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리마의 정문, 나는 지금 용아귀 부족을 쓰러트리고 강철의 거대괴수와 싸우러 가고 있었다. 잠깐, 오그리마 공성전은 끝났는데.... 어째서.... 어째서....
"모르탁!"
아버지의 손이 내 어깨에 얹어졌을때 나는 그제서야 다시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니...."
"오그리마에서의 공성전투요.... 거긴 지옥도였어요.... 하지만.... 그래도 나아가야 했어요.... 속죄하기 위해...."
그때 생각만 해도 나는 몸이 부들거렸다. 자랑스러우면서도 두려운 전투였다.... 그것도 내가 첫 전투로 치른 치열한 전투....
"이젠 끝났다. 그걸 전부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말거라.... 이젠 내가 옆에 있어주겠다...."
"네...."
어느새 집앞이다. 그리고 집 문을 여니 편안했다. 어느 장소를 가든.... 결국 우리집이 최고구나....
"나저나 집은 깔끔하구나. 정돈을 한다니 너도 많이 컸어."
"캘리나 누님이 정돈 안하면 계속 혼낸다졐!"
아니 또 이 깐죽이가?
"야!!!"
"왜? 팩트잖앜!!!!"
하여간 매를 번다니까! 자, 매 맞아볼래?
"야이 놈아! 너 맞아볼래???!!!"
"에붸붸뷐! 메로오오옹!!!"
나는 도망가는 놈을 붙잡으려고 했고 놈은 총총뛰며 도망쳤다.
"하하.... 근데 책장에 이건 또 뭐...."
"모르탁이 좋아하는 야한 책들이졐!! 아바이!!"
나는 저 까불이를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마법의 단어가 떠올렸다.
"시공의 폭풍으로 던져줄까?"
"야야야얔!!! 그건 좀! 자비 좀!!!!"
아버지는 그 책들을 읽어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하여간 너도 다 큰 남자가 되었구나."
"네...."
으.... 늘 부끄러워.... 어릴때도 라노벨들을 들켰는데 부모님은 꿀밤을 한대 쥐어주었지....
"암튼 너가 훌륭한 흑마법사가 된거 알면, 어머니가 자랑스러워 하겠어."
"네...."
어머니.... 보고 싶다.... 이젠 뼛가루밖에 안남았어.... 정말로.... 유골함에서 주무시고 계시고....
"보고 싶어요...."
"나도란다.... 보러 가자구나."
오그리마의 지하실, 자그마한 제단에 올려져있는건 어머니의 뼛가루가 담긴 유골함이었다.
"어머니는 저기 계세요...."
".... 나는 죽어서 산 송장이 되었지만 그대는 재가 되었구려. 그림셀다. 내 사랑...."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셨다. 나도 흘렸고. 평소 까불어대던 그때마다 노크타이는 조용히 있었다.
"거기서 안식을 취하길 바랄뿐이오. 어째서 그대는 동족들에게 죽었소.... 동족들에게 더럽혀지고.... 가족을 잃고...."
뭐? 더럽혀져?
"네?"
"엌?"
"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아뇨, 그냥 못넘겠어요.
"전 이 일 그냥 안넘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하세요! 더럽혀졌단뇨? 저도 다 컸으니까 저도 들어봐야 하는거 아니에요?"
아버지는 긴 침묵을 하셨다. 그리고 드디어 입을 여셨다.
".... 더이상 숨길 순 없겠구나."
나는 듣고 있었다. 조용히.
".... 너의 어머니는.... 서리 늑대 부족이셨다. 굴단에 의해 학살당하고 추방당한.... 부족이었지."
서리늑대부족.... 듀로탄 님도 드라카 님도 돌아가셨지. 불타는 군단에게 영혼을 판 놈들의 손에....
"네."
"그리고.... 그 굴단의 패거리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너도 알겠지만 그 놈들에게 험한 일을 당했고.... 가족들을 잃었단다...."
나는 뛰쳐나갔다.
"어잌?! 어디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비명질렀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죄스러웠다. 내 죄악들을 전부 태워버릴래.
"그냥 다 태워버릴거야!!!!! 전부다!!!! 전부다!!!!!"
"그만뒄!!!! 책장 태우겠답시고 집을 몽땅 태울셈이얔?!?! 글고! 그냥 동인지일 뿐이옄! 동인지잌!!!"
"넌 몰라! 노크타이! 난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 흑마법을 좋아했던것도, 저 책들을 좋아했던것도!!!! 어머니가 그런일을 당했다면 난 절대로 좋아하지 않았을거야!!!!!!!"
"아 알엌!!! 근께 그만하라곸!!!! 그것들은 나쁜 놈들이 아니랔!!!! 흑마법과 동인지일 뿐이라고옼!!!"
"모르탁!!!! 그만두거라!"
아버지가 어느새 뒤에서 단호하게 제지하셨다.
"아!!! 아버지...."
"모르탁.... 제발 죄의식에 갇히지 말거라. 너의 어머니는 그들 손아귀에서 벗어나 알터랙으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거기서 패잔병이었던 날 받아들였고.... 그리고 삶을 함께했고.... 과거의 고통을 딛고 용기있게 일어서며 널 만들었다.... 넌 우리가 싹틔운 소중한 눈꽃이란다. 넌 누가 뭐라해도 알터랙의 소중한 눈꽃이야."
나는 소중한 눈꽃이라는 말에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이 남았다. 몰랐다는건 죄니까.
"전.... 몰랐던게 부끄러워요.... 이 모든걸...."
"몰랐던게 부끄러운게 아니란다. 알려고 하지 않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알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고 저지르는게 훨씬 부끄러운 일이란다. 넌 흑마법으로 무고한 남들에게 피해를 줬더니? 아니잖니. 넌 저 책들에 나온대로 캘리나 누나를 포함해서 다른 여자들에게 문란했더니? 아니잖니."
"...."
"정답입네닼! 모르탁 아부짘! 제가 보증하졐! 진짜 아무짓도 안했어옄! 무고한 사람에게돜! 다른 여자들에게돜!!"
노크타이가 정답을 말해주었다. 나는 다시 웃었다. 너 때문에 내가 다시 웃는다. 웃어. 이 녀석아. 그래도 두려움도 남았다.
"그래도 두렵기도 해요. 제 자신이 변할까봐.... 굴단이나 가로쉬 처럼.... 피의 욕망에 미쳐...."
"본능이라니? 모르탁, 우린 괴물같은 본능을 품고있는건 사실이다. 그 본능으로 우리가 어리석고도 씻을 수 없는 죄들을 쌓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너, 그리고 우린. 그 본능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해온것도 있잖니. 다시, 잘 듣거라. 너희 어머니가 말씀하셨듯. 그런 본능을 극복한 자야 말로 더욱 고결한단다. 가장 추악한건 고결했으나 어리석은 자존심과 탐욕에 미친 자란다. 넌 극복했잖니."
"그러니깤! 기분 풀엌!"
나는 웃었다. 마음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 고마워요.... 어머니.... 앞으로도 마음에 새겨둘께요.... 지켜봐주세요. 우리를...."
그렇다면....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실까...?
"그림셀다. 그대의 아이가 훌륭하게 자랐소. 하지만 저 아이도 풍파를 겪어야 하는것이, 강해져야한다는것이 마음이 아프구려. 그렇기에 이제라도 우리들의 눈꽃을 소중히 지키리라 내 피에 맹세하겠소. 빈 모크 타자크 차...."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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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게 태어나는 것, 혹은 악한 본성을 위대한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 무엇이 더 훌륭한가?
-스카이림의 파써낙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