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항에 내린 나는 조금씩 그쳐가는 마지막 장맛비를 맞으며 그냥 걸어서 공항을 벗어났다. 공항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가려는 생각에서였다.
막 1시가 넘어서는 시각........ 늦은 점심이라 하기엔 좀 이른 감도 없지 않았다.
10여분 거리를 걷다보니 흑도새기구이 라는 간판이 붙은 음식점이 보였다.
삼겹살을 굽는 냄새가 내 코를 그 곳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식당으로 들어 선 나는 앉을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로 이미 꽉 차 앉을 자리가 없었다.
다들 나와 같은 타지에서 여행을 온 손님들 같았다.
“그냥 이 곳에 같이 앉으세요.”
뚱뚱한 아주머니가 혼자 식사를 하는 70대 노인 앞 식탁을 대충 치우더니 날 그곳으로 안내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난 노인에게 양해를 구하며 맞은편에 앉았다.
“괜찮다. 어디까지 간?”
노인이 무척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물었다.
아마도 이곳 제주도 분 같은데 말투가 그런 모양이다.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으시네요.”
뚱뚱한 아주머니가 내가 못 알아들었을까 하고 친정하게 통역을 해줬다.
“전 협재리까지 갑니다.”
내가 얼른 대답했다.
“협재? 잘됐네. 혼자 택시타고 가려니 택시비가 아까웠는데.”
노인은 내 의향을 묻듯 날 바라본다.
“아! 예! 잘됐네요. 할아버지도 협재리 사세요?”
“아니다. 난 판포라고 협재리를 조금 지나서 선인장이 많은 동네가 있다. 거기 산다.”
“아! 그럼 같이 가시죠.”
“그래! 젊은이가 반을 내고 내가 반을 내면........”
노인이 거기까지 말을 했을 때였다.
“저도 같이 가요. 셋이 같이 가면 택시비를 더 아낄 수 있잖아요.”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가씨가 끼어들었다.
좀 건방지게도 검은 선글라스를 써서 나이와 얼굴 생김새를 자세히는 알 수 없었다.
“어디간?”
노인 역시 검은 선글라스가 맘에 걸렸는지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도 협재에요.”
아가씨가 날름 대답하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협재 사세요?”
내가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네!”
아가씨는 간단하게 대답을 하며 한 손으로 검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이제 많아야 20살 남짓한 아주 귀여운 눈동자를 갖은 아가씨다.
“뭘 드릴까요?”
뚱뚱한 아주머니가 나와 그 아가씨를 힐끗 보면서 묻는다.
“이집 흑돼지 항정살이 아주 맛있어요. 같은 걸로 시키죠?”
당돌한 아가씨가 한쪽 눈을 끔벅 하며 내 의사를 묻고 있었다.
“네! 그러죠.”
나 역시 특별히 시킬 메뉴를 찾지 못했으므로 그 아가씨 의견에 동의했다.
“나도 항정살을 시킬 걸.......! 이빨 없는 내가 먹기도 좋은데.........”
앞에 앉은 노인도 같이 어울리고 싶은 모습이다.
“그럼 같이 드시죠.”
“그래도 될까?”
내 의견보단 아가씨 생각이 더 중요한 지 노인은 아가씨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세요.”
이 아가씨는 앞에 앉은 노인이 못마땅한 눈치다. 말투부터 찬바람이 쌩쌩 돌고 있다
“여기 옹포물 하나 주시오.”
노인은 그런 아가씨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군데군데 다 빠진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 웃고는 소주를 한 병 시킨다. 옹포물이란 이곳 제주도 소주공장이 옹포라는 동네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호다.
“협재엔 무엇하러 가세요?”
아가씨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툭 치며 내게 물었다.
무척 사교성이 풍부한 것인지 이 아가씨 거침이 없다.
“장사하러 갑니다.”
“장사요? 무슨 장사를.........? 협재 그 깡촌에서?”
