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 사격장에서 소총 병과를 가진 전술인형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탕, 탕, 탕하는 소리, 여러 총성을 내며 탄들이 날라갔고 탄피는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는 상태였다.
"지휘관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나요?"
그중에서 M1 개런드가 우연히 사격장 안으로 들어온 지휘관을 보게 된다. 그리고 지휘관은 뭔가 보람찬 얼굴로 훈련하는 전술인형을 쳐다보았다.
"별 거 아니다. 그저 사격장에서 총소리가 들리길래 한 번 들렀을 뿐이다. 자네는 이미 명중률이라면 최상급에 속할 텐데 굳이 여기서 계속 연습할 이유가 있나?"
지휘관의 말에 M1 개런드는 잠시 할 말을 잃는다.
"그래도 지휘관님,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늘 부지런히 해야 실전에서도 제 기능이 나온다고 하셔서.."
"물론 그 말 했었지. 하지만 그건 소총 병과에게 있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소총 병과는 기본적으로 명중과 관련된 프로그램과 기능들이 여러 개 내장돼 있거든. 즉 소총은 영점만 맞춰도 기본적인 실력은 유지한다는 얘기다. 돌격소총이나 기관총처럼 다중연사가 가능한 녀석들에 한해서 그리 얘기한 거다."
"그렇군요.."
"뭐, 그래도 정 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계속 해도 좋다. 어차피 나중에 네게 알려줄 것도 있고 하니, 그를 위해 미리 여러 경험을 닦아 놓는 것도 괜찮겠구나."
"알려줄 거요..?"
"언젠가 때가 되면 알아서 알려줄 테니 너무 마음 쓰지 않아도 된다."
"지휘관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자, 그럼 오랜만에 M1 개런드의 실력을 봐 볼까?"
"네!"
지휘관의 말에 M1 개런드가 곧바로 사로로 가 사격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이어서 지휘관의 통제의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지휘관의 등장에 어리둥절한 일부 사격장 내의 전술인형도 있었지만, M1 개런드와 지휘관과의 특훈이라고 이내 생각하고 다시 자기 일에 임하였다.
"펑! 펑! 펑! 펑!"
M1 개런드가 표적을 겨낭해 사격한다. 비록 M1 개런드가 사격 시엔 대부분이 오른손에 맞춰져 오른쪽 눈과 손을 쓰지만, 전술인형 중에서 몇 안 되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유독 장전할 떄, 즉 양손을 동시에 써야할 상황일 때 그런 강점이 나타나는구나 지휘관은 생각했다. 명중률 95%, 그녀의 실력답게 엄청난 명중률이었다. 비록 한 발 한 발 나가는 장전 방식이지만, 오히려 그런 장전 방식이었기에 더 훌륭한 성적이었다.
"좋아."
"이번에 제가 새로 개발한 사격술이 있는데 한번 봐주시겠어요?"
자신만만한 얼굴의 M1 개런드가 이번에는 다른 걸 보여주겠다며 자신을 봐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지휘관도 그런 M1 개런드가 어떤 걸 보여줄 지 궁금해 한 번 보기로 생각하게 된다.
"펑, 펑, 펑, 펑"
"호오.."
M1 개런드의 현란한 손놀림을 보고 감탄한 지휘관, M1 개런드가 개발한 사격술이란 건 빠른 장전술이었다. 거기에 명중률도 괜찮았다. 제대로 조준하고 쏠 때보다 그 정확성은 살짝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 정도 수치라면 오차 범위 내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여서 지휘관은 흡족한 얼굴이 된다. 그리고 그동안 이를 위해 고생한 M1 개런드의 고생을 위로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하지만 수동식 장전에도 자동화가 대세인 추세에서 수동화가 자동화를 이길 순 없는 법. 어떤가, 여러 전술인형이 그랬듯 자네도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아보겠나?"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라는 말에 M1 개런드는 살짝 놀란 표정이 된다. 설마 자기에게도 이런 기회가 올 것이란 걸 전혀 생각치 못했던 모양이었다.
"지휘관님, 정말 제가 그 작업을 받아도 될까요..? 아무래도 전.."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나?"
"걸린다기 보다.. 그저 먼저 받아야 할 전술인형보다 제가 먼저 받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그거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받지 못한 전술인형이라도 다 제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는 법이다, M1. 이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이란 건 없다. 모든 거엔 다 뜻이 있는 법이다."
