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3도 09분, 동경 127도 - 33분
이즈 반도 남동쪽 약 35km
미해군 LA 급 공격원잠 SSN-752 파사데나
-Conn, sonar! 벤트 개방음입니다!
"젠장, 막아야해! 저 자식들이 어딜 어정쩡하게 숨으려고!"
"그...래도 막기 힘듭니다.
맘먹고 부상하는 것 같은데 우리도 같이 부상해서 꼬리를 다시 무는 수 밖엔..."
"그럼 그렇게 해!"
프랭크 중령이 잔뜩 호통을 주자 빌리 소령은 얼른 잠항관에게 말했다.
"Make your depth 80ft. Fifteen degrees up bubble."
"Make my depth 80ft. Fifteen degrees up bubble. Aye, sir!"
부함장의 지령을 듣고 프랭크 중령이 걸걸한 목소리로 다시 소리를 쳤다.
"부함장! 상승각 5도로! 대신 벨러스트를 사용하고 20노트로 증속한다."
"Five degrees up bubble. Sump the vallast 30%! Setting speed 20 knots. Aye sir!"
프랭크 중령의 명령과 빌리 소령의 복창에
파사데나는 아까보단 덜하지만 다시 굉음을 내면서 속도를 높여갔다.
프랭크 중령은 바라쿠타가 부상을 하면서 이동...
즉 바다를 수직으로 자른 단면으로 보면 대각선으로 이동 중이기 때문에
그만큼 수평이동거리는 적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행기가 급강하를 하면
수평비행을 하는 것보다 비행거리가 적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데니! 바라쿠타는?"
-바로 위에 있습니다! 수심은 알 수 없습니다!
"좋아, 상승각 15도로."
"Fifteen degrees up..."
프랭크 중령의 명령에 빌리 소령이 복창하려는데
갑자기 스피커에서 데니 대위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Conn, sonar! 벤트 개방음입니다!
"뭐? 벤트...개방?"
-놈이 잠수 중입니다!!!
"Damn fuck!!!
벨러스트 다시 채우고 잠항각 10도!!!"
바라쿠타가 잠항한다는 말에 프랭크 중령은 혼비백산하여
이번에도 거의 반사적으로 잠항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뒤에 이어진 데니 대위의 보고가
다시 한번 프랭크 중령의 얼을 빼앗아갔다.
-Ah? Conn, sonar! 바라쿠타가...그대로입니다.
"그대로? 뭔말이야? 보고를 잘못했다는 뜻인가? 응?"
-아닙니다. 벤트 개방음은 확실합니다만...바라쿠타는 그대로입니다.
잠항을 하지 않았다는
아...그리고...바라쿠타의 소음이 조금 심해졌습니다.
바라쿠타의 소음이 심해졌다는 말에
프랭크 중령은 문득 한가지 경우가 생각났다.
바로 강제부상법...
벨러스트가 고장났을 때 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벨러스트는 채워놓고 함미타를 10도 이상의 상승각으로 해놓은뒤 증속한 거다.
이 개새끼들...얄팍하게도 노는군..."
프랭크 중령은
다시 한번 게임 프로그램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런 것이 함장의 경력에도 치명적일 수가 있다.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 하나도 상대해서 이기지 못하는 얼치기 함장이라는 타이틀은
말 그대로
자신들의 동기들에게는 영원한 비웃음거리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진급은 아예 포기하는 것이 나을 정도의 불명예였기 때문이다.
이렇게되면 정당한 방법으로 손에 피를 묻히는 수 밖에...
북위 33도 09분, 동경 127도 - 33분
이즈 반도 남동쪽 약 35km
미해군 LA 급 공격원잠 SSN-752 파사데나
이즈 반도 남동쪽 약 35km
미해군 LA 급 공격원잠 SSN-752 파사데나
"이 개자식들...어떻게 손을 써야할텐데..."
언더월드 해군(?) 잠수함들을 어떻게 요리해야하나 고민하는 프랭크 중령은
뒷짐을 지고 사령실 내부를 왔다 갔다하였다.
