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00 Interesting Stories
따르르릉! 따르르릉!
철컥!
“데빌 메이 크라이! …9시에 문 닫았어!”
철커덕!
“후우, 제대로 된 일거리는 없나? 좀 지루하군, 흐아암.”
책상 위에 두 발을 올려놓은 채 투덜거리며 의자에 기대고 있는 백발의 청년이 있다. 식당을 차려도 좋을 만큼 넓은 공간에는 드럼 한 세트와 포켓볼 테이블 그리고 소파와 옷걸이 등이 벽을 따라 건성으로 배치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한눈에 좀 휑한 기분이 들었는데, 청년은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여행상품 관련 잡지를 얼굴에 덮은 채 팔베개를 하고 의자에 기대어 졸고 있던 그는, 사무실 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 상대의 확인도 않고 말했다.
“화장실이 급해서 오셨나? 뒤쪽에 있으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그러자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그에 대답했다.
“어라, 모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왔는데 너무 무관심한 거 아냐?”
낯익은 목소리에 그가 오른손으로 잡지를 들어 보니, 콧등에 난 한줄기 검상을 빼면 꽤 미모의 얼굴을 가진 검은 단발의 20대의 여인이 서 있었다. 약간 어두운 회색 계열의 캐쥬얼 복장을 입고 있는 그 여인은, 왼쪽과 오른쪽 눈동자의 색깔이 달랐다. 그러한 상대를 확인하자 그는 들었던 잡지를 다시 얼굴에 덮고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지난번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하고는 결국 빚만 늘어난 거 기억나? 이번에도 그런 일이라면 패스야.”
“아직도 그 일로 삐진 거야? 속 좁기는.”
“당연하지! 좀 제대로 이야기해 줬으면 그런 일도 안 생겼잖아.”
“후후,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게다가 사실 박살낸 건 너였고 난 뒷수습을 해준 것 뿐이잖아.”
“시끄러. 아무튼 또 떠넘길 이야깃거리면 빨리 말해. 좀 자자고.”
“후, 다 듣고 과연 잠이 올까, 단테?”
그의 이름은 단테, 정확한 나이는 본인도 모를 정도로 오래 살았지만 그 외모는 아직도 20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외출 시에는 질긴 가죽으로 만들어진 롱코트를 항상 걸치고 다니며, 딸기 아이스크림과 피자를 상당히 좋아하는 독특한 식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가 하는 일은 표면적으로는 해결사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악마를 전문으로 상대하는 자, ‘데빌헌터’이다. 그래서 자신이 데빌헌터임을 의뢰인이 알고 있다는 표시로 암호를 만들어 중개인을 통해 전달하도록 했다. 때문에 관련된 소수를 제외하면 그가 데빌헌터임을 모르는 이들이 훨씬 많다.
빈정대는 말투의 대화가 끝나고 여인이 말을 시작하려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또 들렸다. 여인이 돌아보니,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의 여인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갈색의 가죽 재킷 안에는 시원한 민소매티를 입었고, 아래는 딱 달라붙는 검은 바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먼저 온 여인이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이네. 요즘 어떻게 지냈어?”
금발의 여인이 인사를 받으며 대답했다.
“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지냈지. 적어도 여기 앉아 있는 남자보다는 재미있게 지냈어, 훗.”
가볍게 미소 짓는 그녀를 보며 단테는 약간 비꼬는 어투로 말했다.
“어쩐 일이야? 설마 놀러온 건 아니겠지?”
“걱정 마. 심심할까봐 재미난 이야기를 가지고 온 거니까.”
그러자 약간 놀란 표정으로 흑발의 여인이 물었다.
“어라, 너도 재미난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고?”
“어머, 너도? 그럼 먼저 온 사람부터 말해봐.”
금발의 여인이 말을 마치자 먼저 온 여인이 입을 열었다.
거대한 대륙의 동쪽에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반도 지형이 있다. 반도의 중남부에는 대한민국이 자리 잡고 있는데 비교적 짧은 시기에 여러 면에서 큰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진국이다. 그 나라의 중심도시인 서울에 최근 비밀리에 악마의 탑이 지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새로 짓고 있는 건물들 중에는 그런 낌새의 건물이 전혀 없는 것이었고, 개중에는 이미 지어진 높은 건물들 속에 그 형체를 숨기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어이, 딴 나라까지 신경 써야 할 정도로 느긋한 건 아니라고. 게다가 말도 안 통하는 곳에 가서 뭐하라는 거야, 레이디?”
투덜거리는 단테에게 여인―레이디가 말했다.
