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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라노벨] 마왕은 다시 부활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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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ve 2.jpg

 

 


 

제기랄….”

 

레비아탄은 자신의 앙상하게 뼈만 남은 젓가락 같은 손가락으로 어두운 동굴 구석에 솟은 붉은 약초를 뜯어 먹으며 욕설을 뱉고 있었다.

 

그의 붉은 눈에는 생기란 것이 없었고 그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눈의 초점조차 희미하였다. 옷은 남루하였으며 피부는 누렇고 주름지어 혹시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의심마저 들게 하였다. 그런 모습에 아마 천민조차 눈가를 찡그렸으리라.

 

하지만 그런 너저분한 차림새의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반지였다.

 

그 반지는 붉은 빛의 보석이 박혀 있었으며 보석 위에는 빛을 발하는 기묘한 술식과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반지는 누가 보더라도 고가의 물건이었음은 틀림없었다. 만약 도심 속에서 평민이 그런 비싼 물건을 들고 다니는 것을 헌병대에게 들켰더라면 절도죄로 끌려가 왼손이 잘려나간 뒤에 이 반지를 대체 어디서 얻었냐며 고문을 받아야만 했을 것이다.

 

허나 그런 처우가 단순히 값나가는 물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반지는―.

 

마왕 레비아탄의 반지.”

 

레비아탄이 나직하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퍼져나갔다.

 

레비아탄은 과거 영토 문제로 인간들과 전쟁을 벌였다. 제아무리 인간들이 마법을 부리고 똑똑하다 한들 태어날 때 정해지는 종족 자체의 힘의 차는 극복하지 못하였다. 인간들은 약소종족이었다.

 

드래곤과 악마들은 하늘에서 검은 불을 뿜었으며 지상에서는 오크와 트롤들이 괴력으로 인간들의 육체를 육포 뜯어버리듯 죽여 나가갔다. 마왕 군이 인간들의 왕국들을 차례차례 무너뜨리기 시작해 결국에는 괴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마왕 군에게 두려울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야말로 무적의 군단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뿌득.

 

붉은 약초의 풀 뿌리가 무참히 뽑혔다. 약초의 뿌리는 여기저기 찢어져 본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저 추하게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었다.

 

레비아탄은 약초가 본디 자생하던 곳을 눈으로 쫓아가 보았지만 붉고 푸르게 자라고 있던 약초의 본래 모습은 다시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저 추하게 뽑힌 약초만이 레비아탄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패배자….”

 

레비아탄은 자신이 뽑은 약초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

 

레비아탄은 전쟁에서 패배하였다.

 

패인은 그의 군에게 조달되는 보급품이 갑자기 끊긴 것이다. 적의 보급품을 약탈하여 어떻게든 버티었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군량이 없어 진군을 하면 할수록 병사들은 쓰러지기 시작했다. 레비아탄은 후퇴하려 하였지만 인간들이 그것을 가만히 내버려둘 이유는 만무하였고 그렇게 레비아탄을 따르는 마왕군은 적에게 포위당하여 싸늘하게 죽어나갔다.

 

그 전쟁으로 인하여 마왕 또한 역시 인간에게 잡히어 죽은 것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충신 중에서 한 명이 겉모습을 바꾸어서 레비아탄 대신 광장에 효수되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다른 충신들이 레비아탄을 이곳 동굴까지 전이시켰고 레비아탄은 동굴 속에서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젠장…….”

 

레비아탄은 약초를 뽑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제 돌이켜 다시 생각하여도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과거는 바꿀 수 없으며 다시 떠올려 봐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다.

 

아무 소용도…….

 

빌어먹을!”

 

울적한 기분이 떠오르려 하자 레비아탄은 머리를 좌우로 붕붕 젓고선 다시 약초 채집에 전념했다.

 

이렇게 우울해 하여도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조금씩이지만 약초로 자신의 상처를 회복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회복이 아주 미미하여 변화가 일절 느껴지지 않아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 때마다 과거의 기억들이 레비아탄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비록 아직도 몰골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썩 괜찮아진 편이다. 정말이다!

 

그리고 레비아탄에게 또 하나 힘을 실어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뀨우….”

 

별안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레비아탄은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레비아탄은 잠깐 신경이 쓰여 동굴의 저편을 노려보았지만 눈을 감고 다시 약초 뽑는 것에 집중하였다.

 

허나 그 소리는 잦아들지 않았고 레비아탄의 머리를 웅웅거리며 울리었다. 결국 짜증이 났던 그는 동굴 안쪽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 안쪽에는 인간 머리만한 크기의 다 녹아 흐물흐물한 둥근 분홍색 슬라임이 있었다.

 

슬라임은 마물 중에서도 가장 흔하며 약한 생물이다. 이 동굴에서는 하급 마물이 종종 출현하기도 하여서 딱히 별난 일도 아니기에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어갔으리라.

 

하지만 그 슬라임은 무언가 이상했다.

 

분홍색?’

 

보통 슬라임은 짙은 푸른색을 띤다. 하지만 분홍색이라니 레비아탄은 들어 본적도 없었다. 혹여 자신에게 해로울지도 몰라 경계하며 슬라임을 유심히 관찰하니 이상한 점이 또 있었다.

 

다친 건가?’

 

반투명한 내부 안쪽의 둥근 구체의 핵이 약간 손상이 되어 있었다. 멀리서 보더라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손상을 입힌 것은 명백해 보였다. 어떻게 된 것인지 추측하며 계속 관찰하니 저 멀리서 무엇인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크르르.”

