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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위로부터의 해방] 인물전: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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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관화 1(서문): http://bb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read/30558663?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4836343&page=2

  연관화 2(인물전: 칼디르 사람들): http://bb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read/30559281?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4836343&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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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라의 여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많았다. 정조를 지킬 것, 몸이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을 것, 남편의 뜻을 무조건 따를 것, 남편이 다른 여인과 놀아나더라도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 아들을 낳을 것- 이 중 하나라도 어기면 욕을 듣지 않을 수 없었고, 현모양처는 단연 여인이 들을 수 있는 최상의 칭찬이었다.

 

 

  반면에 여인이 자신의 남편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여인이 바람이 나면 죽임을 당하기 일쑤지만, 남편이 다른 여인과 놀아나더라도 덕목을 들이밀면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최악은 아들을 낳지 못하고 딸만 수두룩하게 낳는 경우였다. 딸만 낳은 여인은 한때 자신과 같은 아가씨였을 시어머니에게 갖은 욕을 다 들어야 했다. 그들은 본부인의 자리에 앉아있더라도 아들을 낳은 첩에게 언제 밀려날지를 걱정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으레 전화(戰禍)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 곳에서는 전통적인 윤리를 찾아볼 수 없는 법이었다. 그동안 억압받아온 욕구를 한순간에 터뜨려, 오로지 본능에 충실해지고 본능만을 추구했다. 이성과 본능의 싸움, 그 승패는 자명한 문제였다. 전통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꺾을 수 없었다.

 

 

  한 여인이 여러 남자와 더불어 하룻밤을 즐기는 것은 전통사회 속에서는 죄악이었지만, 그녀는 여느 여인들처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랬기에 죄책감을 덜 수 있었고, 혼자서 죄악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라는 위로 또한 얻을 수 있었다.

 

 

  현모양처? 그깟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도시 행성에 나가서 귀족의 부인이 된다면 또 모를까, 이런 변방의 얼음 행성에서 현모양처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다.

 

 

  저 연대장이라는 여장부를 봐라. 저 사람이 현모양처라서 이 행성에서 제일 가는 사람인가? 아니다. 사이오닉 능력자이기에, 상명하복의 군대에서 계급이 가장 높기에 그런 것이다.

 

 

  만약 전통적인 윤리를 적용한다면, 절망적인 영양 상태 속에서 저렇게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가슴과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고서 그 윤곽을 가려주지 못하는 군복을 입고 있는 연대장이라는 작자는 당장에 음탕한 여자라고 끌어내려 마땅했지만, 감히 그럴 사람은 없었다.

 

 

  이 행성에서 가장 높은 사람조차도 전통 윤리로 재단하면 그렇게 되는데, 내가 정절을 지켜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정절을 지킨다고 배급량이 늘어나는가? 재산이 생기는가?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한순간의 쾌락에 충실해지면 되는 것이다. 누가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나는 여태껏 살아온 대로 살아갈 것이다.

 

 

  아이를 배면 병원도 없는 행성에서 낙태할 방법이 없는 고로 그녀는 내리 다른 남자에게서 씨앗을 받아 성씨가 다른 두 아들을 낳았지만, 그 뒤에도 계속해서 쾌락을 추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행성의 환경 탓인지 남자들도 거칠어져서 그녀가 먼저 요구해도 책망하기는커녕 반갑게 맞아들였다.

 

 

  낮에 돌아다니면서 하룻밤을 즐길 남자를 물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남자를 발견하면 그녀는 눈여겨 봐두었다가 밤에 찾아갔다. 밤이라고 해봐야 1년 내내 백야인 얼음 행성이라 의미는 없었지만, 잘 시간에 자지 않고 즐기는 쾌락에 중독된 지 오래였다.

 

 

  그녀는 남자를 고를 때 한 명만 고르지 않았다. 반드시 두 명 이상을 골랐다. 매일 밤 여러 명의 남자가 한꺼번에 자신을 범하는 것을 즐기면서, 그녀는 방음처리가 되지 않은 문밖으로 새어나갈 정도로 큰 신음을 아무렇게나 질러댔다.

 

 

  다른 방에서도 밤이면 밤마다 그녀와 사정이 비슷한 이들의 신음과 열기가 울러 펴졌다. 게 중에는 근친상간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가끔 비난하는 사람은 있어도 굳이 뜯어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어린 두 아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낮에도 밤에도 두 아들을 내팽개친 채 남자들과 놀아나니 두 아들은 자연히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라는 사람‘들’도 그 아이들을 찾지 않았다.

 

 

  어머니는 같지만 아버지는 다른 두 아이는- 그러나 같은 성을 사용했고, 사이도 좋은 편이었다. ‘아루미나’라는 성은 두 아이 중 형의 아버지의 흔적이었다.

 

 

  이름은 형 쪽이 슈가, 동생 쪽이 솔트였는데, 설탕과 소금에서 따왔음은 물론이었다. 성의 없이 대충 지은 듯한 이름은 어머니의 흔적이었다. 그 뜻을 풀어보면 각각 ‘설탕 알루미늄’, ‘소금 알루미늄’이라는 이름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대충 지어진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두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알 수 없는 곳에 나돌아다니느라 관심을 받지 못해 하마터면 굶어 죽을 운명이었지만, 다행히 분유를 태워다가 챙겨주고, 조금씩 커감에 따라 이유식도 챙겨준 사람이 있었기에 굶어 죽지는 않았다.

