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애니는 1997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우 오랜 기간 장수해온 애니메이션이다.
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한지우와 그의 여자친구들에 대하여 고찰해본다.
1. 무인편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대망의 시작, 무인편.
무인편에서의 한지우는, 여행을 시작하는 초짜 트레이너다. 배틀은 커녕 포켓몬을 잡아본 적도, 가져본 적도 없다. 여행도 처음이다.
무인편의 한지우는 초보 트레이너, 뿐만 아니라 초보 여행자로서 시행착오하는 모습과 실수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무인편은 요즘 포켓몬스터 애니와는 다르게 액션과 모험보다는 개그적인 성향이 강했다.
심지어 배틀 없이 뱃지를 따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에는 트레이너로서의 성장보다 여행자로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우선되었기에 그랬던 것이다.
무자비한 악당인 로켓단이 개그 캐릭터인 것 역시, 초보 트레이너에게 당하기 위해서 무자비한 악당 캐릭터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초보 트레이너 지우의 히로인으로서 곁에 있었던 것이 바로
이슬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슬이는 본가에서는 체육관 관장을 맡고 있는 실력 있는 트레이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실제로 체육관 관장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대리를 할 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런 이슬은 초보 트레이너인 지우를 따라다니며 선배로서 지우를 돌보거나 보살피는 역할로 자주 나온다.
하지만 지우보다 한참 뛰어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 역시 체육관 관장을 맡을 정도로 실력이 있지는 않고, 작중 내내 지우 못지 않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고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나이 역시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지만 작중 행적이나 언행을 따져보면 지우와 같거나 지우보다 한 살 많은 정도로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이슬의 위치는, 미연시로 따져보면 '동급생' 정도의 위치를 가진다.
저 나이대의 여자아이는 보통 남자아이보다 성장이 빠르다.
자신과 같은 나이의 남자아이를 약간 위의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보살펴주는 것, 그것이 '동급생'인 것이다.
2. AG
새로운 세계로의 확장, AG.
AG에서 지우는 이미 초짜티는 벗었다. 아직 경험많은 트레이너라고 하기에는 멀었지만 초보라고 부르기도 어색하다.
한창 성장중인 트레이너, 그것이 AG의 지우이다.
초보티는 많이 벗었기에, 지우는 무인편에서처럼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지는 않는다.
대신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트레이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우가 겪는 시행착오라면 실력 향상 도중 겪는 것들이지, 이제 여행에는 제법 이골이 난 모양새이다.
이런 지우와 함께 여행한 것이
봄이다.
봄이는 무인편의 지우가 그랬듯,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초짜 트레이너이다.
무인편에서 지우가 했던 실수와 시행착오를, 이제는 봄이가 겪는다.
때문에 AG는, 무인편보다 개그적인 면모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무인편과 크게 괴리감이 없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주인공인 지우는 트레이너로서의 성장과 배틀, 액션을 담당하고 히로인인 봄이가 개그역할을 맡는 것이다.
이런 봄이의 모양새는, 실수투성이인 '후배'의 위치와 걸맞는다.
미연시나 하렘물 등에 흔히 등장하는,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지고 먹보에 실수투성이의 귀염둥이(흔히 도짓코라고 한다) 후배가 바로 봄이다.
지우는 이미 어느 정도의 경험과 실력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약간이나마 선배 위치에 설 수 있게 된 것이고,
덕분에 후배라는 위치가 생겨 봄이라는 캐릭터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3. DP
확장된 세계관 질질끌기, DP.
DP의 지우는 어느덧 상당한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엘리트 트레이너가 되었다.
무인편에서 관동, 성도 지방을 제퍠하고, AG편에서 호연 지방까지 제패했다.
그동안 흐른 세월만도 얼마냐.
DP에서 지우는 더 강해지는 것을 신경쓴다. 더 이상의 실수는 없고, 더 이상의 시행착오도 없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더욱 단련시켜 이제 정말로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다.
그런 엘리트 트레이너 지우와 함께한 것은
빛나이다.