 

동굴 안쪽에서 시커먼 것들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사냥개와 흡사하였다. 허나 평범한 개와는 모습이 달랐다. 머리가 두 개였고 몸집도 거대했으며 이상할 정도로 목이 길었다. 수도 한 마리가 아니었다. 최소 스무 마리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것은 악마견이라는 마물이었다.

 

그 악마견들은 코를 킁킁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하였고 이내 찾고 있는 것을 찾았는지 으르렁거리며 분홍색 슬라임을 향해 노려보고 있었다.

 

레비아탄은 마법으로 냄새와 기척을 숨기었다. 들키면 분명 귀찮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크르르르.

 

악마견들이 슬라임에게 기민하게 달려 들었다.

 

촤아악.

 

슬라임의 표면을 덮고 있던 살과 같은 젤이 악마견의 송곳니에 찢겨 떨어져 나갔다. 슬라임은 부르르 경련하며 살이 몸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바닥에 뒹굴었다.

 

철푸덕.

 

슬라임의 떨어진 모양새가 마치 배설물 같아 악마견들은 그것이 마냥 웃긴 듯 낄낄거리며 목에서 가래 섞인 바람소리를 냈다. 그리고 무리 중 한 놈이 앞으로 나와 슬라임을 내려다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리었다.

 

그리고.

 

끼이이에엑――!!”

 

슬라임이 비명을 질렀다.

 

악마견이 슬라임을 향하여 불을 뿜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마리가 튀어 나와서 또 다시 불을 뿜었고 슬라임은 비명을 질렀다. 불길이 슬라임에게 닿자 중앙 핵을 감싸던 살이 터져 내부가 훤히 들어났다. 그리고 다른 한 마리가 또 튀어 나와서 불을 뿜었고 슬라임은 또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러한 공격이 수 차례 반복 되었고 슬라임은 수 차례 비명을 질렀다. 이윽고 몇 차례 경련을 하던 슬라임이 반응이 사라졌다. 그것을 악마견들은 한 동안 의아하게 보더니 다시 가래 소리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악마견은 다시 커다란 불덩이를 입에 머금었다.

 

슬라임은 움직이지 못하였고 그저 악마견 입 속에서 일렁이는 불덩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제 불덩이는 남아 있는 살부터 터트리기 시작하여 슬라임의 심장부인 핵까지 모두 불 태울 것이다.

 

슬라임은 여기서 죽는 것이다.

 

그 때―.

 

서걱.

 

불을 뿜으려던 악마견의 양쪽의 머리가 잘려나갔다. 주인을 잃은 머리 두 개가 바닥에 뒹굴었다. 몸통은 머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었으며 양쪽 목구멍에서는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악마견들은 몸을 굳히었다. 알 수 없는 비상사태였다. 얼른 주위를 경계해야 하였으나 동료의 꿈틀거리는 시체가 악마견들의 신경과 정신을 빼앗았다. 악마견들 사이에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다가왔다.

 

터벅.

 

그 소리에 반응해 뒤돌아 보니 웬 죽어가는 병자가 악마견들 쪽으로 천천히 걸어 오고 있었다. 낯선 이의 등장으로 악마견들이 병자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병자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악마견 일곱 마리가 풍선처럼 부풀더니 터져버리고 말았다.

 

투둑.

 

질척한 피가 병자의 왼쪽 뺨에 묻었다.

 

동굴에 무거운 공기가 내려 앉았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종유석에서 이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터벅.

 

한동안 자신들을 지켜보던 병자가 다시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마견들 마음속에서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악마견들은 병자가 더 이상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제히 병자를 향해 불덩이 내뿜었다.

 

시커먼 빛이 피어 올랐다. 그 불덩이들은 아까 전 슬라임을 괴롭힐 때 쓰던 장난스러운 공격이 아니었다. 화력도 높았으며 크기도 거대하였다. 급격하게 육박한 불덩이들이 병자의 눈 앞까지 달려들었다.

 

콰광.

 

병자를 향해 정확히 명중한 불덩이가 굉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되었다.

 

그것을 본 악마견들은 승리를 확신한 마음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불의 내성이라도 갖고 있지 않는 한은 무리를 지은 집단 공격에 버티기란 매우 어렵다. 숫자란 폭력이다. 한 명이 어찌 집단을 상대 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연기가 서서히 거치자 그곳에는―.

 

병자가 멀쩡히 서 있었다.

 

옷에는 그을린 자국조차 없었다. 마치 불덩이들이 그 병자를 피해간 것 같았다.

 

그러더니 다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악마견 일곱 마리가 코부터 시작해 몸통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동굴에서는 근육 찢어지는 소리와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뚜둑거리며 울려 퍼졌고 입과 항문이라고 생각되는 부위에서는 붉은 빛과 누런 빛이 섞인 이상한 체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철퍽.

 

한계까지 둘둘 말린 시체가 자신들이 쏟아낸 체액 위에 떨어졌다.

 

침묵.

 

악마견들은 입을 다물었고 숨막히는 공기가 흘렀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여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 속에 모래를 가득 채워 넣은 것 같았다. 침을 목으로 넘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한동안 악마견들이 반응이 없자 병자는 무언가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 고개를 비스듬히 꼬며 악마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동굴에 병자가 터벅거리는 발소리가 울리었고 그 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악마견들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병자가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는 자는 나오지 않았다. 도망치려는 순간 죽을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병자는 코앞까지 다가와 악마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악마견들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그가 다정하게 웃으며 악마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것이었다.

 

악마견들은 숨을 삼켰다. 주변 여기 저기에서 가축 오물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턱이 달그락 달그락거리며 떨리었다. 요동치던 심장도 싸늘하게 식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속삭였다.

 

여기서 죽어라.”

 

그리고―.

 

투둑

 

악마견들 모두가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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