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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위로부터의 해방] 본문3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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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화(본문3 16화): http://bb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read/30559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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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휜 바탕에 푸른 다윗의 별이 그려진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 아래로 카테스 왕국 철기대 대원들이 강화복을 입은 채 걸어 다녔다. 적국인 루시드 공화국의 움직임을 방관해 아틀란티스에서 대재앙이 일어나게 내버려 둔 이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모두 대자본가 출신- 때문에 그들의 계급은 장성으로 시작했다-이었기에 그 수는 다 합해도 5억 명을 넘지 못했다. 바로 옆의 루시드 공화국이 천조가 넘는 인구에서 십조의 병력을 뽑아내거나, 그에 맞서 다른 나라들이 수천 수백억 병력을 기르는 것을 생각하면 한줌에 불과한 병력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쟁이 숫자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0에 1조든 1경이든 곱해봐야 0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그들이었다.

 

 

  루시드 공화국군은 그 숫자가 십조에 이르지만, 지휘부부터 썩어빠져 왕국 기사단과 대치할 명목으로 타낸 예산을 다 보이는 데서 빼돌리기도 했고 아예 뇌물을 합법화하여 뇌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회사까지 설립할 정도였다.

 

 

  그 사이 저 밑의 병사들은 굶주려 뼈를 드러낸 채 자신의 상관을 약탈하기도 했으며, 그들의 손에 들린 재래식 소총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도 스스로 격발되어 폭발하고 있었다.

 

 

  반면 왕국군은 어떠한가. 그들은 케인스가 ‘아틀라늄’이라고 명명한 물질을 진작부터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부수기 어렵다는 특성은 거꾸로 말하면 원석을 캐내 병기를 만들기도 어렵다는 뜻이었지만, 일단 만들고 나면 갖은 수를 써도 부서지지 않았다. 핵폭탄을 쓰더라도 그 충격을 너끈히 받아낸 다음 방사능도 별 탈 없이 차폐했으며, 블랙홀탄의 압력도 견뎌냈다.

 

 

  그런 물질로 강화복, 전차, 전함...을 만들어냈으니 포탄과 총탄을 챙기지 않아도 적군이 알아서 물자를 소비하다가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쪽의 수가 적다 보니 그런 식으로 싸워서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었다. 루시드 공화국군 같은 인해전술을 원천봉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병력 차를 압도할 만한 화력으로 적군이 다가오기도 전에 녹여버리는 것이었다.

 

 

  왕국군의 실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그게 어디 그렇게 쉽냐고 반문하곤 했지만, 왕국군은 이 이론을 적용하기 위해 우주의 모든 은하를 절멸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핵미사일을 뒤에 쌓아두고 핵탄두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콜로세슘을 다른 곳에도 접목해 레이저 건, 레이저 전차 등을 만들어냈다.

 

 

  핵미사일에 당하지 않고 왕국의 지상군과 직접 맞부딪히다 맞이하는 죽음은 차라리 저항이라도 해보다 죽은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만했다.

 

 

  은하 간 탄도탄 안에 장착되는 콜로세슘 탄두는 그 맹렬한 폭발도 두려웠지만, 한 번 터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방사능이 조금도 반감되지 않고 영원토록 그 자리에 남아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도의적으로는 잔혹하나, 도의를 따지지 않는 전장에서는 적군에게 피해를 강제하는 용도로는 더없이 좋았다.

 

  미사일이 아닌 지상군과 맞붙게 될 경우, 루시드 공화국군은 총구 앞쪽으로 총탄을 넣는 전장식 총기를 써 장전에도 한 세월 걸리는 데 반해 왕국군은 그들이 한 번 장전할 때 레이저 건 수백 발을 쏘고 실탄은 그보다 더 많이 소모했다. 콜로세슘 반응로에 힘입어 레이저 건은 적군이 지닌 모든 방어수단을 뚫었으며, 실탄은 소형 핵미사일이나 다름없었다.

 

 

  왕국군이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비밀을 헤집어놓고 보면, 왕국군은 수적인 면에서도 오히려 뒤지지 않았다. 적군이 공금횡령 목적으로 인공행성 건조 사업을 벌일 때, 그들은 장벽을 이룰 만큼의 인공행성을 만들어냈고 이를 호위할 함대를 건조했다. 물론 이만큼의 전력을 운용할 인력은 없으니 이 역할을 대신 맡을 슈퍼컴퓨터도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다 세금이요, 사용되는 자원은 모두 왕국군이 다른 나라에 앞서 발견한 ‘소우주’에서 나오고 있었다. 발견한 자원의 거의 대부분을 고갈시킬 정도로 맹렬히 병기를 제조해왔음에도 가장 많은 자원이 매장된 ‘제 2우주’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은 단지 케인스와의 만남을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테티스도 태어날 때부터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지니고 있었기에 카테스 왕국을 일으켜 세우고 세계 제일의 강군이 왕국을 지키게끔 할 수 있었지만, 테티스는 케인스의 협력을 통해 더욱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케인스와는 다르게 사이오닉 능력은 물론이요 거대한 자본력과 군사력까지 갖춘 그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왕국의 병력은 행성 칼디르의 제 2우주로 가는 워프 게이트를 지켜봐 오기만 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때가 되었다. 더는 강해질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정체된 왕국군의 전력을 더욱 높일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루시드 공화국을 비롯한 적국의 공격을 막은 군대의 배후에는 거대한 자본이 서 있었다. 700여 개국이 속한 제1세계(자본주의 진영)의 맹주 자리를 유지할 만큼 거대한 자본이. 그 자본과 케인스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 결합한다면...