“어머, 난 거기 가라고 한 적 없는데? 난 분명 ‘이야기’라고만 했어.”
“쳇, 그것도 누군가 조사해달라고 해서 들은 이야기일 거 아냐?”
“훗, 알아차렸어?”
조금은 어이없는 표정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레이디가 대답한 다음, 한 쪽에 놓인 소파에 앉으며 금발의 여인이 말했다.
“다 끝났어? 이제는 내가 이야기할 차례네?”
영국의 유적지인 스톤헨지에 최근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신문 보도가 났다. 근처에 다가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악마의 마력이 일대를 휘감고 있다’는 말을 했고, 그 주변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확인하면 누군가 장난친 것처럼 거무스름한 소용돌이가 보였다.
그리스 지역의 유적인 파르테논 신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류가 보도되고 있다. 목격자들의 진술이나 사진 촬영에 의한 확인 결과가 마치 짜고 치는 것처럼 그리고 합성한 것 마냥 두 지역이 똑같이 나타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방송국에서 자세한 보도를 위해 방송용 카메라로 촬영하면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송용 취재를 위해 여러 사람이 몰려가면 그런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격자들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해당되는 사진들도 끊임없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금발의 여인이 이야기를 다 마쳤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두 여인이 바라보니 약간 곱슬기가 있는 긴 금발을 한 가닥 뒤로 묶은 여자아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약간 주근깨가 섞인 귀여운 얼굴의 소녀는 두 여인을 보자 번갈아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우와, 오늘 무슨 날이야, 레이디? 트리쉬도 와 있고, 오랜만에 다들 모인 거 같아!”
호들갑을 떨며 말하는 아이에게 두 여인이 웃으면서 인사를 받았다.
“오랜만이네, 패티.”
“그 동안 잘 있었어?”
밝게 웃음 지으며 인사를 받은 패티는 앞에 보이는 책상에 다가가 기대며 말했다.
“단테, 나 오늘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는데, 단테도 들어볼래, 응?”
웃고는 있지만 마치 ‘안 들으면 어떻게 할 지 몰라’라는 반 협박의 느낌의 말에 단테는 못 이긴 척 잡지를 얼굴에서 치우며 말했다.
“내 참, 다들 이야기꾼으로 직업을 바꿨어? 무슨 이야긴데?”
단테들이 살고 있는 강변 지역은 수많은 외국인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다. 이곳이 속해 있는 도시의 외곽 지역에서 최근 소규모의 괴물들이 군경과 맞부딪힌 일이 있었다. 사상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총기류로 금방 전멸한 그 괴물들은, 군경이 증거품으로 가져가려고 수습하기도 전에 온몸이 보이지 않는 불에 타들어버리듯 사라져 재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일련의 사건 이후 이번에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부상은 입었지만 살아있던 이들이 갑자기 괴물처럼 변하여 병원을 습격했다는 것이었다. 연락이 닿자마자 군경들이 바리케이트를 쳐서 병원 일대를 완전히 봉쇄해 버렸는데, 괴물들이 습격하여 쓰러진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 괴물들과 함께 군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 참, 별일이 다 일어나는군. 뭐 이리 뒤숭숭한 거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투덜대는 단테와는 달리 레이디는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그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생각에 잠긴 레이디를 보며 금발의 여인―트리쉬가 말했다.
“혹시 누군가에게 의뢰받고 잊어버렸던 거 아냐, 레이디?”
“어머, 그런 걸 잊어버리면 돈이 안 되는…, 잠깐, 의뢰? …맞아!”
뭔가를 기억해낸 듯 손뼉까지 친 레이디는 트리쉬를 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트리쉬? 혹시 내 옆에 있었던 거야?”
“후후,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그나저나, 그 의뢰인이 빼빼 마르고 안경 쓴 남자인 건 아니겠지?”
약간 농담기가 섞인 트리쉬의 말에 레이디는 웃으면서 하지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어머, 별일이네? 점쟁이라고 해도 되겠어? 아니면 몰래 보고 있었던 거야?”
그러자 표정이 약간 굳어지며 트리쉬가 다시 물었다.
“…너 혹시 그 남자가, 동료들을 더 모아서 와 달라는 말도 했니?”
“어? 설마 너도…?”
말을 약간 짧게 끊으며 묻는 레이디를 보며 트리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시시한 의뢰라면 이러지 않았겠지? 말 나온 김에 같이 해볼까?”
그녀의 말에 즐거운 듯 웃으며 레이디가 대답했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 일일지 기대해 보자고.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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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거의 수정되지 않은 첫 본문입니다. ㅈㅅ -_-;;
따르르릉! 따르르릉!