 

 

  인정이 있는 다른 여인이나 남자가 챙겨준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자기 앞가림, 자기 자식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 천지였고 연대장 아스트라는 얼떨결에 같은 여자들이 아이를 낳는 것을 많이 도와본 사람이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문외한이었다. 도시 경험은 있지만, 아이들 담당이 아니라 평범한 행정 공무원일 뿐이었던 가우스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에도 한계는 있었다.

 

 

  두 아이를 키운 것은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먼 도시 행성의 분유를 순간 이동시켜 그것을 태워 형을 먹여 키운 다음, 형이 어느 정도 큰 다음에는 동생을 같은 방법으로 먹여 키웠다.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많았기에, 그 아이는 어느새 이들 형제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를 먹여 키우게 되었다.

 

 

  한 명의 아이가 수많은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키우는 동안, 아이들의 부모라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를 찾아오지 않았다. 또래를 안고 분유를 먹이는 아이의 눈은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눈이었지만, 아이들을 찾지 않는 부모들의 매정함보다는 따스했다.

 

 

  여자아이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여줄 때마다 생각하곤 했다. 부모들에게서 버려진 아이들을 키운다는 자기 자신도 부모의 정을 받아보지 못한 건 똑같았지만, 이것은 동병상련의 행동도, 감상적인 행동도 아니었다.

 

 

  자신의 머릿속에는 그런 감정을 느낄 만큼의 여유 공간이 없는 까닭이었고, 자신마저 이 아이들을 먹여주지 않는다면 굶어 죽고 말 것이라는 이성적 판단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이들을 먹여주는 것이었다.

 

 

  이 작은 행동으로 당장 몇 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을 면하긴 하겠지만, 이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이를 버리는 부모와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라는 악순환은 영영 끊이지 않을 터였다. 머릿속에 즐거움, 기쁨 같은 감정을 느낄 만큼의 여유 공간은 없지만, 이런 이성적 판단을 내릴 만큼의 지식은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하고 많은 지식을 담고 있어 봐야 그것을 당장 사람들 앞에 내보일 방법이 없었다. 부모도, 학력도, 재산도 없는 어린아이가 이름을 떨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호락호락하질 않았다. 더군다나 당장에 이 행성을 떠나면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나이가 차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여자아이는 아이들의 부모가 없는 날에는 항상 그들의 곁을 지켰지만, 이 사실이 발각되면 곤란하니 부모들이 가끔 찾아오면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급하게 자리를 뜨려고 하면 자신의 옷을 붙잡고 엄마를 외치며 놓아주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찾아온 사람을 잠재우고 조금 더 같이 있어 줄 수밖에 없었다.

 

 

  뒤에 숨어서 왜 그런가를 지켜보면 부모가 찾아와서 자신의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등의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은 길어져 갔다. 실상 자신이 그들의 어머니, 아버지 몫을 다하는 셈이었다.

 

 

  아이들이 말을 못 할 정도로 어릴 때는 그런 식으로 다 함께하는 삶을 지킬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말과 글을 가르치고 보니 공부하기 싫다고 자신을 떠나는 아이들이 많았다. 싫다고 떠나가는 것을 굳이 말리지는 않았기에 곁에 남는 아이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마지막까지 칼디르의 곁에 남은 것은 어머니가 쾌락을 찾아 떠나버린 두 아이, 칼(슈가)과 솔트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칼디르가 남자아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 중 칼은 진실을 안 뒤에도 대단한 비밀을 알아낸 듯 소문내지 않았다.

 

 

  그는 떠나가 버린 아이들과는 다르게 공부하길 좋아하고 똑똑했다. 비 능력자임에도 그 머리는 고 에너지 능력자에 비할 만했다. 비록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한 칼디르지만, 의욕을 가진 칼을 가르치기에는 충분했다.

 

 

  칼은 칼디르가 읊어주는 긴긴 제국 법조문을 통째로 외웠고 복잡한 수식도 곧잘 이해했다. 그렇다고 한들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달리 인정받을 길도 없고, 바깥에 나가서 시험을 칠 여력도 없고, 벼슬에 나아갈 수도 없는 신세를 스스로 한탄해 공부를 포기할 법도 한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그를 떠나야만 했던 것은 칼디르로서도 뜻밖의 일이요,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일개 사단의 간부 전원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으니 칼디르 아스트라라는 본명과 에리트리히라는 친가의 성씨를 모두 버리고서, 다만 케인스 도플러라는 가명을 취한 채 바깥세상에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

  * 카디스 행성계 주둔 사단 간부 몰살사건: 행성 칼디르의 연대급 형벌부대는 이웃 행성 카디스에 위치한 사단 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부대였는데, 사단 사령부가 미처 그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 ‘아리아’가 칼디르 아스트라로 위장한 채 사단장 포함 사단 간부들을 몰살하는 사건을 일으킴.

 

 

  목격자(연대장 아스트라)가 있으며, 당사자 칼디르 아스트라는 아리아에 의해 사이오닉 능력이 증폭된 인물이었기에 아리아와 똑같은 사이오닉 파장을 지니고 있었기에 잔류 사이오닉 에너지 탐지기에 의해 수거된 증거까지 있기에 도주로에 오르게 됨.

 

 

  총리대신 빌뇌브.A.페르세포네가 이 사건을 인지하고 덮어버렸기에 수사는 단기간에 종료되었으며, 이 사건을 아는 사람은 드묾. 사건 이후 이 행성에 부임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행성 칼디르의 연대급 형벌부대는 상급부대가 없는 독립 연대로 남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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