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
1. 캐릭터의 캐붕.....은 본편에 설정조차 안 나왔으니 캐붕도 아닙니다(?)
2. 그러니까 극장판에 파파들도 출현 좀...
#0
"그러니까 뉴욕 라이브 도입부를 보면 에리치카님의 아름다움을-"
"하지만 카요찡도 아름다웠다구, 언니!"
"뭐, 사실 안 아름다운 사람이 없지만요"
"맞아 맞아! 아, 그리고 우미씨의 폰데링 헤어가-"
"폰데링... 이라니 그렇게 말하니까 또 그렇게 보이긴 하네요"
"그렇지? 그렇지?"
작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자매의 오순도순한 대화를 문 뒤에서 몰래 듣고 있던 남성은 감격의 울음이 새어나오려는 입을 주먹으로 막고는 안면근육을 억지로 굳혔다. 그러고는 흠흠 헛기침을 한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며 남자가 들어오자 자매는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며 황급히 함께 보고 있던 동영상을 멈췄다. 남자는 조금 쓴 웃음을 내뱉으며 평소와 다름 없는 말투와 모습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또 스쿨 아이돌 영상을 보고 있었구나"
"아, 아버님! 할건 이미 다 해놓고 이건 휴식 차원에서 보고 있는거예요!"
"맞아요, 아빠! 언니도 루비도 할거 다 해놓고 보는거예요! 방금 전부터 봤어요!"
자기 말을 듣자마자 얼른 변명부터 하기 시작하는 딸아이들을 보며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은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건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스쿨 아이돌에 몰두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해야 할 일들도 소홀히 하지 말려무나"
"네, 아버님"
"알겠어요, 아빠!"
"그럼 조금 있다 저녁 먹어야 하니 적당히 보거라"
"네!"
고분고분하게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고 남자의 머릿속에 역시 우리 딸들은 천사야- 라는 생각이 가득 찼으나, 그는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무표정하게 마루를 걸어가던 그는 거실에 도착하자 주변에 누군가가 없다는걸 확인하고는 양손을 올려 머리를 감싼 채 울부짖기 시작했다.
"딸들아! 이 아버지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니란다!"
"너희가 그렇게 아이돌을 좋아하는 모습! 아버지는! 뿌듯해! 뿌듯하다고! 열정 넘치고 우애도 넘치는 모습! 사랑스러워! 역시! 우리 딸들! 최고! 말 그대로 천사!"
"근데! 나는! 왜! 항상! 딸들한테! 이렇게 밖에 못 구냐고! 이게 다 우리 아버지 교육 때문이다! 아버지가 예전부터! 딸들 앞에서도 체통을 지키라고 해서! 나는 우쭈쭈해주고 싶은데! 왜 나는! 행복할 수 없는거야!"
막내 딸과 똑같은 핑크빛 머리카락을 마구 쥐어뜯으며 울부짖는 중년 남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기하다고 해야할지, 가관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걸까. 혀를 쯧쯧 차며 부엌에서 이 일련의 과정을 다 지켜보던 검은 머리의 부인은 그에게로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부드럽게 올리고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여보"
"으흑흙흑흐브흑.."
"적당히 좀 하세요"
"..."
오늘도 솔직해질 수 없었던 쿠로사와 아버지는 또 밀려오는 우울함에 져버리고 말았다.
#1
불꽃 축제의 초대 가수로 참가한 아쿠아. 그녀들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무대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여 저절로 기립박수가 나오게 했다. 그렇게 모두가 끊임 없이 환호하고 박수를 치던 때, 눈물을 훔치며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다이아!!!! 루비!!!! 아빠가 봤어 진짜 잘했어 최고였어 으흑흑흡흐규흑흑...."
"어이, 쿠로사와. 진정 좀 하지?"
"넌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구나 이 망할 마츠우라 놈아"
"하아? 저기 실례하지만 제 딸도 저기 있습니다만, 이 망할 쿠로사와 놈아"
무대가 시작될 때부터 벌써 자기 혼자 감동을 백 배 천 배 퍼먹은 표정으로 울먹거리더니, 다이아의 솔로 파트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고, 후반부에 3학년이 함께 나오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이젠 더 이상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을 하지도 않던 자신의 소꿉친구를 황당하게 쳐다보던 마츠우라 아버지는 눈물을 참느라 살짝 매인 목을 흠흠 거리며 풀고는 다시 핀잔을 주었다. 뭐, 사실대로 말하자면 자신도 딸이 친구들과 함께 저렇게 빛나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어쩐지 콧등이 시큰해지긴 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저 놈은 인간적으로 너무 오버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넌 임마, 부끄럽지도 않냐? 나이 다 쳐먹고 이렇게 우는게"
"흐읍흑흑흡흑... 내가 감동했는데 남이 무슨 상관이냐... 이 마츠우라 놈아"
"이야... 이러고도 용케 그 할아범이 쿠로사와 가 후계자 자리를 주셨구나"
"시끄러워, 마츠우라"
"뭐 임마. 맞는 말이잖아?"
