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돌아보면 러브라이브 -아쿠아- 도 전임 뮤즈들에 버금갈 정도로 제법 탄탄한 성우 아이돌 그룹이 되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골든 디스크 3개 째 찍어 내고 있는 중이지요.
지금 나누는 이야기는 과거 러브라이브 선샤인이 초창기 때 불안불안한 길을 가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연예/서브컬쳐 기획들이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대차게 말아먹는 프로젝트들이 어디 하나 둘입니까.
이런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당사자들은 두려워 잠못 이룰 법하던 때였죠.
뮤즈 시절에 서브컬쳐에서 러브라이브는 국적을 불문하고 그 극성팬들의 행적들 때문에 각종 까임의 밈이었기도 했습니다.
그런 뮤즈 팬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뮤즈 활동 중단 이후로 받은 상처를 후속 프로젝트인 러브라이브 선샤인, 아쿠아에다가
푸는 분들까지 있으니, 아쿠아는 뮤즈에게서 마냥 좋은 것만을 상속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뮤즈 팬들의 모든 지지를 계승한 것은 아닌데, 뮤즈 팬들에게 가해지는 까임은 고스란히 계승했으니까요.
그러니 그걸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아쿠아 멤버들과 관계자들이 잘 했다고 칭찬 받을 자격은 있습니다.
그런 아쿠아가 결속을 다지고, 팬들에게 인정 받았던 분수령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Aqours First LoveLive! ~Step! ZERO to ONE~ 콘서트 둘째 날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러브라이브 선샤인 1기 이야기 소개가 필요해요.
사쿠라우치 리코
이 아가씨는 주인공 포지션의 리더 치카(이나미 안쥬)의 왼팔 포지션입니다.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온 조신한 음악가 미소녀' 속성입니다.
그리고 그 역을 맡는 분은...
아이다 리카코
아쿠아 성우분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25세) 큰언니입니다.
(속지 마세요. 덜렁이에 푼수에 폭력아가씨입니다.)
애니 1기에서 러브라이브 시점 이전 과거에 리코의 과거가 나오는데,
피아노 콩쿨에 나가서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연주를 포기했던 트라우마가 생긴 소녀입니다.
그랬던 그녀가 러브라이브 대회 중요 예선날과 새로 도전해 볼 피아노 콩쿨 날짜와 겹치자,
그녀는 피아노 콩쿨을 포기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안 리더 치카는 리코가 은근히 숨기고 있는 맘을 눈치채고,
리코에게 피아노 콩쿨을 포기하지 않도록 종용하죠.
그걸 위해 하던 안무도 수정하고 새로 연습하게 됩니다.
거기에 리코가 감격(공략당)하게 되죠.
"이상한 사람... ㅠㅠ"
"정말 좋아해..."
그런 배경으로 세상에 나온 곡이 '마음이여 하나가 되어라(想いよひとつになれ)이고 그 때 나온 PV가
이겁니다.
이 무대에 설 수 없었던 리코가 설 자리에 요우가 서게 되고, 멀리서 콩쿨을 출전한 리코는
멤버들과 같이 팔에 맨 리본으로 그 마음은 참가하고 있었다는 걸 표현하고 있죠.
센터는 치카와 요우지만, 멀리서 또다른 센터로 리코가 자리잡은 곡이기도 합니다.
러브라이브는 그 컨텐츠 특성상, 애니나 PV에서 있었던 것은 무대에서 거의 다 재연되죠.
그렇기 때문에 아쿠아 첫 라이브 무대에서 이것을 재연하려는 기획이 세워집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게 하면 9명 아쿠아인데, 8명이 라이브 할 때, 리카코 혼자서 멍때리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애니에서처럼 리코 역을 맡은 리카코는 피아노 연주를 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안무도 있겠다.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딱 하나, 리카코는 음표도 못 읽는 피아노 초짜라는 것만 빼고요.
그리고 악기 좀 만져 보신 분들이면 아시겠지만
'마음이여 하나가 되어라' 이 곡은 전조가 있습니다.
중간에 곡이 반음씩 올라갑니다. 그런 곡을 초보자가 연주한다면;;;
그런 상황에 처했기에, 리카코는 3개월간 맹연습합니다. 물론 무대 연습, 안무연습, 행사 스케줄도 다 뛰는 채로요.
참, 아이돌은 힘든 직업 같네요.
대망의 첫 라이브 날, 그 곡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무대를 망치지 말기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리카코의 모습을 보면 표정에서 어떤 맘인지 누가 봐도 알 정도죠.
결과는...
귀가 좋은 분들이 알아챌 자잘한 문제가 있긴 했어도 무난히 잘 연주합니다.
이건 당시 현황을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하던 것을 어떤 럽라버가 폰으로 찍은 영상이네요.
과연 러브라이버들이란... ㅋㅋ
그런데 리카코의 표정을 보면 중압감이 엄청났나 봅니다.
