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ase #2
불쾌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밤하늘을 춤추는, 불길한 그림자를 본 술주정뱅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낀 공포를 이야기하며, 그 공포에 몸을 떤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를 믿는 자들은 아무도 없다.
취한 눈에 비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서 얻을 수 있는 것 따윈 아무것도 없다 ─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틀렸다.
날이 갈 수록, 밤이 지날 수록, 불길한 그림자의 목격자들은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다.
누구나가 그 이야기를 웃으며 무시하면서도, 그러나,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있기도 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둠을 무서워한다.
그것은 언젠가, 어둠에 사는 자들과 싸운 먼 선조의 기억이, 그 피 안에 이어지고 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밤도 또한, 그 정체 모를 그림자는 하늘을 춤추며, 불길한 비명소리를 지른다.
그건 확실히, 일상을 미치게 할 무엇인가가 시작하려는 조짐일지도 몰랐다.
1
"아앙! 그렇게 들이대지 말래두, 토니. 음식은 아직 많이 남이있으니까!!"
귀여운 비명이, 작은 테이블 위에 울려퍼진다.
체구는 작지만, 포동포동한 볼과 밤색의 곱슬머리가 사랑스러운, 열 넷, 다섯 소녀의 목소리.
굴의 장녀, 제시카였다.
"그런 말 해도 말야, 난 지금 무지하게 배가 고프다고. 재료비는 내줬으니까 빨랑 만들어서 가져오라고. 전부 남김없이 먹어줄테니까."
"나도 먹을래."
"아~, 아~!"
되돌아 온건, 쾌활한 목소리.
허술한 테이블 앞에 앉은 토니는, 이걸로 총 일곱그릇 째의 도리아를 다 먹어치웠다.
그의 무릎에는 작은 아기가, 그리고 옆에는 아직 어린 소녀가, 역시 도리아를 입에 가득 담으며 소동을 부렸다.
"아, 정말! 티키까지 토니처럼 떠들고! 조금은 언니 좀 도와 줘."
"나는 토니랑 밥 먹을거야!"
"아, 아!"
"그치? 나같은 남자가 있는데 도와줄 시간따위 있을리가 없지? 앗, 임마, 네스티. 내 머리카락은 먹는게 아니라고"
혼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쓰지 않는 웃음 소리.
토니와 함께 웃고 있는 둘을 보고, 제시카도 웃고 있었다.
말로는 화를 내고 있는 듯한 말을 하면서도, 토니가 왔을 때는 언제나 이런식이었다.
"어이, 토니. 조금은 적당히 먹으리고. 내가 먹을게 없어지잖아."
"나는 손님이라고. 딱딱한 소리 하지 마, 굴...... 오, 그치그치, 네스티. 자, 앙~ 해봐. 응?"
무릎 위에서 들떠 떠드는 네스티의 입에, 도리아를 넣어준다.
그 모습에선 도저히, 언제나 빈정거리며 적과 대하는 그을 상상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네스티만 주고, 치사해! 나도, 앙~!!"
"알았어, 알았어. 자자."
"......이거 참, 토니가 올때마다, 언제나 이렇군. 시끄러워서 못살겠어."
떠드는 토니와 작은 딸 둘을 바라보며, 굴은 투덜거렸다.
물론, 하는 말과는 달리, 그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뭐, 어때, 아빠. 티키랑 네스티도, 토니를 좋아하니까."
굴에게 커피를 가져다 준 제시카가, 그렇게 말하며 명량하게 웃는다.
미인, 이라고 할만할 얼굴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기질이 있었다.
"너도, 싫어하진 않지? 얼굴이 빨개."
"그, 그럴리 없잖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정말!"
놀림을 받으며 더욱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제시카는, 서둘러 부엌으로 도망쳤다.
고정되어있는 작은 오븐에서는, 그녀의 자신작인 도리아가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한 5분쯤 후에 다 익을거야, 토니."
"옷, 그거 좋네. 이번엔 타지 않게 해달라고, 꼬맹이 공주님."
"꼬맹이라고 하지 마! 신경쓰고 있으니까."
식탁에는 웃음과, 그리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것은 정말, 토니와 같은 뒷세계의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시끌벅쩍한 식사는 드디어 끝나고, 토니와 굴은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후우, 이거이거, 여기서 밥을 먹으면, 왜 이렇게 소동이 벌어지는 건지."
쓴웃음을 지으며 토니는 커피를 마셨다.
그의 뒤에있는 작은 소파에서는, 티키와 네스티가 부둥키며 자고 있다.
부엌에서는, 뒷정리를 하고 있는 제시카의 콧노래가 들려온다.
"네가 애니까 그렇지, 토니. 그러니까 우리집 꼬맹이들도, 널 좋아하는 거야."
"애 취급은 봐달라고 ─ 뭐, 꼬맹이 제시카의 요리는 싫지 않고, 나쁜 기분은 들지 않지만 말야."
"그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군."
가볍게 끄덕거리며, 굴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물론, 연기가 토니 쪽으로 가지 않게 신경쓰는 면이, 그 다웠다.
"제시카도 실컷 놀고 싶을 때일텐데...... 아내가 죽고나선, 계속 저렇게 집일을 도맡아 주고 있어. 솔직히,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할거야."
"뭐 그렇지. 이 장사로는, 다음 신부를 찾는다는 건 무리가 있고 말이지."
"그래서, 다. 너한테 부탁할게 있는데."
씨익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로, 굴은 토니의 귀에 입을 가져다 간다.
"어, 어이. 기분 나쁘다고."
"닥치고 들어 ─ 이번에 시간이 있을때라도 상관없으니까 말야, 제시카랑 영화라도 같이 보러 가주지 않겠어?"
"하아? 내가?"
희안한 듯한 표정을 짓는 토니에게, 굴은 서투른 윙크를 날린다.
"그래. 네가말야. 제시카 녀석은 말야, 저래도 꽤나,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 듯 해서 말야."
