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두 젊은이는 시시한 잡담을 나누고 있다.
"맨드레이크라고 알지?"
"응?"
"어? 몰라?"
"그게 뭔지 알아야 아는지 모르는지 말하지."
"뭐, 있잖아. 뿌리부분이 사람처럼 생긴 식물인데 뿌리채로 뽑으면 뿌리에 있는 사람처럼 생긴 부분이 비명을 지른다는..."
"아아~ 만도라고라?"
"아, 넌 그렇게 부르는구나."
"그렇게도 불러? 만도라고라를 맨드레이크라고도 부르나?"
"보통은 그렇게 부르지. 오델로를 오셀로라 부르는 것처럼."
"으음~"
참고로 독일에서는 알라우네라고 부른다.
"그런데 만도라고라는 왜?"
"넌 그 존재를 믿나 해서."
"그거 환상종 아니야? 애초에 있다해도 그건 남부 유럽이나 지중해쪽에 있는 식물이고."
실제로 맨드레이크는 뿌리가 사람 하체처럼 생겼다고 한다.
"그럼 안 믿어?"
"있어야 믿지. 그러는 너는 있다고 생각해?"
"나는 있으면 위험하겠지 싶어."
"뭐야 그게..."
"그래서 말인데."
그렇게 어느 풀숲 근처에 선 그의 친구.
"응? 왜 그러는데?"
"어디보자... 이 근처에 있을텐데..."
"뭔데 그래?"
"아! 찾았다. 이거 보이지?"
풀숲에 멈춰서서 무언가를 찾던 그의 친구는 땅에 자라난 어떤 식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뭐야? 이건 처음 보는 식물인데."
"그치? 이게 뭔줄 알아?"
"처음 본다고 했잖아. 어떻게 알아?"
"이거 맨드레이크야."
"뭐?"
참고로 이 두 젊은이가 밟고 있는 땅은 동양의 어느 나라의 땅이다. 맨드레이크가 자라는 서양이 아니라는건 누가 생각해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뽑아봐."
"잠깐! 잠깐잠깐!"
"왜?"
"갑자기 뜬금없이 뭔소리야?"
"말했잖아. 이건 맨드레이크고, 이걸 뽑아보라고."
"왜 그런 소리를 하냐 이거잖아."
"길 가다 맨드레이크 얘기를 꺼내고 이렇게 풀숲에 오는 것만으로 충분히 복선이지 않아?"
"뭔 소리인지..."
"어쨌든 뽑아봐."
"어째서?"
"맨드레이크의 존재를 확인해봐야지."
"....."
도대체 어디서부터 따져야할지 생각하는 그였다.
"잘 들어. 일단 여기는 서양이 아니야. 유럽도, 지중해도 아니고, 가지과 식물인 만도라고라가 자연적으로 자랄 환경이 아니라고."
"알아."
친구의 빠른 인정.
"그런데 이게 왜 만도라고라야?"
"이건 학명의 그 맨드레이크가 아니거든."
"뭐?"
"아까 말했지? 뽑으면 소리 지른다는."
"너 설마 그 전설 속의 식물이 이런 흔한 공원 풀숲에 자라있다고 말하는거야?"
"어."
"....."
지금 눈앞에 전설이 있다는 사실에 뭐라 할 말을 잃기는 무슨, 그는 그저 어이없을 뿐이다.
"뽑아봐."
"잠깐만!"
"또 왜?"
"몰라서 물어? 내가 이 풀을 뽑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지. 이게 설령 만도라고라다 하더라도. 애초에 이게 어떻게 그 전설 속의 만도라고라라는건데? 뽑으면 사람을 미치다 못해 죽게 할 정도로 비명을 지르는 녀석인데. 게다가 이렇게만 봐서는 그냥 풀이야. 뿌리를 봐야 만도라고라인지 아닌지 알 수 있잖아? 근데 뽑으면 어떻게 되겠어? 비명을 듣겠지? 비명을 들으면 미치다가 죽겠고.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아? 네가 이걸 만도라고라라고 주장하는건 러셀의 차주전자와 같은거라고."
"아, 그거? 흙을 살짝 파보니까 줄기 밑에 사람 얼굴 같은게 있던데?"
"뭐여!?"
"거기다 햇빛 좀 받으니까 눈을 좀 뜰랑말랑하길래 다시 흙으로 덮었지. 봐. 여기 흙을 다시 덮은 자국."
친구의 말대로 풀 주위에는 흙을 다시 덮은 자국이 있었다.
"......"
"왜?"
"아니. 지금 네 말이 엑스칼리버가 꽂힌 바위를 부숴서 칼을 뽑은 것처럼 어이가 없어서."
"뭐 어때? 어쨌든 이건 맨드레이크라는걸 알았으니 됐지."
"...."
"이제 뽑아봐."
"싫어!"
"왜?"
"미쳤어? 네 말대로 이게 그 전설 속의 만도라고라면 뽑자마자 죽는거잖아!? 그런데 내가 뭐하러 뽑아야 하는데?!"
