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권 발매기념으로 한 번 쿠루미 관련 데어라 팬픽을 적어봤습니다.
사실은 아주 오래전에 적은 IF 스토리 단편인데...
내용은 쿠루미가 봉인된 이후의 스토리입니다.
부디 재밌게들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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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령맨션의 3층. 자신의 방에서 토키사키 쿠루미는 고민에 잠겨있었다.
"........뜬금없게 이런 걸 드리면 난처한 걸까요?"
샤워가 끝나고 우아한 검은색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쿠루미는 자신의 책상에 놓인 고양이 마크가 그려진 선물상자를 물끄럼히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을 책망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왜 저는 이런 걸 준비한 걸까요? 하아...."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도 쿠루미는 유리 테이블에 얼굴을 묻히면서 뭔가 내일이 기대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일은 6월 5일.
이 날은 쿠루미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자신이 작년에 라이젠 고등학교를 전학 온 날.
그리고 최악의 정령이라 불리며 죄를 지어왔던 자신을 구원해주고 지금 행복이라는 삶의 보람을 느끼게끔 해준 남자. 이츠카 시도와 처음으로 만난 날이었다.
사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를 접하려고 라이젠에 전학온 것에 대해서는 뭔가 아이러니한 느낌이었지만, 쿠루미에게 있어서 시도와 만나게 된 이 날은 쿠루미의 인생에 내일이라는 희망을 가져다준 첫 계단이었다.
한 때 완전히 일그러지고 깊은 절망으로부터 구해준 그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고 그런 시도를 처음으로 만난 기념일인만큼 쿠루미는 매년 이 날마다 시도에게 뭔가 물건을 선물하겠노라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주려니까...어째 부끄럽네요."
평소에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어른스럽게 행동해왔던 쿠루미였지만 올해 시도와 키스해서 봉인된 이후, 어째서인지 시도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나름 남자들을 매혹시키는 여러 기술을 습득해왔다고 굳게 믿어왔지만, 어째서인지 시도를 보게되면 심장의 맥박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뛰는 거 같고 여러모로 정신이 혼미하게 되버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사람이 이렇게 바뀌게 된다는 것에 대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그런 쿠루미에게 이제 와서 이전처럼 어른스럽게 행동해서 매혹하거나 스킨쉽을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눈도 제대로 마주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그녀가 시도에게 선물을 건내주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과제였다.
"..........하아. 이런 적은 처음이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저희...들...."
쿠루미는 머리를 말리는 중에 자연스래 그렇게 말해버렸다.
마치 이 방에 자기 외에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실제로 시도에게 봉인되기 이전서부터 그녀는 이렇게 샤워를 하고 몸을 씻거나 몸단장 할 때, 식사를 할 때, 그 외에도 항상 그렇게 '저희들'이라는 말을 꺼냈었다.
하지만 그건 결코 혼잣말이 아닌, 자신의 분신들에게 한 말이었다.
쿠루미의 천사. 자프키엘의 12가지 능력 중 하나인 과거의 자신을 구현화하는 분신 능력.
쿠루미는 늘 그 능력을 이용해 수 천명 이상의 분신들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녀들을 자신의 그림자 속에 넣어두고서 뭔가 상담이 있거나 그 외에 고민이 있을 경우 그녀들과 늘 소통했다.
지금 이런 고민이 있어서 말을 하고 있을 때. 그녀들은 항상 자동으로 쿠루미의 그림자 속에서 나와 그녀와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시도와 키스해서 영력이 봉인된 지금. 쿠루미는 이전처럼 능력으로 분신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도 없게 되었다.
물론 토카들이 그랬던 것처럼 불완전한 영장을 둘러서 분신들을 부를 수 있지만 그 수는 한정적이었고 하필이면 그 때마다 등장하는 분신들은 만나기 영 껄끄러운 자신의 이력들이었다.
자칭 쿠루미 사천왕이라 하는 그녀들은 제 각자 쿠루미의 가슴 아픈 과거의 모습들이었고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그 당시의 자신에게 총알을 난사해서 훈교육을 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거기다가 상담을 해도 어째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안 나올 거 같았다.)