"......꼬맹이랑 데이트냐, 정말, 밥 값 치고는, 꽤나 번거로운일이군."
"부탁한다고. 하지만 혹시 실수라도, 손을 대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그러지. 나도 당신한테 '아빠'라고 부르고 싶진 않으니까."
서로 웃음을 터트린다.
잠시 동안의, 그렇기때문에 더욱 소중한, 평화로운 시간.
가족이 없는 토니에게 있어, 이곳은 유일하게 가족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여어, 깡패들. 돈은 잘 벌고 있냐?"
떠들썩한 보비의 움막에, 그런 얼빠진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슬슬 심야가 지났을 때였다.
뭔가 꾸미고있는 듯한 웃음으로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엔쵸였다.
"그런 무서운 얼굴로 보지 마. 쫄아서 돌아가버릴지도 모른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면서, 성큼성큼 움막 안으로 들어온다.
그런 그에게 향한 시선은, 그 전부가 차가웠다.
하지만,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엔쵸가 이 움막을 들리는 것은, 매주 화요일만이라고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해결사들에게 일을 주는 중개인은, 그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그리고 중개인마다, 취급하는 일의 범위나 종류도 또한 틀리다.
가능한 한 많은 일을, 끊임없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요일마다 이곳에 들어오는 중개인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 오늘 오는건 약속을 깨는 것 아니야?"
해결사들의 기선을 제하고 그렇게 말을 꺼낸것은, 움막의 주인인 보비였다.
"별로 정해진 걸 어긴다고 무언가 처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말야, 생억지를 부리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아, 미안미안. 별로 오늘밤은 일때문에 온게 아니야."
겸연쩍은 듯한 얼굴로, 엔쵸는 꾸벅하고 보비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도 이 움막에 오기 시작했을때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러있는, 고참 중 한명이다.
결정되어있는 약속을 무시하는 대가가 어떤 식으로 돌아오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어제 소개를 해 두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야, 오늘 도착해버려서 말야...... 어이, 들어와."
"누군가 데리고 온거냐?"
"응. 뭐, 옛날 동료였던 녀석의 부탁으로, 거절할 수가 없어서 말야 ─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프트하게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해줘, 라고 부탁을 받아서."
쑥쓰러운 듯이, 엔쵸는 머리를 긁었다.
적당적당히 행동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는 의외로 의리가 깊다.
그렇기때문에, 이 움막에 들어앉아있는 해결사들 부터도, 적지 않은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일터이다.
"자기 말로는, 옛날엔 현상금 헌터였다는군. 실력은 시험해보지 않으면 확실한 건 말 못하지만 말야...... 오, 왔다왔다."
엔쵸가 손짓하며 재촉한다.
그것을 보고 움막으로 들어온 것은, 키가 크고 마른 체격의 사람이었다.
붕대로 얼굴을 감아놓은 탓에, 얼굴은 물론, 성별도 확실하지가 않다.
키는 여성처럼 말라있지만, 잘 관찰해보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근육만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아보이는, 다크 그린의 슈트를 입고, 허리에는 희안한 모양의 검을 차고 있었다.
해결사들은 소동을 멈추고, 조용히 이 새로운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길버, 라고 한다네. 일단은 남자라고 하지만, 보이는 대로 붕대얼굴이니까 말야, 나도 진짜 얼굴은 몰라. 뭐, 잘 부탁해."
엔쵸의 소개를 받고, 길버는 가볍게 인사한다.
너무나도 신사적인, 불쾌감 하나 없는 태도.
그러나, 해결사들은 거기서 무언가를 느낀것인지, 움막에 풍기는 분위기는 갑자기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무언가 눈에 띄는 것이 변했다, 라는 게 아니다.
예를 들자면, 공기의 질의 바뀌었다, 라고 해야 할 것인가.
죽고 죽이는 일상에서 살고 있는 자들만이 느끼는, 본능적인 위험의 예감.
누구나가 숨죽이고, 혹자는 허리에 차고 있던 애용하는 총을 손에 쥐면서, 길버로부터 눈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
긴장을 풀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듯한, 차가운 긴장감이 움막 안을 지배해 가고 있다.
이유따윈 없다.
근거도 없다.
각자의 직감이, 단지, 순수한 위기를 느끼고 있을 뿐이다.
엔쵸도, 그리고 보비도, 말을 꺼내려고 하지 않는다.
무언가 한마디라도 입을 열면 ─ 아니면 실수로 약간 움직이기만 해도, 이 장소의 위험한 균형은 쉽게 무너져, 손을 댈 수도 없는 사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
그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한순간에 만들었음에도, 길버는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움막의 상태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풍겨오는 분위기는, 움막의 공기와는 달리, 오히려 평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나, 묻고 싶다."
처음 말을 꺼낸 것은, 그 길버였다.
움막의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지고, 그를 향한 시선에는 살기마저도 풍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붕대에 숨겨진 길버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에게, 한수 부탁하고 싶은데."
겁없는 말을 담담하게 꺼내며, 어느샌가 그의 손에는 빼들은 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다지 본적이 없는, 외날의 칼날.
그것이 동양의 검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자가, 과연 이 장소에 있을 것인지.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직접 그 눈으로 보고, 내 실력을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그 검 끝을 천천히 올려들며, 앉아있는 해결사들에게 향한다.
움막을 지배하는 살기는 여전했지만, 이렇게 당당히 도전을 받으니 오히려 기가 빠진 것인지, 격분하여 길버에게 덤벼드는 자는 없다.
움막 안을 빙글 돌던 장검의 날 끝은, 이윽고 가게의 안쪽에 앉아있는 남자의 앞에서 멈추었다.
칠흑의 쟈켓을 입고, 거대한 닭다리를 뜯고 있는, 은발의 남자.
"아무래도, 네가 가장 실력이 좋은 듯하군."
무표정인 길버의 목소리에,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닭다리를 던지고는, 귀찮은 듯이 얼굴을 든다.
확인 할 필요도 없다.