"원래 전설은 다소 왜곡된 형태로 전해진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전설이지. 어쩌면 실제로는 뿌리가 살아있는 사람 같을뿐일수도 있잖아?"
"네가 이거 살짝 파보니까 눈뜰려 했다며? 그럼 확실한거네."
"아, 글쎄 괜찮을거라니까. 한번 뽑아봐."
"아,싫다니까! 뽑을거면 네가 뽑아."
"나는 맨드레이크의 존재를 직접 확인해서 괜찮아! 하지만 너는 애초에 있다는걸 믿지도 않았고, 이게 진짜라는걸 듣기만 했고, 뽑지도 않았어. 맨드레이크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직접 뽑아야 해!"
"아니, 애초에 만도라고라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길래 내가 직접 뽑아야 해? 이게 내 인생에 필요가 있긴 해?!"
"직접 뽑아봐야 다음에 맨드레이크가 자라는 풀이 어떤건지 알고 다음에 안 뽑지!"
"네가 이거 만도라고라라며? 그럼 이 풀인거 기억하면 되겠네?! 아니, 그보다 괜찮다면서 이걸 왜 다음에 안 뽑는다는거야?"
"아차...."
"너 솔직히 말해봐. 이거 대체 뭐야? 뭔데 뽑으라는건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거 보여?!"
"어? 내 지갑!? 어느새...!?"
어느새 그의 지갑을 들고 있는 그의 친구는 협박을 시도했다.
"야! 내놔!"
그가 지갑을 돌려받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잡을 수 없었다. 피했다기보다는 아예 잡히지 않는 뭔가 이상한 감각이였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당장 그 맨드레이크 안 뽑으면 이 지갑 확 태워버린다!"
"그, 그런..!"
"빨리 뽑아!!"
"크윽! 대체 이게 뭐길래 10년지기 친구가 저런 쓰레기가 된거야?"
"뭐해!? 빨리 뽑으라니까아!!!"
"알았어! 뽑을게! 뽑으면 되잖ㅇ..."
"잠까아안!!!"
"응?"
"뭐야!?"
고작 풀 뽑는데 지갑이 인질로 잡힌 그의 위기상황에 나타난 제 3자. 그의 비주얼은 상당히... 문자로 표현하기 뭐한 모습이였다.
"누구세요? 지금 제 지갑이 큰일이라 바쁘거든요! 제 3자는 끼어들지 마시고..."
"어허이이이이이이이!!!!!"
"!?"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오!!"
"....뭐지?"
갑작스러운 고함. 이때 지갑을 인질로 잡던 그의 친구의 안색이 상당히 나빠졌다.
"갈거면 곱게 갈 것이지 친분을 이용해 길동무를 만드려 해애? 너는 이미 사람이 아니야아아아아!!!"
"뭐야? 뭐냐고 대체!?"
"쳇. 눈치 챈건가?"
"뭐?"
"이대로 지옥에 갈 것이냐 아니면 미련을 버리고 순순히 떠날것이냐?! 곱게 떠나지 않으면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지옥에 보내버리겠다!"
"아, 알았어. 갈게. 가면 되잖아."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 어째서인지 그의 친구는 영 아닌 비주얼의 제 3자와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데..."
"하아... 뭐긴 뭐야. 한순간의 감정 때문에 내가 쓰레기가 된거지."
"뭐?"
"자. 여기 지갑."
"우앗!"
그의 친구는 갑자기 태도가 변하더니 지갑을 돌려주었다.
"하아... 미안하다. 정말... 내가 진짜."
"야.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데?"
"그래도... 와줄거지?"
"뭐?"
그의 입은 움직이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의 몸과 함께 서서히 희미해졌다.
" "
"어?"
그리고 한순간. 그의 눈앞에 친구는 사라졌다.
"....어어? 뭐야? 마술? 야! 어딨어?"
"그는 갔다."
"네?"
어딘가 착잡한 표정을 짓는 제 3자는 모자를 눌러쓰면서 더 이상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잠깐만요. 당신은 누군데 아까부터 끼어든거에요?"
"너무 자세히 알 건 없네. 모든건 저 풀 때문인거지. 저 풀 하나 때문에 억울하게 떠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런건...."
그렇게 말한 제 3자는 가방에서 어떤 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는 친구가 맨드레이크라고 부른 식물에 병에 들어있는 액체를 끼얹었다.
"저, 저기 뭘 뿌리는거에요?"
"염산일세."
"아니, 공원 풀숲에 왜 염산을...!"
"이 풀이 무엇인지는 알지 않나? 이건 해로운 풀일세!"
"......"
"후우~ 이걸로 됐군. 그럼 이만 가지."
"....."
정말 알 수 없는 일을 겪은 그였다.
"어?"
그때 울리는 그의 휴대전화에 벨.
"여보세요? 네. .......네?"
그는 친구가 병원으로 실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서 죽었다는 친구는 방금전까지 잡담을 나누다 지갑을 인질로 잡는 촌극을 벌이다 갑자기 사라진... 그 친구였다.
"....대체 뭐냐고? 아까부터..."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사진을 본 그는 복잡한 심정이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