분신들이 안 된다면 그 외의 인물들에게 상담해보고 싶지만 토카를 비롯한 인물들에게는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 늘 어른스럽게 행동하던 쿠루미가 그런 걸 상담했다가는 그 중 몇몇은 놀리면서 히죽히죽 웃을 거 같았다.
특히 그 중에서 언제나 자신이 놀렸던 코토리는 보복심을 담아서 유독 놀릴 거 같았고 니아는 능청스럽게 말하고서 오히려 일을 복잡하게 돌아가게 만들 것이다.
미쿠는 그런 쿠루미가 사랑스럽다면서 쿠루미의 얼굴만한 크기를 지닌 그 커다란 가슴으로 자신을 끌어안을 것이 뻔하다.
그 외에 토카나 다른 인물들에게 상담해봐야 그럴사한 해결책이 나올 리는 없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단정지을 수 있다.
"................그냥 저 혼자서 연습해볼까요?"
쿠루미는 여전히 버릇이 들어서 그런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을 질문을 하고서 파자마를 입고서 거울을 향해 걸어갔다.
쿠루미는 거울 앞에서 수즙게 붉혀진 얼굴을 보더니 심호흡을 내쉬고서 명랑하고 환한 웃음을 띄며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을 들이대었다.
"자아, 시도 씨. 선물이에요."
평소와는 다른 자신의 캐릭터. 명랑한 후배나 여동생마냥 활기차게 선물을 건내주고 나서 한 동안 방 안에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어째. 뭔가 어색한 걸요...?"
쿠루미는 난처하게 웃으면서 거울을 바라봤다.
이전에 시도에게 대했던 것처럼 어른스럽고 요염한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애초에 그런 활발한 캐릭터의 이미지는 자신에게 안 맞는다.
그런 건 쿠루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좀 도 요염하게...."
쿠루미는 이후 자신의 단추 한 단을 풀고서 거대한 계곡을 형성한 듯한 가슴을 살짝 들이대고서 거울 앞의 자신에게 말한다.
".........우후후. 시도 씨...제 선물 받아주실 거죠...?"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흘러나올 듯한 요염한 배경음악이 펼쳐질 것만 같은 이 느낌.
색기 있고 아름다운 쿠루미가 이렇게 요염한 포즈로 가슴을 노출하면서 선물을 건낸다면 아마 남성이라면 누구나 다 넋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 아니, 오히려 시도에게 호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어째 가벼운 여자 같잖아요...."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 안 하고 엑셀만 누르고 전진하고 말았다.
이래서는 마치 학교를 중퇴하고 성인업소에서 일하는 파렴치한 여고생과 다를 바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요염하게 행동하면 나름 효과적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시도처럼 고지식하고 성실한 인물에게는 어째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거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쿠루미는 안 그래도 봉인되기 이전에는 평소에 너무 요염하게 행동해서 시도에게 가벼운 여자로 인식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였고 창백해진 얼굴 그대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수 초 간의 정적이 다시 방 안에서 흐르기 시작했고 쿠루미는 또 다시 심호흡을 내쉰다.
"..........다시 한 번...더...이번에는 좀 더...어른스러운 여유를...제가 시도 씨를 좋아하는 걸 너무 티내지 않게끔...좀 더 제 쪽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하는 거에요."
쿠루미는 그렇게 두 눈을 딱 감더니 이후 제빠르게 팔을 움직이고서 선물을 들이댄다.
얼굴을 붉히고서 얼굴에 힘을 주고 거울의 자신과 시선을 피하며 쿠루미는 외쳤다.
"..........별로...시도 씨가...좋아서 주는 거...아니에요...!"
...........얼마큼 시간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방금보다 더 긴 정적이 흘렀고 쿠루미는 잠시 후 이제까지 중 그 어느 때보다 당황했다.
"..........이래서는 코토리 씨하고 캐릭터가 겹치잖아요?! 어른의 여유는 커녕 좋아한다는 거 다 티내는 츤데레 같잖아요...?!"
