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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장 side-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잡았다. 신기해서 굴로 잡아왔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힘없었다. 배고픈 것 같았다. 고기 줬다. 먹지 않았다. 열매 줬다. 조금 먹고 뱉었다. 살 빠지기 전에 잡아야할 것 같았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굴 구석에서 뭐 했다. 가서 봤다.
아프게 더운 거 있었다! 저거 싫다! 닿으면 아프다! 아빠 아프고 더운 거에 먹혀 죽었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무섭다! 저거 아프게 더운 거 만든다! 저거 찌르면 아프게 더운 거 나온다! 분명하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아프게 더운 거 없애고 도망갔다. 쫓지 않았다. 나 가족 지켜야한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멀리 안 갔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다시 아프게 더운 거 만들었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거기에 계속 앉아있었다.
위험한 거 많이 돌아다니는 때 됐다. 잠 안 자는 거 하나 빼고 나머지 전부 재웠다. 나도 안 잔다. 나 가족 지킨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굴로 온다!
“저 왔어요.”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이상한 소리 낸다.
“저 왔어요.”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굴로 들어온다. 나 주먹도끼 잡았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나에게 온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나한테 처음 보는 이상한 거 준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나 본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처음 보는 이상한 거 이상하게 먹는다.
“맛있어요. 먹어보세요.”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또 이상한 소리 낸다. 위험하지 않은 거 같다. 나 처음 보는 이상한 거 이상하게 먹었다.
평소 먹던 고기와는 다르다. 질기고 물렁해서 오랫동안 씹어야 했던 고기와는 달리 적당히 단단해서 쉽게 조각 낼 수 있었다. 적게나마 고기에서 느껴지던 맛이 존재했으나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다른 맛이 느껴졌다. 이 맛을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알고 있는 단어 중에서 이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응? 그런데 ‘단어’가 뭐지?
핫!? 이상한 거 먹으니 이상해졌다. 하지만 이상한 거 좋다. 꼬리 파닥거린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이상한 거 가족한테 준다. 가족들 좋아한다. 가족들 좋아하면 나도 좋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나 본다. 이상하게 못생겼다. 그래도……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상하게 못생긴 동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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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못신께서 이르시길.
나에게 공물을 바치거라.
공물을 문지르며 간절히 빌거라.
공물에 너의 숨결을 불어넣어라.
그리하면 내 너에게 세상을 지배할 힘을 주겠노라.
이못신 강림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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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 수 없는 의무감을 느껴 말했다.
“아아. 이것은 불이라는 거다. 가연물에 발화점 이상의 온도를 가하며 산소를 공급하면 만들어지는 현상이지.”
하지만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날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내 말을 들을 사람은 나 외에 두 명 더 있었다.
“?”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두 명의 은인이 쪼그려 앉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은인이었다. 나는 어린 은인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은인들은 귀를 쫑긋거리다가 나를 따라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귀여워.
이 기회에 은인의 부족의 구성원에 대해서 밝히겠다. 부족의 구성원은 총 7명. 지도자(가설)인 1명(女), 노련해보이던 전사 2명(男女 1명씩), 비교적 덜 노련해보이던 1명(女), 비교적 덜 노련해보이고 임신한 1명(당연히 女), 어린이 2명 (男女 1명씩).
뭐냐? 하렘이냐? 하렘이야? 엉? 성인 남자는 1명밖에 없지만 성인 여자는 4명이나? 일부다처제 사회냐? 엉? 너 같은 놈 때문에 나 같은 솔로남이 생기는 거 아니냐. 엉? 양심 어디? 엉? 하렘남 다 뒈졌으면. ……물론 하렘남이 없어진다고 그 자리를 내가 차지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리고 이들에겐 일부다처제가 생존에 유리한 걸지도 모르지. 지금은 신경 끄자.
“후우.”
내가 이세계에 온지 하루가 지났다. 어찌어찌하여 외부인인 나에게 호의적인 현지인들(내가 은인이라고 부르는)과 마주치고 어찌어찌하여 그들에게 내 신변을 맡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세계는 아직 불을 지피는 기술조차 없는 원시세계였다.
