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율입니다.
이번에는 그리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가 매 분석글마다 하는 말이지만, 역시 이번 분석글도 매우 주관적인 글입니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총 2개입니다.
1. 그리핀은 어째서 이렇게 강할까?(=그리핀은 다른팀과 무엇이 다를까?)
2. 그리핀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현 LCK 최강팀이자, ESPN 파워랭킹 1위에 자리매김 하고 있는 그리핀입니다.
그리핀이 어찌 이토록 강한지 설명하기 위해선, 일단 제일 중요한 전제 조건을 깔고 가겠습니다.
현 그리핀 주전 멤버 5인의 선수는, 개개인의 능력이 최정상급에 있는 훌륭한 선수다.
당연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말이지만, 일단 이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이 점을 강조드리며 본격적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그리핀과 다른 팀의 차이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일 큰 차이점은 바로 김대호 감독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김대호 감독이 있음으로써 그리핀이라는 팀이 존재 할 수 있었고,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최강의 팀이 탄생했습니다.
과장 없이, 저는 지금 이 글에서 그리핀을 설명 드릴때 나오는 다른 팀들을 두가지 부류로 나누겠습니다.
김대호 감독이 있는 그리핀과 그렇지 않은 다른 팀들로요.
구체적인 설명으로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평범한 팀, 즉 지금까지의 팀의 피드백과 김대호 감독의 피드백은 매우 다릅니다.
평범한 팀에서의 피드백은 선수 개개인과 감독-코치진들의 의견이 뭉치고 그 안에서 제일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되는걸로 피드백이 이루어집니다.
X라는 상황이 게임내에서 이루어졌고, 경기 중 X에서 손해를 봤다면 팀 내에서 피드백이 이루어지겠죠.
X라는 상황을 한타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어떤 한타라고 상상하시든 그건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중요한건, 이 한타에서의 피드백이 있을때 그리핀과 타 팀의 차이점이니까요.
A 선수-우리가 한타를 하지 말고 라인을 정리해야 했어
B 선수-아니야. 한타 각 자체는 괜찮았는데 우리의 포커싱이 갈려서 진거야. 한타 콜 자체는 옳았어.
C 선수-한타 이전에 오브젝트 낚시를 먼저 시도해야 했지 않았을까?
D 선수-그전에 우리 시야장악이 너무 부실했어. 한타 구도 이전에 시야를 잡았어야 했었어.
E 코치-이니시 각 자체는 좋았지만, 합류가 너무 늦었어. 이건 포커싱과는 별개의 문제야.
하나의 상황에서도, 극단적일때는 이렇게 팀 내 모든 선수와 코치진의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보통 이런 피드백 속에서, 선수들과 코치진들은 경기를 다시 돌려보고 상의하며 피드백을 진행합니다.
그렇게, 정답에 제일 가까운 선수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자신들의 정답을 찾아내죠.
이러한 실전 경험이 계속 쌓여가면서 선수들은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생각을 통일시켜 나갑니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개개인 선수들의 생각이 완벽히 일치 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마다 정답인 선수가 다를거고, 그렇게 되면 실전에서는 각자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니까요.
X 상황에서는 A 선수가 정답
Y 상황에서는 C 선수가 정답
Z 상황에서는 E 코치가 정답
매 상황마다 정답인 선수가 다르니, 결국 팀 내에서 이런 의견 갈림을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강제적으로 오더를 통일하는거죠.
게임이 끝나고 이루어지는 피드백과는 별개로, 인게임 내에서는 분명한 메인오더가 존재합니다.
서브오더가 여러명 있거나, 브리핑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강팀은 있어도 메인오더가 없는 강팀은 없습니다.
인게임 내에서는 선수마다 토론할 시간이 부족하니, 일단 제일 정답을 많이 맞춘 사람을 메인오더로 정하는거죠.
이런 오더통일에는 몇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일단 누가 제일 정답에 가까운지 알아내야 합니다.
전 KT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났죠. 시간이 지나도 누가 제일 정답에 가까운지 못 정했고, 결국 오더갈림으로 인해 중요 순간마다 실수가 나왔습니다.
두번째로, 강제적으로 오더통일을 해도 결국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메인 오더가 A 선수라고 해보겠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대부분의 피드백에서는 A선수가 정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B선수와 C선수가 정답일때가 있었습니다.
이때, 인게임 내에서는 살짝의 어긋남이 생깁니다.
분명히 메인오더는 A선수지만, B선수 혹은 C선수는 오더를 듣고도 잠깐의 망설임이 생기죠.
'이게 맞나? 혹시 틀린거 아니야?'라는 아주 잠깐의 의구심이 들겁니다. 왜냐하면 사람이니까요.