토니였다.
식사를 방해받은 탓인지, 아니면 침입자의 존재 그 자체가 마음에 안 든 탓인지, 토니는 불쾌한 듯이 입을 닦았다.
"이쪽은 밥 먹는 도중이라고. 조금은 생각하라고, 신입."
"그런가, 그거 참 미안하군."
대답과 동시에 토니의 테이블에 검이 날라온다.
고목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에는 상처하나 내지 않은 채, 지금 막 토니가 던져놓은 닭다리만이, 썰어져 있었다.
그것도 길버는 서 있던 차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걸로 조금은 먹기 좋아졌다고 생각하는데."
"......두고보자 하니까, 어이."
쓰윽, 하고 토니가 일어선다.
둘 사이에 있던 녀석들이, 서둘러 비켜난다.
이미 누구의 눈에도, 이 둘의 충돌은 당연하게 보였다.
"꽤 좋은 칼 솜씨를 가지고 있군. 마음에 들었어."
"조금은 실력을 보여놓지 않으면, 네가 졌을 때의 변명도 할 수 없겠지."
말로 하는 응수는 거기까지였다.
빈틈없는 동작으로, 토니가 등에 차고 있던 검을 빼든다.
길버도 또한, 한손으로 잡고 있던 검을 양손으로 바꿔든다.
아류인 토니의 자세와는 달리, 길버는 흔히 말하는 정안의 자세.
서로의 거리는 대강, 6미터 정도.
한발자국만 들어가면, 완전히 사정거리에 들어가는 미묘한 거리.
그러나 길버는, 무슨 기술을 쓴 것인지, 그 간격을 좁히지 않고 검을 휘둘러 보였었다.
상황만을 보면 확실히, 토니 쪽이 불리하다.
"............"
둘의 주위를 채운 살기가, 무서운 기세로 높아진다.
파열 직전의 풍선처럼, 움막 안은 서로가 내뿜는 압박감으로 팽창되어간다.
보고 있는 것 만으로 손바닥과 등에 땀방울이 흐르는 광경.
그리고─.
"───!"
기합과 함께 휘둘려진것은, 길버의 검.
신의 기술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속도로 한발 딛음과 동시에, 간격을 최대한으로 살리며 검을 휘둘러, 정확한 일격을 때려넣는다.
도저히 불가능한 거리에 있는 닭다리를 자른 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보통사람의 눈에는...... 아니, 위험한 일에 익숙한 해결사들의 눈에 조차, 그 움직임을 완전히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길버가 간격을 좁히는 것 조차 눈치채치 못하는 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토니는 달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피드로 휘둘려져 온 길버의 칼날을 막듯이, 그도 검을 휘두룬다.
그의 눈에는, 길버가 보인 신속의 발딛음과, 거기서부터 연계로 휘둘려진 칼솜씨가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아직 무르군, 신입."
쿨한 대사와 함께, 무엇인가가 바람을 가르고 천정에 박힌다.
뒤늦게 귀를 찌르는 듯한 금속음이 울려퍼진다.
그것은 튕겨져나간, 길버의 검이었다.
완벽한 카운터 타이밍으로 휘둘러진 토니의 검.
그는, 그 무게를 무기삼아, 가벼운 길버의 검을 날려버린 것이었다.
"그래, 어쩔래? 엄마한테 돌아가 울면서 위로라도 받을래?"
"............"
길버의 목에는, 토니의 검이 대어져 있었다.
누구의 눈에도 분명해 보이는 완전한 토니의 승리.
"너무 얕보고 있었다, 그 점은 사과하지. 그러나."
말하자 마자, 길버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린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목을 토니의 검에 대고, 그것을 중심으로 공중으로 회전한 것이다.
조금만 실수해도, 자신의 체중으로 목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자실행위에 가까운 행위.
그러나 놀라운 힘 조절과 밸런스로, 길버는 상처하나 없이, 그 화려한 퍼포먼스를 성공시켰다.
"뭐라고!?"
토니조차도 놀란다.
들고있던 검을 쥔 힘이 약간이나마 빠진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길버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핫......!"
공중에 떠있던 양발을, 채찍과 같이 부드럽게 내리친다.
카창!
금속음과 함께, 무언가가 바닦에 구른다.
이번에는, 토니의 검이었다.
공중에서 쏘아진 길버의 연속 차기가, 정확하게 토니의 양 손목을 찬 것이었다.
"웃......"
뒷걸음 치는 토니의 눈 앞에 내려 선 길버에게, 표정은 없다.
"이걸로 호각.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어."
"───!!"
길버의 다음 행동은, 상하좌우에서 무작위로 내려치는, 주먹과 발차기의 콤보.
그것도 아마추어같은 기술이 아닌, 확실하게 체중이 실린, 무거운 것 뿐이었다.
스친 것 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서고, 발이 풀린다.
가드를 풀면 그것이 마지막, 뼈 몇 개 나가는 것은 각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오, 옷! 꽤 하는데, 신입.......!"
토니의 말에 정채가 빠져있었다.
특히, 불시를 찔려 콤비네이션으로 옮겨진 정황인 만큼, 주특기인 풋워크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
공수은 어느샌가,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해결사들도, 마른 침을 삼키며 이 보통이 아닌 공방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웃!!"
클린히트를 시킨건 역시, 길버였다.
머리를 치는 두번의 하이킥을 미끼로 한, 하복부로의 발끝 차기가 깨끗하게 들어간다.
순간적으로 복근에 힘을 주어, 양손을 교차하여 가드한 토니였지만, 그 위력만은 없애지 못한다.
"크아, 아 아......"
날려진 토니의 몸은 꼴사나운 자세로 바닥에 굴러가, 테이블의 다리에 부딪쳐 멈추었다.
충격으로 떨어진 맥주잔이, 그 은발을 금색으로 만든다.
"이, 자식! 꽤 괜찮은 발차기를 가지고 있잖아!!"
