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의 마지막 전투. 전성기의 모습으로 돌아온 길가메시와 함께 치르는 최종결전은 '제 2의 짐승 결전'이라고 뜨기 직전 이렇게 뜹니다.
유년기의 끝.
유년기의 끝. 1953년 아서 클라크가 쓴, 인류의 미래와 진화를 다룬 소설. 어언 60년이 되어가는 소설이지만 아직까지 곳곳에서 오마주하며 그 방향성을 되새기는 작품이죠.
작중에서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신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신대를 버리고 인대를 선택하느냐는 식의 대사가 있었습니다.
사실 티아마트가 아니더라도, 타입문의 신령들은 '영원'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조금씩 모성애에 가까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니까, 아끼니까, 내 품에 영원히 두고 싶다.
티아마트는 분명 인류와는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인류를 절멸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테리얼 4에서 뒤늦게 공개된 스킬, 자기봉인(C+++)
비스트 II를 묶는 자해의 줄. |
좀 가벼운 비유를 들자면 아들에게 집착하다 연을 끊고 원수지간까지 내몰렸지만, 그럼에도 정을 다 끊지는 못했다는 이야기 정도.
거기에 더해 이 전투에서 등장하는 길가메시의 보구 선택 대사도 의미심장합니다.
"이 일격을 결별의 의례로 삼도록 하지."
이는 적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과의 연결을 끊고 인류가 스스로 일어서도록 한 길가메시이기에
결별의 대상이 '티아마트'가 아닌 '신대'라고 볼 수도 있죠.
이에 걸맞게도 티아마트는 창세로 '회귀'하려는 성질의 짐승. 좋았던 옛 시절로 되돌아가기보다는,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 성장하라 일갈하는 것 같습니다.
ps.
시간관계상 6장을 다시 확인해보진 못했습니다만, 7장에서 유난히 마슈의 감정변화가 크게 두드러졌습니다.
사실 오더 초기의 마슈는 좋게말하면 침착한 성정이었지만, 나쁘게 말하면 감정이 옅은 인형같은 느낌이었죠.
물론 화를 낼 때도 있긴 했고, 웃을 때도 있었지만 7장에서처럼 환한 웃음이나 위와같은 괴로워하는 표정은 별로 없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하고, 철저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통제된 사람들과만 만날 수 있었던 마슈가, 일년여에 걸친 성배탐색 과정에서 점점 인간성을 획득해갔다는 연출로 느껴졌고, 동시에 이런 성장과정이 있었기에 종장의 마지막 장면이 더더욱 애틋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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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도 곤란하게 만드는 그랜드 버서커의 위엄! 작중에서도 처음 정신체로 등장했을 때 손발이 묶여있고, 누군가가 '봉인'해뒀다는 언급은 나오죠. 그게 티아마트 본인이 했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따로 묶어둘 흑막도 없고(이미 이 시점에서 티아마트를 재우던 멀린이 리타이어했으니.) 훗날 마테리얼에서 공개된 내용 보면 본인이 스스로를 묶어둔 셈인데... 개인적으론 이렇게 뒷설정에서 공개했다는 점이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일단 작중에선 서로 전력을 다해 부딪혀야 인간찬가를 드높이면서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할 수 있으니. (딴 얘기지만, 죠죠 시리즈의 작가 아라키 화백도 4부의 보스 키라가 어머니의 가정폭력으로 삐뚫어졌다는 설정을 일부러 감췄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뒷설정을 드러내면 악역에게 동정을 가지게 되는데, 그런 거 없이 철저하게 서로의 신념으로 부딪히는 모습이 주제를 더 극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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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좋은 멘토 만나는거 보면 마슈도 인복은 넘치는 것 같습니다 :) | 18.12.15 13: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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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울 일이 많기도 했지요... | 18.12.15 13: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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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마지막 부근 스포일러 분의 사망 씬에서 처음 나온 걸로 기억합니다. 볼 때마다 괜히 짠해져요... | 18.12.15 16: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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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에서 화내는 모습도 귀엽고... | 18.12.16 00: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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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람무 딩기르라는 보구명도 그렇죠. 직역하면 '신의 후광'인데, 이 이름을 인간이 빚어낸 재보와 그걸 사용한 방위장치에 붙였다는건 인간이 쌓아올린 위업이 신의 위업에 뒤지지 않는다는 뜻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ㅎㅎㅎ | 18.12.15 14: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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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도 곤란하게 만드는 그랜드 버서커의 위엄! 작중에서도 처음 정신체로 등장했을 때 손발이 묶여있고, 누군가가 '봉인'해뒀다는 언급은 나오죠. 그게 티아마트 본인이 했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따로 묶어둘 흑막도 없고(이미 이 시점에서 티아마트를 재우던 멀린이 리타이어했으니.) 훗날 마테리얼에서 공개된 내용 보면 본인이 스스로를 묶어둔 셈인데... 개인적으론 이렇게 뒷설정에서 공개했다는 점이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일단 작중에선 서로 전력을 다해 부딪혀야 인간찬가를 드높이면서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할 수 있으니. (딴 얘기지만, 죠죠 시리즈의 작가 아라키 화백도 4부의 보스 키라가 어머니의 가정폭력으로 삐뚫어졌다는 설정을 일부러 감췄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뒷설정을 드러내면 악역에게 동정을 가지게 되는데, 그런 거 없이 철저하게 서로의 신념으로 부딪히는 모습이 주제를 더 극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었다죠.) | 18.12.15 16:3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