그렇다. 내가 무엇을 만들어 내든 내가 최초가 되는 세상이다. 불을 피우고, 돌을 깨서 갈고, 문자를 만들면 ‘오옷! 굉장해여어어!’라는 소리를 듣는 세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세계에서 신이 된다!
……그런 거 필요 없으니 원래 세계로 보내줘. 이세계의 신이 되기보다는 원래 세계의 평범한 직장인이고 싶다. 그리고 원래 세계의 직장인이 이세계의 신보다 훨씬 더 잘 먹고 잘 살겠지.
원래 세계라면 수백종류의 음식 중에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을 나는 지금 야성의 맛 한 가득 구운 고기를 입에 넣고 씹었다. 파절이까지는 안 바라지만 소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이 이상은 (지금 당장은) 안 바란다. 깨끗한 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목이 말라서 물이 어디 있는지 은인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말이 안통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할 때 은인들이 땅에 고여 있는 물을 마시는 것을 봤을 때에는 식겁했다. 그런데 문제는 웅덩이에 있는 물보다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한다면 최후에는 나도 그들처럼 땅에 고여 있는 물을 마셔야 할 거다. 그리고 배앓이 확정이겠지.
지금은 은인들이 준 열매를 씹으며 간신히 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주먹 반쪽만한 매끈한 노란색의 단단한 열매였다. 원래 세계에서 슈퍼에서 철이 안 맞고 싸게 파는 과일처럼 단맛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갈증을 해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나는 고기를 질겅이며 불에 나뭇가지를 넣었다.
나는 지금 은인들이 사는 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은인들은 나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었지만 불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이쿠 욘석들, 위험하잖아.”
어느새 나에게 다가와 내 옆에 쭈그려 앉은 이 두 어린 은인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 녀석들은 불이 무섭지 않은지 불을 잡으려고 했다. 나는 재빨리 녀석들의 손을 붙잡았다. 이것을 보면 불을 무서워하는 게 선천적인 게 아니라 후천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린 두 은인들의 손을 잡고 천천히 불쪽으로 옮겼다. 불이 뜨겁다는 것을 알려줘야 함부로 가까이 하지 않겠지.
내 생각대로였다. 두 어린 은인들은 처음에는 꼬리를 파닥였지만 오래지 않아 파닥거림을 멈추고 자기 쪽으로 손을 잡아당겼다. 나는 그 때 손을 놓아주었다. 어린 은인들은 손을 후후 불며 모닥불에서 멀어졌다. 이제 불이 위험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겠지. 그러나 너무 무서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불을 다루는 방법을 나한테 배워야할 테니까.
인간의 부족함을 기술로 보충하는 세계에서 살아온 나는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선 무력하기 그지없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상 나는 은인들에게 나의 신변을 의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능한 것은 아니다. 기술에 대한 지식은 나의 머리에 저장되어 있고 그 중에는 이 세계에서도 유용한 것들이 많았으니까. 나의 지식을 팔아 나의 안전을 사겠다. 그리고 최후에 나는 이세계의 신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세계의 신보다는 평범한 문명 세계의 월급쟁이가 더 잘 먹고 잘 삽니다. 이세계의 신이 될지도 모르는 저는 지금 물조차 제대로 못 마시는 입장입니다.
현대 문명 굉장해!
어쨌든.
그 현대 문명이 없는 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피우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다행히 어린 두 은인은 멀리 도망가지 않고 곧장 다시 내 옆으로 와 불을 바라보았다. 불이 위험한 것은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붙이는 방법을 보여주자.
나는 미리 준비했던 준비물들을 서로 부딪쳐 소리를 냈다.
어린 은인들은 불에서 나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부터 내가 불을 붙이는 방법을 가르쳐주마.”
말은 안 통하겠지만 소리로 흥미를 북돋았다. 효과가 있었다. 어린 은인들은 내 손에 있는 도구들이 뭔지 보려고 나를 향해 몸을 쭉 뻗었다.
“잘 봐라.”
나는 홈을 판 나무토막에 곧게 뻗은 나무 막대기를 갖다 대었다. 그리고 그것을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연소의 3요소는 연료, 산소, 온도. 지금 이 과정은 마찰을 이용하여 온도를 발화점 이상으로 올리는 과정이다. 그리고 일정온도까지 올라가면 여기에 미리 준비한 마른 풀을 갖다 대어 불을 붙이고 다음으로 나뭇가지를, 그 다음에는 장작을 넣어 불을 키운다.