"이걸로 방금전의 패배는 돌려줬다. 자, 결판을 내자고."
흠뻑 젖어 일어선 토니와, 숨하나 안 찬 길버.
둘은 서로의 거리를 재어 자세를 잡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해결사들은 이 순간, 하나의 사실을 겨우 눈치채었다.
그들 두명은 지금까지 전혀, 본 실력을 내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화려한 공방은 전부, 급소를 노리지 않은, 소위 말하는 준비운동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르다.
토니의 눈에서는 지루함이 사라지고, 언제나의 가벼운 말투가 사라져 있다.
길버의 가느다란 팔에는 단단한 근육이 부풀러올라, 맞으면 가드채로 날려질 정도의 힘을 내려고 하고 있다.
챙!
지켜보고 있던 해결사 중 한명이 실수로 떨어뜨린 잔이, 바닥 위에서 깨진다.
그것이 둘의 구속을 풀었다.
"핫!"
"───!"
군신의 힘을 다해 휘둘러진 길버의 주먹.
더킹으로 이것을 피하면서, 토니의 어퍼컷이 턱을 노린다.
프로복서라도 이렇게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 무거운 펀치의 응수.
"치고박는 것 만이 싸움은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휘두룬 훅을, 길버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피한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미끼였다.
틈을 주지않고 휘두른 토니의 하단 돌려차기야 말로, 공격의 본명.
그것을 겨우 뛰어넘은 길버의 얼굴에, 토니의 제 2의 본명인 좌측 스트레이트가 쳐박힌다.
코뼈골절, 어쩌면 안구파괴가 일어났을 수도 있는, 흉악한 파괴력의 스트레이트.
그러나 그것을 오히려 정면에서 받아, 길버는 비어있는 토니의 위에 숏 훅을 날린다.
서로 필살의 일격을 먹고, 둘의 움직임이 일순, 멈춘다.
"제법......!"
"그렇다면!"
부활은 일순이었다.
마치 미리 짜놓은 듯한 타이밍으로 서로 떨어지고는,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던 서로의 무기를 향해 손을 뻗는다.
"늦어!"
"......그럴까?"
카앙!
불이 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될 정도의 불꽃이 튀었다.
뒤돌아보며 휘두른 길버의 검을, 토니의 검이 정면에서 막고 있었다.
서로의 힘은 역시, 완전히 맞물리고 있었다.
나아갈수도, 빠질수도 없는 고착상태.
검을 사이에 둔 눈싸움은, 높아져만 가는 긴장감과 함께, 전혀 끝날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떨어져!"
페인트를 섞은 토니의 킥으로, 겨우 둘은 떨어진다.
서로, 숨이 가쁘다.
방금 전보다 서로 공격 횟수는 압도적으로 적을 터이지만, 그만큼 군신의 힘을 넣었다는 것일 터이다.
"제법이군. 이렇게까지 실력이 있을 줄이야."
"그러는, 너도. 신입인 주제에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
체술, 검술 모두 호각.
그렇다면 다음은, 총 외에 달리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됐어됐어, 이제 그만 해. 이 이상 가게에서 소동울 부리면, 둘 다 출입 금지를 시킬테니까."
접근하기 힘든 살기의 소용돌이 안에, 당당하게 들어오는 목소리.
뚱뚱보 늙은 너구리라는 별명을 가지는, 이 움막의 주인, 보비였다.
"쌈박질도 난투도 좋지만 말야, 이쪽까지 피해주진 말라고."
당연한 말이었지만, 너무나도 지금 분위기를 무시한 말.
그러나 길버는 알아채지 못했다.
주위의 해결사들의 표정이, 긴장에서 조금씩 쓴 웃음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을.
그리고 그것은, 그가 대치하고 있는 토니에게도 마찬가지 였다.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자."
탕!
테이블 위에 무엇인가가 놓여진다.
하얗게 흐려진 술을 담아놓은, 거대한 항아리였다.
그 옆에는 어느새인가, 보통 사이즈의 네배는 될법한 거대한 맥주잔 두개가 같이 놓여져 있었다.
"어이, 보비. 이런 분위기였는데, 설마 그걸 하자는 건 아니겠지?"
"달리 뭐가 있겠냐. 실력으로 승부가 안나서 다른 방법으로 남자다움을 보이기엔, 이것밖에 없지."
자신만만하게, 여유마저 보이며 보비가 단언했다.
그 순간 움막은 환희로 가득찼다.
"............?"
길버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나 높아져있던 살기와 긴장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지금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의미불명의 환성뿐이었다.
그리고 토니는, 어느새인가 자세를 풀고, 질렸다는 듯한 얼굴로 그 자리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무슨 짓이지? 승부를 포기하는 건가?"
"농담하지 마. 승부의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야."
갈피를 못 잡는 길버에게, 토니는 귀찮은 듯이 그렇게 말했다.
"뭐가 시작되려는 건지는... 뭐, 보면 알겠지."
길버의 혼란은 더욱더 커질 뿐이었다.
토니는 완전히 할맘을 잃었고, 눈 앞에는 의미를 알수 없는 항아리와 맥주잔이 놓여진 채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일당은, 묘하게 능란한 솜씨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긴장감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도 있었지만, 갑자기 주위가 의미불명한 행동을 개시한 것에 대한 당황으로, 길버는 가벼운 어지러움 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챈 것인지, 불쾌한 목소리로, 토니가 투덜거린다.
"후회하지 말라고. 말해두지만, 쌈박질로 승부를 정하는 편이 몇배는 나았다, 라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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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업로드하는 페이스가 늦어지는군요.
왠지 점점 한화의 페이지 수가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
그나저나 정말로 전투씬은 영 번역하기 힘드네요.
효과음 같은것도 어떻게 넣어야 어색하지 않을지 모르겠고...
그래도, 좀 번역이 어색하더라도 재밌게 봐주세요.
그나저나 길버란 캐릭터... 뭔가 반전이 있을 것인지.. 아니면 역시 그 인물인지...