"그렇군요. 지휘관님은 언제나 저희 전술인형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어요. 앞으로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그런가.. 인간에게 있어서 그런 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서 말이지. 너희들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었을 진 몰라도.."
"아무튼 제가 받아도 상관없단 얘기죠?"
"그렇다.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그럼 지휘관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의 몸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염려하지 말게. 다 자네들의 전술적 특성을 고려해 각각의 마인드맵 설정을 차등 부여하고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오늘도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지휘관, 근래에 마인드맵 업그레이드가 자주 이뤄지는 이유는 그게 현 추세기 때문이다. 군과 철혈 측 모두 최소 바이오스 업그레이드에서 최대 메인보드 교체에 따른 기기 변경, 성능 기대치를 올리는 오버클럭과 즉석으로 아예 기본 성능 자체를 향상시키는 나노 테크닉까지 많은 기술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와중에 그리폰도 가만히 앉아서 상황만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 여러 연구와 개발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몇몇 부문에서는 실제로 그런 성과를 거두었다. 비록 군이 개입된 것도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서 다행이야, M1 개런드."
"정말인가요? 지휘관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입니다."
지휘관의 말에 화색하는 M1 개런드의 표정과 달리 지휘관은 좀 걱정된다는 듯이 말한다.
"하지만 일이 빨리 끝났다고 좋아할 건 아니야. 무엇보다 안정화 테스트를 무사히 넘겼다곤 하지만, 아직 전장에서의 문제가 남아 있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중요한 건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무사히 끝난 거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그만 돌아가서 쉬어도 좋다."
"알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휘관님."
그렇게 M1 개런드가 조심스럽게 조아려 인사하고 공방을 나왔다. M1 개런드가 나간 이후로 지휘관은 조용히 M1 개런드의 마인드맵 업그레이드 자료를 말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거 영 불안한데.. 안정화 테스트가 끝나면 안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뭔가 이상해.."
지휘관은 M1 개런드가 나간 뒤 조용하게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생각보다 일이 너무 잘 풀려서 그런 거 같군요."
공방에서 울려 퍼지는 가느다란 여성의 목소리, 지휘관은 그 목소리가 안젤리나라는 걸 감지한다.
"..."
"놀란 눈치군요."
"그야 이런 시간, 이런 곳에 있을 분이 아니니까요."
"오늘은 생각보다 회의가 빨리 끝났어요. 괜찮다면 제가 그 사안에 대해 몇 가지 알려드리려 하는데, 어때요?"
"모두 시간이 없습니다. 서둘러 움직여 주세요!"
M1 개런드가 주축이 돼 그리즐리, M14, 스프링필드 등이 움직였다. 이번 작전은 전면전에 적군의 수가 아군의 수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었기에 그녀의 독특한 장전술이 필요한 때였다. 그리고 후방에선 IWS 2000이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 그녀의 소대를 지원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녀의 목소리가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던 건 요새를 막 점령한 뒤 곧바로 군 인형이 들이닥쳤기에다. 철혈의 전술인형과 달리 군용 인형은 철혈과 그리폰 전술인형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그래서 단기전일 경우 터보코어(Turbo Core)라는 기능을 활성시키는데, 이렇게 되면 평상시보다 더 많은 코어와 기능을 올릴 수 있어서 일정량의 성능이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터보코어는 지속시간이 짧아 장기전의 경우 전투에 필요한 클럭보다 월등히 떨어져 불리해진다. 하지만 바이오스 접근을 해야 하는 오버클럭을 하기엔 너무 급박한 상황, 그 중간에 터보코어 다음으로 액티베이션 코어(Activation Core)라는 걸 활성하게 된다. 이 기능은 터보코어의 상태에서 더 많은 클럭과 코어가 활성해 발열을 상승시키는 조건으로 평소 사용하는 양보다 조금씩 혹은 급격히 가속시켜 성능을 올리는 기술이다. 물론 오버클럭의 발열만큼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더 많은 열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다른 말로 가속한다고 하여 엑셀레이션 코어라고 하기도 한다. 이를 줄여서 AC 코어라 부르기도 한다.
"공격 개시!"
