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말이 많은 라앙인데 저는 꽤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아니, 내용이 완전 시리어스에 시궁창이라 즐겁다는 표현은 조금 애매하군요. 그보다애니가 대중성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불친절한 구성이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서 전후내용들을 이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화에서 나온 수수께끼들에 대해선 계속 정보가 풀리고 있고, 대부분의신정보에 대해선 전화들에서 복선이 나와 있지요. 아직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는 게 많아서 여전히 이해하기어려운 내용들이 꽤 있지만, 일단 인터넷상의 추측들과 제 생각을 종합해서 정리해봅니다.
우선 페엑 라앙 애니의 어두운 내용에 대해선 2016년 3월에 페그오에서 풀린 페엑 애니와 기념 개념예장 ‘라스트 앵코르’에서 이미 암시가 되었습니다. “우뚝 솟은 하늘을 노려본다. 갈채는 잃고 번영은 허위로 떨어져, 수많은 소원은 부숴져 흩어져 버렸다. 그 연옥에 빛은 비추는가.” 하늘을 노려본다는 문구는 차크라 바르틴을 가리키고 갈채와 번영의 상실은 완전히 왜곡된 성배전쟁과 통하며 부숴진수많은 소원과 ‘연옥’이란 표현은 1000년이란 시간이 흐른 시궁창 같은 라앙 내 세라프입니다. 아득한시간이 흘렀지만 뭘 하든 꿈도 희망도 없는 곳. 말 그대로 연옥이죠.
다음으로 주인공 하쿠노입니다. 이것저것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현재 라앙애니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죠. 하지만 하쿠노에 대한 정보는 착실하게 매 화마다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직 감추고 있는 점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들만으로도 하쿠노의 현재까지의 행보를 이해하는건 가능합니다.
최초의 힌트는 처음으로 공개된 PV 영상이 여자 하쿠노(자비코)와 네로의 만남을 그렸다는 겁니다. 첫 PV 영상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죠. 이후 2번째 PV에선 남자 하쿠노(자비오)가나와 여주인공이 강판당했다느니 하는 추측들이 돌았는데, 주인공 성별을 잘못 낸 채로 PV들을 내보내는 건 상식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입니다. 오히려 철저히의도한 결과죠. 여기에 애니 첫 인상을 결정하는 1화 첫전투를 네로와 자비코 페어의 패배로 시작함으로써, 이 둘의 이야기가 라앙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음을 암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7화에서 네로가 살짝 들려준과거에 있었던 한 마스터의 이야기가 결정적이죠. 페이트의 주인공, 즉주역 서번트의 마스터는 라앙에선 최소 2명인 셈입니다. 자비코의이야기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정황상 정석적인 마스터-서번트팀으로서 정상적인 달의 성배전쟁을 치렀던 건 이쪽인 듯합니다
그 다음 어떤 의미론 가장 논란 거리인 데드페이스인데, 저는 데드페이스에대해선 오히려 설명이나 묘사가 착실히 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점 덕분에 현재 하쿠노의 정체도어느 정도 쉽게 추측이 가능하죠. 1화부터 계속 나오는 이미 죽었던 수많은 마스터들과 물음들, 주인공의 대사 – 내가 대신하겠다,달의 모든 게 증오스럽다’ – 들은 이미 당시부터 ‘주인공은기존 마스터들의 사념이 모인 존재’란 가정을 낳았습니다. 이후4, 5화에서 라니의 설명에 의해 1화의 소각로 복선이 어느정도 회수(감정, 사상들이 응고됨 -> 데드페이스)되었죠. 덧붙여6, 7화에선 린이 친절하게 추가설명까지 해줍니다. 성배전쟁자체가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살육전인데, 이게 천 년에 걸쳐 이루어졌죠. 이제 그 과정에서 살해당한 자들의 원혼이 현재 하쿠노의 형태로 ‘재기동’하여 성배전쟁의 배경인 문셀 자체에 복수하고 싶은 것, 전 이게 현재하쿠노의 정체 혹은 근본적인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1계층과 2계층에서하쿠노는 신지와 댄에 대해 명백히 살해의사를 갖고 있었고 여기까지 주인공의 행동 동기는 명백합니다. 다만7화 엘리스전을 계기로 이점엔 변화의 여지가 생겼네요. 린의말대로라면 데드페이스는 부정의 감정으로만 움직이는데 (실제 5화까지의하쿠노) 너서리전을 거친 하쿠노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아마이점이 향후 스토리에서 중요할지도요.