참고로 저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불쾌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밤하늘을 춤추는, 불길한 그림자를 본 술주정뱅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낀 공포를 이야기하며, 그 공포에 몸을 떤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를 믿는 자들은 아무도 없다.
취한 눈에 비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서 얻을 수 있는 것 따윈 아무것도 없다 ─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틀렸다.
날이 갈 수록, 밤이 지날 수록, 불길한 그림자의 목격자들은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다.
누구나가 그 이야기를 웃으며 무시하면서도, 그러나,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있기도 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둠을 무서워한다.
그것은 언젠가, 어둠에 사는 자들과 싸운 먼 선조의 기억이, 그 피 안에 이어지고 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밤도 또한, 그 정체 모를 그림자는 하늘을 춤추며, 불길한 비명소리를 지른다.
그건 확실히, 일상을 미치게 할 무엇인가가 시작하려는 조짐일지도 몰랐다.
1
"아앙! 그렇게 들이대지 말래두, 토니. 음식은 아직 많이 남이있으니까!!"
귀여운 비명이, 작은 테이블 위에 울려퍼진다.
체구는 작지만, 포동포동한 볼과 밤색의 곱슬머리가 사랑스러운, 열 넷, 다섯 소녀의 목소리.
굴의 장녀, 제시카였다.
"그런 말 해도 말야, 난 지금 무지하게 배가 고프다고. 재료비는 내줬으니까 빨랑 만들어서 가져오라고. 전부 남김없이 먹어줄테니까."
"나도 먹을래."
"아~, 아~!"
되돌아 온건, 쾌활한 목소리.
허술한 테이블 앞에 앉은 토니는, 이걸로 총 일곱그릇 째의 도리아를 다 먹어치웠다.
그의 무릎에는 작은 아기가, 그리고 옆에는 아직 어린 소녀가, 역시 도리아를 입에 가득 담으며 소동을 부렸다.
"아, 정말! 티키까지 토니처럼 떠들고! 조금은 언니 좀 도와 줘."
"나는 토니랑 밥 먹을거야!"
"아, 아!"
"그치? 나같은 남자가 있는데 도와줄 시간따위 있을리가 없지? 앗, 임마, 네스티. 내 머리카락은 먹는게 아니라고"
혼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쓰지 않는 웃음 소리.
토니와 함께 웃고 있는 둘을 보고, 제시카도 웃고 있었다.
말로는 화를 내고 있는 듯한 말을 하면서도, 토니가 왔을 때는 언제나 이런식이었다.
"어이, 토니. 조금은 적당히 먹으리고. 내가 먹을게 없어지잖아."
"나는 손님이라고. 딱딱한 소리 하지 마, 굴...... 오, 그치그치, 네스티. 자, 앙~ 해봐. 응?"
무릎 위에서 들떠 떠드는 네스티의 입에, 도리아를 넣어준다.
그 모습에선 도저히, 언제나 빈정거리며 적과 대하는 그을 상상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네스티만 주고, 치사해! 나도, 앙~!!"
"알았어, 알았어. 자자."
"......이거 참, 토니가 올때마다, 언제나 이렇군. 시끄러워서 못살겠어."
떠드는 토니와 작은 딸 둘을 바라보며, 굴은 투덜거렸다.
물론, 하는 말과는 달리, 그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뭐, 어때, 아빠. 티키랑 네스티도, 토니를 좋아하니까."
굴에게 커피를 가져다 준 제시카가, 그렇게 말하며 명량하게 웃는다.
미인, 이라고 할만할 얼굴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기질이 있었다.
"너도, 싫어하진 않지? 얼굴이 빨개."
"그, 그럴리 없잖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정말!"
놀림을 받으며 더욱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제시카는, 서둘러 부엌으로 도망쳤다.
고정되어있는 작은 오븐에서는, 그녀의 자신작인 도리아가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한 5분쯤 후에 다 익을거야, 토니."
"옷, 그거 좋네. 이번엔 타지 않게 해달라고, 꼬맹이 공주님."
"꼬맹이라고 하지 마! 신경쓰고 있으니까."
식탁에는 웃음과, 그리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것은 정말, 토니와 같은 뒷세계의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시끌벅쩍한 식사는 드디어 끝나고, 토니와 굴은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후우, 이거이거, 여기서 밥을 먹으면, 왜 이렇게 소동이 벌어지는 건지."
쓴웃음을 지으며 토니는 커피를 마셨다.
그의 뒤에있는 작은 소파에서는, 티키와 네스티가 부둥키며 자고 있다.
부엌에서는, 뒷정리를 하고 있는 제시카의 콧노래가 들려온다.
"네가 애니까 그렇지, 토니. 그러니까 우리집 꼬맹이들도, 널 좋아하는 거야."
"애 취급은 봐달라고 ─ 뭐, 꼬맹이 제시카의 요리는 싫지 않고, 나쁜 기분은 들지 않지만 말야."
"그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군."
가볍게 끄덕거리며, 굴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물론, 연기가 토니 쪽으로 가지 않게 신경쓰는 면이, 그 다웠다.
"제시카도 실컷 놀고 싶을 때일텐데...... 아내가 죽고나선, 계속 저렇게 집일을 도맡아 주고 있어. 솔직히,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할거야."
"뭐 그렇지. 이 장사로는, 다음 신부를 찾는다는 건 무리가 있고 말이지."
"그래서, 다. 너한테 부탁할게 있는데."
씨익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로, 굴은 토니의 귀에 입을 가져다 간다.
"어, 어이. 기분 나쁘다고."
"닥치고 들어 ─ 이번에 시간이 있을때라도 상관없으니까 말야, 제시카랑 영화라도 같이 보러 가주지 않겠어?"
"하아? 내가?"
희안한 듯한 표정을 짓는 토니에게, 굴은 서투른 윙크를 날린다.
"그래. 네가말야. 제시카 녀석은 말야, 저래도 꽤나,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 듯 해서 말야."
