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 그랜드 오더
A. 최악의 랜덤 뽑기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타입문의 대표 게임 페이트 시리즈의 모바일 게임이다.
페이트 세계관의 기본적인 설정은 마술사가 인류 역사에 존재했던 영웅을 소환해 전투를 진행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바일로 나온 페그오에서는 그 동안 나왔던 그리고 앞으로 나올 페이트 캐릭터가 총집합에서 진행된다.
모바일로 나온 게임답게 페그오도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서번트 랜덤 뽑기 소환.
(2)레벨업과 강화를 위한 경험치, 재료 수집.
(3)메인 스토리와 기간제 이벤트를 통한 진행.
이것은 흔하디 흔한 양산형 모바일 RPG 게임과 근본적으로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페그오에는 매력적인 장점이 있다.
(1)확실하게 기억남는 스토리텔링.
(2)스토리 안에서 확실히 부각되는 캐릭터 개성.
(3)철저하게 배제된 유저 경쟁 시스템.
사실 페그오는 일반적인 유사 장르 모바일 게임과 사소한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다른 점이 많다.
그 중 태반은 왜 이리 불편하게 만들었나 의아할 부분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 넘치는 서번트를 자신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재미가 더 크다.
확밀아 이후 등장한 대부분의 카드 수집 게임들은 랜덤 뽑기라는 사악하지만 확실한 과금 구조에 힘입어 다양한 시도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은 랜덤 뽑기를 통한 고급 카드의 입수이고 유감스럽게도 페그오의 랜덤 뽑기는 여지껏 내가 경험해본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최악의 경험을 주고 있다.
요즘 어지간한 게임은 유저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서 게임 시작 시 확실히 쓸만한 좋은 캐릭터와 아이템을 어떠한 방식을 통해서든지 유저 손에 쥐어주고 진행하게 한다.
그러나, 나는 게임 시작하고 100번 넘게 랜덤 뽑기를 하는 동안 1회 10연차 시 확정으로 주는 4성 서번트로 가장 나쁜 스테노라는 서번트 한장을 뽑고 단 한장의 4,5성 서번트를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동안 같이 시작한 친구는 당시 최고 인기 서번트 에미야를 3장, 최강 서번트 헤라클레스를 4장 뽑고 시작했다.
이쯤되면 어지간해서는 멘탈이 나가 게임할 의욕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 부조리함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그 친구는 끊임없이 4,5성 카드를 마치 민들레 꽃 따듯 쉽게 뽑아내고, 나는 계속해서 뽑기 폭망을 경험하게 했다. 사실 이런 부조리함을 옆에서 지켜보면 며칠 동안은 게임 할 의욕이 싹 사라진다.
그런데 이런 똥가차 게임을 왜 나는 아직 하고 있을까?
B. 진여신전생, 포켓몬을 계승하는
캐릭터 수집 육성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캐릭터 수집, 육성, 전투에 방점을 찍은 게임들은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진여신전생과 포켓몬은 각자 확고한 매니아층을 만들어 내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어른들이 하는 진여신전생, 아이들이 하는 포켓몬의 DNA는 이제 21세기 모바일 게임 환경에서 페이트 그랜드 오더로 다시 이어졌다.
물론 모바일 게임이기에 복잡한 캐릭터 합성, 진화, 스킬 편집같은 요소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페그오는 1명의 서번트는 정해진 3개의 스킬을 사용하고 정해진 최대 스탯이 정해진 게임이다.
그러나 진여신전생에서 신화 속의 존재(악마,천사)를 동료로 사용한다는 개념은 보다 접근성이 높은 역사 속의 영웅으로 대체되었다.
포켓몬에서 너무 유아틱해 접근하기 어색했던 섹계관은 중2병 넘치는 열혈 전개와 설정으로 변경되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캐릭터 수집, 육성, 전투.
그리고 페그오는 이 부분들이 재미있다.
왜 페그오는 캐릭터 수집, 육성, 전투가 재미있을까?
(1)서번트 별로 확실히 구별되는 설정과 이벤트.
(2)유저 경쟁 요소가 없는 싱글 플레이 게임.
(3)저레어 서번트를 사용해도 막히지 않는 난이도.
일단 캐릭터 수가 적다는 단점은 오히려 더 많은 이벤트와 대사를 통해 존재감을 높여주었다.
여기에 시나리오 상에서 맹활약하거나 성능이 우월하게 좋기라도 하면 그 서번트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 높을 줄 모르게 치솟아 올라 버린다.
유저 경쟁 요소가 없기에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도 큰 매력 요소이다.
