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제발 가지마!"
사라져가는 그들을 보며 영감은 절규하였다.
신이, 천사가, 구원받은 자들이, 천국이.
그렇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영감이 있는 곳은 지옥이었다.
영감은 그곳에서 그동안 천국을 바라보며 시기와 질투를 느껴 왔지만
이제는 그 분노를 투여할 대상도, 공간도 남은 것이 없게 되었다.
지구의 마지막 날- 지구상 모든 존재들이
구원받은 자와 구원받지 못한 자로 분화 되었고,
신은 구원받은 자들과 함께 열반을 향해 떠났다.
그동안 구원받은 자들은 천국에서 신이 주는 평안을 얻어왔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선 진정한 구원을 받게 되었다.
완전한 무의 구원. 완전한 승천. 열반.
모든 열반이 끝나고 신이 있던 그 자리는
오로지 공허만이 가득하였다.
신이, 천국이 그렇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이 끝나고 영감은 한 없는 절망을 느끼며
남겨지고 버려진 자신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나 저주를 들어줄 존재도 남아있지 않았다.
영감 앞에는 그저 영원이라는 형벌이,
언제나 그렇듯 놓여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