IWS 2000을 제외한 모든 전술인형이 AC 코어가 활성된다. 눈동자가 훨씬 더 진해졌고, 머리색은 반대로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기능이기에 연해진다. 여러 총성이 울리고, 마침내 지형적 특성 덕분에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거기에 다행히 모두 경미한 부상으로 전투가 끝났다.
"휴우.."
소대를 이끌던 M1 개런드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본 다른 전술인형들도 그녀의 장단에 맞췄다. 쉬고 싶은 것도 있었고.
"개런드 씨, 고생하셨어요. 역시 군용 인형을 상대로 아무리 여러 번 싸워도 힘드네요. 행동 예측도 어렵고.."
스프링필드가 조심스럽게 M1 개런드 옆에 와 말을 걸었다. 그러자 개런드는 그녀의 말에 공감하듯 끄덕였다.
"그렇죠. 그런 군용 인형을 상대로 이렇게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이에요."
"그러고 보니 개런드 씨, 장전속도가 엄청 빠르던데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에요?"
스프링필드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개런드를 쳐다본다. 그러자 개런드는 자신의 장전법을 스프링필드에게 알려주었다.
"제 총기와 탄창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이걸 이렇게 하면.."
"오!"
개런드의 장전술을 본 스프링필드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스프링필도 똑같이 그녀의 장전술을 따라해보았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하지만 처음 이 장전술을 접한 스프링필드는 어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프링필드의 탄창과 개런드의 탄창은 약간 다른 점이 있기도 했었지만, 특히나 개런드는 다른 전술인형에 비해 차이점이 있다. 코어가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M4A1처럼 상급 전술인형에 적용되는 공정 기술로 연산하는 주코어와 그런 주코어를 도와주는 더미코어가 서로 하나처럼 묶어 마치 두 사람이 한 개체처럼 움직이게 한다. 이런 코어가 여러 개가 존재해 많은 정보를 연산하고 분석해 마치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공정에도 문제가 있는데, 이런 여러 과정을 거쳐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연산 시간보다 지연된다. 이를 위해 많은 리스크를 요구하는 오버클럭 대신 AC 코어를 적용하는데, 아쉽게도 이렇게 되면 전력 소모량이나 발열이 증가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8세대 전술인형에선 이런 전력 소모에 따른 발열을 해소하기 위해 코어 덮개를 뜯어 분해한 다음 그 위에 열과 만나면 냉각되는 초저열성(超低熱性) 물질을 바르게 된다.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휘관과 카리나는 물론 기술자와 사원들이 이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대책하고 있다.
개런드가 몇 번 더 자세하게 알려주고 다시 실행에 옮기자, 스프링필드가 능숙하게 장전하였다.
"오.. 됐어요! 이렇게 되는 거군요~"
자기 자신도 이렇게 된다는 것에 놀랐는지, 몇 번씩 계속 장전했다. 탁, 탁, 팅, 스윽하는 소리가 마치 하나의 소리처럼 들렸다. 그만큼 그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한다는 증거였다.
"잘하시네요~"
"하하.. 그런가요?"
스프링필드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전투 후 휴식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후우~"
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M1 개런드와 스프링필드가 지휘부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지휘관 대신 카리나가 그런 그녀들을 맞이해주었다.
"전승불패! M1, 스프링필드 등 2명은 전술을 무사히 마치고 복귀하였습니다."
격식을 그렇게 따지지 않는 카리나였음에도 복귀 신고는 주요한 행사이라서 카리나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끝나자 둘은 카리나 곁으로 다가왔다.
"고생했어. 뭐 필요한 건?"
그리고 그녀들에게 물어보는 카리나, 그도 그럴 게 지휘관 부재 시 직접적으로 일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카리나였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M1 개런드 씨가.."
"...?"
스프링필드가 잠깐 걱정의 눈초리로 M1 개런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리나가 본 M1 개런드의 모습은 가히 그녀가 놀랄 만 했다.
"....!"
M1 개런드의 얼굴이 제법 달아오른 상태였다. 이는 공기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열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
"스프링필드, M1 데리고 공방으로 데려와 줄래?"
"알겠습니다."
스프링필드의 치마자락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공방에 도착하자마자 카리나는 우선 M1 개런드의 전원을 끄고, 공기압축 분사기로 부품과 쿨러들의 먼지를 재빠르게 제거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럴 수가.. 이렇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었다니.."
카리나의 심각한 표정에 스프링필드도 무슨 이유 때문인 건진 몰라도 아무튼 걱정하였다.
