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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위로부터의 해방] 스토리 수정판: 케인스&흑십자회 첫대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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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화(스토리 수정판 1): http://bb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read/30559614?

  작가의 말: 흑십자회 아재들 스토리 수정판은 이걸로 끝입니다. 이 이후는 기존과 동일합니다.

====

 

 

  이렇게 즉석 해서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끝까지 함께 할 수는 없는 사람을 구분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들을 말로 포섭한 뒤에 공평히 대우할 생각이었지만, 결국 힘을 사용하게 되고야 말았고, 그렇게 해서 잠재적인 비우호적 세력이 걸러진 다음이니 이 조직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이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 좋을 터였다.

 

 

  이러한 차별 대우는, 그들 스스로 한참 어린 사람의 밑으로 들어가 더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곧이곧대로 따르는 데서 언젠가는 괴리감을 느끼게 할 것이고, 이상처럼 자기합리화를 위해 자기 자신을 세뇌하여 진심으로 따라오는 이들로 바꿔줄 터였다.

 

 

  이 단계를 거친 뒤에도 여전히 다른 마음을 품는 이들은 어쩔 수가 없다. 으레 권력이란 나눌 수 없는 법이니...

 

 

  오늘의 걸음은 앞으로의 과업을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과연 조금 전의 초능력 사용이 효과적이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걸음을 조금 떼놓았다. 공격하려는 것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자들이 자신이 발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같이 뒤로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성공적이다. 그래, 이왕 힘으로 설득하기로 했는데, 5만 명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600억에 달하는 적군을 상대할 길이 없을 거다. 여기서 끝난 덕분에 이 이상으로 초능력을 사용해야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들은 전부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설명해달라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요구에 응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 스스로 잘 느꼈을 터였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 깊은 상처와 함께 인간으로서 가지는 근본적인 욕망을 흔들어 놓았으니, 외상은 입지 않았더라도 그 충격이 꽤 컸을 것이다.

 

 

  “여러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총리님의 명을 받고 여러분들을 죽이기 위해서 왔다면, 뭐 하러 힘들게 대화를 시도하겠습니까? 조금 전에 어떤 분이 지적해주신 직인은 이곳의 주둔군 사령관이신 그로즈니 중장님의 직인이었을 겁니다.”

 

 

  능력을 사용하기 전에 누군가가 총리대신 빌뇌브의 직인이 명령서에 찍힌 걸 봤다며 다른 단원들의 감정을 고조시킨 일을 상기했다. 비록 그가 명령서에 찍힌 글자가 보일 리 없는 먼 거리에서 그런 말을 내뱉긴 했지만, 그에겐 딱히 악감정은 없다.

 

 

  그것과는 별개로 단원들에게 증거를 내보이기 위해 기껏 찢은 종잇조각을 다시 이어 붙였다. 직인이 찍혀 있기는 있었다. 주둔군 사령관 그로즈니 중장의 직인이. 빌뇌브의 이름은 제국 표준 양식에 따라 총리대신의 이름을 표기하는 부분에 쓰여 있을 뿐이었다.

 

 

  같은 아틀란티스 인이라는 것만 빼면 아무런 연고도 없는 15살짜리 청년보다야 연배도 비슷하고(45살), 학력도 더 높고(대졸), 계급도 더 높은(중장) 데다, 무과시험으로 시작되는 정상적인 진급 코스를 통해 진급한 그로즈니를 내세운다면 그들도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런 벽지에서 오랫동안 주둔군 사령관으로 머물렀을 그로즈니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의적단도, 본격적인 독립군이나 의병도 아닌, 이 어중간한 흑십자회라는 조직과도 일면식이 아예 없지는 않을 터였다.

 

 

  “그리고 위와 아래를 보십시오.”

 

 

  그들은 케인스가 요구하는 대로 따랐다. 하늘에는 어느샌가 투명한 보호막이 둘러쳐져 있었고, 모랫바닥에 패인 구덩이들은 메워져 있었다. 보호막은 초능력을 사용할 때 외부에서 감지할 수 없도록 하려고 둘러친 것이고, 구덩이들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지운 것이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단원들을 죽인 뒤 증거인멸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케인스 자신의 진의는 ‘빌뇌브가 만약 아군이라면, 굳이 외부의 눈치를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였다.

