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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세리아는 슬금슬금 쓰러진 고블린들을 지나치며 앨리스에게로 다가왔다.
"언니 괜찮은거 맞지?"
앨리스가 재차 물었다. 세리아는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뜻이었다.
"깨어나기 전에 마을로 가야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앨리스는 손가락을 빙글 돌려 가방에서 비커와 집게가 떠오르게 했다. 집게는 둥실둥실 허공에서 움직이며 키눌의 손톱과 수염을 땠다. 앨리스가 지휘하듯 손을 휘젓자 집게는 날아다니는 비커 속으로 키눌에게서 채집한 표본들을 넣었다.
"이제 가자."
앨리스가 여유롭게 말하곤 당당하게 숲을 벗어났다. 세리아는 깨어날까봐 걱정하며 자신들이 벗어나는 곳을 흘끔거렸다.
"흐음...,"
앨리스는 자신을 따라오는 날아다니는 비커를 주시했다. 앨리스가 어떤 약을 넣자, 키눌의 표본들이 타오르며 하얀 빛을 띄었다.
"뭐야? 별 거 아니네. 그냥 명속성이랑 맞는 마력이 조금 발달한거 뿐이잖아?"
앨리스가 짜증스레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비커 속의 내용물들이 깨끗이 사라지며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역시 마법사이시군요... 귀 모양을 보아하니, 마계인이신가요?"
"응~ 마계에서 왔어. 아라드 사람들은 전부 언니처럼 귀가 동그래?"
앨리스가 세리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 저같은 평범한 인간은 그렇지만, 요정들은 아가씨처럼 귀가 뾰족하답니다."
"진짜? 그럼 마계인을 찾아도 알아보기 힘들건데."
앨리스가 걱정스레 말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아라드에 남은 요정들은 흑요정..."
"세리아!"
갑자기 세리아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데릴라 아주머니!"
세리아가 반가운 어조로 소리쳤다. 후덕하고 포근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 자기 키만한 몽둥이를 들고 두 사람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세리아!"
데릴라가 세리아의 손을 잡았다가 앨리스를 발견하곤 다급하게 무릎을 꿇고 그녀의 어깨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꼬마야! 둘 다 다친 덴 없니? 숲에서 고블린이나 루가루를 만나진 않았니?"
"아주머니 진정하세요. 저희 둘 다 괜찮아요. 고블린들한테 납치될 뻔 했는데 이쪽의 마법사 아가씨가 절 구해주셨어요."
세리아가 데릴라를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상황 설명을 듣자 데릴라는 더욱 흥분한 것 같았다.
"망할 고블린들! 이번 기회에 모조리 족쳐주겠어!"
"지, 진정하시라니까요! 일단 마을로 돌아가요. 애가 있잖아요."
세리아가 곤란해하자 데릴라는 살기를 거뒀지만 여전히 분에 찬 듯 숨을 씩씩거렸다. 앨리스는 데릴라가 멋있다고 느꼈다.
"자, 얘야."
불과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데릴라는 언제 그랬냐는듯, 얼굴에서 분노를 싹 밀어내고 다정한 미소로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걸으면 엘븐 가드가 나온단다. 먼 길을 온 것 같은데 가서 푹 쉬게 해주마."
앨리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선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배웠기에 최대한 예의 바르게 보이려고 애썼다. 한편으론 자신의 어디를 보고 먼 길을 왔다는걸 알아챘는지 궁금했다.
길을 걷는 동안 데릴라는 세리아에게 걱정했다느니 조만간 날을 잡아서 고블린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느니 온갖 살벌한 말과 다정한 말을 섞어서 수다를 떨었다. 세리아도 마을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숲에 왔는데 고블린들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녀는 야생 딸기들을 따려고 숲으로 들어왔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소한 빵 냄새가 앨리스의 코를 자극했다. 동시에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븐 가드에 다 온 것이었다. 작은 촌락에다가 사람이 얼마 없는게 마계랑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사람들이 공포와 허기에 벌벌 떨지 않고 평화롭게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
"라이너스! 세리아를 데려왔어요!"
데릴라가 화덕에서 담배를 피며 발을 동동 구르는 근육질의 남자에게 소리쳤다.
"세, 세리아!"
라이너스가 무섭게 눈을 번쩍 뜨며 세리아에게로 달려왔다. 앨리스는 찌든 담배 냄새와 땀냄새에 코를 막았다.
"세리아 괜찮니? 다친 데는 없고?"
