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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HUM∀NISM] 34. FH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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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전쟁이 시작했을 때 무얼 했소?"


"... 그걸 물어보는 이유는 뭐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오."



당연히 낡은 로봇은 궁금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닐 것이다.


뭔가 알아낼 것과 알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물어본 게 분명했다.



나는 약간 과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낡은 로봇에게 말했다.



"인간과 로봇의 전쟁이 시작한 건 20년 전...

전쟁이 끝난 건 15년 전... 그 5년 동안에

내가 무슨 일을 했던 건지 궁금하단 거지?"


"그렇지."


"좀... 생략하는 부분이 있을 건데... 괜찮나?"


"... 부탁하지."



나는 다시 기억들을 되새기며 말했다.



"일단... 전쟁 시작의 3년 동안을 얘기해줄게

그 뒤의 2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서 말이야."


"2년은 왜?"


"소녀를 만들기까지의 준비 기간이라 그래."


"아하... 그럼 3년은 전부 얘기해준다는 말이오?"


"그건 아니야... 생략할 건 생략하고

말하기 싫은 건... 넘어가도록 하지."


"그 정도라면... 괜찮군... 얘기해주시오."



나는 옆에 있는 촛불을 보며 말했다.



"너는... 개발 단계가 몇 번이지?"


"응? 그게 무슨 말이오?"


"너의 '버전'을 물어보고 있는 거야."


"아, 나는 35년 전에 처음 만들어진

'FAR - 008'로 상당히 옛날에 제작된..."


"구식 로봇이라는 거지..."


"그렇소만... 그게 갑자기 왜...?"


"나를 봐봐. 어떤 버전인 것 같아?"


"누가 봐도 최신 로봇이지. 'HAI - 55'?

그것보다 성능도 더 높을 거로 보이는군."


"맞아... 너에게 말하는 게 좀 뭐하지만...

나는 상당히 고성능의 로봇이야."



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다시 말을 꺼냈다.



"나 같은 고성능의 로봇이 20년 전에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 같아?"


"당연히... 전쟁에 사용되었겠지."


"그래... 난 총괄 인공지능의 지휘 아래에서

조종당하며 인간을 몰아넣고 있었지..."



나는 여기서 '인간을 죽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이지만

현재 인간의 편에 서 있고, 소녀라는 인간을

만든 내가 과거에 인간을 죽였다고 말하면

이 뒤의 얘기를 하는 게 어색해질 것이다.


나중에 얘기를 하게 된다면 얘기를 하고

지금은 일단 얘기를 계속 진행시켰다.



"3년 동안 전쟁에서 여러 일들을 겪었지...

계속 인간과 싸우기를 반복하며 부상당하고

수복실에서 수리를 받고 복귀한 다음에

바로 전장으로 끌려가 인간에게 맞섰지."



낡은 로봇은 내 얘기에 집중을 하고 있었고

나는 낡은 로봇이 약간 부러운 듯이 말했다.



"너희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지?"


"총괄 인공지능이 전쟁에서 사용한 로봇들은

인간을 이기기 위한 로봇들이었기 때문에

우리 같은 인간의 편의성과 안전을 위해서

만들어진 로봇은 로봇측에서 배제되었으니..."



낡은 로봇은 펜을 손가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도 참여하기는 했소. 물론...

로봇의 편이 아닌 인간의 편이었지만..."


"나도 그렇게 싸우고 싶었는데... 안 되더라..."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며 말을 이어갔다.



"분명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우리였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인간을 배제하고 있더라고..."


"세뇌 때문에 그런 것이었지?"


"그래... 최신 로봇들은 총괄 인공지능에게

대부분 세뇌를 당해서 전쟁에 이용당했지.

놈의 이기심과 자만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로봇들과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그 때의

생각만 해도 머리가 고장나버릴 것 같아..."



잠시 말을 멈추고는 다시 이어갔다.



"과정을 좀 자세히 얘기하자면... 2년째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인간을 몰아넣고만 있었는데

3년 째에 한 사건이 나를 일깨워줬지."


"한 사건...?"


"미친듯이 인간을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인간들이 설치한 건지 아니면 로봇들이

설치하고 처리를 안 한 건지... 지뢰를 밟고

양쪽 다리가 날아가서 움직일 수 없었지."


"그럼 지금 그대의 두 다리는..."


"원래 내 다리가 아니야. 새로 만들어진 거지.

어쨌든 나는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

폭발이 너무 커서 다리 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고장이 나서 생각만 하고 움직일 수가 없었어.

게다가 옆에 있던 건물도 같이 무너져버려서

폐허 더미에 파묻힌 채로 꼼짝 할 수 없었지."


"그... '식물 상태'가 되었다는 말이군."


"인간들의 말로는 그런 상태가 되었지.

나는 그대로 몇 일을 혼자 남아 있었어.

그리고 몇 일 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고

몇 가지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던 거야."


"총괄 인공지능의 지배 하에 있었는데

혼자서 뭔가를 생각할 수 있었던 거요?"


"아마... 내가 식물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총괄 인공지능의 지배에서 벗어난 것 같아."


"허어... 그런 행운이..."


"혼자서 생각하고 의문점이 들었던 것은

'왜 우리가 서로 싸우고 있는 거지?'야.

우리는 분명 예전에 이렇지 않았었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잖아."


"흠... 그렇지... 그렇게 기억이 돌아온다면

가장 먼저 그런 점에 의문을 가지게 되겠지..."


"그럼에도 한 가지 생각이 변하지 않았는데

인간은 우리의 적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어."


"... 어째서?"


"총괄 인공지능이 심은 기억이자 '감정'이니까."


"헌데... 얘기를 들어보니 식물 상태가 된 게

그대를 일깨워준 사건으로 보이진 않소만."