이론은 완벽하다!
나는 열심히 막대기를 돌렸다.
잠시 그렇게 있으니 어린 은인들도 내 행동을 보고 주위에서 나뭇가지를 찾아와 땅에 대고 비비기 시작했다. 나무토막이 아니라서 불은 안 붙겠지만…… 사는 세계는 달라도(어쩌면 종도) 어린아이들은 여전히 귀엽구나.
이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지.
나는 있는 힘껏 막대기를 돌렸다.
나는 막대기를 돌렸다.
나는 막대기를 돌렸다.
나는 막대기를 돌렸다.
나는……
나느으은 마악대기를 도올렸다아.
수 시간동안 막대기를 돌렸지만 불은 붙지 않았다.
땀 때문에 온 몸이 젖었다. 안 그래도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 땀까지 잔뜩 흘리니 죽을 맛이다. 어린 은인들도 내가 하는 행동에 질렸는지 저기 멀리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팔이 아프고 손바닥은 물집이 잡혔다.
어째서지? 어째서 불이 붙지 않는거지? 나의 이론은 완벽했을텐데?
그러나 포기 안 한다. 난 신이 될 남자. 고작 이런 걸로 포기해서야 어떻게 신이 될 수 있을까. 나중에 본격적으로 은인들에게 불을 붙이는 방법을 가르쳐야할 것을 생각한다면 확실하게 내가 불을 붙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한다.
나는 계속해서 막대기를 돌렸다.
“어?”
희미한 연기가 보였다.
현기증으로 인한 착각인가? 아니다! 진짜다!
반쯤 정신이 나간 정신이 남은 반쪽을 불러왔다. 나는 즉시 마른 풀을 연기가 나는 곳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살살 입김을 불어넣었다. 불씨가 꺼지지 않을 정도로 살살.
붙어라. 붙어라. 붙어라.
그리고.
불이 붙었다. 연기만 나던 것이 붉게 빛나더니 작지만 불이 되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불을 만들어냈다. 내가 불을 만들어냈다고!
이걸로 나는 신의 길로 한 발자국 발을 디뎠다.
이것은 한 명의 신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크나큰 도약이다.
비록 그 신이 양 손에 물집이 잡히고 내일은 하루 종일 근육통으로 고생하겠지만 누가 감히 신의 위엄을 폄하하려 들겠는가.
이 땀마저도 아름답……
피시익!
불의 3요소는 연료, 산소, 온도다. 불에 물을 뿌리면 물의 막대한 비열이 불이 붙은 재료의 열을 흡수하여 발화점 이하로 낮추고 물이 연료와 산소가 만나는 것을 차단한다.
여기서 문제.
땀의 주성분은? 물.
굵직한 땀방울이 이제 막 불씨에서 피어난 자그마한 불에 떨어지면? 불이 꺼진다.
불이 꺼졌다.
신의 마음속 불꽃도 같이 꺼졌다.
나는 한참동안 불꽃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인생무상.
모든 형체가 있는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불교 좀 믿어 둘 걸.
불교니까 불 좀 빌릴 수 있지 않을까? 풉풉!(맛이 간 의식의 흐름)
“……난 신이 될 남자다!”
크게 일갈하고 난 호주머니에서 어떤 것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꺼진 불씨에 댔다. 그리고 손가락을 굴렸다.
꺼진 불이, 아니 그것보다 훨씬 큰 불이 나타나더니 마른 풀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나는 거기에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뭇가지를 집어넣고 마지막에는 장작을 집어넣었다.
문명의 기원이 될 불이 피어났다.
나는 경악했다. 그리고 경애했다.
아아. 내가 수 시간 동안 노력해서 간신히 피울 불을 손가락을 가볍게 굴려서 순식간에 만들어 내다니. 이런 것이 널려 있다니.
“현대 문명 굉장해! 라이터 굉장해!”
이세계의 신이 될 남자가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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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게 쓰긴 했지만 핸드드릴 방식으로 단 한 번의 시도로 불씨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그쪽에 재능이 있는 거 맞습니다.
큭 치트스러운 주인공 보정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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