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잘 하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내가 창조했던 아이들이 삶을 살아간다는 게, 마냥 기뻐할 만한 일인 건 아니었던 걸까.
두둥실, 구름이 떠나간다. 잡을 수 없는 그 친구들처럼.
애초에 어린 내가 썼던 그 글의 정체란 이런 것이였던 걸까.
하늘은 맑고, 구름은 하얗고, 텅 빈 공터에 말뚝처럼 칼로 박힌 내 가슴은 너무나도 아프다.
난 잘 하고 싶었는데. 이게 내 능력의 한계일까.
"찾고 있었어요."
노란 목소리가 들려 온다. 힘겹게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저 멀리, 개나리 색 티셔츠를 입은 여자가 터벅터벅 걸어온다. 누구였더라.
여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여자는 어느 새 내 언저리까지 다가와서는 칼 손잡이를 잡는다.
힘을 주는 신음 소리를 낸 뒤, 칼은 뽑힌다. 피 한방울 나지 않는다.
내 몸이 이 곳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줘요."
여자는 내 몸처럼 흐릿해지는 칼을 땅바닥에 내팽겨치며 말했다. 커다란 힘이 짓이긴 공터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시야가 회복됨에도 여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개나리 빛 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다. 그녀는...
"제가 당신을 찾을게요. 여기서도 당신에게 갈 방법을 찾아낼게요."
그녀는 내 뺨을 만진다. 감각이 흐릿해진다.
그리운 기분이 든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아줘요. 슬프다고, 억지로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말아요."
미소가 보인다. 뺨이 보인다. 코가 보인다.
그녀의 얼굴이 비로소 보이려는 찰나였다.
나는...
왜 이렇게 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십 수 개의 말뚝에 박힌 몸뚱아리는 움직이질 않는다. 나는 이 사람들을 도우려 했다. 내가 만든 이야기 속에서 움직였던 그들에게, 그 속죄로써 나는 해피 엔딩을 선사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불행의 원인이 나라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들은 나를 죽일 수 없었기에, 나를 영원히 가두려 했다.
아프다. 특히 가슴에 박힌 검 모양의 말뚝이 너무나도 욱신거린다.
밤 하늘은 높다. 맑고도 청명하다. 모래알처럼 많은 별이 흩뿌려진 검은 융단같은 하늘에 빛나는 달이 두둥실 떠 있다.
그 아래, 기계 도시에 드문 숲, 숲 중앙의 공터에 나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하늘을 바라본다.
아니, 이게 나에게 주어져 마땅할 결말이였던가.
"이번에도... 너무나 길었어요."
노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본다.
그녀는 내 가슴에 박힌 칼을 빼낸다. 나는 사라져간다. 나는...
슬퍼하지 말라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못한다.
나는 죄인이라는 내 말을 말하지 못한다.
나는 여기서 또 잘못을 저지른다.
나는....
나는 그래도, 이 친구들을 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