세 번이나 농락당한 그의 자존심은 꺾일대로 꺾인 관계로
이대로 바라쿠타 무인잠수정에게 뭘 해주지 않으면 안될 판이었다.
"빌리, 어떤 방법이 없을까?"
"글세요...지금 상태에선 언더월드에게 머릿수로 확실하게 밀리는 것 같습니다.
유사시 전투가 발생했을때 원자력잠수함이라는 이점을 사용하기엔
바라쿠타와 너무 가깝습니다.
이대로 꼬리잡기를 하면서 위협행동만 가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전투를 벌이기엔 상황이 상당히 안좋습니다."
"결국 모르겠다라는 것이군."
프랭크 중령은 이미 다 탔는데도 한참 동안 물고 있던 담배를 휙 던져 버렸다.
언더월드가 미국의 요구에 완강히 저항하는 것을 보니
잡아족치지 않는 이상 바라쿠타 무인잠수정은
미국잠수함에게 고분고분하게 얌전히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럼 무슨 수를 써야하는데...
프랭크 중령은 그 '수'가 잘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 망할 개자식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우라질, 정보부라는 녀석들이
언더월드인가 뭔가하는 그런 게임 프로그램에게 탈취를 당한
무인잠수정이 몇척이나 되는지도 몰라?
이런 쓸모없는 새끼들...국가의 피를 빨아먹는 새끼들이라니깐..."
프랭크 중령은 일이 잘 안풀리자 괜히 해군정보부의 탓을 하였다.
이렇게 머릿수에서 압도당한 것은
언더월드가 장악한 무인잠수정의 머릿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보부의 잘못이긴 하지만...
8월 13일 PM 9:42
일미연합사령부
시계의 분침이 8이라는 숫자를 조금 넘긴 시각..
TV의 소음만이 존재하는 자위함대 사령관실엔
나카무라 해장이 혼자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는 뉴스를 보면서 얼굴이 영 펴지지가 않았다.
사태는 점점 최악으로 치닫게되었고
오후에 잠깐 벌어진 미국과 러시아와의 전투가 다시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다행히 러시아가 북쪽으로 침로를 바꾼 듯 하나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오전 11시 20분경 이즈 반도 앞바다에서의 비극적인 사고가 국가적 외교마찰,
거기에 더 심화되어 연쇄적인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였습니다.
현재 이즈 반도 상공에 있는 다케다 기자입니다. 다케다 기자.
-이드 반도 앞바다의 오션 터틀이 정박중인 사고지점 상공의 다케다 기자입니다.
현재 무인 전투기와 잠수함이 엮어진 컴퓨터 오류로 벌어진 비극적인 전투 이후로
이번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 알려진 오션 터틀이라는 해양연구소 주위는
미군의 무인병기들이 완전히 육, 해, 공을 철통같이 방비하고 있고.
저 멀리 오션 터틀 근처에 대기중인 러시아 우다로이 급 구축함도
컴퓨터 오류로 비정상 작동중인 줌왈트 구축함과 함께
오션 터틀을 방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통제에 의해 상황을 정확히 방송해드릴 순 없습니다만...
저 멀리 수십개의 빛들이 보이십니까?
저것이 모두 미해군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폭격기들의 빛입니다.
기자가 손가락질한 방향으로 카메라가 클로즈업 되자
그곳엔 마치 UFO같이 수십...수백개의 빛들이 하늘에서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즈 반도 앞바다에서의 비극적 사고는
현재 각국 언론의 주목을 받음은 물론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사고가 무사히 해결되길 빕니다.
이즈 반도 상공 사고지점 상공에서 NHK뉴스 다케다 기자입니다.
세계적 이슈가 된다라...
그렇다...
수중에서의 많은 교전은 언론들이 몰라도
수상에서의 피터지는 전투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냈을 것이다.
나카무라 해장은 얼른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어보았다.