"능력과 감수성은 별도의 문제거든"
"아니, 능력과 감수성이 아니라 걍 제정신의 문제인 것 같은데. 쿠로사와"
"이 감수성이라고는 없는 근육뇌가!"
"나도 울 정도로 기쁘기는 하지만 네놈은 정도가 심하거든!"
"뭐?"
그렇게 한동안 아버지들은 정말 쓸모 없는 말싸움을 이어갔고, 이후 제보를 받고 달려 온 부인들의 등짝 스매쉬를 제대로 맞고 나서야 이 전쟁은 끝이 났다.
(훗날 이 무대를 녹음한걸 딸들 몰래 모여서 함께 볼 때는 딸 자랑을 서로 주고 받다가 또 싸우기 시작한 아버지들이었다)
#2
"안 돼요"
"여보"
"안 됩니다"
"여보"
"안 된다고 했어요"
양 손에 블레이드를 쥔 채, 아내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애원하던 남자는 이것이 통하지 않자 얼른 아내를 와락 안아 버렸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연기하면 안 될까?"
"그치만 이번 한 번이 아니잖아요, 당신! 그리고 이번 회의는 미룰 수도 빠질 수도 없다고요!"
"그럼 당신이 한 번만 대신 가주면-"
"의장이 대타 내세우고 빠지면 참 잘도 좋은 소리가 나겠습니다?"
"여보~"
"당장 회의 갈 준비 하세요"
아무리 들이대도 계속 매정하게 딱 잘라 거절하는 아내의 태도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느낀 쿠로사와 아버지는 무릎을 꿇으며 그녀의 바지자락을 잡았다.
"하지만... 오늘 무대는 우리 딸아이들이 센터잖아!"
"네. 그래서 저는 반드시 보러 갈거고요"
"당신 정말... 치사해!"
"당신 몫까지 응원할게요"
"나도, 나도 보고 싶다고..."
"녹화도 해올게요"
"현장과 녹방은 달라!"
"거 참, 시끄럽네요. 설교 듣고 갈래요, 아니면 그냥 갈래요?"
"죄송합니다"
아내의 설교의 무서움을 이미 결혼 전부터 잘 알고 있던 남자는 얼른 포기하고는 정장으로 갈아 입을 준비를 하러 터덜터덜 방으로 돌아갔다. 이후 개최된 회의에서 가장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우리의 의장님은 돈에 눈이 먼 노인네들이 되도 않는 헛소리를 할 때마다 신랄하게 독설을 내뱉었다나 뭐라나.
#3
러브라이브 결승전 날, 쿠로사와 아버지는 마츠우라 아버지와 함께 어떻게든 표를 구해 함께 참석했다. 물론 부인들 표도 구했는데, 부인들은 부인들끼리 따로 앉았다.
워터 블루 무대가 시작될 때부터 두 사람은 빨강, 분홍, 에메랄드 그린을 마구 빛내며 응원과 콜 넣는 기계가 되었고, 무대가 끝나자 둘 다 이 무대 관람에 모든걸 불태웠는지 좌석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무언의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우승자가 발표 되던 순간, 두 사람은 너무 감격해 자기도 모르게 서로를 와락 껴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림과 동시에 아쿠아의 이름을 몇 번이고 외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정신줄을 잡은 둘은 인상을 구기며 얼른 서로에게서 떨어졌으나... 앙코르 무대가 시작되자 둘은 다시 일심동체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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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인 설정으로는 쿠버지 : (울 아버지 엿먹일 수 있으면서도 우리 딸들에게 어울릴 이쁜 이름이...) 좋아 딸 이름은 다이아랑 루비로 결정이다! 쿠할배 : 쿠할배 : 쿠로사와가의 후계자에게 그런 이름이라니 네놈이 드디어 미ㅊ 쿠머니 : (쿠버지 의도에 격한 공감) 어머 이쁜 이름이네요 쿠할배 : 나중에 전해들은 마츠우라버지 :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이런 프로세스에서(?) 진행된걸로... | 18.06.26 16: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