같은 게 아니라, 그것은 그야말로 츤데레 그 자체였다.
그것도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 저 사람 좋아하는구나.'라고 인식될만큼 내면이 훤히 보이는 언동들이었다.
아마 시도가 봤더라면 평소의 쿠루미와 달라 나름 신선한 기분이 들었을 터였지만 이래서는 쿠루미의 자존심이 허락 못 한다.
아니 그 이전에 쿠루미 자신이 부끄러워서 증발하고 말 것이다.
쿠루미는 자신의 방 안에서 그렇게 여러차례 돌고서 이후 문앞에서 몇 번째일지 모를 심호흡 내쉬고서 말했다."
"..........하아하아. 후우우...좀 더...여유있고...그렇다고 너무 싫은 티를 내지 말고...."
쿠루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곧 두 눈을 딱 감은 채.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아서 선물을 든 손을 앞으로 들이대었다.
"..........시도 씨. 제 선물...받아...주세요."
평소와는 다른 언동이면서 전혀 부끄럽지 않은 언동.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면의 자신을 썩 잘 보이지 않은 듯한 모습.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강렬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평소에 어른스럽고 요염하게 행동한 것이 아닌...
마치 정령이 되기 전의 자신을 떠오르게끔 만드는...남자에게 내성이 없는 아가씨 학교에 다니던 자신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평범한 소녀로 돌아간 듯한 그 목소리와 그 행동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가슴을 두근거리게끔 할 순수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후우. 이래서는 부끄러워서 시도 씨에게 선물을 못 드리겠어요.'
방금 전의 츤데레 어투만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어떤 의미로 지금까지 중 제일로 부끄러웠다.
마치 순정만화의 히로인이 된 것마냥 그런 낯간지러운 언동 때문에 이제는 말도 안 나왔다.
그렇게 쿠루미는 천천히 자신의 두 눈을 뜨려던 그 때.
".........어, 어...고마워."
시야가 어둠으로 잠겨있는 자신의 앞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
쿠루미는 눈을 감은 채. 식은땀을 흘리고서 자신의 내면에게 물었다.
혹시 연습에 몰입한 나머지 자신이 환청을 들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마치 모든 감각과 기능이 마비된 것처럼 쿠루미는 천천히 두 눈을 뜨고서 바로 앞에 있는 인물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이유는 자신이 사모하는 소년. 이츠카 시도가 얼굴을 붉히면서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시도 씨? 어째서...?"
쿠루미가 동공을 회전하면서 그렇게 묻자 시도는 뒷머리를 긁고서 대답했다.
"아까서부터 노크하고 들어가도 되냐고 물었는데...내 이름을 부르길래...혹시나 해서 들어왔거든. 미안. 들어오면 안 되는 거였어?"
시도가 그렇게 말하자 쿠루미는 무심코 '당연히 오면 안 되는 것였다고요!! 하필이면 지금!!' 이라고 입 밖으로 내뱉을 뻔했지만 간신히 그걸 억눌렀다. 아니, 정확하게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그...미안해. 방금 저녁 식사때 먹다 남은 재료들로 수제 케익을 만들었거든. 괜찮으면 한 번 먹어볼래?"
".........."
대답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동공이 돌아면서 혼란한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지도 못 하는 그녀로서는 말하는 기능을 원활하게 사용할 여지가 없었다. (시도 역시 당황한 모양이었으나 이 순간만큼은 쿠루미가 훨씬 당황스러운 상태였다.)
"미안해. 화났어?"
"..........아...아뇨...그게."
시도가 난처한 얼굴로 묻자 쿠루미는 간신히 앵두 같은 분홍빛 입술을 움직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미안해. 멋대로 들어와서. 케익은 테이블에 올려놓을 테니까. 나중에 시식 소감 좀 알려줘. 아참!"
시도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순순히 기쁘게 웃으면서 쿠루미가 포장한 고양이 무늬의 선물상자를 가져가고서 말했다.
"쿠루미. 선물 고마워."
시도가 그렇게 말하자 쿠루미는 "아뇨, 천만해요." 라고 대답했다.
