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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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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WOW 패러디 소설] 유랑민 13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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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고개를 꺾어 하늘을 바라봤다.

 

솜씨 좋은 장인들이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거친 돌을 깎아 올린 석조 건물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얼라이언스 맹주가 기거한다는 스톰윈드 왕궁인가.

 

용무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다만?”

 

저를 증명할 수단이 없습니다. 교도소장이 제안했던 임시 신분증도 마다했는걸요.”

 

그건 염려 말아요.”

 

브라체가 빙긋이 웃는 사이 정문을 지키고 서있던 근엄한 표정의 병사가 천천히 걸어왔다. 왕궁을 지키는 병사일 테니 근위병이 틀림 없겠군. 근위병. 근위병이라.

 

오랜만입니다. 아르웨인 경.”

 

근위병이 절도 있는 자세로 고개를 숙이자 브라체가 부드럽게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아르웰콘 씨. 드레나이 사절의 이름으로 스톰윈드 왕궁의 출입을 희망합니다.”

 

전하를 알현하실 계획이십니까?”

 

아뇨. 탈룬 사절에게 엑소다르의 근황을 전파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그레이메인 전하를 알현코자 하온데, 가능할런지요?”

 

사절 권한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자세한 안내는 궁내 부원에게 부탁하시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분을 제 동행으로 삼고자 합니다.”

 

브라체의 눈짓에 아르웰콘 씨가 무심한 얼굴로 나를 힐끗 바라봤다.

 

동행인의 성함과 소속을 말씀해주시지요.”

 

타리베 홀스타인입니다.”

 

나는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스스로 소개했다.

 

길니아스 왕실 근위대 소속으로 그레이메인 전하를 뵙고자 찾아왔습니다.”

 

근위병은 내 눈을 똑똑히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엑소다르 소속의 브라체 아르웨인 경. 길니아스 소속의 타리베 홀스타인 씨. 스톰윈드 왕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르웰콘 씨가 자리를 비켜주며 우리를 안내했고, 브라체와 나는 반듯하게 깎인 석조 계단을 오르며 왕궁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웃음은 무슨 뜻이었을까.

 

 

<45>

 

서부 평야에 표류했던 그날부터 여태껏 스톰윈드를 상상했었다. 그리고 지금.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나는 그 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말단 병사의 체격과 눈빛이 이 나라의 단면을 말해주고 있었다. 스톰윈드는 부국강병을 실천한 나라였다.

 

내 예상대로였다.

 

탈룬 사절!”

 

궁내부원의 안내를 받아 왕국 민원실에 들어선 브라체가 기쁘게 웃으며 걸음을 서둘렀고, 화려한 예복을 입은 푸른색 피부의 덩치 큰 이종족 남자가 브라체를 맞이했다.

 

! 이게 누굽니까! 브라체 대사!”

 

무탈하셨습니까. 탈룬 사절. 왕궁 생활은 어떠신지요?”

 

아제로스의 공기질도 나쁘지는 않아 퍽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요.”

 

브라체는 가방에서 종이 서류 몇 다발과 영롱한 빛으로 가려진 큼지막한 유리병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전투모병관 훈나라님께서 작성하신 엑소다르의 근황 일지와 벨렌님의 지시 사항이 적혀있는 문서입니다. 각지의 사절에게도 같은 문서가 배포 중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토록 먼 타국까지 무탈히 찾아오셨다니, 나루의 가호가 함께한 모양입니다.”

 

이를 말입니까. 그리고 이건 전령 브란단님께서 각지의 사절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낯이 익은 빛이군요. 설마?”

 

탈룬이 영롱한 빛으로 감싸진 유리병을 내려다보자 브라체가 손을 내밀었다.

 

열어보세요.”

 

탈룬이 크고 우악스러운 손으로 단단히 밀봉된 마개를 열자 유리병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던 영롱한 빛이 바깥으로 새어나오며 그 실체가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유리구슬이었다.

 

저게 뭐지? 엑소다르의 보석이라도 되는 건가?’

 

아니! 이건?!”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와 달리 탈룬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는 유리병에서 손을 떼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브라체를 바라봤다.

 

이걸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이게 제가 생각하는 그것입니까?”

 

. 칼림도어의 동남부에 가면 페랄라스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브란단님께서 그곳을 지나치시던 도중 우연히 이 을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이걸로 아제로스에도 요정용이 실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요정용?

 

칼림도어의 페랄라스 말입니까?”

 

탈룬은 유리병 속의 요정용 알과 브라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 하지만 우리가 아제로스에 당도한지도 이미 수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페랄라스를 가로지른 드레나이가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헌데 어찌하여 이제야?”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요정용이 행성 단위로 존재한다고 생각했을 때 그들의 생장 조건이 다른 것이 아닐까요?”

 

생장 조건? 환경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섬 거대화와 비슷한 유형의 진화 패턴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도 일리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페랄라스에서 활동하는 얼라이언스 연합에서는 요정용의 존재를 전설로 치부한다고 하더군요.”

 

요정용이 아제로스의 전설에 속한다니! 어쩌면 수가 너무나도 적어 요정용을 실제로 목격한 이가 극도로 적은 탓인지도 모르겠군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탈룬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요정용의 알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렇듯 미지의 존재를 발견하는 즐거움이란 오로지 모험하는 드레나이만이 만끽할 수 있는 행복이겠죠. 저도 하루 빨리 사절의 직위를 벗고 아제로스로 떠나고 싶군요.”

 

요정용의 생육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계시겠죠?”

 

그야 물론입니다만 요정용이 아제로스의 기후에서도 잘 자라줄지 모르겠군요.”

 

나루의 가호가 내려진다면 필시 무리 없이 자랄 거라고 생각합니다.”

