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 [확인불가], 현재시각 [데이터 손상], 위치 : 남위 78.28, 동경 106.52, 해발고도 3488m, 남극 대륙 소재 소비에트 연방 보스토크 기지
블리자드가 창밖을 휩쓰는 동안에도, 유리창과 벽만으로 외부와 격리되어 있는 그 방 안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콰직!"
순간, 나무로 만들어진 뭔가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황급히 뛰어들어온 한 남자, 이런 날씨에 어울리는 순백색 위장복을 입고 있다. 기지 내에서도 소총을 휴대하고, 언제나 경계에 만전을 기하는 -물론 이런 블리자드를 뚫고 공격을 해 올 정신나간 작자들이 있으리란 생각은 안 들지만, 이런 날씨에는 인형들도 기동하기 힘들다.- 모습이 칭찬해줄 만 하다. 하지만.
"나가."
"저....... 장군님?"
"꺼지라고! 안 들리나? 너도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건가!"
황급히 그 병사는 뛰쳐나갔다. 누군지는 관심도 없다. 알려고 하면 당장 알 수 있지만, 내 정신은 도무지 거기에까지 감정을 할애할 수가 없다.
"리코에 페르시카까지..... 이젠....... 나만 죽으면 다 끝장나겠군? 우리 모두 다? 하하하! 하하하! 아주 재미있어! 이 ㅁㅁ들아! 하늘에 있다는 당신, 듣고 있겠지? 당신이 어느 종교에서 믿는 신인지는 난 상관 안 해, 하지만 한 가진 알아둬, 내 앞에 나타나면 죽여버리겠어!"
대답은 없다. 하지만 나의 예민한 청각은 바람소리에 묻혀 인간은, 사실 어지간한 인형들도 듣기 어려울 조그마한 소리를 잡아낸다.
"아무래도..... 충격이 크신 모양이야."
"도대체 무슨......"
"철혈공조라고 알아? 거기에서 무슨 사건이 났다던데... 나비 사건이랬나?"
리코 사망, 페르시카 생사불명, 엘리사는 폭주해 인류에 대한 무차별 학살 개시.
"내 잘못이야."
내가 왜 괜시리 바람을 불어넣었을까.
완벽한 기계가 존재하면, 이 무의미한 전쟁을 그치고, 모든 기술과 모든 자원을 모든 인간이 공정히 분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붕괴액을 연구하면 어쩌면 인류를 구원할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의도는 좋았다.
의도 '만' 좋았다.
이 빌어먹을 폭풍우, 아무리 과학이 발전했지만, 보스토크 기지의 눈폭풍은 아무리 강력한 엔진을 가진 수송기나 전투기도 출격하기 힘들게 만든다. 이륙하다가 자칫하다간 강풍의 방향이 바뀌어 바닥에 쳐박힐 테니, 이런 날씨의 출격은 설령 반중력 엔진 같은 게 있는 UFO가 있다고 해도 힘들다.
폭풍우에 조금씩 섞여 나온 붕괴액 먼지 때문에 통신도 불통이다. 만약 내가 좀 더 빨리 이 소식을 받았다면, 엘리사의 폭주를 내가 조기에 저지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젠 너무 늦었다. 내가 있기만 했으면, 리코도 살고, 엘리사도 이 정도로 폭주하진 않았을 텐데.
'어느 놈들일까.....'
짐작 가는 상대가 없는 건 아니다. 너무 많을 뿐.
내가 있었으면 그 특수부대란 놈들은 엘리사를 노리기는 개뿔, 리코의 발자국도 보기 전에 내 손에 모두 죽었을 거다. 그 배후까지 추적해서 아작을 냈을 거고.
하지만, 내 개인적 욕심 때문에, 내 잘못 때문에........ 리코는 죽었다. 엘리사는 잃었다. 내가 지금 가봤자 진정시킬 수 있을 가능성은 낮다.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엘리사는 스스로 진화하는 AI다. 이미 자기 구조의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면, 나도 대처가 힘들 가능성이 높다.
페르시카는 살아 있을까? 두 사람을 보지 못한 지가 벌써 오래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 직감과, 이성이 불협화음을 낸다.
내 이성은 그녀의 생존 확률이 희박함을 가리킨다.
내 직감은 그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고, 내 도움을 애타게 기다릴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저주스러운 남극의 자연환경은 여전히 나를 이 대륙에서 벗어나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남극 대륙의 모든 인간과 인형, 장비를 통솔할 전권을 가진 나를 말이다.
'그래, 기다려주마, 도시를 세우고, 인구를 늘리고, 연구시설을 확충해 신기술을 개발해주마. 이곳에는 내 통제 하에 있는 인류 최고의 두뇌와 AI 중 대다수가 모여 있으니까. 그리고 군사시설을 확충하고, 힘을 길러 때를 노려주마, 그리고. 그날이 오면...... 이 짓거리를 애초에 시작한 자들 모두, 그리고 그 가족, 친구, 친척들까지, 전부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 주마.'
입 밖으로 으드득 소리가 터져나왔다.
"내게서 소중한 존재들을 빼앗아갔으니, 나도 네놈들의 소중한 것을 파멸시키겠다! 단지 시간이 조금 지체될 뿐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게 내 방식이고, 우리들의 방식이었으니까!"
음....... 일단 제가 설정을 달달 외우는 게 아니다 보니 설정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편의를 위해스토리 진행을 위해 자캐를 집어넣는 등 좀 제멋대로 설정을 변형하기도 했으니 양해해 주세요.
루리웹에서는 첫소설이네요. 사실 다른 데서 소설 연재 중이지만 어딘지는 안알려드립니다. ㅎㅎ
댓글은 작가에게 다음 화를 쓸 힘을 선물합니다!
아, 근데 왜 소설이냐고요?
제 손이 저주받은 손이라서 그린 게 인간인지 철댕인지 뭔지 모르겠으니 여러분의 안구보호를 위해 부득이하게 만화 대신 소설로 찾아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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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천천히! 일단 주인공은 페르시카, 그리고 리코와 절친했다는 설정입니다. 지금은 둘 다 죽은 줄 알고 있고요. | 19.05.31 07: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