여전히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대답한 쿠루미는 시도가 방 문을 닫을 때까지 그를 응시했고 그렇게 시도가 방 밖으로 나가자 이후 자신의 푹신한 침대를 향해 그 딸기처럼 붉혀진 얼굴 그대로 다이빙했다.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해요! 어떡하냐고요?! 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까지 중 살아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 흥분한 쿠루미는 그렇게 자신을 질타하고서 울먹거렸다.
연습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시도의 노크 소리도 못 들은 1분 전의 소녀모드인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것도 자신의 과거 이력 중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쿠루미 사천왕보다 더 더욱 말이다.
그렇게 과거의 자신들 중 가장 부끄러운 순간 신기록 달성해버린 1분 전의 자신을 향해 저주의 폭언을 내뱉고서 쿠루미는 여전히 붉혀진 얼굴로 울먹거리고서 중얼거렸다.
".........내일...어떤 얼굴로...시도 씨를 보면 되는 거죠...? 하우우우우우."
여전히 분신이 없다는 것을 잘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쿠루미는 이불을 뒤집은 채 자신에게 물었다.
".......하아. 뭔가 미안한 걸...?"
시도는 자신의 방 의자에 앉은 채. 푸념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실수였다할지어도 소녀의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가버렸으니 말이다.
시도는 자신의 볼을 긁적이면서 내일 쿠루미에게 다시 한 먼 사과해야겠노라 생각하고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참! 그러고보니 방금 쿠루미가 뭘 선물한 거지?"
시도는 뒤늦게 쿠루미가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건내준 선물 상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곧 시도는 하나하나 공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포장된 것만 같은 상자의 리본을 풀기 시작했다.
어째 푸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정교하고 마음이 담긴 리본들을 바라보고서 이내 시도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헤에. 쿠루미 녀석. 이런 걸 준비했구나."
상자 안에는 이전서부터 시도가 가지고 싶어했던 만년필의 모델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서 진학 준비를 하기 시작한 시도는 언제 어디서든지 영어암기 단어장이나 그 밖에 여러 활동에 적고 쓰일 만년필이 필요했다고 느꼈다.
그러고보면 잡지에 실린 만년필이 어째 멋있게 생겼다고 혼잣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쿠루미는 아무래도 그걸 놓치지 않고 들은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비싼 모델인데 이런 걸 준비해준 쿠루미에게 어째 미안하면서 고마운 감정을 느끼던 그 때.
".......흠? 옆에 있는 건......쿠키?"
상자에 있었던 것은 만년필 뿐만이 아니었다. 고양이 캐릭터의 얼굴을 형상한 귀여운 쿠키들이 포장된 봉투가 시도의 시야에 들어왔고 시도는 그걸 덥석 물고서 감상에 젖었다.
".......맛있어!"
아무래도 만년필 뿐만 아니라 쿠키까지 덤으로 선물한 모양이었지만 이 쿠키는 어째 만년필보다 더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맛은 이제껏 시도가 먹어본 쿠키들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적당히 달달하고 표면은 바삭하면서 부드러운 반죽이 잘 어우러진 고양이 쿠키를 천천히 먹으면서 시도는 형용할 수 없는 진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시도 역시 쿠키는 잘 만드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이 쿠키를 보고서 자신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내일 쿠루미에게 레시피랑 조리법 좀 물어볼까?"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이 쿠키는 특별한 레시피나 조리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 쿠키는 쿠루미가 순수하게 시도가 맛있게 먹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것일 뿐이었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이를 떠올리면서 만들 수 있는 소녀들만의 특권이 담긴 이 쿠키는 시도로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소녀의 사랑이 담긴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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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쓰인 일러스트 출저 : https://www.pixiv.net/member_illust.php?id=22007548&tag=%E6%99%82%E5%B4%8E%E7%8B%82%E4%B8%89
다들 재밌게 잘 읽으셨는지요?
데어라가 이후의 전개에서도 이렇게 훈훈한 전개로 넘어가면 좋을 텐데 말이죠.
여러분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