빛나는 봄이와 마찬가지로 새로이 여행을 시작한 초보 트레이너다. 그래야 할 터이다.
하지만 빛나의 실력과 언행은, 생김새만 다른 봄이다.
마치 봄이라는 경험과 실력만을 쏙 빼와 빛나라는 새 캐릭터에 집어넣은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초보 트레이너라는 모습은 이미 없고 엘리트 트레이너인 지우와 맞먹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다.
이는 DP의 컨셉과 맞추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우의 히로인인 이슬과 봄이는 주인공인 지우와 함께 여행하는 동료에 지나지 않았지만, DP에서 빛나는 지우와 함께 더블 주인공이다.
같이 여행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얼핏 다를 것 없어보이지만, 결과는 명백히 다르다.
동급생이지만 선배의 입장을 가진 이슬이나, 후배 입장인 봄이와 다르게 빛나는 모든 면에서 지우와 동급이다.
미연시로 분류하자면 '다 자란 소꿉친구'인 것이다.
어렸을 때는 빠른 성장속도로 남자아이보다 앞서가는 여자아이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그 격차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비유하자면 지우와 빛나는 고등학생, 그 이상의 수준에서 봤을 때의 '동급생'인 것이다.
하지만 엘리트 트레이너인 지우와 다르게 빛나는 이제 여행을 시작한 초짜 트레이너다.
그래서 여기서 괴리감이 생긴다.
이미 경험과 실력이 월등한 지우가 가지는 고민과,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해 아무 것도 몰라야 하는 빛나의 고민이 같은 수준인 것이다.
이는 애니메이션의 장기화가 빚어낸, 그리고 이미 정립된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를 질질 끌기 위해 선택한 무리수가 빚어낸 어색함이다.
빛나는 미니스커트, 긴 생머리 등 외적인, 모에적인 요소가 많이 겹쳐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이지만, 기본 설정부터가 어색함을 만들 수밖에 없는,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4. BW
새로운 시작을 위한 무리한 초기화, BW.
모두 알다시피, BW에서 제작진은 엄청난 무리수를 둔다.
BW에서 무인편으로의 회귀를 외친 제작진은, 무인편부터 AG와 DP를 거쳐 이미 엘리트적인 면모를 많이 보인 지우를 아예 초보 트레이너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러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무리한 초기화였다.
지우는 초보 트레이너로 돌아와버렸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으니, 그의 여행 경험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여행을 해온 관록은 있으나 트레이너로서의 자질은 초보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러니 캐릭터 자체가 성립이 되질 않고, 시청자가 등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그런 엉성한 지우 옆에는
아이리스가 있었다.
지우가 초보 트레이너가 되어버렸으니 무인편에서 그랬듯 지우를 다그치며 이끌어줄 선배, 이슬이 같은 존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아이리스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본질적으로 지우의 '선배' 노릇을 할 캐릿터가 못됐다.
본가에서 아이리스는 주인공보다 어리지만 천재적인 실력으로 주인공보다 먼저 노간주를 꺾고 챔피언이 되는 인물다.
만약 이러한 설정이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옮아왔다면, '천재 꼬마'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혹은 포켓몬스터 스페셜의 사파이어처럼 '야생걸'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면 컬트적인 인기라도 구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그저 또다른 이슬이일 뿐이었다.
무인편의 이슬이는 명백하게 선배임을 드러내기 위해서인지 키도 지우보다 크며, 발육도 남다른 수준이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외적인 면모로 보면, 지우보다 미숙한 여자아이로밖에 안 보인다.
단순히 어린 것이 아닌, 마치 '동급생이지만 남자아이보다 성장이 느린' 것 같은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캐릭터가 마치 선배처럼 굴며 지우를 구박하고 하고 있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빛나가 성공한 사례처럼 외적인 면모라도 화려했다면 또다른 인기를 끌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외모 또한 대중적으로 쉽게 호감이 가기 쉬운 디자인이 아니다.
빛나가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했다면 아이리스는 100% 실패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5. XY
정신차린 제작진의 수습, XY.