"......꼬맹이랑 데이트냐, 정말, 밥 값 치고는, 꽤나 번거로운일이군."
"부탁한다고. 하지만 혹시 실수라도, 손을 대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그러지. 나도 당신한테 '아빠'라고 부르고 싶진 않으니까."
서로 웃음을 터트린다.
잠시 동안의, 그렇기때문에 더욱 소중한, 평화로운 시간.
가족이 없는 토니에게 있어, 이곳은 유일하게 가족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여어, 깡패들. 돈은 잘 벌고 있냐?"
떠들썩한 보비의 움막에, 그런 얼빠진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슬슬 심야가 지났을 때였다.
뭔가 꾸미고있는 듯한 웃음으로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엔쵸였다.
"그런 무서운 얼굴로 보지 마. 쫄아서 돌아가버릴지도 모른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면서, 성큼성큼 움막 안으로 들어온다.
그런 그에게 향한 시선은, 그 전부가 차가웠다.
하지만,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엔쵸가 이 움막을 들리는 것은, 매주 화요일만이라고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해결사들에게 일을 주는 중개인은, 그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그리고 중개인마다, 취급하는 일의 범위나 종류도 또한 틀리다.
가능한 한 많은 일을, 끊임없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요일마다 이곳에 들어오는 중개인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 오늘 오는건 약속을 깨는 것 아니야?"
해결사들의 기선을 제하고 그렇게 말을 꺼낸것은, 움막의 주인인 보비였다.
"별로 정해진 걸 어긴다고 무언가 처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말야, 생억지를 부리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아, 미안미안. 별로 오늘밤은 일때문에 온게 아니야."
겸연쩍은 듯한 얼굴로, 엔쵸는 꾸벅하고 보비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도 이 움막에 오기 시작했을때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러있는, 고참 중 한명이다.
결정되어있는 약속을 무시하는 대가가 어떤 식으로 돌아오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어제 소개를 해 두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야, 오늘 도착해버려서 말야...... 어이, 들어와."
"누군가 데리고 온거냐?"
"응. 뭐, 옛날 동료였던 녀석의 부탁으로, 거절할 수가 없어서 말야 ─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프트하게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해줘, 라고 부탁을 받아서."
쑥쓰러운 듯이, 엔쵸는 머리를 긁었다.
적당적당히 행동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는 의외로 의리가 깊다.
그렇기때문에, 이 움막에 들어앉아있는 해결사들 부터도, 적지 않은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일터이다.
"자기 말로는, 옛날엔 현상금 헌터였다는군. 실력은 시험해보지 않으면 확실한 건 말 못하지만 말야...... 오, 왔다왔다."
엔쵸가 손짓하며 재촉한다.
그것을 보고 움막으로 들어온 것은, 키가 크고 마른 체격의 사람이었다.
붕대로 얼굴을 감아놓은 탓에, 얼굴은 물론, 성별도 확실하지가 않다.
키는 여성처럼 말라있지만, 잘 관찰해보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근육만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아보이는, 다크 그린의 슈트를 입고, 허리에는 희안한 모양의 검을 차고 있었다.
해결사들은 소동을 멈추고, 조용히 이 새로운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길버, 라고 한다네. 일단은 남자라고 하지만, 보이는 대로 붕대얼굴이니까 말야, 나도 진짜 얼굴은 몰라. 뭐, 잘 부탁해."
엔쵸의 소개를 받고, 길버는 가볍게 인사한다.
너무나도 신사적인, 불쾌감 하나 없는 태도.
그러나, 해결사들은 거기서 무언가를 느낀것인지, 움막에 풍기는 분위기는 갑자기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무언가 눈에 띄는 것이 변했다, 라는 게 아니다.
예를 들자면, 공기의 질의 바뀌었다, 라고 해야 할 것인가.
죽고 죽이는 일상에서 살고 있는 자들만이 느끼는, 본능적인 위험의 예감.
누구나가 숨죽이고, 혹자는 허리에 차고 있던 애용하는 총을 손에 쥐면서, 길버로부터 눈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
긴장을 풀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듯한, 차가운 긴장감이 움막 안을 지배해 가고 있다.
이유따윈 없다.
근거도 없다.
각자의 직감이, 단지, 순수한 위기를 느끼고 있을 뿐이다.
엔쵸도, 그리고 보비도, 말을 꺼내려고 하지 않는다.
무언가 한마디라도 입을 열면 ─ 아니면 실수로 약간 움직이기만 해도, 이 장소의 위험한 균형은 쉽게 무너져, 손을 댈 수도 없는 사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
그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한순간에 만들었음에도, 길버는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움막의 상태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풍겨오는 분위기는, 움막의 공기와는 달리, 오히려 평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나, 묻고 싶다."
처음 말을 꺼낸 것은, 그 길버였다.
움막의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지고, 그를 향한 시선에는 살기마저도 풍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붕대에 숨겨진 길버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에게, 한수 부탁하고 싶은데."
겁없는 말을 담담하게 꺼내며, 어느샌가 그의 손에는 빼들은 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다지 본적이 없는, 외날의 칼날.
그것이 동양의 검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자가, 과연 이 장소에 있을 것인지.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직접 그 눈으로 보고, 내 실력을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그 검 끝을 천천히 올려들며, 앉아있는 해결사들에게 향한다.
움막을 지배하는 살기는 여전했지만, 이렇게 당당히 도전을 받으니 오히려 기가 빠진 것인지, 격분하여 길버에게 덤벼드는 자는 없다.
움막 안을 빙글 돌던 장검의 날 끝은, 이윽고 가게의 안쪽에 앉아있는 남자의 앞에서 멈추었다.
칠흑의 쟈켓을 입고, 거대한 닭다리를 뜯고 있는, 은발의 남자.
"아무래도, 네가 가장 실력이 좋은 듯하군."
무표정인 길버의 목소리에,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닭다리를 던지고는, 귀찮은 듯이 얼굴을 든다.
확인 할 필요도 없다.