요즘 모바일 게임은 얼마나 유저가 오래도록 게임 접속을 해야 하는가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오토 진행이 필수 아닌 필수가 되버릴 정도인데, 페그오는 오토 진행을 할 필요가 딱히 없다.
그러다 보니 기간제 이벤트라고 해도 사실 다른 머바일 게임의 기간제 이벤트와 비교하면 그냥 매일 에너지 낭비만 없게만 해도 의외로 큰 손실은 없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보니까 오히려 저레어 서번트들도 의외로 쓸만하거나 기본 스탯 빼고는 캐릭터 컨셉과 성능이 출중한 것이 많다는 점이 알려지게 되었다.
어찌보면 최악의 랜덤 뽑기 게임에게 남은 양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이 게임이 근본적으로 유저 경쟁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저레어 서번트라고 절대 쓰레기만 있지 않다.
비율로 따지면 저레어 서번트 중 절반 정도는 그 성능과 실전성이 증명된 좋은 카드들이다.
따라서 모든 저레어 서번트는 무조건 보구 5렙을 만들어(같은 카드 5장 뽑아서 한장으로 합쳐 보구 강화시키는 작업) 보관해두면 언젠가는 쓸 일이 올 수 있다.
하다못해 할 거 없을 때 저레어 서번트를 키워서 놀아도 재미가 있다.
이런 부분도 진여신전생, 포켓몬을 이어가는 육성의 재미 요소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통 대부분의 유사 게임은 상위 호환 카드가 나오는 순간 기존 하위 호환 카드는 대부분 철저하게 버려지기 때문이다.
C. 천천히 걸어가는 인리수복의 길.
일본에서 대략 2년 반 전에 처음 서비스 시작되었다는 페그오는 이후 미국, 중국을 거쳐 한국에서도 2107년 11월 말에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페그오의 놀라운 특징 중의 하나가 각 국가 별 서비스는 제일 먼저 시작한 일본 버전을 그대로 따라 간다는 점이다.
이게 서번트 능력은 물론이고 스토리, 이벤트 순서와 난이도 및 보상 설정까지 동일하다.
그러다 보니 2년 늦게 시작한 한국 페이트 그랜드 오더 유저들은 향후 2년의 전개 과정을 알기 때문에 일종의 ‘미래예지’ 능력을 가지고 게임을 한다.
이 미래예지는 때로는 공략에 도움이 되는 장점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상향 예정 서번트 뽑기에 선투자 개념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2년 동안 강화 못 받는 서번트라 투자 기피 대상으로 찍히는 경우도 있다.
현재 한국 페그오를 보면 유저들을 보면 미래예지도 나름 게임성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야 할 거 같다.
그러나 수많은 신화 속에서 아무리 정확한 예언을 받더라도 인간의 욕망, 의심, 조급함으로 인해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점은 한국 페그오라고 예외는 아니라서 미래를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다양한 상황이 발생된다.
이런 것들을 구경하고 직접 체험하는 과정도 미래예지를 통한 페그오의 재미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페그오는 진행이 상당히 느린 게임이다.
한국, 중국 모바일 게임하다가 페그오를 해보면 이벤트와 이벤트 사이의 간격이 넓다는 것도 놀랍고, 메인 스토리 진행을 하고 나면 평소에는 경험치, 재료, 재화 던전 가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 경험치, 재료, 재화 모두 필요량을 모으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런데 천천히 가야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듯, 천천히 진행되기에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재미가 있다.
이벤트와 경험치 반복 노가다를 제외하면 심심하기 때문에 극효율팟이 아니라 자신이 애정 가지고 키워 놓은 서번트를 다양하게 조합해 해보는 것도 이로 인해 가능해지는 부분이다.
솔직히 숨 쉴틈 없이 오토까지 돌려가며 하는 게임에서는 예능팟이니 뭐니는 사치와 비효율일 뿐이다.
그런데 페그오는 40ap 던전 3판 하면 다시 에너지 회복하기 위해 10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게임.
지금 황금 사과 먹으면서 반복 노가다 할 거 아니라면 자신이 어떤 서번트가 있고, 어떻게 가지고 놀면 좋을지 궁리해보자.
의외로 여기에서 나오는 재미가 진짜 즐거운 경험이란 걸 알게 될 수도 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최악의 랜덤 뽑기와 느린 게임 진행의 게임.
그러나 천천히 즐기면서 오래도록 진행하면 매일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중2병 폭발하는 열혈 스토리와 이벤트 속에서 자신만의 서번트 부대를 만들어 사용하는 재미가 멋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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