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싸움은 끝이 났다.
한 지휘관의 지휘와 활약 아래 적들은 산산이 흩어져 스러져갔고, 작디작은 세력이었던 그리폰이 최종적인 승리를 쟁취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와 그녀들의 힘으로서, 마침내 평온을 얻어낸 것이다.
비록, 그 지휘관은 세상에서 떠나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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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종결된 이후, 격전지 아래서 수많은 엘리드들의 사체 가운데 사랑하는 지휘관을 찾아낸 M4 SOPMOD 2의 얼굴은 울상이 되어 있었다.
그녀와 함께했던 동료들 역시, 눈물을 흘리거나 고개를 돌리거나.
그 중에서도 AK-12는 홀로 지휘관에게 경의를 표했다.
"전쟁이 끝나면 결혼하자고 하더니... 아내 얼굴에 눈물을 쏟아내게 하냐고! 바보 지휘관! 바보같은 남편아!!!!"
SOP2는 끝내 괴성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렸고, M4A1이 말릴 새도 없이 지휘관의 멱살을 잡고 뒤흔들었다.
"입이 있으면 열어서 변명이라도 해 보라고! 이런 꼴로 어떻게 날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건데! 대답해보라고오!!!"
그렇게 뒤흔들렸음에도 미동도 않는 지휘관. 결국 SOP2는 그를 내팽겨치고 M16A1의 품에 안겨 쉴새없이 울고만 있었다.
그렇다. 지휘관은 죽었다.
격전지에 있었던 수많은 엘리드들과, 제4세력의 네임드 니토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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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의 장례를 치르고서, 1년 후.
세계는 평화를 되찾고 그리폰은 평온을 만끽하고 있었다.
한편, SOP2는 ATK 소대의 K2를 찾아가서 어떤 부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희가 하는 방송에 나오셔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거에요?"
"응. 지휘관이 꽤 좋아하는 노래였거든. 지금 지휘관은 없지만,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다면 내 노래가 전해져 갈 테니까."
"그러고보니, 지휘관의 생일이.. 오늘이었네요."
"맞아. 얄궂게도 태어난 날에 죽어버렸지... 그렇기에 노래로 전해주고 싶은 거야. 덕분에 우리가 평온을 얻었다고, 이렇게 잘 살아 있다고."
"그렇다면 그렇게 해 주세요. 지휘관의 곁에서 가장 신뢰받고 사랑받은 SOP2씨라면 가능할 거에요."
"고마워, K2."
"고맙긴요. 저도 이 노래는 상당히 오랫만에 듣거든요.
그로부터 4시간 뒤, 저녁놀이 지는 시간.
관중들이 가득한 ATK 소대의 무대.
K2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ATK 밴드의 K2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모셨는데요. 바로, 그 AR소대의 M4 SOPMOD 2씨입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부끄러운지 얼굴이 벌개진 SOP2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왔다.
"아.. 안녕하세요.. SOP2입니다아.."
"무대에 직접 오르는 건 처음이시니 긴장 많이 되셨나봐요?"
"으.. 응...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있는 건 처음이니까..."
"하하.. 아무튼간에, 이 무대에 오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오늘이 우리 그이의 생일이자 기일이니까. 그이가 좋아했던 노래로 추모하고 싶어서."
"그래서 날 대신해 노래를 부르겠다는 거네."
SOP2의 뒤에서 불쑥 나타난 캘리코. 그녀는 불만인 듯이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ATK의 보컬리스트는 나인데 말이야. 오늘은 실력도 미지수인 인형한테 역할을 뺏기고..."
"미.. 미안. 하지만 이 노래는 내가 부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하아... 좋아. 그렇다면 코러스 정도는 넣어도 되지?"
"응. 나로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으니까."
"으음... 리더 없이 어째 스무스하게 넘어갔지만.. 뭐 상관없겠죠? 아무튼. ATK와 SOP2씨가 부릅니다! <바람의 너를>!"
K2에게서 마이크를 넘겨받는 SOP2. 그와 동시에 캘리코는 무대 한켠으로 비켜섰고, 무대의 조명이 서서히 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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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과 함께하면 더 좋을수도 있습니다. 켜시는건 자유입니다.