"큰 문제인가 보군요.."
"내가 너무 방심했었던 거 같아. 최소 반기에 한 번씩이라지만, 그 사이에 이렇게 먼지가 쌓였을 줄이야.."
카리나는 그동안 전술인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방심해진 자신을 보면서 반성하기도 했고.
"아무튼 이걸로 급한 불은 껐네.. 앞으로는 M1 개런드의 관리등급을 올려서 자주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
"그렇군요. 혹시 그 발열 문제가 먼지 때문인 거죠?"
스프링필드가 조심스럽게 카리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카리나는 쌓인 먼지가 전술인형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오호.."
"내가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던 거야. M1 개런드는 구식 총인데, 아무래도 마인드맵 업그레이드가 너보다 느리게 됐으니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그랬다. 스프링필드가 더 오래된 총이었음에도 무사했던 이유는 바로 마인드맵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동시에 쿨러에 먼지 제거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상 이 일은 전술인형이 활동하지 않은 때나, 혹은 휴식 시에 하기 마련인데 오래된 총이나 혹은 전술적 가치가 높은 전술인형을 위주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M1 개런드 같은 인형은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해 이런 난처한 일이 생긴 것이다. 카리나를 M1 개런드를 보면서 조만간 관리에 소홀했던 여러 전술인형들을 며칠 날 잡아서 통째로 해주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후.."
여러 먼지 제거 작업 끝에 현미경으로 대부분의 부품에서 먼지가 제거된 걸 확인한 카리나는 부품을 재조립해 넣았다.
"여.. 여긴?"
정신을 차린 M1 개런드가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카리나와 스프링필드가 그곳에 있었다.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
어리둥절한 모습의 M1 개런드를 보자 스프링필드는 미소를 보였고 카리나도 그랬다. 하기야 그런 일을 얘기해준다면 분명 M1 개런드는 심려를 끼쳐드렸다면서 오히려 상대방을 걱정해줄 게 분명한 전술인형이라서 그저 적당히 둘러대기로 하였다. 그리고 뭔가 미심쩍었지만, 자기 나름대로 받아들이는데 성공했다고 느낀 카리나는 M1 개런드에게 업그레이드를 제안하였다. 프로그램과 연계한 쿨러의 기능 설정 추가가 목적이었다. 더불어 향상된 성능의 부품과 쿨러 교체도.
"휴우.. 다 됐다."
교체된 쿨러를 기반으로 전원을 돌리자, 선풍기 바람에 맞먹는 풍량이 뿜어져 나왔다. 확실히 이전 쿨러에 비해 확실한 성능 체감을 할 수 있었다. CPU와 GPU에 따라 쿨러의 성능도 같이 성장해왔으니 말이다.
"카리나, 뭔가 전보다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엄청나지? 쿨러가 좀.. 많이 오래된 거라 체감이 클 거야. 그동안 내가 교체를 해줬었어야 했는데 미안해, M1.."
"괜찮아요. 카리나님이나 지휘관님 요새 바쁘잖아요. 그리고 저희들 관리한다고 이것저것 뒤에서 많이 하시니까.."
"아무튼 이걸로 이제 발열 문제로 걱정할 필욘 없을 거야. 발열 문제만 해소하면 M1 개런드는 아마 라이플 소총 중에서 장전 속도 만큼은 독보적이니까."
"글쎄요.. 독보적이라 해야 할까요, 스프링필드 씨도 잘하시던데요?"
"스프링필드..?"
M1 개런드의 언급에 카리나의 눈이 스프링필드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스프링필드는 멋쩍게 웃었다.
"아니에요. M1 개런드 씨가 알려줘서 그리 했을 뿐이고, 몇 번 하니까 우연찮게 잘 된 거라.."
스프링필드답게 우선적으로 겸손하게 나온다.
"그래? 하기야 스프링필드도 원래 그런 소총이었으니까. 괜찮으면 대구경 말고 소구경으로 넘어올래?"
농담 삼아 던진 카리나의 말에 스프링필드는 확고한 거절의 의사를 보였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치 못한 카리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니?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이제 곧 있으면 저녁이니까,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쉬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
"알겠습니다."
카리나가 공방 문을 잠그고 집무실로 향하였다. 남겨진 두 전술인형, 스프링필드가 먼저 말을 걸어 그녀와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후아아암.. 졸리네요."
