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두드렸던 그 소리는 무엇이였을까.
「카난! 다이아!」
「...이만 끝내자」
「..........」
애원하는 듯한 레몬 색의 눈동자를 뒤로하며 나간 부실 밖 하늘은 어쩐지 어둡게 느껴져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트로보의 하늘
「카난 씨, 예의 아침 운동인가요? 아와시마도 아닌데 언제나 부지런하네요」
「그러는 다이아야 말로 항상 이런저런 수련에 힘쓰잖아. 나는 그런 거 못한다구?」
「알겠나요, 카난 씨? 습관이 인생을 좌우하는 법이랍니다. 조금은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게...」
「하하. 난 머리보단 몸을 움직이는 편이 좋아서. 휴일 잘 보내!」
「카난 씨, 도망가는 건가요! 카난 씨!」
왜인지 잔뜩 화가 난 다이아를 뒤로 하고 달리기를 계속한다. 아침공기가 너무나 상쾌해서인지, 봄으로 접어드는 길목이라 꽃잎이 날리는 탓인지
이미 제법 멀어진 다이아의 목소리가 귀에 자꾸 들려오는 것 같다.
뒤를 돌아보면 분명 전통인형같은 아름다움이...아..그렇게 인상쓰면 이름 그대로 보석과 같은 그 예쁜 눈가에 주름이 생겨 버리고 말텐데, 다이아도 참.
여전히 무언가를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크게 팔을 흔들어 주고 도움닫기를 하는 것처럼 보폭을 넓혀 다이아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달려나간다. 아아, 오늘도 정말 좋은 햇살.
비스듬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향해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돌리면 거기에는 내가 나고 자란 작고 푸른 섬이 있었다.
고향인 아와시마는 잔잔한 바다와 맑은 공기, 넓은 하늘이 펼쳐져 있어 누구나 오면 느긋한 그 분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나로서는 아주 가끔씩 그 풍경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어서, 멀리 있는 무언가를 동경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할아버지의 중고 망원경으로 자주 하는 천체관측이나, 가업때문에 시작한 다이빙도 사실 모두 그런게 아닐까.
멀리 있는 별님이나 먼 곳에서 찾아오는 돌고래가 거기 있으니까.
이 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전학 온 너를 쭉 바라보고 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지 몰랐다.
「안녕, 카난짱. 늘 열심이네.」
「안녕하세요, 치카는 아직 자고 있나요?」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어제 요우짱과 함께 하루 합숙했었던 여관 토치만을 지나가게 되어, 시마 언니께 인사한다.
치카나 미토언니와는 다르게 어머님의 성격을 많이 닮으신 분으로, 소꿉친구로 묶인 '나, 치카, 요우쨩' 셋 중 특히 요우 짱을 귀여워 하시는 부분이 있다.
요우짱, 귀엽지 귀여워. 언제나 상쾌하게 웃는 얼굴에 성격도 싹싹하니 그 마음은 나도 십분 이해한다.
「아직 안 일어났단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시이타케 목줄 고쳐줘서 고마워.」
「아니요, 무심코 한 거라. 그럼 전 돌아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치카 집에 방문했다가 고장나지도 않은 시이타케의 목줄을 조금 튼튼하게 만든 일로 칭찬을 받고 말았다. 평소에 나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서
시이타케의 목줄도 어쩌다가 해치워 버린 거라고 할까. 그냥 눈에 들어와 버린 거라고 할까.
이렇듯 지나간 많은 일들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채워져 있던 옆자리가 비어버리면 둔감한 나라도 한 번 쯤은 돌이켜 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매일 같은 하루일과를 반복함으로서 다시 생각을 멈추게...아니 멈추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 일과. 태양이 따스하게 지면을 데워나가기 시작할 때에는 치카가 아와시마에 찾아온다.
「카난쨩, 어느새 돌아가버린거야. 일어났는데 없어서 놀랬다구. 자, 엄마가 주는거.」
「안녕, 치카. 얼레? 휴일인데 교복입고 온거야?」
치카는 우라노호시의 교복을 입고 양 손에 귤로 가득 찬 봉지를 든 채였다. 머리도 귤색, 얼굴도 약간은 상기되어 귤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손도 물론....귤색이겠지.
「헤헤~ 가끔은 기분 상 그런 날도 있다구. 카난짱은 몰라주는거야?」
「몰라, 그런거. 그래도 귀여우니까 뭐 상관없나.」
「정말, 카난짱의 그런 부분은 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순수한 여고생의 마음을 훔쳐버리는 거.」
「음? 나, 무언가를 했어?」
「그런 부분도 전부 치사하단 말야. 요우짱도 그렇게 말했다구.」
언제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서 엉뚱한 일만 생각하는 아이다.
요전 날에는 무슨 일인지, 시무룩해 있었는데 그래도 금방 저렇게 기운을 차리는 점이 이 아이의 가장 큰 장점이랄까.
분명 앞으로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저렇게 다시 햇살처럼 웃을거라 생각하며 귤봉지를 받아든다.
「카난짱, 어쩐지 어제보다 야위어 보이네? 그새 살 빠진 거야? 설마, 인기남이라도 실연은 한다는 건가..?」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가 했더니. 뿌뿌! 잘못보셨습니다. 망상 속에서 다이아가 가위표를 들었다.
「무.....무슨 소리야, 그것보다 인기남이 아니야. 이쪽도 여고생이라구?」
「인기남이라고 말한게 그렇게 신경쓰이는거야? 그렇지만 카난짱은 좀처럼 약한 모습 보여주지 않잖아.」
아니, 사실은 약함 투성이야, 전혀 강하지 않아. 하는 말이 목구멍 아래까지 올라왔지만 가까스로 삼킨다. 치카도 참. 이렇게나 쉽게 빈 곳을 파고 드는구나.
「여보세요? 카난쨩? 왜 그래? 갑자기 멍해버리고. 몸, 안좋아?」
「으응, 아니야. 어제 너무 늦게까지 놀아서인지도.」
합숙했던게 어제라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냥하게 물어보는, 그녀의 눈에 비춰진 굳은 표정의 포니테일을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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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시작했습니다
처음 써보는 거라 어떨지 모르겠네요ㅋ
올린 이야기는 카난에 입장에서 진행되고, 좀 길어서 3등분 했습니다
시간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올려서 멤버 별로 시리즈화 해볼 생각인데
읽어보시고 댓글 남겨주시면 참고해서 더 가다듬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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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부다 한꺼번에 올려야 내용상 좀 개운한 감이 있는데 너무 길어서 잘랐습니다ㅠ 일단 Aqours 3인방이 '그 날 다 같이 본 꿈을 다시 찾으러 가는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두시면 될 것 같네요ㅋ | 17.03.24 23: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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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링 위주보다는 제법 진지한 이야기가 되겠군요.(설마 잘못 짚은건가;;) 기대해보겠습니다!! | 17.03.24 23: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