제작진이 BW에서 크게 데이고 정신차렸다. 엘리트 트레이너 지우가 돌아온 것이다!
단순히 엘리트였던 그가 돌아온 것만이 아니었다.
XY의 지우는 BW에서의 초기화가 무색하게 과거의 파란만장한 경력과 실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지우는 이제 엘리트 트레이너마저도 뛰어넘은, 베테랑 트레이너가 되어 있었다.
더 이상의 개그는 오히려 어색함한 남기기에, 이제 제작진은 아예 액션을 최대한 강조하게 된다.
그에 따라 지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멋지고 간지 넘치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이런 지우 곁에는
세레나가 있었다.
세레나는 다른 어떤 히로인과도 다르게, 처음부터 지우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히로인이었다.
멋있음을 온몸에서 뿌려대는 주인공 지우와, 그 뒤에서 몰래 멋진 그를 짝사랑하는 소녀, 그리고 빛나 이상의 화려한 겉모습.
이러한 것들이 시너지를 일으켜, 제작진은 역대 히로인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캐릭터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역시 어색함을 느낄 것도 없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아직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슬이가 히로인의 시작을 알린 '타이틀 히로인'에 가깝다면
세레나는 주인공과 가장 밀접하게 관여하는 '메인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그러한 지우와 세레네에게 어울리는 화려한 액션까지 더해져 XY는 BW에서 실추한 이미지를 완벽히 복구해내었다.
6. SM
포켓몬스터는 지금 휴가 중, SM.
XY는 포켓몬스터 애니로서 완벽했다. 어떤 면에서 완벽했냐 한다면, 끝내기에 완벽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베태랑 트레이너가 된 지우가 있고, 메인 히로인마저 그 곁에 있다.
제작진은 지우를 포켓몬 마스터로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종결지었어야 했다.
지우 대신 다른 캐릭터(지우 2세라도 좋다)를 내세워 새로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이어가야 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선택은 기존 주인공을 유지하며 개그 노선의 부활시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우를 다시 초기화시켜야 할까?
그런 실패는 이미 BW에서 겪었다. 두 번 다시 겪을 수 없는 실패다.
제작진은 지우는 초기화하는 대신, 지우의 최종 목적인 '포켓몬 마스터'를 지워버렸다.
아예 지워버릴 수는 없다. 포켓몬 마스터를 목표로 하는 것은 지우의 캐릭터성 그 자체니까.
대신 잠시 보류한 것이다.
SM의 배경이 하와이이듯, SM의 에피소드 역시 바캉스 도중 일어나는 해프닝에 가깝다.
그러니까 지우는 지금 '휴가 중'인 것이다.
본가에서도 전작들과 같은 심각한 사건이나 챔피언 리그 제퍠 같은 중대한 목적은 없다.
그저 이방인인 주인공이 어쩌다보니 섬순례를 하는 것뿐이고, 일어나는 사건 역시 주인공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주인공은 단지 휘말렸을 뿐.
SM의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휴가 중에 배틀을 즐기는 것이지 진지하게 포켓몬 마스터를 목표로 하고 있진 않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번에는 히로인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없다.
주연으로 볼 수 있는 여성 캐릭터는 셋이나 등장하지만 그 셋 모두 지우와 '깊은 관계가 없는 클래스메이트'일 뿐이다.
여행을 같이 다니며 오랜 기간 관계를 쌓아온 지금까지의 히로인들과는 궤를 달리 하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일상 이야기만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휴가는 달콤하지만 언젠가는 끝나는 것이니까.
지우의 휴가가 끝났을 때
베태랑 트레이너로서의 지우가 부활할 것이냐, 포켓몬 마스터가 된 지우가 있을 것이냐, 그것도 아니면 또다른 무리수로 BW의 잘못을 되풀이할 것이냐
그것은 제작진이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
길고 쓰잘데기 없는(어디서 봤을 법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심심했어요...
(IP보기클릭)211.248.***.***
(IP보기클릭)211.238.***.***
(IP보기클릭)12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