해가 중천에 뜬 오후, 거기다 주말이다 보니 휴일인 오늘은 평소보다 주둔지의 풍경이 화창하고 활짝 갰다. 그곳에서 스프링필드, M1911, M14, 그리즐리 등이 모두 같이 나와 나들이를 하고 있었다. 마치 소풍이라도 온 것처럼 그녀들의 모습에는 여유로움과 아늑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졸릴 땐 자는 게 최고라고 그랬어요. 작전 중이 아니라면."
하기야 M1911은 여러 소총과 함께 지원소대로 수십 번이나 불려나간 적이 있었기에 온몸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 그런 걸 잘 알고 있던 M14는 그녀의 휴식을 허락해주었다. 물론 그곳에 있던 모든 전술인형이 공감하는 분위기였고.
"고마워."
그리고 M1911은 나무 그늘에 기대 낮잠을 청했다. 서늘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자, 오늘은 몇 가지 얘기할 게 있어서 모이게 됐어요."
그중에서 스프링필드가 회의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누군가가 점점 이곳으로 다가왔다. 두 모습을 보아하니 지휘관과 카리나인 듯했다.
"이런 곳에 있었을 줄이야.."
지휘관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각 전술인형들을 바라보았다.
"지.. 지휘관님!"
그곳에서 놀란 건 지휘관 뿐만이 아니었다. 전술인형도 마찬가지였다.
"아, 괜찮다. 우리는 잠시 나갈 일이 있어서 여길 거쳐가는 거였는데, 쉬는 중에 미안하다. 그럼 푹 쉬어라."
지휘관은 그렇게 말하곤 카리나와 함께 가버렸다.
"...?"
하지만 그런 지휘관의 반응에 뭔가 어색했다고 해야 할까, 얼떨떨한 기분의 전술인형이었다. 지휘관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M1 개런드가 준비한 음식을 가지고 왔다.
"음식 가지고 왔어요~"
M1 개런드가 음식을 인원들에게 나눠주는 동안 뭔가 묘한 분위기가 있다는 걸 느낀 그녀는 무슨 일 있었나 물어보자 스프링필드가 이에 답했다.
"지휘관님이 오다 가셨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렇다, 지휘관의 등장으로 모처럼의 휴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한 전술인형들이었다. 마치 긴장이라도 한 듯. 그러자 M1 개런드는 별 일 아닐 거라면서 그런 분위기를 어떻게든 무마하려 했다.
"자, 우선 먹으면서 쉬자구요."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잠시 M1 개런드의 여러 설득 끝에 무거운 분위기는 다시 활기차게 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M1 개런드는 모처럼 있는 휴일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다른 전술인형과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도 했고.
"아아, M1 개런드는 지휘실로 오도록. M1 개런드는 지휘실로."
지휘관의 부름에 M1 개런드는 집무실로 가게 된다.
"전승불패! 지휘관님, 부르셔서 왔습니다."
M1 개런드가 안으로 들어오자, 지휘관은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로 향하였다. 그리고 그녀도 그런 그의 뒤를 따라간다.
"여기면 듣는 사람 없겠지?"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거기에 밤풍경이여서 주위는 캄캄함 뿐이었다. 그에 따라 M1 개런드는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야간 시야로 전환하였다. 사람으로 치면 동공에 해당하는 조리개 부분이 대폭 확장됐다. 지휘관이 온 곳은 바로 인근 탄약고, 그곳에서 M1 개런드에게 새로 지급할 무기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M1 개런드는 영문도 모른 채 온 거였기에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지휘관의 말을 구하고 있었다.
"지휘관님..?"
하지만 지휘관은 M1 개런드에게 줄 병기가 그곳에 없었는지 돌아가자는 말과 함께 다시 사내(社內)로 들어오게 됐다. 그제야 지휘관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너한테 지급할 무기가 그곳에 없었구나. 미안하다, 분명 그곳에 있을 거다."
자신에게 줄 무기가 있다는 사실에 M1 개런드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방으로 들어오게 된다.
"여기 있었네."
지휘관이 발견한 병기는 M14였다. 이걸 본 M1 개런드는 많이 놀란 듯 고조된 목소리로 물었다.
"지휘관님, 이건.."
"생각치 못했지? M14가 기관총으로 변경되서 말이야. 기존의 무기는 쓸모없어졌지 뭐야."
