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 서당 패러디+고려말 신진사대부에 대한 풍자 등을 끼얹어봤습니다.
참고로 사극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정도전이 천출이라는 부분은 훗날 정치공세를 많이 당하곤 했죠.
겨울 10월
계유일. 밀직부사(密直副使)로 은퇴한 이승휴(李承休)가 죽었다.
정유일. 왕이 고리기스[闊里吉思]와 함께 도성 서쪽 교외에서 사냥판을 벌였다.
○ 이 달에 고리기스가 우리나라 노비(奴婢)관련 법률을 혁파하려 하자 왕이 다음과 같이 반대하는 표문을 올렸다.
“총명하신 천자께서는 여론을 널리 청취하시니, 그 내리신 말씀은 곧 윤음(綸音)과 같습니다. 분부가 이미 널리 선포된지라 도저히 되돌릴 길은 없으나[反汗15)安危)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 시조는 왕위를 잇는 후손들에게 다음과 같은 훈계를 내린 바 있습니다.
‘이 천한 무리들은 애초 종자가 다르니 그들로 하여금 양인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말라. 만일 양인이 되는 것을 허용하면 그들은 뒤에 반드시 벼슬길에 오르게 되고, 점차 중요한 직책을 맡아 나라를 어지럽히려는 음모를 꾸밀 것이니, 만약 이 훈계를 어기게 되면 사직이 위태하리라.’
이 훈계 때문에 저희나라의 법에는 호적상 8대 조상에 이르기까지 천류(賤類)에 관계되지 않아야만 관직에 임용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천류(賤類)의 조건은 아비나 어미 가운데 한쪽이라도 천인이면 본인도 천인이 되며, 비록 그 본래의 주인이 그를 해방시켜 양인이 되기를 허락했더라도 그가 낳은 자손은 도로 천인 신분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또한 그 본래의 주인에게 재산을 상속할 후사가 없는 경우 그 천인은 다시 그 주인의 일족의 소유가 되는 법이니, 그렇게 규정한 까닭은 천인을 끝까지 양인으로 신분을 바꾸지 않으려는 뜻 때문입니다. 간혹 주인을 벗어나 도망쳐 양인이 되는 경우를 우려해 초기 단계부터 신분 이탈을 방지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또한 틈을 타서 간악한 행동을 저지르는 사례가 많습니다. 때로는 권세가에 의지하거나 공로를 빌미삼아 제멋대로 세력을 휘두르며 나라를 전복할 음모를 획책하다가 스스로 패망한 자도 생겨났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시조가 내린 훈계를 더욱 어기기 힘들 뿐 아니라, 도리어 천인들의 간악한 흉계를 막지 못할 것이 두렵습니다. 게다가 이 법을 바꾸게 되면 앞으로의 상황은 난마(亂麻)처럼 얽히게 될 뿐 아니라, 그 때문에 전통적인 규범을 상실하게 되어 선조의 유풍을 계승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과거 지원(至元) 7년(元宗 11, 1270) 저희나라가 강화도를 떠나 육지로 도읍을 옮겼을 때 선제(先帝 : 원나라 세조)께서는 다루가치를 시켜 나라를 다스리게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어떤 자들이 고소해 옴에 따라 다루가치가 이 법을 고치려고 했으나 저희들이 정당한 의견을 올리자 조정에서도 의논 끝에, 본국으로 하여금 자신의 습속을 좇도록 하라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간악한 무리들의 흉계는 좌절되어 버리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처음 이 나라에 부임한 정동행성의 관원이 법 제정의 의도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서 기어이 고치려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가 올 여름에 황제를 뵈러 입조했을 때, 관련 사실을 표문으로 상세히 보고 드려 허락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양인·천인에 관한 문제는 다시 사람을 보내어 결재를 받으라고 분부하시니, 제가 이미 허락의 말씀을 받은 터에 다시 이러한 분부를 받고 보니 황공하고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이미 과거의 습속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허락을 받았으므로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모든 것을 예전대로 행해야 마땅하지, 천류(賤類)의 문제에 대해서만은 반드시 시비를 따져 다시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 어찌 옳겠습니까? 저희를 헐뜯는 참언들이 난무하기에 애오라지 자세한 내막을 살펴주십사하는 욕심으로 외람됨도 잊어버리고 제 어리석은 생각을 아뢰었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저 높이 뜬 해[揭日16)]와 같이 밝으신 마음으로 우로(雨露)와 같은[同雲17)土俗)이 바꾼데 따른 탄식이 가라앉을 것이며 나라는 길이 보전되어 시종 변함이 없는 폐하의 은덕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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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쉽게 보는게 어려운 이유가 이런 부분에서 발생하죠. 가치판단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뭔가를 선악으로 구분짓고 싶어하나... 고리기스의 신분제 개혁을 긍정한다면 결국 내정간섭을 긍정하게 되고 반대로 고려의 풍속을 지켰다고 충렬왕을 긍정한다면 신분제나 기득권에 대해 긍정하고 아울러 원세조의 어명에 대해 높이 평가하게 되어버리니 쉽게 볼 부분은 아니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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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가 확고하던 시절이니 이해는 하지만... 어째 압송당한 쪽이 훈민정음을 개발한 것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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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가 확고하던 시절이니 이해는 하지만... 어째 압송당한 쪽이 훈민정음을 개발한 것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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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쉽게 보는게 어려운 이유가 이런 부분에서 발생하죠. 가치판단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뭔가를 선악으로 구분짓고 싶어하나... 고리기스의 신분제 개혁을 긍정한다면 결국 내정간섭을 긍정하게 되고 반대로 고려의 풍속을 지켰다고 충렬왕을 긍정한다면 신분제나 기득권에 대해 긍정하고 아울러 원세조의 어명에 대해 높이 평가하게 되어버리니 쉽게 볼 부분은 아니지요. ㅎㅎ | 19.02.17 13: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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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현대적 관점으로 봤을때 옳은 일이, 과거 관점에선 옳지 않은 경우도 있지요. 게다가 내정간섭 부분은 제가 너무 간과했었네요. '누가 봐도 옳은 일'을 가지고 걸고 넘어져서 선례를 만들면, 나중엔 온갖가지 문제를 가지고 간섭할 수도 있으니까요... | 19.02.17 13: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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