철컥!
“데빌 메이 크라이! …9시에 문 닫았어!”
철커덕!
“후우, 제대로 된 일거리는 없나? 좀 지루하군, 흐아암.”
책상 위에 두 발을 올려놓은 채 투덜거리며 의자에 기대고 있는 백발의 청년이 있다. 식당을 차려도 좋을 만큼 넓은 공간에는 드럼 한 세트와 포켓볼 테이블 그리고 소파와 옷걸이 등이 벽을 따라 건성으로 배치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한눈에 좀 휑한 기분이 들었는데, 청년은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여행상품 관련 잡지를 얼굴에 덮은 채 팔베개를 하고 의자에 기대어 졸고 있던 그는, 사무실 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 상대의 확인도 않고 말했다.
“화장실이 급해서 오셨나? 뒤쪽에 있으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그러자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그에 대답했다.
“어라, 모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왔는데 너무 무관심한 거 아냐?”
낯익은 목소리에 그가 오른손으로 잡지를 들어 보니, 콧등에 난 한줄기 검상을 빼면 꽤 미모의 얼굴을 가진 검은 단발의 20대의 여인이 서 있었다. 약간 어두운 회색 계열의 캐쥬얼 복장을 입고 있는 그 여인은, 왼쪽과 오른쪽 눈동자의 색깔이 달랐다. 그러한 상대를 확인하자 그는 들었던 잡지를 다시 얼굴에 덮고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지난번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하고는 결국 빚만 늘어난 거 기억나? 이번에도 그런 일이라면 패스야.”
“아직도 그 일로 삐진 거야? 속 좁기는.”
“당연하지! 좀 제대로 이야기해 줬으면 그런 일도 안 생겼잖아.”
“후후,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게다가 사실 박살낸 건 너였고 난 뒷수습을 해준 것 뿐이잖아.”
“시끄러. 아무튼 또 떠넘길 이야깃거리면 빨리 말해. 좀 자자고.”
“후, 다 듣고 과연 잠이 올까, 단테?”
그의 이름은 단테, 정확한 나이는 본인도 모를 정도로 오래 살았지만 그 외모는 아직도 20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외출 시에는 질긴 가죽으로 만들어진 롱코트를 항상 걸치고 다니며, 딸기 아이스크림과 피자를 상당히 좋아하는 독특한 식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가 하는 일은 표면적으로는 해결사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악마를 전문으로 상대하는 자, ‘데빌헌터’이다. 그래서 자신이 데빌헌터임을 의뢰인이 알고 있다는 표시로 암호를 만들어 중개인을 통해 전달하도록 했다. 때문에 관련된 소수를 제외하면 그가 데빌헌터임을 모르는 이들이 훨씬 많다.
빈정대는 말투의 대화가 끝나고 여인이 말을 시작하려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또 들렸다. 여인이 돌아보니,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의 여인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갈색의 가죽 재킷 안에는 시원한 민소매티를 입었고, 아래는 딱 달라붙는 검은 바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먼저 온 여인이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이네. 요즘 어떻게 지냈어?”
금발의 여인이 인사를 받으며 대답했다.
“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지냈지. 적어도 여기 앉아 있는 남자보다는 재미있게 지냈어, 훗.”
가볍게 미소 짓는 그녀를 보며 단테는 약간 비꼬는 어투로 말했다.
“어쩐 일이야? 설마 놀러온 건 아니겠지?”
“걱정 마. 심심할까봐 재미난 이야기를 가지고 온 거니까.”
그러자 약간 놀란 표정으로 흑발의 여인이 물었다.
“어라, 너도 재미난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고?”
“어머, 너도? 그럼 먼저 온 사람부터 말해봐.”
금발의 여인이 말을 마치자 먼저 온 여인이 입을 열었다.
거대한 대륙의 동쪽에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반도 지형이 있다. 반도의 중남부에는 대한민국이 자리 잡고 있는데 비교적 짧은 시기에 여러 면에서 큰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진국이다. 그 나라의 중심도시인 서울에 최근 비밀리에 악마의 탑이 지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새로 짓고 있는 건물들 중에는 그런 낌새의 건물이 전혀 없는 것이었고, 개중에는 이미 지어진 높은 건물들 속에 그 형체를 숨기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어이, 딴 나라까지 신경 써야 할 정도로 느긋한 건 아니라고. 게다가 말도 안 통하는 곳에 가서 뭐하라는 거야, 레이디?”