“만화방이나 차리려고 합니다.”
“헐......... 만화방을 협재리에? 거기서 장사가 되나요?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군요.”
“만화방이 뭐고?”
아가씨와 나의 대화에 노인 끼어들었다.
“만화책은 아시죠?”
“알지.”
“그 만화책을 돈 받고 빌려주는 곳이죠.”
“파는 게 아니고?”
“네!”
“그걸 어떤 정신 빠진 녀석들이 돈을 내고 빌려서 봐?”
노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옆 아가씨도 노인 말에 동의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날 바라본다.
내가 정말 그럴까 하는 표정으로 아가씨에게 묻자 아가씨가 만화방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항정살이 나오자 불판에 고기를 굽고 늦은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마치 게걸들린 사람처럼 노인은 소주와 고기를 연거푸 입으로 집어넣었다.
아가씨와 내가 먹으려는 것을 방해하듯 멸치젓을 굽는 고기에 다 무치고 김치와 소주까지 곁들여 놓았다.
“아따 잘도 맛 난다.”
침까지 튀겨가며 먹는 노인 덕에 나와 아가씨는 결국 고기 먹는 것을 포기했다.
노인의 방해로 제대로 먹지도 못한 점심 식사를 끝내고 택시를 탔다.
“어르신이 앞에 타세요. 멀미도 안하고 앞도 잘 보이고 좋아요.”
아가씨가 재치 있게 노인을 앞좌석으로 앉게 하고 나와 둘이 뒷좌석에 앉았다.
“꺼억!”
노인이 자주 트림을 하는 바람에 택시 안은 온통 술 냄새와 입 냄새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
특히 택시 앞 창문을 내려놓아서 모든 바람이 노인을 지나 우리에게 오는 통에 냄새가 더욱 많이 났다.
하는 수 없이 난 뒷좌석 유리창도 내렸다.
총알처럼 달리는 택시 속도에 마치 태풍처럼 강한 바람이 나와 아가씨를 때렸다.
아가씨 긴 머리카락이 마구 바람에 날려 내 얼굴을 강타했다.
그 머리카락에 맞지 않으려고 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아직까지 몰랐었는데.
이 아가씨 치마가 너무 짧다.
이미 치마는 바람에 다 말려 허리로 올라가고 엷은 망사 팬티만 내 눈에 들어왔다.
“헉!”
나도 모르게 숨이 콱 막혔다.
실핏줄이 다 보이는 하얗고 투명한 허벅지에 조그맣게 걸쳐진 망사 팬티 옆으로 검은 털이 수북이 삐져나와 있었다.
“으으..........”
나도 모르게 온통 그곳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특히 망사팬티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간 모양이 날 강렬하게 유혹하고 있었다.
아가씨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피한다는 명목아래 고개를 숙인 나지만 이젠 모든 신경이 그곳으로 집중되어 다른 생각은 다 잊고 콩콩 뛰는 가슴으로 나의 시선은 아가씨 망가 팬티 주위에 고정됐다.
덜컹.
택시가 과속방지턱을 과속으로 지나는 모양이다. 내 고개와 아가씨 하체가 흔들리며 하마터면 내 얼굴이 아가씨 하체와 부딪힐 뻔 했다.
갑자기 턱 하고 뭔가 내 목을 누른다.
얼른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이런. 이 아가씨 잠이 든 모양이다.
스르륵 옆으로 쓰러지며 내 어깨를 베개 삼아 머리를 지탱한다.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들고 아가씨가 편하게 어깨를 베고 자도록 자세를 바로 했다.
하지만 바람에 날리는 아가씨 긴 머리카락은 고정을 시켜야 했으므로 난 자연스럽게 이 아가씨 머리카락을 팔로 감싸고 있었다.
흡사 내가 아가씨를 다정스럽게 안고 있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나도 아직 연애를 한 번도 못한 총각인데. 이런 상황이 자연스러울 리 없었다.