보통 저런 자리에서는 MR을 써서 핸드 싱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리카코의 의지로 라이브로 연주했다고 하네요.
스태프들에게 꼭 성공해 보이겠다고 부탁했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는 순조로왔습니다.
그런데 이 다음은 그 다음날 2일차 공연 똑같은 부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번에는 좀 편한 표정으로 피아노에 앉습니다.
그런데 시작하자 마자...
음이 올라가다 이탈하고 리카코는 움찔합니다.
이어 잠깐 정적이 일고, 막 댄스를 시작하려던 아쿠아 멤버들은 움찔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라이브가 진행되고
아쿠아 멤버들은 댄스를 시작하지만, 또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리카코는 음이탈을 하고 손을 놓아 버립니다.
이미 리카코는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 되죠.
보통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닥치면 '나 때문에 망쳤어...' 이거나 아니면
머리가 하얗게 되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거나 이러합니다.
이건 라이브라서 커트하고 재촬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만명 앞에서 실황이죠.
이런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수 있을까요.
그 때, 누가 나섭니다.
아쿠아의 리더인 이나미 안쥬(치카 역)가 반사적으로 바로 즉시 뛰어 올라갑니다.
스즈키 아이나(마리 역)와 스와 나나카(카난 역)도 바로 따라 올라갑니다.
연식 울먹이며 엉망이 되어버린 리카코를 안쥬는 안아 주고 등을 두드려 주며 다시 피아노에 앉게 끔 진정시켜 줍니다.
아이나는 연신 '다이조부(괜찮아)'을 연호하면서 안심시키고
나나카는 손을 꼬옥 잡아 줍니다.
그러고 이들은 다시 무대로 내려가죠.
그 사이 어느덧 이 현장은...
리코와 리카코를 상징하는 연분홍색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모두가 다 한 마음으로 '리카코'를 연호합니다.
'그 정도 실수는 이해하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하세요. 리카코가 용기를 내고 진정하기를 이렇게 간절히 원해요'
이런 마음으로 팬들은 수만명이 마음을 하나로 모읍니다.
이 때를 회상하며 리카코는 말하더군요.
"그때 멤버들이 달려와 주어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팬들이 연호해 줘서 '아, 지금 울 때가 아니다'라고 퍼뜩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웃는 얼굴로 퍼포먼스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울 자격 따위 없었으니까"라고 인스타에 올렸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BRAOQXpBb95/?taken-by=aida_rikako_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unshine&no=1204197
다시 라이브는 시작되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핑크색으로 가득 채워진 스타디움
라이브 후반부 안무의 끝 부분에 멤버들이 모두 손을 쭉 뻗어서 손가락을 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리코를 향하는 장면
(그 안무 때 마침 가사도 '믿고 있어'입니다.)이 연출됩니다.
또한 노래도 중간에 가사가 '히토리쟈나이(혼자가 아니야)'라고-네, 딱 스샷의 그 단독샷의 입모양입니다-
안쥬가 솔로로 부르는 파트가 나오는데, 후일 그들이 말하기를
'그 때는 정말 간절히 다들 똑같이 리캬코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외치고 싶고,
그런 우리의 기운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그런 마음에 딱 맞는 안무와 가사였습니다.
원래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측하고 만든 안무와 가사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마침내 연주와 안무는 무사히 마무리 됩니다.
끝나자 마자 북받쳐 올라서 다시 눈물을 흘리는 리카코와 감동에 차올라 마무리 짓는 안쥬의 표정이 보이죠.
그리고 애니 연출처럼 모두 손을 들어서 손목에 맨 리본을 내미는 마무리를 합니다.
이 라이브 이후로 러브라이브 선샤인 아쿠아 팬덤은 크게 요동칩니다.
첫 라이브였는데, 각본 없이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 진거죠.
거기다가 제가 이 글의 맨 위에서 말한 애니 스토리대로
리코(리카코)는 무대에서 긴장 때문에 연주를 못한 일이 실제 현실로 재현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건 애니-현실 싱크로 현상이라고 해야 하나요?
안쥬는 가장 어린 나이에 속했지만, 갑작스레 예상 못하게 닥친 사고에 즉각적으로 대응합니다.
리카코의 안정을 찾아주며 라이브의 재진행을 유도합니다.
그녀는 그냥 지명해서 시킨 리더가 아니라 정말로 팀 전체를 생각하고 순발력 있는 리더였습니다.
아이나와 나나카도 정말 훌륭하게 대처합니다.
나머지 멤버들도 다 같이 올라갈 상황은 아니니, 무대를 지키며 팬들과 함께 합니다.
이들의 단합은 진짜였습니다.
애니 1기의 마지막 캐치 프레이즈와 이 첫 라이브의 캐치 프레이즈가 '0에서 1로 나가자!(Step! Zero to One)' 였는데,
이 라이브가 끝나고 아쿠아 멤버들이 바로 SNS로 소감을 말했습니다.