투덜거리는 단테에게 여인―레이디가 말했다.
“어머, 난 거기 가라고 한 적 없는데? 난 분명 ‘이야기’라고만 했어.”
“쳇, 그것도 누군가 조사해달라고 해서 들은 이야기일 거 아냐?”
“훗, 알아차렸어?”
조금은 어이없는 표정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레이디가 대답한 다음, 한 쪽에 놓인 소파에 앉으며 금발의 여인이 말했다.
“다 끝났어? 이제는 내가 이야기할 차례네?”
영국의 유적지인 스톤헨지에 최근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신문 보도가 났다. 근처에 다가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악마의 마력이 일대를 휘감고 있다’는 말을 했고, 그 주변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확인하면 누군가 장난친 것처럼 거무스름한 소용돌이가 보였다.
그리스 지역의 유적인 파르테논 신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류가 보도되고 있다. 목격자들의 진술이나 사진 촬영에 의한 확인 결과가 마치 짜고 치는 것처럼 그리고 합성한 것 마냥 두 지역이 똑같이 나타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방송국에서 자세한 보도를 위해 방송용 카메라로 촬영하면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송용 취재를 위해 여러 사람이 몰려가면 그런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격자들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해당되는 사진들도 끊임없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금발의 여인이 이야기를 다 마쳤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두 여인이 바라보니 약간 곱슬기가 있는 긴 금발을 한 가닥 뒤로 묶은 여자아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약간 주근깨가 섞인 귀여운 얼굴의 소녀는 두 여인을 보자 번갈아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우와, 오늘 무슨 날이야, 레이디? 트리쉬도 와 있고, 오랜만에 다들 모인 거 같아!”
호들갑을 떨며 말하는 아이에게 두 여인이 웃으면서 인사를 받았다.
“오랜만이네, 패티.”
“그 동안 잘 있었어?”
밝게 웃음 지으며 인사를 받은 패티는 앞에 보이는 책상에 다가가 기대며 말했다.
“단테, 나 오늘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는데, 단테도 들어볼래, 응?”
웃고는 있지만 마치 ‘안 들으면 어떻게 할 지 몰라’라는 반 협박의 느낌의 말에 단테는 못 이긴 척 잡지를 얼굴에서 치우며 말했다.
“내 참, 다들 이야기꾼으로 직업을 바꿨어? 무슨 이야긴데?”
단테들이 살고 있는 강변 지역은 수많은 외국인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다. 이곳이 속해 있는 도시의 외곽 지역에서 최근 소규모의 괴물들이 군경과 맞부딪힌 일이 있었다. 사상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총기류로 금방 전멸한 그 괴물들은, 군경이 증거품으로 가져가려고 수습하기도 전에 온몸이 보이지 않는 불에 타들어버리듯 사라져 재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일련의 사건 이후 이번에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부상은 입었지만 살아있던 이들이 갑자기 괴물처럼 변하여 병원을 습격했다는 것이었다. 연락이 닿자마자 군경들이 바리케이트를 쳐서 병원 일대를 완전히 봉쇄해 버렸는데, 괴물들이 습격하여 쓰러진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 괴물들과 함께 군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 참, 별일이 다 일어나는군. 뭐 이리 뒤숭숭한 거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투덜대는 단테와는 달리 레이디는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그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생각에 잠긴 레이디를 보며 금발의 여인―트리쉬가 말했다.
“혹시 누군가에게 의뢰받고 잊어버렸던 거 아냐, 레이디?”
“어머, 그런 걸 잊어버리면 돈이 안 되는…, 잠깐, 의뢰? …맞아!”
뭔가를 기억해낸 듯 손뼉까지 친 레이디는 트리쉬를 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트리쉬? 혹시 내 옆에 있었던 거야?”
“후후,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그나저나, 그 의뢰인이 빼빼 마르고 안경 쓴 남자인 건 아니겠지?”
약간 농담기가 섞인 트리쉬의 말에 레이디는 웃으면서 하지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어머, 별일이네? 점쟁이라고 해도 되겠어? 아니면 몰래 보고 있었던 거야?”
그러자 표정이 약간 굳어지며 트리쉬가 다시 물었다.
“…너 혹시 그 남자가, 동료들을 더 모아서 와 달라는 말도 했니?”
“어? 설마 너도…?”
말을 약간 짧게 끊으며 묻는 레이디를 보며 트리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시시한 의뢰라면 이러지 않았겠지? 말 나온 김에 같이 해볼까?”
그녀의 말에 즐거운 듯 웃으며 레이디가 대답했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 일일지 기대해 보자고.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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