토니였다.
식사를 방해받은 탓인지, 아니면 침입자의 존재 그 자체가 마음에 안 든 탓인지, 토니는 불쾌한 듯이 입을 닦았다.
"이쪽은 밥 먹는 도중이라고. 조금은 생각하라고, 신입."
"그런가, 그거 참 미안하군."
대답과 동시에 토니의 테이블에 검이 날라온다.
고목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에는 상처하나 내지 않은 채, 지금 막 토니가 던져놓은 닭다리만이, 썰어져 있었다.
그것도 길버는 서 있던 차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걸로 조금은 먹기 좋아졌다고 생각하는데."
"......두고보자 하니까, 어이."
쓰윽, 하고 토니가 일어선다.
둘 사이에 있던 녀석들이, 서둘러 비켜난다.
이미 누구의 눈에도, 이 둘의 충돌은 당연하게 보였다.
"꽤 좋은 칼 솜씨를 가지고 있군. 마음에 들었어."
"조금은 실력을 보여놓지 않으면, 네가 졌을 때의 변명도 할 수 없겠지."
말로 하는 응수는 거기까지였다.
빈틈없는 동작으로, 토니가 등에 차고 있던 검을 빼든다.
길버도 또한, 한손으로 잡고 있던 검을 양손으로 바꿔든다.
아류인 토니의 자세와는 달리, 길버는 흔히 말하는 정안의 자세.
서로의 거리는 대강, 6미터 정도.
한발자국만 들어가면, 완전히 사정거리에 들어가는 미묘한 거리.
그러나 길버는, 무슨 기술을 쓴 것인지, 그 간격을 좁히지 않고 검을 휘둘러 보였었다.
상황만을 보면 확실히, 토니 쪽이 불리하다.
"............"
둘의 주위를 채운 살기가, 무서운 기세로 높아진다.
파열 직전의 풍선처럼, 움막 안은 서로가 내뿜는 압박감으로 팽창되어간다.
보고 있는 것 만으로 손바닥과 등에 땀방울이 흐르는 광경.
그리고─.
"───!"
기합과 함께 휘둘려진것은, 길버의 검.
신의 기술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속도로 한발 딛음과 동시에, 간격을 최대한으로 살리며 검을 휘둘러, 정확한 일격을 때려넣는다.
도저히 불가능한 거리에 있는 닭다리를 자른 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보통사람의 눈에는...... 아니, 위험한 일에 익숙한 해결사들의 눈에 조차, 그 움직임을 완전히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길버가 간격을 좁히는 것 조차 눈치채치 못하는 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토니는 달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피드로 휘둘려져 온 길버의 칼날을 막듯이, 그도 검을 휘두룬다.
그의 눈에는, 길버가 보인 신속의 발딛음과, 거기서부터 연계로 휘둘려진 칼솜씨가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아직 무르군, 신입."
쿨한 대사와 함께, 무엇인가가 바람을 가르고 천정에 박힌다.
뒤늦게 귀를 찌르는 듯한 금속음이 울려퍼진다.
그것은 튕겨져나간, 길버의 검이었다.
완벽한 카운터 타이밍으로 휘둘러진 토니의 검.
그는, 그 무게를 무기삼아, 가벼운 길버의 검을 날려버린 것이었다.
"그래, 어쩔래? 엄마한테 돌아가 울면서 위로라도 받을래?"
"............"
길버의 목에는, 토니의 검이 대어져 있었다.
누구의 눈에도 분명해 보이는 완전한 토니의 승리.
"너무 얕보고 있었다, 그 점은 사과하지. 그러나."
말하자 마자, 길버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린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목을 토니의 검에 대고, 그것을 중심으로 공중으로 회전한 것이다.
조금만 실수해도, 자신의 체중으로 목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자실행위에 가까운 행위.
그러나 놀라운 힘 조절과 밸런스로, 길버는 상처하나 없이, 그 화려한 퍼포먼스를 성공시켰다.
"뭐라고!?"
토니조차도 놀란다.
들고있던 검을 쥔 힘이 약간이나마 빠진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길버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핫......!"
공중에 떠있던 양발을, 채찍과 같이 부드럽게 내리친다.
카창!
금속음과 함께, 무언가가 바닦에 구른다.
이번에는, 토니의 검이었다.
공중에서 쏘아진 길버의 연속 차기가, 정확하게 토니의 양 손목을 찬 것이었다.
"웃......"
뒷걸음 치는 토니의 눈 앞에 내려 선 길버에게, 표정은 없다.
"이걸로 호각.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어."
"───!!"
길버의 다음 행동은, 상하좌우에서 무작위로 내려치는, 주먹과 발차기의 콤보.
그것도 아마추어같은 기술이 아닌, 확실하게 체중이 실린, 무거운 것 뿐이었다.
스친 것 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서고, 발이 풀린다.
가드를 풀면 그것이 마지막, 뼈 몇 개 나가는 것은 각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오, 옷! 꽤 하는데, 신입.......!"
토니의 말에 정채가 빠져있었다.
특히, 불시를 찔려 콤비네이션으로 옮겨진 정황인 만큼, 주특기인 풋워크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
공수은 어느샌가,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해결사들도, 마른 침을 삼키며 이 보통이 아닌 공방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웃!!"
클린히트를 시킨건 역시, 길버였다.
머리를 치는 두번의 하이킥을 미끼로 한, 하복부로의 발끝 차기가 깨끗하게 들어간다.
순간적으로 복근에 힘을 주어, 양손을 교차하여 가드한 토니였지만, 그 위력만은 없애지 못한다.
"크아, 아 아......"
날려진 토니의 몸은 꼴사나운 자세로 바닥에 굴러가, 테이블의 다리에 부딪쳐 멈추었다.
충격으로 떨어진 맥주잔이, 그 은발을 금색으로 만든다.
"이, 자식! 꽤 괜찮은 발차기를 가지고 있잖아!!"
"이걸로 방금전의 패배는 돌려줬다. 자, 결판을 내자고."