"정말로 0에서 1이 된 무대였다'고 말입니다.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하여서 의미를 만들고, 그 의미에서 또 관객 전원과 멀리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
이 무대를 관람하는 팬들과 아쿠아 멤버들 전원과 무대를 연출하는 수많은 관계자들이
모두 그 순간 다 같은 마음이 되어서 리카코를 응원하는
그런 순간이 나왔고, 그에 힘입어 리카코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성공합니다.
사실, 무대 행사에 흥미 없거나 덕질하는 것과 관계 없는 사람들 눈에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는 일일 수 있습니다.
0이든 1이든 별 신경 쓸 것 없는 작은 수들이죠.
어떻게 보면 그냥 라이브 무대에서 사고 났다가 회복한 일이죠.
그런데 이 때를 공유한 팬들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전원이 같은 생각으로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이 날 이후로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생명력은 스스로를 증명했고,
애니 2기가 방영되었고,
두번 째 콘서트도 각지에서 성공하게 되었고,
아쿠아와는 또다른 PDP 후배들이 생겼고
선배 뮤즈가 어떤 형태로건 부활의 움직임이 일었으며
한국에도 전원 방한하여 무대를 가졌고
거기서 한국팬들이 또 스토리를 만들어서 아쿠아 멤버들에게 선물을 줬으며
골든 디스크들을 찍어내며 여기까지 달려 왔습니다.
이후에도 러브라이브 선샤인 아쿠아의 길에 어떤 스토리들이 채워져 갈 지 기대해 봅니다.
(IP보기클릭)220.118.***.***
침착하게 달려가 괜찮다고 해주는 멤버와 관객들이 오히려 응원을 보낸 상황이 참 부럽기만 했습니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더군요. 이렇게도 감동을 주는 구나 원래 최애였던 리코와 성우 리카코에 응원을 쭉 할 수 있었던 큰 계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IP보기클릭)59.9.***.***
회상해보면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저 때 걱정이나 우려도 없이 "실패하면 어때. 다시 하면 되잖아, 몇 번이든"이라고 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레 블레이드를 벚꽃색으로 맞추고 리카코를 연호했고, 주변에서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더군요 오모히토 무대는 물론이고 그 뒤의 라이브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자칫 잘못하면 라이브 전체가 실패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는데도 그저 "괜찮아 몇 번이고 다시 해도 돼"라는 생각으로 응원을 하게 되더군요 곡의 마지막 음계들을 쳐내려가는 리캬코의 손이 벌벌 떨리는 걸 보면서 그제서야 새삼 상황의 중요성이 실감되고 걱정이 들었습니다만 다행히도 리캬코가 떨리는 마음과 떨리는 손으로 훌륭하게 마지막 음계까지 쳐내려 갔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먼저 리캬코를 돕기 위해 뛰어갔던 세 사람, 라이브에서 맡겨진 포메이션을 고수했던 다섯 사람,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리카코를 응원한 객석과 뷰잉의 모두들, 그리고 누구라도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만한 실패의 순간에 멤버들과 관객들의 손을 잡고 일어나 그냥 성공보다도 훨씬 거대한 성공을 일구어낸 리캬코까지 러브라이브를 좋아해서 좋았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가득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하게 러브라이브를 좋아하게 된 의미를 되새기게 된 순간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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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게 달려가 괜찮다고 해주는 멤버와 관객들이 오히려 응원을 보낸 상황이 참 부럽기만 했습니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더군요. 이렇게도 감동을 주는 구나 원래 최애였던 리코와 성우 리카코에 응원을 쭉 할 수 있었던 큰 계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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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해보면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저 때 걱정이나 우려도 없이 "실패하면 어때. 다시 하면 되잖아, 몇 번이든"이라고 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레 블레이드를 벚꽃색으로 맞추고 리카코를 연호했고, 주변에서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더군요 오모히토 무대는 물론이고 그 뒤의 라이브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자칫 잘못하면 라이브 전체가 실패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는데도 그저 "괜찮아 몇 번이고 다시 해도 돼"라는 생각으로 응원을 하게 되더군요 곡의 마지막 음계들을 쳐내려가는 리캬코의 손이 벌벌 떨리는 걸 보면서 그제서야 새삼 상황의 중요성이 실감되고 걱정이 들었습니다만 다행히도 리캬코가 떨리는 마음과 떨리는 손으로 훌륭하게 마지막 음계까지 쳐내려 갔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먼저 리캬코를 돕기 위해 뛰어갔던 세 사람, 라이브에서 맡겨진 포메이션을 고수했던 다섯 사람,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리카코를 응원한 객석과 뷰잉의 모두들, 그리고 누구라도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만한 실패의 순간에 멤버들과 관객들의 손을 잡고 일어나 그냥 성공보다도 훨씬 거대한 성공을 일구어낸 리캬코까지 러브라이브를 좋아해서 좋았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가득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하게 러브라이브를 좋아하게 된 의미를 되새기게 된 순간 중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