BGM: 벨트스크롤 액션RPG <던전 앤 파이터> OST - <바람의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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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바늘 소리, 오르골 소리. 그리고 SOP2의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희미한 기억의 속삭임이 별빛으로 내려와(감싸고)
귓가에 스치는 바람되어 노래하는 멜로디
구슬피 노래를 부르는 SOP2의 목소리는 그녀답기 않게 미세하게 떨렸다.
긴 시간의 저멀리 나에게
지휘관을 그리워하며, 그와 함께했던 생활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SOP2.
희미한 기억의 속삭임이 별빛으로 내려와(감싸고)
긴 시간 저 멀리 난 기억해 그 모습
그녀의 슬픔이 담겨, 무대와 관중석을 메아리친다.
바람을 가르는 시간을 넘어 내 귓가에 울리는
다가올 그날 외침에 어둠은 사라지고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무치게 노래부르는 그녀.
관중들 역시 숨죽이며 그녀를 응시하고 있다.
바람에 실려온 꿈의 조각들 다시 선명해지는
내 안에 숨쉬던 너를 기억해
반주 동안 그녀는 숨을 고른다.
다시금 추억을 떠올리며 그를 추모하기 위해.
희미한 기억의 속삭임이 별빛으로 내려와(감싸고)
귓가에 스치는 바람되어 노래하는 멜로디(들려와)
긴 시간 저멀리 난 기억해 그 모습
그녀의 울림은 무대를 벗어나, 저 하늘 너머까지 울려퍼진다.
만약 지휘관이 하늘나라에 있다면, 그곳에까지 들려주기 위해서.
바람을 가르는 시간을 넘어 내 귓가에 울리는
다가올 그날 외침에 어둠은 사라지고
바람에 실려온 꿈의 조각들 다시 선명해지는
내 안에 숨쉬던 너를 기억해
노래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그녀의 감정도 한계를 모르는 듯이 폭주한다.
자신도 모르는 순간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른다.
흐르는 눈물을 기억해줘 영원히
갇힌 세상속 작은 날개 펼수 없을지라도
자신들을 영원히 기억해주고, 자신들이 나아갈 길을 지켜봐달라는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을 흘리면서.
내 모습 기억해줘 영원히
달라질 이 운명 끝에서라도
그 순간, 저녁놀이 강하게 그녀를 비추었다.
하늘에서 지휘관이 노래를 듣고서, 그녀를 축복하듯이.
바람에 실려온 꿈의 조각들 다시 선명해지는
다가올 그날 외침에 어둠은 사라지고
바람에 실려온 꿈의 조각들 다시 선명해지는
내 안에 숨쉬던 너를 기억해
난 기억해 너를
저녁놀을 받으며 노래하는 그녀는, 마치 성녀와도 같았다.
전체적으로 검게 채색된 그녀였지만, 그때만큼은 마치 눈부시도록 새하얗게 빛났다.
바람에 실려온 꿈의 조각들 다시 선명해지는
다가올 그날 외침에 어둠은 사라져
그녀를 덮었던 어둠이 사라지고, 그녀는 새하얗게 빛났다.
어두컴컴한 과거를 벗어나, 새하얗고 새파란 지금을 살아가듯.
(바람에 실려온)기억속 그 모습만
내 안에 숨쉬던 너를 기억해
난 기억해 너를
오르골 소리와 시곗바늘 소리가 조그맣게 울리며, 노래는 마무리되었다.
노래를 마무리한 그녀의 얼굴엔, 약간의 눈물자국이 남았다. 하지만 후회는 한 점도 남지 않았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그녀들을 찬사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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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또 노래듣다가 감성충만해서 싸질러봤네요.
이 단편작에서 미래의 이야기를 한번 써봤습니다. 죽어간 반려자를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SOP2의 이야기를요.
생각해보니 전편도 그렇고, 왜 노래 제목을 소설 제목으로 정했을까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참고로 이 소설의 솦챠의 이미지는, 제 마음속의 솦챠의 이미지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솦챠랑은 어느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 점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소설과 연관된 팬아트가 올라올지도 모릅니다. 안 올라갈 수도 있고요.
브금이 왜 하필 던X OST냐고요? 노래가 좋아서요. 분위기도 뭔가 슬프고...
그래서 원본 브금도 덤으로 싸고 갑... 으으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