"라이너스, 당신이 세리아를 다치게 할 기세에요. 아까 내가 다 한 질문이니 몸이나 좀 씻고 오세요."
데릴라가 눈썹을 찡그리며 라이너스를 나무랐다.
"오, 저는 그게... 너무 걱정이 되어서..."
"저, 전 정말 괜찮아요 라이너스 아저씨.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세리아가 웃으며 어쩔 줄 몰라하는 라이너스를 달랬다. 거의 울먹이는 수준이었다.
"자, 아줌마를 따라오렴 꼬마야."
데릴라가 앨리스와 세리아의 손을 잡고 갑옷을 두른 기사 형상의 석상 두 구가 장식된 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앨리스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세리아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거나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대다수가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순박한 사람들이었고 앨리스 또래의 아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무집은 세리아의 집이라고 했다. 집 내부는 케이트의 나무집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 선반에는 각종 약초가 진열되어있었고, 나무를 섬세하게 깎아만든 가구들에선 좋은 향이 풍기고 있었다.
앨리스는 데릴라의 호의로 호밀빵과 야생 딸기라는 음식을 잔뜩 먹었다. 센트럴 파크에서 며칠동안 푹신한 침대에 잠들어 있다 깨어나서 포식한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던 참이었다. 데릴라는 어미새처럼 앨리스에게 음식을 잔뜩 가져다주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아라드는 진짜 먹을 게 많네요!"
앨리스는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라드의 빵을 먹자 케이트가 줬던 빵들이 다소 퍽퍽하다고 느껴졌다. 잔뜩 먹고 의자에서 쉬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세리아와 라이너스(목욕을 한 모양이었다)가 들어왔다.
"몸은 좀 괜찮니?"
라이너스가 걱정스레 물었다. 앨리스가 어리둥절해하였다.
"네? 전 아픈 데가 없는데요."
"아... 그래? 몸이 무척 야위어서 말이야. 또 마계인들은 다 몸이 좀 약하더라고."
"마계인들을 만나보셨어요?"
"몇 분 만난 적 있어요. 가장 최근에 봤던 분이 몇 달 전에 앨리스처럼 그란 플로리스에서 돌아다니던 어떤 남자애였어요."
세리아가 대답했다.
"몇 달 전이면 여기 없겠네... 잠깐, 그란 플로리스?"
"이 숲의 이름이에요. 요정어로 흐르는 숲이란 뜻이죠."
"요정? 아 마계인이랑 닮았다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고블린들을 부하로 부리나요? 그 사람들 나쁜 사람들인가요?"
라이너스와 세리아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라드에 존재하는건 땅 속 나라의 흑요정들이 전부에요. 그들은 검은 피부를 지녔죠. 요정들은 나쁘지 않아요. 고블린들을 부리지도 않고, 부릴 수도 없죠. 18년 전 숲에서 일어난 원인 모를 화재로 거의 다 사라져버렸으니까."
앨리스는 숨을 헉 들이켰다. 그제야 그녀는 아까 세리아가 하려던 말이 기억났다. '남은' 요정은 흑요정이라고 말하려던 순간.
"요정들은 숲을 사랑하는 종족이에요. 고블린들은 숲 근처에 무리를 지으며 살던 종족인데 화재 사건 이후 자리를 잡은거죠."
"으으... 오해를 좀 해버렸네."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한거니?"
라이너스가 물었다.
"고블린들이 세리아를 잡아갈때 '그분'이란 말씀을 했거든요. 그리고 숲의 이름을 요정어로 지었다면 숲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들이라 유추할 수 있죠. 그래서 나름 추측해봤던거에요."
"그분?"
라이너스가 눈썹 한 쪽을 치켜올렸다.
"흠... 고블린들은 숲에서 세력이 가장 큰 녀석들인데. 대체 누구의 말을 따르는거지?"
"알아봐도 되요?"
앨리스가 눈을 빛내며 최대한 순수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며 말했다. 이걸 빌미로 숲을 조금 조사하고 연구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어필한건 앨리스의 판단 실수였다.
"안 돼, 너같은 아이가 들어가기에 숲은 위험해. 그란 플로리스는 이상한 마력을 지녀서 끊임없이 길을 바꾼단다. 깊숙히 들어갔다간 길을 잃어버릴거야."
라이너스가 딱 잘라 말했지만 앨리스는 오히려 더욱 흥미를 느꼈다. 이상한 마력, 숲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을 알고 싶었다. 분명 앨리스의 연구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짐승의 굉음이 크게 울려퍼지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뭐, 뭐죠?"