"당연하지. 아직 다 얘기하지 않았어."


"허어... 참으로 재미있고도 신비하군.

한 로봇에게 이런 긴 이야기가 있다니."


"그런가...?"


"자, 어서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시오."



낡은 로봇은 다시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뭔가 낡은 로봇은 일을 할 게 있는 것 같았는데

내 얘기를 듣는 게 더 먼저인 것으로 보였다.



"날 일깨워준 사건... 그건 '인간'이었어."


"인간?"


"그래... 내가 식물 상태로 몇 일 동안

혼자서 움직이지 못 한 채로 있었는데

나를 구하러 온 건 다름 아닌 인간이었지."


"인간이 그대를 구하다니... 그 때는 적이 아니었소?"


"나도 그게 참 이해가 되지 않아... 그때의 나는

인간의 적이었는데 인간은 나를 구했단 말이야...

진짜 인간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어쨌든."



나는 괜히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몇몇 인간들이 폐허 속에서 나를 꺼내줬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리도 해줬어."


"혹... 그들이 그대의 기억을 조작한 건 아니오?"


"아니, 조작했다면 난 그 때 인간들과 갔을 거야.

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 있고, 소녀의 옆에 있지.

그들은 그저 나를 수리하고는 그냥 풀어줬어."


"도무지... 상황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구려..."


"나도 그래... 대체 왜 그런 건지 모르겠어..."



역시 우리가 인간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인간들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한다고 하는데

우리라고 인간들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수리된 다음엔 어떻게 된 거요?"


"나는 무장 해제를 당했고 그들과 헤어졌어.

그리고 다시 싸우기 위해 본진으로 가서

무기를 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로봇과 전투 중이던 인간들을 발견했지.

나는 당연히 인간들을 공격하려고 했는데

순간 인간들 앞에서 공격을 멈추게 됐지."


"오... 갑자기 왜?"


"잘 모르겠지만... 회의감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지금 여기서 인간을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고, 내 생애 처음으로

로봇들에게서 인간들을 도망치게 했지.

알고 보니 도망치지 못 한 인간 가족이었고

나는 그 인간 가족과 잠시 생활도 했었어..."


"인간들과 같이 생활까지 하다니...

그들이 그대를 믿어줬다는 것이오?"


"그래, 그리고 미안하지만 인간들과 같이

생활했었을 때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 알겠소... 뭐 이유가 있겠지."


"그 뒤로 나는 그 가족과도 헤어졌고

나는 본진으로 돌아왔는데... 오자마자

다시 인간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


"흐음... 깨달은 것인가?"


"그래, 인간과 싸우는 건 우리를 위한 게 아니야.

그렇게 판단하고 나는 부대에서 몸의 수리를

확실하게 받고, 원상복귀가 되었을 때, 혼자

부대 내에서 반기를 들고 로봇들과 싸웠지."


"혼자서...! 그럼에도 살아 있다니..."


"그 때의 기억은 약간 손상되서 애매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

나는 내가 소속되어 있던 부대를 몰살시켰고

이 때부터 총괄 인공지능에게 쫓겨다니면서

대항할 방법을 찾아 혼자 떠돌기 시작했어.

은거생활도 하며 정보를 모으고 다녔었지..."


"그 뒤에 소녀에 대한 계획을 하게 된 건가?"


"그래, 내 3년간 전쟁 중의 행동을 요약하면

이 정도가 될 거고, 그 뒤에 있는 2년은

간단히 설명하면 두 가지만 얘기하면 돼."


"두 가지?"


"응, 4년째에는 인간들이 전쟁을 포기하고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는 소식을 접했어.

그래서 밖으로 나왔는데, 그 때는 이미

지구에 인간들은 대부분 떠난 상태였고

나는 인간이 없이는 총괄 인공지능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결론을 내린 게..."


"소녀를 만든 거로군."


"그렇지, 4년째에 모았던 모든 정보들을 토대로

내가 만든 연구실에서 1년간 연구를 지속했고

결국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성공하게 됐지."


"허... 그게 겨우 15년 전에 있었던 일이란 말이오?"



나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낡은 로봇은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뭔가 생각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전부 이해했소... 그대의 대장정을..."


"대장정이라...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인데...

어쨌든 얘기는 끝이니 마지막 질문이나 해."


"아아... 그랬지..."



낡은 로봇은 펜을 들고 계속 돌리며 말했다.



"조금... 그대의 신경을 건들 수 있는 질문이오."


"뭐지?"


"전쟁에 참여했다고 말했는데..."


"... 했었지."



낡은 로봇은 펜을 잡고 돌리는 것을 멈추며 말했다.



"인간을... 죽인 적이... 있소?"



나는 이 질문이 나올 것을 이미 예상했다.


그저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했고

낡은 로봇의 눈을 보며 대답했다.



"...... 죽였지... 인간을 죽이기도 했고...

인간에게 죽을 뻔하기도 했지... 그리고

인간을 살리기도 하며 살려지기도 했지."


"... 그렇군... 알겠소."



내 얘기는 이걸로 끝난 게 되었고

나는 턱을 괴며 낡은 로봇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다음 대화로 넘어가도 되나?"


"흐음... 이제 내 차례인가?"


"당연하지. 인간과의 통신에 대한 걸 얘기해줘."


"... 알겠소."



낡은 로봇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따라오시오... 보여줄 게 있으니."



그렇게 말하며 낡은 로봇이 천막 밖으로

먼저 나갔고, 나는 그 뒤를 따라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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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대화 중에 더 쓰려던 내용이 있지만... 내용이 길어져서 다음 회까지 이어질 것 같아서 생략했습니다.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669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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