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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소환사의 장례식에 가보았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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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그렇게 많이 있지 않았다. 패치노트 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안은 벌써 파장 분위기였다. 술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래도 영정 사진 앞에 향이라도 꽂는 게 먼저 아니겠는가.

ffd.jpg

 

생전 그녀의 마지막 기록 앞에 무릎을 꿇고 맥없이 올려다봤다. 사진은 그녀가 즐겁게 바다낚시를 떠났던 때의 사진이었다. 멀미로 창백해진 얼굴이었을지라도 처음 간 바다낚시에서 참치를 낚아올렸던 재능이 생각났다. 채찍으로 단련된 팔힘 덕분 이었을까. 채찍질로 소환수들의 무수한 다단히트를 다그치면 얼마나 꿀잼이던가. 하지만 이제 그럴 일 없다.

 

아니, 이제 더 이상 소환사가 설 자린 없을지도 모른다.

 

소환수 공이속 너프에 하이브 장전수 너프까지, 거기까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개체수 제한마저 엄격해졌다. 다단히트의 선봉장이라 불리던 그녀도 그것마저 버틸 순 없었다. 하긴 누구인들 던알못의 리뉴얼을 버틸 수 있었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의 추모사.. 대부분 그녀의 활약을 찬양하는 글이었다. 나는 그중에서 네오플 노애ㅡ미라고 적힌 종이를 골라 태워버리곤 나왔다. 패드립은 나쁜 거니까. 그게 실제로 행성파괴자를 입에 쑤셔넣어야 할 빌어먹을 놈들에 대한 거일지라도 말이다.

 

밖으로 나왔다. 한 쪽 벽에는 소환사 매드무비가 신나는 음악과 함께 상영되고 있었다. 프9 아도르 샐리스트로 토그를 참교육 시키는 영상, 환강오라가 적용되는 메카닉과 함께 함포를 틀어막는 영상, 에게느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숫자들로 돌진 패턴을 유도하는 위엄을 볼 때마다 가슴 속 어딘가에서 용암이 울컥울컥 솟아나는 것처럼 뜨듯했다. 하지만 다 지난 얘기였다. 잦아드는 박수소리, 술렁임과 안타까움, 그 속에 나직히 섞여있는 흐느낌. 우리가 아는 소환사는 과거 속에만 있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패치노트를 앞에 두고 망연자실한 사람들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 이게 지금의 소환사였다.

 

- 왔냐.

 

한참 전부터 와있던 친구 녀석이 아는 체를 했다. 친구는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술도 못하는 자식이 빈 속에 깡소주만 들이붓고 있었다. 놈은 소환사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산도르를 찍어왔던 정신병자같은 산돌솬사 유저였다. 술냄새가 지독했다. 그 동안 이 자식은 어떤 천대에도 웃으며 절계9셋을 스위칭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아니었나보다. 그의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다.

 

- 육시럴 놈의 네오플 놈들... 그래 패치노트엔 언급도 없이 분도르 삭제로는 모자란다 이거지? 개체 수 스위칭도 실시간화 할 건 또 뭐람! 그럴거면 다른 직업들 스위칭도 자버프 그거 다 실시간화 시키란 말야!

 

술에 곤죽이 된 놈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빈 장례식장에 그의 외침이 을씨년스럽게 울렸다. 몇몇 남아있던 사람들이 슬쩍 이 쪽으로 고개들 돌렸다가 다시 제 앞에 놓인 소주나 들이키기 시작했다. 속이 타는 건 그네들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나도 속이 탔다. 소주잔이 감질나서 병나발을 불었다. 빈 속에 술이 들어가자 위장이 오그라들며 비명을 질렀다. 빌어먹을. 고통 때문에 술을 먹을 수록 정신이 더 또렷해진다.

 

- 뿅뿅! 뿅뿅들...그래도 난 한마리라도 산도르 쓸거다.

 

뿅뿅. 나는 욕지거리를 퍼부으려다 말았다. 놈은 뿅뿅이 맞았다. 맞으니까 우는 거였다. 놈은 아직까지 달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또한 말이다. 레이드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곳이었다. 놈의 흐느낌에 견딜 수 없어 밖으로 나갔다.

 

 

 

 

 

강가 펜스에 기대어 담배 한 대를 물었다. 월영마냥 울렁이는 강물 너머로 배틀메이지네와 프레이야네에선 루크 이후로 연일 축제 분위기였다. 장례식장 앞에두고 파티라니 배알이 뒤틀리는 일이다.

 

하지만 참자, 저네들도 오죽이나 기쁘면 저러겠는가. 배틀메이지는 던파 유저라면 다 알법한 Hwa★chu~! 널보면 격전지가 터질것 같아~의 주인공이었고 프레이야는 소울과 빙결 없이는 딜1도 안나오는 노답고인계의 유명인이었다. 이번 패치노트에 저네들의 너프도 끼어있었드라면 좀 덜했을 터였다. 프레이야캐요 버프좀 잉잉 노양심새끼... 나는 시선을 돌려 다른 패치노트 언급 대상들네들을 돌아봤다. 다들 축제까진 아니더라도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약간 침체된 곳이 섀도우 댄서네와 엘마네였다. 얻은 버프마저 조건부라니... 섀댄네에겐 동정심이 좀 들었지만 엘마에겐 아니었다. 시발년 이참에 삭제나 되라.

 

또다른 직업을 찾아갈 것인가, 구멍 뚫린 배에 계속 타고 있을 것인가.

 

 

나는 한숨을 쉬며 내 템창을 봤다. 무한의 계약 9셋, 나잘로의 주술봉. 친구가 산도르에 뿅뿅이었다면 나는 아우쿠소에 뿅뿅이었다. 패치노트를 한번 더 봤다. 내용은 똑같았다. 달라진 건 없었다. 노트 중간에서 나는 스크롤을 멈췄다. 너프 아래에 그림이 있었다. 소환수의...

 

* 계약소환 : 검은기사 산도르

- 도트가 리뉴얼됩니다.

 

이쁜 관짝이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펜스 밖으로 몸을 구부렸다. 끆끄윽... 이쁜 관짝이다. 이쁜..... 

그 날 강물에 내 찝찌름한 눈물 몇 방울이 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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