데드페이스가 뜬금없는 사기 능력이라 비난이 많지만, 전 그 정도는아니라고 봅니다. 우선 데드페이스 덕분에 하쿠노의 생존력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건 1화와 3화에서 칼에 치명상을 입고도 살아난 하쿠노로 알 수 있죠. 두 번 다 데드페이스 능력의 발동(해골 같은 모습. 1화에선 빠르게 지나감)을 보여줍니다. 데드페이스가 생존성만이 아니라 공격적인 면으로도 강하다는 건 3화에서하쿠노 혼자 신지의 경호원들을 쓰러뜨린 걸로 이미 복선이 깔렸었죠. 5화의 댄전에서 발휘된 능력이 생각이상을 강한 건 맞지만, 데드페이스의 능력에 대해선 이미 3화에서암시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데드페이스인 주인공이 서번트보다강하다’ 같은 말도 떠도는데, 전혀 근거가 없지요. 현재까지 데드페이스로 주인공이 물리친 적은 3화의 경호원들과 댄인데, 이들이 서번트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5화의 댄전은 라니의 도움이 매우 컸고요.
만약 데드페이스가 아무 제약 없이 계속 발동할 수 있으면 그거야말로 이야기의 설득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것이지만, 5화 라니의 대사를 통해 데드페이스는 분명하게 큰 리스크를 가진 능력임이 나왔습니다. 이 리스크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까지 데드페이스를사용하여 적을 쓰러뜨린 게 2번이니 좀더 누적이 되면 드러날 듯합니다.그리고 데드페이스의 발동 조건은 적에 대한 명백한 적의 혹은 증오 같네요. 신지와 댄에대한 증오를 갖고 있던 하쿠노는 3, 5화에서 데드페이스를 발동했던 반면,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던 엘리스(너서리)를 상대로는 데드페이스의 모습 자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엘리스와 너서리전 이후로 새로운 의문인 과거의 남자 하쿠노(편의상자비오)와 지금 네로 옆에 있는 하쿠노. 이점은 데드페이스가과거에 사망한 수많은 마스터들의 집합체임을 전제로 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6화에서 나오길3계층에선 과거의 기억을 볼 수 있다고 하죠. 린은 이걸로아마리와의 기억을 다시 봤고요. 즉 하쿠노를 이루는 수많은 죽어버린 마스터들 중 엘리스와 함께 시간을보낸 자비오도 포함되어 있는 겁니다. 6화를 보면 자비오의 영주 모양과 위치가 하쿠노와 다릅니다. 또 7화에서 나오길 자비오가 엘리스와 함께 있던 당시는 아직 차크라바르틴이 성립되지 않았던, 정상적인 달의 성배전쟁이 이루어지던 때였죠.천 년전에 정석적으로 토너먼트전을 거쳐 위로 올라갔으나 어딘가에서 실패하고 사망한 자비오도 문셀이 처리하지 못해 소각로에 버린 사상중일부라는 건 충분히 추론 가능합니다. 덧붙여 4화에서 하쿠노는치천의 우리에서 트와이스에게 살해당했던 꿈을 꿨는데, 이게 엘리스를 거친 자비오와 동일인물인지는 확신할수 없으나 지금 하쿠노를 이루는 마스터 중 한 명은(아마 자비오) 트와이스에게도달했던 겁니다.
이쯤에서 하쿠노(와 자비코, 네로)를 둘러싼 시계열을 최소한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천년, 정확히는 약 999년 전까진 달의 성배전쟁은 정상적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성배전쟁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원작인 엑스트라에서도하쿠노 이전에 트와이스에게 도전했다 패배한 마스터들이 계속 있었으니까요. 3화와 7화를 보면 신지와 엘리스가 막 성립하기 시작한 차크라 바르틴을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갱신된 신지의 설명란에 따르면 차크라 바르틴은 라앙 1계층신지의 시점으론 14일 째에 나타났습니다. 언제인진 정확히알 수 없으나 이 날이 되기 전에 자비오(엘리스와 함께 했던 남자 하쿠노)는 적어도 3계층을 돌파했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어느 시점인지 특정지을 수는 없으나 차크라 바르틴 출현 이전에 네로와 자비코 콤비는 7회전의 토너먼트를 모두 돌파하여 트와이스-세이비어에게 도달, 패배했습니다. 이는 네로가 하쿠노에게 설명한 성배전쟁 양상이 차크라바르틴 이전의 정석적인 달의 성배전쟁이란 점에서 알 수 있죠. 1계층부터 하쿠노와 새로 시작한 성배전쟁은그녀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뒤로 네로는 천 년간 소환되지 않았으며 (드레이크 왈, 마치 장기간의 콜드슬립에서 깨어난 거 같다) 데드페이스로 재기동한 기존 마스터들의 집합체인 하쿠노에게 이끌려 다시 소환되었죠.