반대로 A 선수조차 자신의 판단에 의구심이 들수도 있습니다.
이런 아주 잠깐의 의구심, 지연은 보통의 경우는 문제가 거의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대편도 그 잠깐의 지연시간이 있거든요.
강팀간의 대결에서는 이 지연시간이 짧은쪽이 유리합니다. 찰나의 판단으로 생사가 갈리고 이득과 손해가 갈리니까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대결이기에 전력이 비슷하면 이런 잠깐의 의구심만으로 게임이 터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런 의구심이 오더 갈림으로 연결될때가 문제지, 앞서 말했듯 지연 시간 자체는 어느팀에게나 있습니다.
결론-대부분의 팀들에게는 메인오더가 존재해도, 아주 잠깐의 의구심과 지연시간 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리핀은 다릅니다. 이는 김대호 감독의 능력과 피드백에 있습니다.
김대호 감독은 본인이 예전부터 엄청난 고레이팅을 유지해왔으며, 자신의 이론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그리핀의 피드백 방식을 설명하기도 했죠.
선수들이 대답을 했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왜 자신의 설명이 맞는지 끝까지 납득을 시켜준다.
즉, 아주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김대호 감독의 피드백과 판단이 맞다고 선수들은 확신합니다.
김대호 감독 본인이 게임 이해도가 엄청나며, 그 근거도 명확하기 때문이죠.
여기서 그리핀과 타 팀의 차이점이 나옵니다.
그리핀은, 김대호 감독이라는 존재로 인해 생각의 일치라는걸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다른 팀들이 각각의 선수와 코치진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할때, 그리핀은 다릅니다.
정말 미친듯한 게임 이해도를 가진 김대호 감독의 판단과 피드백이 정답이고, 선수들은 그 판단을 따릅니다.
다른 팀들이 서로의 의견을 융합할때, 그리핀은 김대호 감독의 의견과 판단을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다른 팀들이 서로의 생각을 완벽히 합칠 수 없을때, 그리핀은 모두가 김대호 감독처럼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즉, 그리핀의 판단=김대호 감독의 판단=소드 선수의 판단=타잔 선수의 판단=쵸비 선수의 판단=바이퍼 선수의 판단=리헨즈 선수의 판단
이게 바로 그리핀의 기계적이면서 즉각적인 반응의 비밀입니다.
X 상황, Y 상황, Z 상황, T 상황, U 상황 등등...모든 상황에서 김대호 감독이 정답이며, 그리핀 선수들은 그 판단을 2년동안 배우며 훈련했습니다.
다른 팀들이 서로의 의견이 갈려서 메인 오더를 통해 억지로 의견을 통합한다면
그리핀은 선수 5명 모두 김대호 감독의 판단을 하기 때문에 오더 통일이 필요없습니다.
왜냐고요? 긴 시간동안 인게임 내에서 김대호 감독 같은 판단을 연습해왔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이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죠.
위에 썼듯 그리핀의 5명의 선수 모두가 김대호 감독의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분명 선수는 5명인데, 그들의 판단은 한명이 생각하는거와 동일하죠.
김대호 감독이 했던 말들을 살펴볼까요?
LOL에서 나와 다르면 틀린거다.
마타의 브라움의 솔라리와 테디 선수의 정말 한끝차이가 겹치면서 테디 선수가 생존했고, 그로 인해 그리핀이 생각했던 구도가 무너집니다.
여기서 루시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알리스타가 스킬을 루시안에게 쓸 수 밖에 없었고, 견제 수단이 사라지자 아지르가 전부 쓸어버립니다.
1번 경우에는 지연시간 이전에 서로가 서로의 극한의 집중력과 구도 싸움이기 때문에 그리핀이 크게 흔들리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1번 경우는 그리핀이 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수들의 미친 피지컬 덕분에 어지간한 한타에서는 이기죠.
하지만 2번 경우에서는 그리핀이 크게 흔들립니다.
그 예시가 1세트에서 2번 씩이나 드러났습니다.
녹턴이 불끔과 동시에 쉔궁을 덮었지만, 위의 사진에서 보듯 르블랑이 잘 탈출했습니다.
본인들의 구도와 너무 달라지고, 옆에서 아트록스가 오자 그리핀도 흔들렸습니다. 여기서 쉔이 죽습니다.
하지만 이 뒤에 SKT 선수들의 피 관리가 너무 안되었고, 그리핀은 우르곳의 텔과 함께 다시 조입니다.
여기서 또 변수가 발생합니다.
