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바다를 건너 한동안 방문하지 않았던 학교를 향해 걸어가며 이야기가 계속된다.
「내가 이기면 뭐가 좋은 건데?」
「앞으로 카난씨에게 공부하라거나 잔소리 하지 않겠습니다.」
「달리기라니, 난 별로 상관없지만.
그래도 다이아가 자신있게 내기를 걸어온 건 승산이 있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내가 이겼을때 그 외에 뭔가가 더 있어야 하지 않겠어?」
「좋습니다. 카난씨가 이기면, 원하는 소원 한가지를 제가 이뤄드리지요.」
제안은 간단했다. 달리기 승부를 해서 다이아가 이기면, 다이아 본인과 같이 운동과 공부를 계속할 것.
스쿨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다이아의 체력이 늘은 것은 알고 있지만, 이미 머나먼 날의 이야기이고 솔직히 나와는 싸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명가의 따님다운 배짱있는 모습이었다.
언덕을 올라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만들어진 운동장에 들어선다.
요즘은 좀처럼 오지 않는 곳이라서, 이미 졸업생의 기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다이아에게 비밀로 하며 몸을 가볍게 푼다.
「여기 제 스마트폰이 알람을 울리면 시작하는 겁니다.」
「알고 있어. 예전에 연습하던 대로지? 너무 무리 하지 말라고, 다이아.」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리지요. 그리고 알람소리에 귀 기울이는게 좋을 거에요. 카난씨는 둔감하니까.」
이런 부분에서 승부욕이 발동해버리는게 너무나 그녀다워 조금은 놀려먹고 싶은 기분이 되었지만, 진지한 그 모습에 이쪽도 마음을 가다듬는다.
무슨 생각인걸까, 다이아. 주욱 알고 지냈는데도 알 수 없어.
하지만 이것이 친구로서 그녀의 계획이라면, 나도 최선을 다해 마주할 뿐. 의문을 뒤로하며, 스타트 라인에 선다.
......
「Go! Go! Aqours!」
「엣?!?」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분명 이건 곡의 샘플링으로 녹음해놨던, 오랫동안 듣지 못한, 멀리서 이곳에 찾아 왔던 너의 목소리.
그리고 내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사이. 그 잠깐을 기다리지 않고, 다이아는 이미 저만치 앞서나간다.
아아, 알고 있었는데. 가끔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항상 무언가를 준비하는 그녀의 이런 계획적인 모습을 알고 있었는데.
당했구나 하면서 한 발 늦게 그녀를 좇아나간다. 그러자 방과 후 같이 연습하던, 그 시절에 얽혀 찾아오는 기억들이 따라붙었다.
'아시겠어요? 카난씨? 마음의 준비 같은 건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으니, 사람은 항상 모든 상황에 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겁니다.'
'Yes~, 카난은 둔감하니까. 특히, 더 조심해야해~'
'하하. 알겠어, 알겠다니까.'
알고있는데도. 알고있는데도, 쉬어버린 몸에 호흡이 제대로 터져주질 않는다. 마치 긴 터널에 있던 그 꿈처럼.
당황한 마음에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다가, 그 날 너를 뒤로했던 부실이 눈에 들어왔다.
'.......'
데자뷰처럼 연습하던 시간들이 겹쳐진다. 앞을 달려나가는 마리의 모습과 이어서 들려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1학년 교복의 다이아와 내가.
'.......'
뛰어나가는 기억 속의 세 사람을 잡기 위해 발을 더 부지런히 움직이며,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두근'
이건...
빨라지는 호흡에, 심장이 요동치자 깨닫는다.
이건 그 언젠가 늘 함께했던, 맥박이 뛰던 몸에서 넘쳐나왔던 생명의 소리.
셋이 있던 그 시절에 언제나 내게 속삭였던 나의 소리임을 깨닫자, 잊고 있던 결심도 꿈도 다시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이윽고 요동치는 마음에 몸도 가속해, 젖은 땅을 밟는 발소리가 빨라진다.