 

브라체의 끝맺음에 탈룬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성스러운 빛이 내리쬐길. 브라체 대사.”

 

탈룬 사절과 요정용에게 나루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빌겠어요. 늘 건강하시길 바라요.”

 

 

<46>

 

요정용이 뭡니까?”

 

고향을 떠나서 드레노어에 정착했을 때 우리 종족을 도왔던 친구들이에요. 아쉽게도 드레노어를 떠날 때는 함께하지 못했는데, 설마 아제로스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드레노어가 어디죠? 아제로스의 대륙입니까?”

 

왕국 민원실을 나와서 통로를 따라 걷던 브라체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시죠?”

 

드레노어 행성에 대해서 모르시나요?”

 

행성이 뭐죠?”

 

별이죠! 토착생물이 생장하는 별!”

 

? 혹시 밤하늘에 떠있는 별 말씀이십니까?”

 

이종족의 표정을 능수능란하게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나를 바라보는 브라체의 표정이 뭔지는 명명백백했다. 아제로스에는 내가 모르는 비밀이 참 많군.

 

책 좋아하시죠?”

 

없어서 못 읽죠.”

 

내가 고개를 살짝 흔들자 브라체가 궁내부원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아르웨인 경.”

 

왕실 도서관에 가도 되나요?”

 

도서관 이용이 방문 목적 중 하나입니까?”

 

그건 아닌데요. 어려울까요?”

 

그럴 리가요. 다만 왕궁 방문 시간은 고정되어 있으니 혹여 그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실까 염려되어 그렇습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이 사람이거든요.”

 

그렇다면 문제없습니다. 바로 안내해드리죠.”

 

궁내부원이 길을 안내하려는 찰나, 브라체가 말을 덧붙였다.

 

그레이메인 전하를 모셔올게요. 왕실 도서관은 정원과 연결되어 있으니 담소를 나누기에 부족하지 않을거에요.”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꼬리를 살랑거리며 떠나가는 브라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궁내부원의 헛기침에 뒤늦게 그의 뒤를 따라 왕실 도서관으로 향할 수 있었다.

 

돌을 촘촘하게 깎아 만든 돌 벽을 지나 바람이 흘러 들어오는 정원에 당도했을 때 궁내부원이 한쪽 통로를 안내했다.

 

이곳이 왕실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을 이용해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스톰윈드의 왕실 도서관에서는 특별한 활동 제약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깨끗하게 보시고 훼손하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그럼.”

 

궁내부원이 돌아가자 나는 정원에 홀로 남겨졌다.

 

왕궁 중심부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거대한 숲을 연상케 하는 왕실 정원에는 벤치가 놓여있어 책 읽기에 좋았고, 머리 위로 부는 바람이 답답한 가슴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스톰윈드의 왕이 부럽군.”

 

정원을 걸었다. 사박. 사박. 아무도 없는 곳에서 들리는 고요한 발자국 소리가 이토록 좋은 것이었다니. 사박. 사락. 좋은 소리였다.

 

사박. 사락. 사박. 사락.

 

? 이 소리는?

 

사라락.

 

이런. 이곳에 나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놓여있는 벤치에 한 금발 머리 소년이 앉아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찌나 책에 깊게 빠져 있었는지 되도록 소년이 의식하지 않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고 했지만, 적막의 균열은 민감하게 찾아오는 법이었다.

 

안녕하세요?”

 

금발 머리 소년이 나를 바라보며 인사하고 있었다.

 

 

<47>

 

내가 방해를 한 모양이구나. 미안하다.”

 

아니에요. 마침 책을 다 읽은 참이었거든요. 스톰윈드의 손님이신가요?”

 

정확히는 외교 사절의 동행이란다. 만나러 온 사람이 있으니 손님이기도 하다만.”

 

누구를 만나러 오셨는데요?”

 

처음 보는 소년의 눈은 생기발랄했고 뭐라 표현하기 힘든 순수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스톰윈드에 망명 중이신 그레이메인 국왕 전하를 만나 뵈러 왔단다.”

 

그러셨군요? 괜찮으시다면 손님의 성함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만나 뵙기 쉬운 분이 아니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고맙지만 동행인이 그분을 여기로 모셔오기로 했단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런가요? 혹시 동행인의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브라체 아르웨인이라는 이름을 쓰는 드레나이란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년이 생기발랄한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아르웨인 경이요? 그분이 여기 오셨나요?”

 

그 여자. 꽤 유명 인사인 모양이군.

 

그래. 나는 아르웨인 경의 동행 자격으로 성을 찾은 손님인 타리베 홀스타인이라고 한단다. 그런데 친구는 이름이 뭐지?”

 

나는 질문을 했고, 곧바로 질문을 후회했다.

 

나는 조금 전부터 이 소년에게서 과거에 알았던 한 남자를 투영하고 있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어째서 이 소년에게서 그 분의 모습을 투영하는 건가? 정신차리자!

 

여기는 길니아스가 아니다. 저 소년은 그 분이 아니다.

 

제 이름은 안두인 레인 린입니다. 하지만 다들 가운데 성을 빼서 부르곤 하죠.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홀스타인 씨.”

 

안두인 레인 린. 안두인 린. 좋은 이름이다.

 

반갑구나. 린 군. 괜찮다면 아르웨인 경이 올 때까지 이곳에 있어도 될까?”

 

물론이죠. 도서관에 가시는 거라면 함께 가시죠.”

 

 

<추천과 댓글이 작품 연재의 원동력이 됩니다.>4965



댓글 | 1
1


(5042906)

211.207.***.***

이분 스톰윈드 국왕의 성함을 모르나 보군요. 사실상 금발 + '안녕하세요?'는 무조건...
19.01.0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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