 

 

  “그래서, 이렇게 급작스럽게 우리 흑십자회를 찾아 협조를 요청한 까닭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생각이오.” 베이론이 제법 신중한 투로 물어왔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은 많으니, 그건 천천히 이야기합시다. 여러분이 저를 받아들여 주신다면 기꺼이 털어놓겠습니다.”

 

 

  “대략적으로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 지라도 말해달란 말이오.” 케인스를 따르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 안 될지 분간이 안 되는데, 그 판단에 도움을 줄 만한 말을 어서 해보라는 것 같았다.

 

 

  “제 생각을 말 여러분의 생각을 맞춰보겠습니다. 재산과 권력을 얻고자 하시는군요. 그것도 문벌귀족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아 와서 말이죠. 여기에 이 정도 숫자가 모였으니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십니다.”

 

 

  순간, 평소에 베이론의 의견에 동조하여 이상의 흑십자회 운영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던 이들이 움찔거렸다. 정곡을 찔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상 식의 운영 방식이란, 독립군을 칭하면서도 막상 식민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지는 않고 사막 행성인 카디스에 머물며 이곳저곳에서 부호의 재산을 약탈해 나눠주는 의적단 활동이었다.

 

 

  조직 내에서 이런 어중간한 활동에 불만이 점차 쌓여가던 와중에, 그들 앞에 나타남으로써 본의 아니게 그들이 정변을 일으켜 식민 정부와 흑십자회 단원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준 셈이었다.

 

 

  역사의 흐름은 이미 달라졌지만, 이제 일어나지 않게 된 이 사건에 이름이 붙는다면, 카디스에 본거지를 두었으니 ‘카디스 폭동’ 내지는 그들이 쓰는 깃발에서 따와 ‘흑기정변’ 정도, 10등급 능력자 천여 명 외 5만 명의 능력자들이 일으킨 이 사건의 결과는 학살극의 재현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충분할까요? ‘겨우’ 5만 명에 무너질 정도였다면, 수백 조에 달하는 피지배 외계인들을 200여 년간 지배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또, 여러분의 계획에는 결정적으로 사후 관리 계획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정권을 뒤엎을 궁리만 해봤지, 막상 그 뒤에 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관한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음을 지적하는 말이었다.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이런 이들을 내버려 두었다가는 큰일 날 뻔했다.

 

 

  “제게는 계획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조금 특별한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흑십자회가 ‘한 때 난동을 피웠던 폭도’가 아닌,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군’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곧장 돈과 권력을 약속하는 것은 너무나도 구시대적이다. 그에 앞서 명예를 약속한다. 그것도 한 시대의 명예가 아닌, 영원토록 기려질 명예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름이 명예롭게 남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케인스의 약속인즉 이제부터 이 나라를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고자 하는데, 무계획적인 단원들에게 제대로 된 계획을 제시하고 그 계획에 동참하게 해- 그 결과 수많은 학생이 배우게 될 역사 교과서, 사관이 기록하는 실록, 국가의 소식을 전하는 관보에 그들의 이름이 명예롭게 기록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였는지 아닌지, 단원들은 조금 묘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했던 말과는 다른 말을 들어서 조금 의외인 모양이다. 너무 앞서나간 제안이었는지 모르겠다.

 

 

  저것이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건가 생각해보자. 명예, 명예라...

 

 

  하긴 재산과 권력을 쟁취하면서 사람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까지 취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긴 하겠지. 문벌귀족들을 때려잡은 뒤의 계획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니 무슨 계책이 없지는 않겠지.

 

 

  케인스의 말을 몇 번 곱씹어 보고 그 의미를 대충 깨달은 이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이상을 따라온 단원들이었다. 그들은 케인스의 얼굴과 이상을 번갈아 쳐다본 뒤 스리슬쩍 케인스의 편에 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케인스가 꽤 그럴듯한 말을 하는 데다, 어차피 케인스와 맞서 싸워서 이길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단장인 이상이 솔선수범해서 무릎을 꿇었으니 자존심의 상처를 조금은 덜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단장이 먼저 새로운 분을 모시기로 했고, 저놈의 초능력이 강한 것 같으니 ‘잠시’ 따르는 것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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