다이아와의 거리를 줄이고 줄여, 좇고 있던 등을 어느새 뒤로하고 과거의 세 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
2년 만에 다시 올려다 본 우라노호시의 하늘은 새하얀 세계여서, 흐린 구름들 사이로 새로운 바람의 길이 보이는 듯 했다.
「하아...하아...역시 카난씨는 이길 수가 없군요.」
「하하하....고마워, 다이아. 덕분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어.」
그 말을 하자 어딘가 개운해진 얼굴을 했던 다이아는, 후후하고 웃으며 물을 건네주었다.
「아직도 흐리기만 한데...카난씨가 그렇다면 그런걸로 해두죠. 그래서 생각해두신 소원이라도 있나요?」
「...그 전에 들어줘. 나 말야, 그 날 이후로 조금은 후회하고 있었어. 제대로 결심내렸는데도 마리가 옆에 없는게 싫어서, 한동안은 매일 무리하게 운동했을정도로.」
어느새 숨가쁜 호흡을 멈춘 그녀가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다.
「여유가 없다 보니, 좋아하던 것들도 그 날의 결심도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는지 몰라. 하지만 아까 다이아 덕에 모두 기억났어. 그 날 이후로 왜 노력하려 했는지.」
「카난씨....」
「결심했었어. 지금은 서로 떨어지더라도, 그 언젠가 다시 다 같이 꿈을 이루겠다고.
내게 있어서 마리의 미래가 소중했던 만큼, 내가 꾸었던 꿈도, 우리가 같이 꾼 꿈도 소중하니까.
그러니까 마리가 모든 걸 이루게 되면, 찾아가서 다시 셋이서 노래할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해두자고.」
말을 이어가며, 올곧게 나의 눈을 보는 그 모습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눈치챈다. 그 때 시작된 이야기를 아직 끝내지 않았음을.
「그러니까.」
그 날 두고 온 것을 다시 한 번.
「...그 소원 접수하겠습니다.」
이 쪽을 바라보는 그 미소도 어딘가 용서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 이후에 예상보다 빨리, 오히려 이쪽을 찾아온 마리를 돌려보내기 위해 다시 찾은 그 꿈을 숨기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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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된 카난의 입장에서 진행된 이야기였습니다
사람이 아무래도 일상을 계속 반복하게 되면 여러가지를 잊게 되는데
카난은 1학년 때, 마리와 헤어지기 전에 마리를 잊지 않겠다고 본인에게 다짐했었죠
그래서 카난은 성실하게 마리를 기억하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던 스쿨아이돌에 관한 꿈이나 혹은 세 사람이 같이 활동하면서 느꼈던 두근거림을 잊어가고 있었고
마리를 배려한 일이었다고는 하나
도쿄의 그 큰 무대에서 고등학생이 느꼈을 중압감이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에 남아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써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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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는 프롤로그들?
만약 이 목소리가 전해진다면
시간과 공간과 마음의 울타리를 넘어서
둘 중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그 사람에게 다짐하고 싶어
나는 아직 잊지 않았다고
두 사람과 소중하게 있던 이 곳을
지켜내보겠노라고
- 다이아, 빛이 있으라
「우우...미안, 또 부딫혔네―」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가 사과했다.
「아, 아니야? 나야말로」
「요우짱이라면 맞을까 싶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한 기억 속의 그녀에게서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 요우, 거리
도수가 맞지 않는 칼라 렌즈 저편이
게임 속 세계인지 이 세상의 끝인지 알 수 없어서
무심코 리셋을 눌러버릴 것 같은 하루
그런 하루하루를 엮어나가는
나만의 지옥에 찾아온
당신과 반드시 타천계약을
- 요시코, 플러스 마이너스
최대한 캐릭터 입장에서 너무 시리어스하지는 않게 하려고 합니다
파이널 1주년도 있고 HPT도 발매를 앞두고 있어서 그 이후에나 올리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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슼페의 그 보이스가 맞습니다 사실 저 '엣?!'은 모두의 '엣?!'일지도 모르죠ㅋㅋ | 17.03.26 22: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