"으음.."
심란한 표정의 M1 개런드, 그녀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지휘관은 예전에 보여준 장전술이라고 대충 짐작하게 된다.
"장전술 때문에 그러니?"
하기야 그럴 만도 했다. 그런 기술은 하루 이틀 한다고 얻을 수 있는 손짓이 아니었다.
"네. 더군다나 M14는 자동화 소총이잖아요. 분명 여러모로 편하게 되겠지만.. 수동식을 따랐던 저와는 방식이 많이 다른.. 아, 아닙니다!"
자신의 의사를 말하려다 그치는 M1 개런드, 지휘관의 뜻이라면 제아무리 상급 전술인형이라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괜찮다. 하기야 내가 너무 급작스럽게 한 것도 있긴 했지. 대구경 소총이라면 모를까, 소구경에서 그런 장전 방식은 아무리 빨라도 요즘 추세에 맞지 않는다. M1. 이게 뭘 의미하는 지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M1 개런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지휘관은 기존의 총기를 폐기할 이유는 전혀 없었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 그 사실도 같이 얘기해주었다. 그러자 M1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이에요?"
"물론.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보구나. 기존 걸 버리고 M14로 교체하겠다는 게 아니야. 다만 전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쓰이길 바랬을 뿐. 좀 오래되긴 했지만, M1 개런드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그렇지요.."
"그럼 우선 그리 알아두고 있고, 수여식은 지금 여기서 간략하게 하겠다."
"네!"
보름달이 뜨기 시작하는 저녁 시간대, M1 개런드가 개선된 총기를 받게 된다.
"M1 개런드! M14 1정, 170654를 이상 없이 수령하였습니다!"
"이제부터 너는 M14이자, M1 개런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M14는 기관총으로 새로 개발됨으로써 기존 총기가 M1 개런드에게 지급되고, 기존의 M14는 다른 지휘 코드로 전환되었다. M14를 지급 받은 M1 개런드, 기본적인 작동은 거의 비슷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수동에서 자동으로 변했다는 거.
"좋아. 오늘도 무사히 있어줘서 고맙다.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 남은 시간 잘 보내고."
"네!"
이전보다 활기찬 목소리가 된 M1 개런드였다. 그 유명한 M14를 자기가 직접 이렇게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수여식을 마치겠다."
지휘관과 함께 공방을 나온다.
"고맙습니다, 지휘관님. 저희에게 이렇게 계속 관심을 주셔서.."
"글쎄, 그럴까. 이게 내가 할 일인 걸."
M1 개런드의 눈가에는 눈물 비슷한 것이 촉촉하게 있었다. 지휘관은 그런 M1 개런드의 변화를 감지하고,
"나중에 보자."
며 그녀를 뒤로한 채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이 기회에 M1 개런드는 확실히 자기 마음을 전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지휘관이었기에 M1 개런드가 성실할 수 있던 건 아니었을까. 보름달이 어두운 밤하늘과 땅을 비췄다.
전용장비 | |||
이미지 |
Generation 2+ 9780XW
0.7NM TRP ZEN- 특수 초미세 공정이 적용된 가속 코어(Acceleration Core)로 기존 전술인형의 CPU보다 더 섬세한 부분을 지닙니다. 상시 준비 상태여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트랜지스터 수 또한 M4A1과 G36의 CPU보다 많은 785억 개가 내장돼 있고, CPU의 트랜지스터 수가 과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자, 인간에 가까운 감정과 사고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원자 단위의 공정 기술 발달로 800억 개를 훨씬 웃도는 CPU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 M1 개런드는 36코어였으나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72코어로 상승, AC 코어 작동 중 코어 한 개당 최대 15Ghz까지 가능하며, 램 용량이 늘어날수록 코어 성능이 약간씩 증가하는 결과를 발견해 자체 오버클럭 기능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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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위 | 인형장비 | 구분 | 칩셋 |
능력치 | 미강화 | 화력+1, 명중+2, 사속+1 | 회피-1 |
최대치 |
화력+4, 명중+5, 사속+2 |
회피-2 |
M1 개런드는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데요. (그리고 마음 속엔 언제나 강하죠.) 특히 수영복 스킨 정말 좋아하고, 뭔가 조용하고 착한 기질이라 좋아합니다. 그런 만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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