흠뻑 젖어 일어선 토니와, 숨하나 안 찬 길버.
둘은 서로의 거리를 재어 자세를 잡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해결사들은 이 순간, 하나의 사실을 겨우 눈치채었다.
그들 두명은 지금까지 전혀, 본 실력을 내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화려한 공방은 전부, 급소를 노리지 않은, 소위 말하는 준비운동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르다.
토니의 눈에서는 지루함이 사라지고, 언제나의 가벼운 말투가 사라져 있다.
길버의 가느다란 팔에는 단단한 근육이 부풀러올라, 맞으면 가드채로 날려질 정도의 힘을 내려고 하고 있다.
챙!
지켜보고 있던 해결사 중 한명이 실수로 떨어뜨린 잔이, 바닥 위에서 깨진다.
그것이 둘의 구속을 풀었다.
"핫!"
"───!"
군신의 힘을 다해 휘둘러진 길버의 주먹.
더킹으로 이것을 피하면서, 토니의 어퍼컷이 턱을 노린다.
프로복서라도 이렇게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 무거운 펀치의 응수.
"치고박는 것 만이 싸움은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휘두룬 훅을, 길버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피한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미끼였다.
틈을 주지않고 휘두른 토니의 하단 돌려차기야 말로, 공격의 본명.
그것을 겨우 뛰어넘은 길버의 얼굴에, 토니의 제 2의 본명인 좌측 스트레이트가 쳐박힌다.
코뼈골절, 어쩌면 안구파괴가 일어났을 수도 있는, 흉악한 파괴력의 스트레이트.
그러나 그것을 오히려 정면에서 받아, 길버는 비어있는 토니의 위에 숏 훅을 날린다.
서로 필살의 일격을 먹고, 둘의 움직임이 일순, 멈춘다.
"제법......!"
"그렇다면!"
부활은 일순이었다.
마치 미리 짜놓은 듯한 타이밍으로 서로 떨어지고는,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던 서로의 무기를 향해 손을 뻗는다.
"늦어!"
"......그럴까?"
카앙!
불이 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될 정도의 불꽃이 튀었다.
뒤돌아보며 휘두른 길버의 검을, 토니의 검이 정면에서 막고 있었다.
서로의 힘은 역시, 완전히 맞물리고 있었다.
나아갈수도, 빠질수도 없는 고착상태.
검을 사이에 둔 눈싸움은, 높아져만 가는 긴장감과 함께, 전혀 끝날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떨어져!"
페인트를 섞은 토니의 킥으로, 겨우 둘은 떨어진다.
서로, 숨이 가쁘다.
방금 전보다 서로 공격 횟수는 압도적으로 적을 터이지만, 그만큼 군신의 힘을 넣었다는 것일 터이다.
"제법이군. 이렇게까지 실력이 있을 줄이야."
"그러는, 너도. 신입인 주제에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
체술, 검술 모두 호각.
그렇다면 다음은, 총 외에 달리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됐어됐어, 이제 그만 해. 이 이상 가게에서 소동울 부리면, 둘 다 출입 금지를 시킬테니까."
접근하기 힘든 살기의 소용돌이 안에, 당당하게 들어오는 목소리.
뚱뚱보 늙은 너구리라는 별명을 가지는, 이 움막의 주인, 보비였다.
"쌈박질도 난투도 좋지만 말야, 이쪽까지 피해주진 말라고."
당연한 말이었지만, 너무나도 지금 분위기를 무시한 말.
그러나 길버는 알아채지 못했다.
주위의 해결사들의 표정이, 긴장에서 조금씩 쓴 웃음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을.
그리고 그것은, 그가 대치하고 있는 토니에게도 마찬가지 였다.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자."
탕!
테이블 위에 무엇인가가 놓여진다.
하얗게 흐려진 술을 담아놓은, 거대한 항아리였다.
그 옆에는 어느새인가, 보통 사이즈의 네배는 될법한 거대한 맥주잔 두개가 같이 놓여져 있었다.
"어이, 보비. 이런 분위기였는데, 설마 그걸 하자는 건 아니겠지?"
"달리 뭐가 있겠냐. 실력으로 승부가 안나서 다른 방법으로 남자다움을 보이기엔, 이것밖에 없지."
자신만만하게, 여유마저 보이며 보비가 단언했다.
그 순간 움막은 환희로 가득찼다.
"............?"
길버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나 높아져있던 살기와 긴장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지금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의미불명의 환성뿐이었다.
그리고 토니는, 어느새인가 자세를 풀고, 질렸다는 듯한 얼굴로 그 자리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무슨 짓이지? 승부를 포기하는 건가?"
"농담하지 마. 승부의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야."
갈피를 못 잡는 길버에게, 토니는 귀찮은 듯이 그렇게 말했다.
"뭐가 시작되려는 건지는... 뭐, 보면 알겠지."
길버의 혼란은 더욱더 커질 뿐이었다.
토니는 완전히 할맘을 잃었고, 눈 앞에는 의미를 알수 없는 항아리와 맥주잔이 놓여진 채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일당은, 묘하게 능란한 솜씨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긴장감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도 있었지만, 갑자기 주위가 의미불명한 행동을 개시한 것에 대한 당황으로, 길버는 가벼운 어지러움 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챈 것인지, 불쾌한 목소리로, 토니가 투덜거린다.
"후회하지 말라고. 말해두지만, 쌈박질로 승부를 정하는 편이 몇배는 나았다, 라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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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업로드하는 페이스가 늦어지는군요.
왠지 점점 한화의 페이지 수가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
그나저나 정말로 전투씬은 영 번역하기 힘드네요.
효과음 같은것도 어떻게 넣어야 어색하지 않을지 모르겠고...
그래도, 좀 번역이 어색하더라도 재밌게 봐주세요.
그나저나 길버란 캐릭터... 뭔가 반전이 있을 것인지.. 아니면 역시 그 인물인지...
참고로 저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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