하쿠노에게 소환된 네로가 ‘그런가,그대가’라는 대사와 함께 뭔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는데,어쩌면 하쿠노 안에 있는 자비코의 존재를 인식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데드페이스의 설정을일관적으로 적용하면, 정상적인 성배전쟁을 치르고 패배, 사망한자비코와 자비오의 사상(잠재적인 기억도)이 모두 현재의 하쿠노에들어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지금 데드페이스가 된 하쿠노를 돕는 세력들 혹은 차크라 바르틴을 만들어 세라프를 지금 환경으로 구축한트와이스에 대해 명백하게 반기를 드는 자들이 존재합니다. 이미 1화에서코토미네가 본래라면 있을 리 없는 129명 째의 참가자, 하쿠노를본선으로 올려보낸 것은 기적, 이로써 자신은 사명을 다 했다고 했지요.여기에 성신의 계시를 믿고 드디어 찾아온 하쿠노를 올려보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라니, 1계층과3계층 돌파에 필수적인 조력자였던 린 등 천 년에 걸친 세라프의 상황을 하쿠노의 등장을 계기로 타파하려는자들이 있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사라진 석상의 무명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하쿠노-네로를 위로 올려보내주기 위해 등장한 셈. 덧붙이자면 린의 전투능력은 3화에서 이미복선이 있었죠. 붉게 변하는 부분과 버서커화된 3명의 서번트들과의전투에서 살아남은 점. 정황상 쿠훌린은 린에게 자기 능력의 일부를 넘겨주고 사라진 건 아닐까 추측중입니다.
일단 이 정도네요. 라앙 애니를 제가 만족스럽게 보고있는 건 현재까지 드러난 정보들 중 많은 것들이 기존의 복선이나 설명, 전개와 맞물리고 있다는 겁니다. 대신 첫 감상으론 이해하기 매우 어렵고 여러 번 보면서, 그리고다른 사람들의 고찰도 종합해야만 흐름이 보이는 애니죠. 제가 본문에 쓴 내용중 상당 부분들은 이미 일본쪽에서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전투씬을 기대한다든가 첫 감상으로 만족하길 바라는 분들(이것도 당연히 중요한 겁니다)에겐 절대 맞지 않는 작품이 나왔네요. 개인적으론 나스의 원래 테이스트가 가감없이 나오고 있어서 매우 만족중입니다.원래 성배전쟁이란 건, 그리고 나스의 세계란 시궁창이니까요. 7화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애니 게시판이 아니라 여기에올린 건 달빠로서의 잡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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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이번 6, 7화를 기점으로 어느 정도 퍼즐은 맞춰진 듯합니다. 여전히 수수께끼인 점들은 많지만요. 10화 쯤에선 이야기의 복잡함보단 해결을 향해 가기를 바라네요. 1쿨을 전제로 하면요. 후속편인 특별 애니메이션인 천동설편도 방영한다니 실제론 1쿨 이상이긴 하군요. | 18.03.12 00: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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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후속편으로 특별편이 나오나보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끝맺음이 말끔하게 나면 만사오케이...! | 18.03.12 00: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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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방영중인 이야기가 지동설편이고 그뒤에 천동설편이 방영한답니다. 정확한 분량이나 형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2개를 다 합쳐야 전체 그림이 나올 거 같네요. 지동설편은 지동설편대로 완결성을 갖기를 바라지만요. | 18.03.12 00: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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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부터 전체를 다 보고 다시 보는 것보단, 이전 화들을 중간중간 계속 다시 보며 감상하는 걸 추천합니다. 각 화마다 나오는 정보량이 워낙 많아서 그대로 계속 보면 놓치는 부분들이 많기 쉽네요. | 18.03.12 00: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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