심장은 콩콩 뛰고. 비록 아가씨 팬티에서는 눈이 멀어졌다 하지만 이번엔 바람에 벌어진 셔츠 사이로 봉긋한 가슴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내 손이 아가씨 하체와 가슴으로 향하려는 것을 굳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턱.
잠꼬대인가.
아가씨의 손이 묘한 곳으로 움직였다.
바로 나의 허벅지 사이로 턱하니 들어온 것인데.
잔뜩 힘이 들어간 나의 성기를 움켜쥔 꼴이 되었다.
“헉!”
난 무너지려는 이성을 겨우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덜컹.
참 묘한 순간에 택시는 과속방지턱을 넘고 있었다.
“윽!”
이 아가씨 손이 잔뜩 성이 난 나의 성기를 때리고 말았다.
다행이랄까? 아가씨 손은 나의 허벅지 옆으로 미끄러져 내 몸에서 벗어났다.
더 이상 이자세로 있다가는 참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아가씨를 옆으로 밀어 혼자 의자에 기대어 자도록 했다.
총알 같은 택시는 나와 이 아가씨 목적지인 협재리에 이미 도착을 하고 있었다.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이 묘한 아가씨는 나보다 먼저 택시에서 내렸다.
“개업하면 놀러 올게요.”
아가씨는 한쪽 눈을 끔벅하며 인사를 하고는 마을 가운데 좁은 길로 사라졌다.
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부동산 업자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계약한 가계를 찾아가려면 반드시 부동산 업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집 주인은 서울에 있고 이곳 지리를 아는 사람은 오로지 부동산 업자뿐이었다.
다행히 바로 전화를 받았다.
“협재리 해변 가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제가 지금 손님들과 밖에 나와 있거든요. 보시면 해변상회라고 간판이 보일 겁니다. 한번 찾아보세요.”
전화를 받으며 찾아보니 정말 해변상회란 간판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 네! 보입니다.”
“그 해변상회 바로 옆에 대문이 없는 가계가 하나 보이시죠?”
“네! 보입니다.”
“그곳입니다. 문은 곧 업자들이 와서 달아 줄 겁니다. 그럼 이따가 뵙죠.”
부동산 업자와 나의 통화는 끝났다.
부동산 업자가 알려준 가계는 정말 바닷가 모래사장이 바로 문 앞에 펼쳐진 허름한 가계였다.
우선 잠을 잘 자리가 필요한 난 가계 안쪽에 있는 방부터 도배를 시작했다.
침대도 하나 들여놓고. 냉장고와 간단한 주방도구도 준비를 했다.
오후부터 화물로 보낸 만화책과 나의 살림도구가 도착을 했다.
나무를 사다가 책꽂이를 만들고 가계에 간판도 달고 제주도에 도착을 한 다음날 하루를 무척 바쁘게 보내고 바로 2일째 되는 날 드디어 만화방을 개업했다.
간판은 합판에 하얀 페인트를 칠하고 청색 페인트로 해수욕장 만화방 이라고 썼다.
만화책이라야 달랑 1천여 권. 그래도 최 신간으로 구입한 것이다.
바닷가 해수욕장이란 특성을 감안해서 의자는 젖은 몸으로도 앉기 쉽게 나무의자로 만들었다.
해수욕장 만화방 개업식 날.
그래도 화분 하나를 들고 온 손님이 있었다.
바로 택시를 함께 타고 온 그 묘령의 아가씨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개업식.
이미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온 그 아가씨는 옷이 흠뻑 졌어 몸에 달라붙어 있어서 그런지 더욱 유혹적인 자태로 나의 해수욕장 만화방에 들어섰다.
손엔 집에서 기르던 화분으로 보이는 로즈마리가 심어진 조그만 화분을 들고.........
하얀 셔츠가 물에 젖어 검은 부레지어가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었으며.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노란 미니스커트를 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