CNN, BBC, CNTV 등 거의 모든 방송에서
긴급속보로 교전 내용을 계속 보내주고 있었다.
미국의 언론통제도 제대로 안되는 듯
BBC에선 항공모함에 바짝 접근하여 항공기들의 출격을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저 리차드 카퍼 BBC 특파원은 현재 위험을 무릎쓰고
미국과 러시아의 대치현장에 나와있습니다.
이즈 반도 해상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대치가 이루어진지
1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본사에 알아본 결과 러시아측에서도 지쳤는지 아까했던
미국에 대한 단호한 입장표명을 지금은 하지 않...
TV의 헬기가 미해군의 경고를 받았는지 우현으로 급하게 선회하였다.
기자는 방송을 하다 말고
한손으로 안전벨트를 꽉 쥐고
얼굴엔 안간힘을 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카무라 해장은
기자의 행동이 단지 헐리우드 액션일 뿐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반시청자들은 실감나고도 극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하...하하...방금 헬기가 미해군의 경고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방송은 계속 이어지니 시청자 여러분께선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걱정을 안하셨다구요?
하하, 어쨋거나 현재 이즈 반도 앞바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와의 대치는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 함대가 북쪽으로 이동 중이라는 정보를 접수했습니다만
그것이 퇴각선언인지 아니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인지는 러시아 외엔 아무도 모릅니다.
나카무라 해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TV화면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와 막료, 고위 막료장이나 총리대신은 물론 일본 국민...
아니
전세계 사람들이 3차대전 발발을 우려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카무라 해장은
이즈 반도 앞바다에 계류중인 오션 터틀의 민감한 상황에
자위대 차원에서라도 적절하고도 빨리 대처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라고 생각했으나
어쨌든 지금은 현실이 중요한 것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반성은 일을 해결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나카무라 해장은 저곳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아군잠수함을 구하러간 잠수함들에게 해줄 것이 없었다.
"사령관님! 우츠시오에서 발신한 전문입니다!"
나카무라 해장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쿄시로 이등해좌가 사령관실로 뛰쳐들어오면서 냅다 소리질렀다.
나카무라 해장은 확실히 지금 우츠시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그가 지시한 보고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전문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데프콘2가 발령되면서
전 해상자위대의 직접적인 작전권은 자신이 아닌 해막장에게 돌아갔기에
이 전문 역시 작전사령부 확인절차 없이 바로 해막장에게 전달되었다.
즉 전문이 자신에게 도착하는데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리 줘보게."
나카무라 해장은 헉헉거리면서 오른손을 길게 뻗은 코시로 이등해좌에게 다가가선
전문을 건네받았다.
나카무라 해장은 소파에 앉지 않고 선채로 전문을 읽어나갔다.
"이...건?"
갑자기 전문을 들고 있는 나카무라 해장의 손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가늘게 떨리던 나카무라의 손은 천천히 들고 있던 전문을 구겨 버렸다.
"이등해좌! 어서 호위함대에게 섹터5로 긴급출동하라고하게!
아, 그리고 뱃머리 돌린 아사기리와 하츠유키에게도 다시 섹터5로 가라고하게!
난 통막의장과 잠시 대화 좀 해야겠다."
"아, 예! 알겠습니다!"
코시로 이등해좌가 빨리 경례를 붙이고 뛰어나가자
나카무라 해장은 바로 통막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젠장...양키 새끼들 이럴 줄 알았어..."
교환원이 통막의장에게 전화를 연결하는 동안
나카무라 해장이 중얼거렸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에게 적대적 행위를 한 것은 격분해야할 일이지만
일본에겐 지원군 파견의 명분이 생긴 셈이었다.
오히려 나카무라 해장은 양키가 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통막의장이네.
"나카무라입니다.
지금 미국...양키 새끼들이 우리 잠수함에게 적대적 행동을 하고 있다는 보고가
방금 접수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나카무라 해장의 말에
하야토 통막의장은 얼이 빠졌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초후에
통막의장은 짧고 굵은 목소리로 외쳤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