세리아가 겁에 질려 외쳤다.
"세리아! 이 애를 데리고 꼼짝 말고 숨어 있으렴. 라이너스가 호신용 검을 뽑으며 마을을 뛰쳐나갔다. 앨리스는 창문으로 집 밖을 바라보았다. 데릴라, 라이너스를 포함한 마을 어른 몇이 소의 외형을 가진 거대한 체구의 괴물 일곱 마리와 대치하고 있었다.
"타, 타우...?"
세리아가 경악했다. 앨리스는 세리아를 쳐다보았다.
"저, 저들은 그란 플로리스에 서식하는 종족이에요. 하지만 어떻게...? 대화재 이후로 타우들은 이성을 상실해서 무리를 짓지 못할텐데?"
그때, 붉은 갈퀴와 금뿔을 가진 검은 타우의 눈이 세리아의 집을 향했다. 온 몸에 단 장신구를 보아하니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놈인 것 같았다.
"!!! 언니, 피..."
앨리스가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검은 타우는 집쪽으로 높이 도약하고 도끼를 휘둘러 벽을 부숴버렸다. 충격에 두 사람은 쓰러져버렸다. 앨리스는 재빨리 눈을 떴다. 검은 타우의 한 손엔 만신창이의 키눌이 잡혀있었다. 누군가한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세리아!!!"
라이너스가 소리치며 나무집으로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히, 히힛. 샤우타님.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계, 계집을 붙잡아뒀다고... 이, 인간 마을로 유인한 것입니다! 샤우타님이 잡기 편하게..."
"입 닥쳐."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세리아는 손으로 입을 가렸고 앨리스는 눈을 찔끔 감았다. 온 몸이 쥐어터지는 광경은 아무리 봐도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게 사람이든 뭐든. 어찌됐든 소녀는 일어섰다. 놈이 노리는건 세리아였다.
"비켜라 꼬마."
샤우타가 위협적으로 말했지만 앨리스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말을 한다... 이성이 있었다. 이 놈이 원인이었다. 이 놈이 타우들을 모으고 고블린들을 부린 것이었다. 앨리스는 가방에서 약병을 꺼내 샤우타에게로 던졌다. 약병이 터지며 검은 연기가 생겨나 타우의 시야를 차단했다.
"언니, 이 틈에 빨리..."
그러나 앨리스는 연기 속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라이너스 아저씨!!!"
세리아가 소리쳤다. 라이너스가 샤우타와 앨리스 사이로 뛰어들어 공격을 대신 맞았다. 앨리스는 주먹을 맞고 자신에게로 밀린 라이너스에게 맞아 쓰러져버렸다.
"아저씨 괜찮아요?"
라이너스는 기절했다. 치명상을 입었지만 죽은 건 아니었다. 문제는 세리아였다.
"꺄악!!!"
샤우타가 한 손으로 세리아를 잡았다. 그러곤 노래하듯 주문을 중얼거렸는데, 그러자 세리아가 깊이 잠들어버렸다.
"... 마법?"
앨리스가 경악하는 사이, 샤우타는 머리가 아픈듯이 두통을 호소하며 주변을 도끼로 휩쓸다가(다행히 라이너스와 앨리스를 공격하진 못했다) 숲으로 도망쳐버렸다. 세리아가 납치되어버렸다.
"...,"
앨리스는 세리아의 집에 있던 붕대와 고정대를 꺼내 마법을 걸어 라이너스에게 알아서 감기게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빗자루를 타고 샤우타를 쫓아 숲으로 들어갔다.
"얘야, 안 돼! 위험해!"
몽둥이로 타우의 머리통을 갈기던 데릴라가 애타게 소리쳤지만 앨리스는 숲으로 날아가버렸다. 남은 타우는 셋이었다. 조금 있으면 정리되겠지만 앨리스는 기다려줄 여유따윈 없었다. 기다려봤자 같이 가게 허락해줄것 같지도 않았다.
스튜디오 매드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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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가 뿌린 약은 데스 파우더입니다ㅎㅎ 기술 이름 말하면서 공격하는 묘사를 싫어해서요. 물론 해리포터는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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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4~6화는 블로그에 선공개되어 있어요^^ 조만간 4화 나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ㅎㅎ | 17.01.16 18: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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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렇군요! | 17.01.16 22: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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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 17.01.18 16: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