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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아래로부터의 혁명] 본문3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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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화(본문3 27화):http://bb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read/30559763?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4836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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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 국군에 소장 계급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소만, 현재의 국군이 어디 군대라고 불러줄 수 있는 조직이겠소. 언젠가는 우리 군도 역량을 키워야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니 반가운 일이오.”

    

 

  “소장...? 이쪽과 계급이 똑같으시군요.” 한 대원이 케인스와 베이론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여기서는 소장이 최고 계급인 모양이지요?”

 

 

  “그건 아니오. 그로즈니 중장이라고, 최근까지 국군에 몸담은 자가 있긴 있는데...”

    

 

  “잠깐, 그로즈니라고 하셨습니까?” 베이론이 그냥 가볍게 내뱉는 말에 놀라는 투였다.

    

 

  “그 사람을 아시오? 이곳은 초행길인 걸로 아는데.” 저쪽에서 놀라니 베이론도 따라서 놀랐다.

 

 

  “아, 아닙니다. 헷갈린 모양입니다.”

 

 

  아틀란티스 제국은 루시드 공화국, 카테스 왕국과 국경을 접할 뿐 아니라, 한 국가와 더 만나고 있었다. 그로니즈 공화국. 그곳의 총통인 그로딕의 아들의 이름이 그로즈니였다. 동명이인인지라 순간 이곳의 그로즈니 중장과 헷갈리고 만 것이다. 그래, 거기 있는 사람이 갑자기 여기에 떡 하니 나타날 리 없지. 더군다나 일개 중장 신분으로.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다. 그로니즈 공화국과, 아틀란티스의 본토까지의 거리감을 생각하면... 수 만 광년이라는 거리를 두고 동명이인이 존재하는 셈이었다. 둘 중에 더 억울한 쪽을 들라고 하면 이곳의 그로즈니 중장이라는 사람일 것이었다. 왜 하필이면 그 사람과 동명이인이어서...

 

 

  어쨌거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케인스가 소장, 베이론과 이상이 각각 전직 군인으로서 소장, 대령이었다면 계급 상으로 우위에 있는 그로즈니 중장의 지휘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어째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거야 뭐, 오래 머물 것도 아닌 이쪽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알아서 할 일이지만.

    

 

  “계급이 뭐 큰 의미가 있겠소.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국군에서 쫓겨난 몸들, 다만 현역 때의 계급에 따라 지휘 체계를 구축한 것일 뿐이오. 물론 현역 군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소장이나 중장이나 지휘권이 좁긴 마찬가지요.”

 

 

  베이론은 그로즈니에게 관심이 가는 것을 은근히 막고자 했다. 가능한 한 높은 계급의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모양인데... 계급으로 따지고 들면 주도권을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자존심을 굽혀가며 아들 내지는 손자뻘인 케인스의 뜻에 따르기로 한 다음에야, 그런 일을 용납하면 너무나도 손해다. 단장인 이상 놈 대신 부단장인 나와 먼저 만나고 싶다고 했으니,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하자.

    

 

  케인스는 이 둘의 대화를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케인스와 흑기군 단원들 간의 관계가 그렇듯, 이 대화 또한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첫 만남이니 당연한 일이다.

 

 

  공통분모가 있다면, 케인스 자신과 깊이 교감하지는 못한다는 것 정도일까. 베이론은 케인스의 소개에 따라 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눈치지만, 속에 조그마한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금도 있고, 교관도 있으니...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저, 부단장이라고 하셨으니 단원들이 저희의 지시에 따르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단원들의 개별 역량을 일일이 평가할 시간은 없으니, 단원들에 관한 정보를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보다도...”

    

 

  케인스는 생각했다. 이제 베이론의 정치성향에 관한 질문이 나올 것이다. 간부진의 성향이 사회주의와는 멀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 질문은 직접적이리라.

 

 

  “정치에 관한 개인적인 입장을 여쭙고 싶습니다.”

 

 

  베이론으로서는 뜻밖의 질문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정치성향을 묻는다니. 순간, 그들의 고향이 자본주의 진영의 맹주라는 짤막한 소개와, 케인스가 보여준 글 속에 담겨있던 정보들을 떠올려 자신이 내놓아야 할 대답을 급조했다.

    

 

  “국제정세에는 어둡지만, 현 체제가 가장 안정적인 체제라고 생각이 드오.”

    

 

  자본주의, 사회주의. 이 둘의 본질을 설명하라고 하면, 자신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주류 체제라고 한다면, 이 대답은 상대방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으리라.

 

 

  베이론과 좀 더 대화를 나눠보고 그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이 끝났다고 판단한 그들은 다음으로 흑기군의 단장인 이상과 만나보았다. 베이론과 케인스는 백인인데, 그는 황인종이라는 사실이 잠깐 눈을 스치고 넘어갔다.

 

 

  이상과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그들은 그에게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정신 지배를 받는 사람처럼 눈동자가 좀 멍해 보였다. 보통 사람이면 몰라도, 군인으로서 훈련을 받은 그들의 눈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잡아내고 있었다.

 

 

  케인스를 돌아봐도, ‘NO’라는 대답을 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하긴 케인스가 정신 지배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려 했다면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당장에 이 나라를 바꾸려 들었겠지만- 케인스가 이 사람에게 정신 지배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어도, 적어도 뭔가를 알고는 있으리라. 하지만 말해줄 생각은 없는 듯 보인다.