테디의 트리스타나가 앞점프로 카이사에게 공격을 가했고, 서로의 맞점멸과 궁-평타로 카이사를 죽입니다.
예측 못 한 사태에서 카이사가 죽고, 우르곳까지 붕 떠서 죽어버립니다.
카이사가 죽으니 나머지 멤버들도 어쩔수 없이 우르곳을 버리고 가죠.
즉, 그리핀이 정말 다 같은 판단과 미친 피지컬을 가졌지만 그리핀도 예측 못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리핀 선수들도 사람이고, 매 게임 매 순간마다 구도는 다릅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스크림이나 연습때 나왔기에 싸먹는 판단을 바로 내렸지만, 트리스타나가 저기서 카이사를 죽이는건 상정 외였을겁니다.
한화 생명과의 1세트에서도 이런 점이 조금씩은 나왔습니다.
타잔이 트할의 잠복을 모르고 있다가 잡히거나, 탐켄치의 저렙 봉풀주 텔로 인한 변수 등 그리핀도 손해를 입는 장면이 있었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있어도 결국 그리핀은 지연시간의 우위와 피지컬, 판단으로 경기를 전부 뒤집었습니다.
한화 생명이 그리핀의 지연시간을 뛰어넘는 결단력과 한타를 보여줬지만, 결국에는 그리핀도 자신들의 판단을 통해 뒤집었죠. 그게 초반부에 있는 한타구도고요.
그렇다면, 그리핀을 잡기 위한 조건을 정리할 수가 있습니다.
첫째, 멤버 모두가 각각 그리핀과 비교했을때 거의 동등해야 하며 슈퍼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들이여야 한다.
둘째, 선수들이 서로 신뢰하여 메인오더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또한 팀 내 총합 한타력이 그리핀과 비교했을때 최소 동등, 그 이상이여야 한다.
넷째, 팀 내 오더가 그리핀의 예상과 동등 이상인 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밴픽 단계와 연구 단계에서 감독 코치진 분들이 충분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 네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면, 비로소 그리핀을 이길 수 있을겁니다.
중요한건, 그리핀을 상대로는 절대 어정쩡한 운영을 하면 안되고, 한타로 직접 뚫어야 합니다.
지연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그리핀 상대로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는 운영을 하면, 그리핀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게임을 터뜨립니다.
타잔을 말리게 한다, 쵸비를 공략한다 등등의 방법들은 한타를 위한 초석은 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방법이 되진 못 할겁니다.
그리핀은 아무리 말려도 결국 지연시간의 차이와 판단으로 다시 복구를 해낼거고, 한끝 차이의 이니시각과 한타로 이겨낼테니까요.
그러므로, 그리핀을 이기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게 무력 대 무력으로 누르는것 밖에 없습니다.
강팀 대 강팀끼리에선 서로의 무수한 전략이 교차하지만, 그리핀 같은 어나더레벨 상대로는 오히려 간단합니다. 힘으로 이기는거 밖에는 없습니다.
또한, 그리핀을 이기기 위해선 그리핀의 방식을 따라하면 안 됩니다.
그리핀의 콜 없는 한타가 가능한건 김대호 감독의 본인 능력과 서로 연습한 많은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메인오더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단계까지는 가야하지만, 그 이상인 '콜도 안 하고 서로의 생각을 맞춘다'는 그리핀을 제외하고는 불가능 할 겁니다.
이런게 가능한 팀은 전 세계의 리그를 통틀어도 몇 없습니다.
국내에서 이런 가능성이 있는건 현재로썬 두 팀, SKT와 샌드박스 밖에 없습니다.
담원게이밍의 잠재력은 현재 측정불능이기때문에 잠시 빼두겠습니다.
해외로 나가도 많진 않을겁니다. LPL에서도 가능성 있는 팀이 세팀 정도? IG RNG FPX+(선수들이 더 성장한)TOP
유럽에서는 G2 혹은 바이탈리티, 북미에서는 없는것 같습니다.
위에 쓴 저 팀들은 그리핀을 '꺾을 수 있는' 팀이 아닙니다.
그리핀을 '꺾을 수 있는 가능성' 이 있는 팀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반복되는 내용이 조금 많았을것 같습니다. 그리핀 5명 선수 전부가 하나의 판단이란걸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요.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그리핀의 판단=김대호 감독의 판단=선수들 개개인의 판단=선수들 전체의 판단 입니다.
그리핀은 지금 LOL 역사에 남을 팀입니다. LOL의 체계가 정립이 되고나서, 이런 방식의 팀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요.
여기까지 칼럼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 항상 받고 있습니다. 분석글이 좋았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더 궁금하신점은 언제든지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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