧으면 보라색이고.」
「음..그렇다면 프리즘을 통과하지 않으면 모른다는거야?」
「빛은 색깔도 냄새도 없으니, 알 수 없어.」
요시코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치카는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다. 그걸 따라 요우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빛에 냄새가 없어?」
「햇빛에 건조된 세탁물 냄새를 말하는 거라면 착각이야.」
요시코의 즉답에 치카는 실망했다.
「하지만 빛은 항상 있잖아. 피부에 닿으면 따뜻하기도 하고.」
여전히 손을 올리고 있는 치카의 손가락 사이로 태양이 존재감을 발한다. 그게 눈이 부셨던 건지, 그녀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광원이 아니고서야 형상으로 존재하지는 않아. 치카쨩 말대로 손에 쥐는 건, 불가능 하지 않을까.」
리코가 다시 강조한다. 단호한 그 표정에 요시코는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프리즘이 있으면 볼 수 있다는 거지?」
「응. 그림자로도 알 수 있고.」
「...그러면 마음은?」
치카의 통통 튀는 머리카락만큼 화제가 빠르게 전환된다.
치카쨩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걸까.
궁금증으로 머릿 속이 가득해진 요우는 치카의 정수리에 난 머리카락을 따라 갸우뚱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마음?」
「마음도 빛처럼 보이지 않잖아. 따뜻하고.」
「..치카쨩?」
「예를 들어, 내가 우라노호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리고 싶다고 쳐. 그건 나타낼 수 있는 거야?」
추상적인 질문에 리코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치카가 예를 들어 설명하기 전부터, 리코는 치카가 하려는 말을 왠지 알 것 같았다.
「그 마음을 형상화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싶어서.」
그 설명에, 요우가 치카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코도 그러면 좋겠네하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 근데, 그 형상화된 마음으로 서로 비교하거나 하는 걸까나. 누가 더 자신의 학교를 생각하는지.」
의식에 흐름에 따라, 치카가 다시 소소한 의문을 표한다.
「...누가 더 러브라이브 우승에 어울리는지.」
지구예선을 앞두었기 때문인지 치카는 러브라이브 얘기에만 집중한다.
잠자코 듣던 요시코는, 지구예선에서 오는 그 부담감이 싫어 일부러 다른 말을 유도했다.
「뭐,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면 한 번 보고 싶은데 말이지.」
요시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조용하던 매미가 갑자기 크게 울기 시작했다.
맴맴하고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소리때문에, 네 사람 사이에는 긴 공백이 생겨났다.
언어의 공백 속에서, 네 사람은 각자 다른 누군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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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쓰다보니 다른 캐릭들도 조금씩 왜곡된 감이 없지 않은데 특히 치카는, 2기를 보고 나서 부터 제 안에서의 이미지가 그런 식으로 바뀌어가더라구요 | 18.01.21 00: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