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리마의 내전은 끝맺었다....
이제 시체들을 수습하겠지....
전쟁의 피해자들의, 전쟁의 가해자들의 시체들을, 그리고 남은 자들의 울음소리로 뒤섞인채로....
"어디 계세요.... 보고 싶어요...."
나는 그 시체들 사이에서.... 머리가 날아간 익숙한 손을 보고 말았다.
"어머니...! 어머니...!!!"
나를 껴안아주셨던 어머니의 손이었다....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한동안 눈물이 끊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제 유골함 속에서 잠드셨다....
아버지는.... 어디계신걸까....
아버지의 시신은 어디에도 안계셨다. 왜.... 왜.... 처형당하셨다면서....
아버지는 결국 마음속으로 묻어두기로 했다.... 그래도 차마 묻을수가 없었다....
어디든.... 편히 쉬세요.... 두 분 모두....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어리석은 자존심을 품지 않을거라고.
난 이 일을 영원히 잊지 않고 속죄할거라고.
나는 편지를 펼쳐보았다. 묵묵히 읽었지....
친우분이 보냈다지.... 이게 유언이 될 줄이야.
미안해요.... 모두.... 하지만.... 끝까지 살아갈께요.... 약속할께요....
바리안 국왕은 호드가 명예를 다시 버린다면 우릴 끝장낼거라고 했지.
더이상 우리의 잘못이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
용서받지 못할지언정.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된다. 호드가 또 명예를 버릴까 봐, 얼라이언스 쪽에서 우리들의 과오를 약점 잡아서 또다른 생명을 학살하는 자가 나타날까봐.... 하지만, 과오로부터 난 도망치지 않을거다. 코르크론이란 전범 집단에게 맞섰듯. 호드든 얼라이언스든 누구든 우리의 명예를 망가뜨리는 자들은 내 손으로 무너뜨릴거다. 이젠 난 약하지 않으니까.
나는 그때의 각오를 계속 곱씹다가 마음을 추스르고 달라란을 나섰다. 그리고 나는 크라서스 착륙장을 보았다.
이 노랗게 빛나는 포탈은 아르거스로 가는 포탈이랬지.
나는 하늘을 보았다. 아르거스.... 내 손으로 불타는 군단을 무너뜨릴거야.
"오얔, 하늘이 참 초록초록하다잌?"
"노크타이. 넌 상황파악이 안되니?"
"거, 얼굴을 찌푸리지 말아욬!"
이녀석....
"이봨, 이제 그만 찌푸렸으면 좋겠엌."
"노크타이. 언제쯤 하늘이 파래질까. 불길한 아르거스가 물러나고."
"하늘이 초록초록하쟄? 언젠간 다시 파래질거닼!"
"언젠간이라니."
"거참냌, 나도 몰랔! 언젠간 참고 보면 오겠젴!"
"참고 보면이라니...."
참고 보면? 늘 부모님께서 말씀하셨지. 참으라고.... 하지만 때로는 참을 수가 없을 때가 있어. 언제까지, 언제까지? 난 이렇게 괴로운데....
"에잌, 화만 냈다갘 오히려 일 크게 키운 일 있잖...."
일 크게? 해서 내가 언제까지 철창 안의 원숭이나 우리 안의 돼지 새끼로 있어야 하는건데?!
"나는 왜? 왜!!!"
"얔! 미안미안!! 진정해! 사람들이 보는 앞이엌!!"
왜 나에게 불행들만 닥쳐올까.... 부모님 두분 모두 돌아가시는 것까지....
"알아.... 하지만.... 하지만.... 너무 힘들어...."
"울고 싶어...."
보고 싶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 어머니.... 아버지....
"어잌, 또 운다! 우울할때 캘리나 누님이 뭐라 했지? 약묵을시간이옄! 먹고 기분 풀어!"
나는 약을 입에 다시 털어넣고 물을 들이켰다.
"그래.... 나는 강해져야 해.... 나는.... 내가 짊어져야할 짐들이 있으니까.... 난...."
"아니.... 너 혼자 강해지려고 하지 말거라. 너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말거라. 너 자신을 그렇게 자학하려 하지 말거라."
"당신 누구...."
익숙한 목소리는.... 잠깐만, 아버지?
".... 아버지?"
아버지...? 긴수염과 그 언월도.... 아버지...?!
"아들아...."
"아레? 고로크 아조씨? 세상엨!"
"아버지...?! 정말 아버지에요?!"
"그래...."
핏기 없는 파란 피부.... 파랗게 빛나는 파란 눈.... 죽음의 기사.... 죽음의 기사로 돌아오실줄이야....
".... 세상에.... 죽음의 기사라니.... 어째서...."
"말이 길어지겠구나...."
나는 잠깐 놀라운 감정 끝에.... 나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울었고 아버지는 날 안아주었다.
"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아버지도 같이 눈물을 흘리셨다.
"나도.... 나도다...."
"이럴때가 아니짘! 오르누스! 캘리나앜! 이그니스읔!!!!"
노크타이 이 녀석은 고함 또 고래고래 지른다. 또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이놈.
"요 녀석이 요란한건 여전하구나."
"그러니까요."
나도 웃었고, 아버지도 웃으셨다. 나는 즉시 누님과 오르누스 님, 이그니스 님에게 아버지가 돌아왔다고 알렸다.
".... 고로크 님...?! 세상에...."
"어찌.... 죽음의 기사가 되었나...."
고로크는 과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풀었다.
"난 처형당했지. 칠흑의 기사단이 내가 강했다는걸 알기에 되살렸지. 난 원혼들의 비난과 분노를 받을 각오는 했지만....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 끄집어내 다시 죽음의 기사라는 육신에 갇히게 되었지. 난 칠흑의 기사단에 몸 담았으나. 난 빛의 성소를 치는거에 반대했어. 뭐, 한동안 방랑하면서 떠돌아다니다가 아르거스로의 길이 열렸을때 아르거스를 휘젓고 다니기도 했지. 이젠 호드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구나."
"어찌되었든.... 잘 돌아왔네, 고로크."
"너나 나나 같은 언데드 신세로군, 오르누스."
둘이서 서로가 죽은 몸이 되었다는것을 슬퍼하기는 커녕 여유롭게 이야기했다.
"그나저나 돌아온 기념으로 우리가 맥주 쏠께요! 고로크 님!"
캘리나 누님은 신바람이 났는지 아예 맥주 쏘겠다고 이야기했다.
"...."
이그니스 님은 침묵만 하셨지만.
"이그니스. 빛의 성소에서 칠흑의 기사단에게 공격당한 일이 걸리나?"
"그래, 솔직히. 하지만 확실히 넌 그때 거기 없었어."
아버지는 빛의 성소 공격에 가담을 안하셨다는게 확실하구나.... 티리온 폴드링 경에게 입은 은혜를 배신하고 싶지 않으셨지. 하지만 어째서 빛의 성소가 칠흑의 기사단들에게 공격당한걸까...?
"일단, 이건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하지. 맥주를 들이키고 아들과 같이 오그리마로 휴가를 보내고 싶군."
"오얔! 나두옄! 어르신!"
노크타이는 여전히 쩌렁쩌렁 시끄러웠다.
"하여간...."
모처럼 웃게 생겼네. 모처럼....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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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크가 아들에게 돌아왔다요! 모르탁! 이제 우울함에서 벗어나길 바란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