 

 

  그리스듐(아틀라늄)은 매력적인 물질이긴 했지만, 가공이 어렵고 무겁다는 특성은 카테스 왕국의 자본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케인스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카테스 왕국이 흘려보낸 200여 년 역사의 오점 또한 알고 있었다. 적이 된다면 우선 이익을 얻을 기회를 잃고 거기에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흘린 더러운 피가 세계에 알려지게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되돌아올 터였다.

 

 

  케인스가 먼저 카테스 왕국을 찾아왔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되었지만- 먼저 카테스 왕국에 손을 내밀 정도라면 무엇이 조국 아틀란티스에 도움이 되는지는 판단이 섰을 것이었다.

 

 

  만약 카테스 왕국이 적국인 루시드 공화국의 움직임을 미리 저지했더라면 7년 전쟁의 비극은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대신 제국 국군 탈영병 가우스 에리트리히가 부인을 얻어 케인스를 낳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에 대해 변명하자면, 그들이 카테스 왕국을 공격해온 건 아니니 아틀란티스와 상호방위조약을 맺지도 않은 왕국에 개입 의무는 없었고 도의적인 책임도 없었다.

 

 

  아틀란티스의 인간 주민 5천억여 명과 외계인 주민 수조 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러 빚어낸 것이 케인스의 출생. 케인스 본인이 이것에 어떻게 생각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조국에 도움이 되는 길을 택했다면 이 일을 따지고 들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아틀란티스 인들의 ‘숭고한’ 희생은 영원토록 수면 아래에 잠자게 되는 것이다. 살아남은 나머지 절반의 국민이라도 지키려면 케인스는 어차피 카테스 왕국의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케인스 개인의 이성적 판단과, 테티스의 예견과, 현실적 상황과- 그 모든 조건 속에서도 카테스 왕국의 손을 잡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케인스가 먼저 믿음의 손길을 내밀었으니 마땅히 저 강대한 군사를 지원군으로 보내줄 일만이 남아있었다.

 

 

  그가 이곳에 와서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것쯤은- 설령 친 소련 주의자였다고 해도 국익 최우선의 원칙에 따라 도와줬을 것이다. 이 결정은 사회주의자를 도와줌으로써 생기는 제1세계 국가와의 마찰, 국내 지지도 하락 등 모든 것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철기대원들이 입은 플레이트 아머 양식의 강화복이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셨다. 옛 양식을 굳이 꺼내 쓴 것은 뜻밖의 일이긴 했지만, 덕분에 외형적으로도 적에게 각인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저들을 공중에서 지원하는 전투기인 MK l은 세계 유일의 타임머신이었다.

 

 

  전략무기 제한 협정을 통해 타국의 타임머신 개발을 막아 그 가치는 더욱 높았다. 지상군이나 공군의 개입이 싫다면, 버튼을 날아가는 즉시 날아갈 탄도탄도 한가득 있었다.

 

 

  케인스의 요청만 있다면 루시드 군이 두려워하는 저 철기대를 당장에 보내줄 수도 있는데,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니- 하긴 외세의 힘을 얻어 외세를 물리치는 격이니 왕국의 병력을 바로 끌어들이는 게 당장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진격의 순간이 조금 늦춰졌을 뿐이다.

 

 

  언젠가 아틀란티스로 출병하게 될 왕국의 군인들은 럭셔리한 훈련을 이어나간다. 그들은 비록 험한 군인 역을 맡았지만, 바깥에서는 스테이크에 고급 와인을 곁들인 식사도 지겹다고 할 정도의 사람들이었다. 햇빛을 반사하는 순백색의 강화복의 모습은 흡사 성전에 나서는 십자군이었다.

 

 

  아틀란티스가 거대한 희생을 치르고, 종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신음을 내지르는 이 순간에도 럭셔리한 훈련은 계속된다. 누군가가 두 다리로 뛰어다니며 전장식 총기로 고생할 적에 그들은 수송함을 타고 편안하게 이동하며, 공군과 우주군의 입체적인 지원을 받으며 전투를 벌인다.

 

 

  그랬던 이들이 한 끼 밥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아틀란티스 인들을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행패가 심할 것이다. 테티스는 막연히 생각했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한들 막아설 사람도 없었다. 테티스는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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