 

 

  그들은 이상이 자신보다 훨씬 어린 케인스에게 협력하기로 했을 때, 그 충격을 잊기 위해 스스로 정신 지배를 걸었으리라는 상상은 하지도 못했다. 쉽게 할 수 없는 상상이기는 했다.

 

 

 “흑기군을 훈련시키는 일에 관해 잠깐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불렀습니다. 다들 한때 정규군에 있었던 몸들이라지만, 그것도 한때의 일이니 훈련이 필 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하십니까?”

    

 

  그 주체가 누구든, 누군가로부터 정신 지배를 받고 있다면 의미 없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카르드로부터 넘겨받은 기초정보에 따라 백인인 베이론을 먼저 만나본 건데, 얼떨결에 옳은 판단이 되어버리고 말았군. 그래도 아직 확신할 수 없으니 대화해보기로 한다.

    

 

  “...동의하오.”

    

 

  “전투 훈련뿐만 아니라, 비전투 훈련도 병행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행정 실무...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곳 군인들도 단순 전투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와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스스로 건 정신 지배가 케인스 곁에서 되살아나 사고력이 극도로 제한된 탓인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들은 단장이라는 사람도 부단장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니 뭐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이렇게 멍한 상태라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훨씬 어린 케인스는 저토록 정치적 색채가 강한데, 나이가 많은 이 사람들이 오히려 더 옅다니... 이들의 훈련에 전념을 다 해도 조국에 위협은 되지 않겠군.

 

 

  굳이 그들의 색채를 판가름해보자면, 왼쪽보다는 오른쪽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색채가 확실하지 않다면 이번 협력을 통해 케인스가 단원들을 물들이기 전에 이쪽에서 단원들을 물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머지 단원들은 단장, 부단장의 명령에 따라다니는 입장이라니, 테티스의 지시에 따라 이들을 훈련하는 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훈련을 빙자해서 이 조직을 장악한 다음, 이 조직을 시작으로 아틀란티스에 카테스 왕국의 이념을 심으리라.

 

 

  철기대에서 흑기군을 가르치면 자연히 카테스 왕국의 전술과 이념이 그들의 몸에 배이게 되고, 카테스 왕국의 생산 플랜트를 통해 생산된 장비가 들어오게 되면 흑기군을 시작으로 재건될 아틀란티스 군에 더더욱 깊은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리라.

 

 

  때마침 케인스와 테티스가 철기대에 요구하는 사항은 전투 훈련에만 국한되어있지 않다. 그들이 전투원으로서 활약하게 할 뿐 아니라, 비전투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각종 교육도 그들이 받은 주문이었다. 전투 훈련이야, 정규군 경력이 있는 초능력자들이니 비중을 줄여도 될 것이다. 오히려 비전투 훈련의 비중을 키워야 한다.

    

 

  테티스의 지시는 케인스에게 약속된 자금을 지속적으로 들여보내고, 아틀란티스 군의 재건을 도우라는 것까지였지만, 철기대 대원들은 거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아직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이 조직을 빨아들여- 이왕이면 자신들의 조국과 친한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기반을 만들고자 했다.

    

 

  단장, 부단장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관찰하기 위해 잠시 퍼졌던 대원들이 본대에 합류하여 흑기군의 훈련 방향을 토론하기 시작했다.

 

 

  “장비는 열악하지만, 그거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비도 있고, 본국에서 지원이 온다니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5만 명 정도의 그리스듐 장비는 어렵지 않게 마련될 겁니다.”

  

 

  “사상적인 면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니, 그럼 우리가 고민해야 할 건... 이 조직의 수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단 전념을 다 해보기야 하겠지만...”

    

 

  전념을 다 하되 정말로 중요한 것들은 빼고 이야기를 해주느냐, 그럴 필요 없이 전격적으로 도와주느냐 하는 주제가 그들의 입에 올랐다.아무리 명령이 있었다고 해도, 걱정할 만한 조직이 아니라고 해도 흑기군 단원들은 어디까지나 외국인들이다.

 

 

  감당하기 힘든 적군이 아닌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다 한들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사상적으로도 문제가 없었으니 기사단장 각하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맞다.

    

 

  그들의 대화는 점점 케인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념 문제로 걸고 넘어 지던 이들도 이념 문제를 ‘문제 삼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문제로 만들지 말고’ 흑기군의 훈련을 도와 이곳에 시오니즘의 꽃을 피우자는 것이었다.

    

 

  “흑기군 단원들을 보아하니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철기대에 통역기가 있으니 언어 교육은 시급한 문제는 아닙니다. 바로 행정 실무나 군사 훈련 같은 것에 치중할 테니, 흑기군이 사용할 장비에 관한 문제는 그쪽이 기사단장 각하와 상의하여 결정하십시오.”

 

 

  케인스 앞에 내던져진 결론이었다. 케인스는 그들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동시에 손을 건넸다. 대원 중 한 명이 그 손을 맞잡음으로써 사회주의자와 자본주의자가 악수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흑기군의 일은 대충 정리된 것 같으니 이제 다른 일을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 일전에 카르드의 암호에 맞춰 작성한 암호문을 테티스에 보내놓긴 했지만, 당사자에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으니 국경 너머 카테스 왕국으로 첩보 훈련을 보내기 전에 마중 정도는 나가야 할 것이다.

 

 

  흑기군의 훈련, 제국 곳곳에서의 정보 수집, 김범혁과 그 외 초능력자들의 훈련에 관한 일- 이 모든 일은 당사자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머나먼 거리를 두고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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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딕은 히틀러 따가리 출신이지만, 롬멜 같은 사람은 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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